출판사의 얼굴은 책입니다. 좀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책들’입니다. 베스트셀러 한 권이 출판사의 인지도를 확연하게 올려놓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듬이질을 하는 독자라면 책 한 권이 담고 있는 가치뿐 아니라 출판사가 갖고 있는 도서 목록을 보고 그 출판사를 판단하게 됩니다. 가령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경우 사회과학 분야의 책을 전문적으로 펴냄으로써 독자들이 해당 분야에 대한 책을 상대적으로 안심하고 읽어 볼 수 있는 출판사로 인식한다고 생각합니다.

책 의 목록이 출판사 이미지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저희가 신간을 기획하거나 원고를 검토할 때도 목록에 대한 관점은 기본적인 요건이 됩니다. 목록상 어디에 위치할 것인가, 새롭게 시리즈를 도입할 필요가 있는가 등에 따라 만들어질 책의 성격이 조금 더 명확해지는 것입니다. 제목⋅컨셉(콘셉트)⋅목차와 더불어 책의 목록상 위치가 정해지면 편집의 기본 토대는 다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린비의 도서 목록을 총서, 시리즈 등의 틀에서 살펴보면서 신간 기획 관련 얘기를 할까 합니다.(저희 회사의 목록은 일단 오른쪽 바의 카테고리를 보시면 대강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겁니다.)

‘리라이팅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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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에서 다시 쓴 고전 : 리라이팅 클래식"

고전을 오늘날의 시각에서 다시 쓰는 시리즈입니다. 지은이가 자신이 읽고 소화한 고전을 개성 있게 풀어낸 저작이지요. 고전을 낡은 시대의 유물이나 교양의 정수쯤으로 여기는 풍토에 반하여 오늘날의 시각에서, 현대의 삶과 연관해서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기획된 저희 출판사의 대표 시리즈입니다.

이와 아울러 감추어진 고전, 그리고 회자되고 있긴 하지만 번역되지 않은 고전을 발굴하는 작업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완역하여 다섯 권으로 펴낸 <옥루몽>이나 좀더 현대인이 접근하기 쉽도록 편역한 <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가 대표적이지요. 또 세상에 나온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고전급에 준하는, 특히 현대에 씌어진 비판적인 내용과 연구를 담고 있는 시리즈도 계속 기획하고 있습니다. <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 <파시즘의 대중심리> 등 엄선된 현대 고전물을 ‘크리티컬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묶은 것이 그것입니다.


‘클리나멘 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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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로 인한 새로운 사유의 촉발! : 클리나멘 총서"

클리나멘(Clinamen)이 사선 운동, 즉 원자들의 우발적인 마주침을 설명하는 개념이듯이 이 총서는 기존의 생각에서 이탈해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킬 만한 논의를 다루고 있는 목록입니다. <철학의 외부>나 <전복적 스피노자> 등 주로 철학과 관련한 저서가 많지만 --- 아무래도 기존 사유를 넘어서기 위해선 철학이 많이 활용되다 보니 그렇지만, 한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좀더 도전적인 저작들을 찾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철학서 중엔 특히 들뢰즈의 사유, 좀더 나가 들뢰즈를 잇는 그 이후의 사유를 특화한 ‘리좀 총서’가 있습니다(현재 03번까지 나온 상태인데 올해 중에 3~5권을 더 출간할 예정입니다). 들뢰즈를 저희가 특화한 이유는 그의 철학이 새로운 사유를 불러오는 무궁무진한 대지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반자본주의적인 대안 논의의 선두지점에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맑스, 니체, 네그리, 비릴리오 등의 책을 펴내는 것도 같은 맥락이구요.

다른 한편, 이런 철학서들은 상대적으로 깊이가 있고 다소 전문적이기 때문에 배경지식을 쌓지 않은 독자들이 바로 접근하기엔 약간 어려운 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개념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철학교양서를 꾸준히 펴낼 예정입니다.(현재는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렇게 현재 삶의 관점에 서서 철학적으로 사유하거나 철학을 기반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의 인문교양서가 독자들에게 풍족하게 널려 있었으면 합니다.


‘달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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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 달인 시리즈"

좀 다른 생각의 비판적 안내서 혹은 실생활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갖고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책들 중 저희가 강추하는 목록입니다. 저희는 인문학이 다른 실용서 못지않게 삶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는데요, 왜냐면 인문학은 무엇보다 삶을 낯설게 보도록 하고 통용되는 가치를 의심하도록 만들고 다른 삶에 대한 제언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본다면 공부, 놀이, 언어, 예술, 그리고 올해 나올 독서, 연애 등에 관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시리즈는 인문학이 삶에 정말 꼭 필요하다는 걸, 결국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 낸다는 걸 보여 주는 데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방식,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얻은 다른 체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쿠바⋅캄보디아⋅베트남⋅필리핀 등지에서 보고 느낀 문화와 역사를 기록한 ‘유재현 온더로드’가 독자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밖에도 저희는 <강수돌 교수의 ‘나’부터 교육혁명>,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등 실용적인 관점에서 인문학을 제안하는 책을 꾸준히 펴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미미한 편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요, 저희 모토가 ‘나를 바꾸는 책, 세상을 바꾸는 책’이니만큼 삶과 대안 사이에서 다양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책을 좀더 많이 기획해야 한다고 봅니다.

‘부커진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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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혁명을 꿈꾼다 : 부커진R"_








부커진은 book+magazine을 합성한 말이고 R은 'Alter'와 'Revolution'이 만나는 곳에 'R'이 있다, 즉 '다른 혁명'을 지향한다는 뜻입니다. 단행본의 체제와 잡지의 신속함을 결합하여 사회적인 의제를 정기적으로 논의하는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과학 분야 단행본이 그 성격상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고 사후적인 평가나 후일담에 그치고 말 때가 많기 때문에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잡지의 특성을 살려낸 것이랍니다. 작년에 펴낸 1호 <소수성의 정치학>에 이어 올 초엔 소수성 정치 문제를 해외의 시각에서 본 1.5호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출간되었습니다. 현재는 2호를 준비 중인데, 국가체제와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어떤 사회구성체들이 가능한지 정치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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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그린비 지식의 정원 : 단행본 시리즈"

그리고 이슈와 관련한 신속한 문제제기도 중요하지만 사안에 대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분석은 단행본 책에 더 어울립니다. 그래서 저희는 <한미FTA 국민보고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시민불복종> 등 한국사회의 의제가 될 만한 사안들을 심층 분석한 책들과, 실제 삶에 기반하여 성매매여성에 관한 담론을 편 <경계의 차이 사이 틈새>와 같이 아직 한국사회에 익숙지 않은 의제를 제기하는 사회과학서를 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좀더 시야를 넓혀 사회의 다양한 문제의 본질에 천착하기 위해 전 세계 지형이라는 큰 틀에서 오늘날 세계를 비판하는 책들을 계속 펴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역사 강의>, <공존의 기술>, <궁정전투의 국제화> 등이 이미 나와 있고, 올해는 <장기 20세기>와 같은 책들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와 함께 아시아의 의제(Agenda In Asia)라는 주제로 과거⋅현재⋅미래의 담론을 읽는 ‘아이아(AIA) 총서’를 계속해서 기획⋅출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동아시아 저항 사상의 계보를 추적하면서 동아시아 담론의 문제를 제기한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 한 권밖에 안 나와 있지만, 올해만 해도 2~3권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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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함께 걷는 그린비 청소년 시리즈"

작금, 인문학 독자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핸드폰이 새로운 매체로 급부상하면서 책이라는 매체가 점점 소외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특히나 인문학 책은 더 소외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문학 관련 책이 전에 만큼 판매고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린 인문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것과 아울러 저희가 고민하고 있는 건 새로운 인문 독자를 만드는 건데요, 그렇기 때문에 주로 책 읽을 시간이 가장 많을 것 같은, 그리고 사회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주 독자가 되도록 기획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중고등학생이라고 크게 다를 바 없이 저희에게 중요한 미래의 독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여 재작년부터 청소년물 기획에도 힘을 들이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기획이 이루어지고 있진 않네요.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만 해도 <청소년을 위한 라이벌 세계사>에서 멈춰 있는 상태라 말씀드리기가 약간은 민망합니다.

이 밖에도 저희는 근대성, 교육, 역사, 동서양 철학, 문화연구 등 각종 주제와 분야에 대한 연구서를 펴내고 있고, 라틴아메리카 사회에 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시리즈와 좌파 정치에 관한 시리즈 등 새로운 목록을 몇 가지 더 추가하면서 저희가 가장 잘 만들 수 있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그래서 저희 출판사만의 인문 지형을 그릴 수 있는 책을 계속 펴낼 생각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개개의 편집자들은 청탁된 원고를 검토할 때, 새로운 기획안을 검증할 때 이런 목록과 다른 책들과의 상관관계를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한 권의 책을 어떻게 확장해서 독자들에게 전달할지, 문제의식을 깊이 있게 심화할 수 있는 다른 기획을 구상할 수는 있는지 등 목록 중심의 관점에서 원고를 대하도록 훈련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목록들이 모여 저희 출판사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리라 생각합니다.

- 편집부 주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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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2 23:57 2008/06/1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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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두표 2008/06/13 17:57

    그린비에서 출간하는 책들이 딱 제가 좋아하는 분야라 관심이 더 가네요. ^^

    앞으로 여유가 되는대로 하나씩 사보아야 겠습니다! ^^

    계속 기대할게요! ^^

    • 그린비 2008/06/18 10:49

      감사합니다!
      올려주신 리라이팅 맹자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전두표님 블로그도 구독목록에 살짝 넣었달까요. ^^

  2. ^^ 2008/06/13 23:39

    출판 편집 이야기 넘 재밌습니다. 더욱 자주 많은 내용을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그린비 2008/06/18 10:50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출판, 편집 이야기는 오래오래~ 계속됩니다!!

  3. 애독자 2008/06/24 18:55

    아, 이런 곳도 있었네요~^^
    출판사 이름만 보고도 읽어볼 만 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달까...신뢰가 간달까...
    여튼! 즐독할게요~ 앞으로도 좋은 책 많이 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