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시청에서, 방 안의 컴퓨터 앞에서, 전국 각지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있습니다. 촛불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데 있어서 인터넷 미디어는 엄청난 역할을 했습니다.

집회의 사회를 본 이가 온라인 상의 대중들에게, ‘청와대 홈페이지를 다운시키라’는 하나의 지침을 전달했다. 이것은 시위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고 있고 많은 이들이 ‘온 라인’ 되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1~2분 사이에 청와대 홈페이지는 다운되었다.
오프라인 상에서 집회에 참가 중인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집회에 참가하고 있던 사람들이 '인터넷 생중계'를 통해 연결되었고, 청와대 홈페이지를 1~2분 사이에 다운시킬 정도의 위력을 보여줄 정도 였습니다. 그렇다면 '책'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모두가 '뉴미디어'를 말하는 이때에 대표적인 '올드미디어'인 '책'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책'은 어떤 사태를 깊게 분석하고, 긴 호흡으로 사유하게끔 합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느린 미디어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행동'의 동력을 제공합니다. 짧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보다, 숙고한 후에 움직일 때 더 오래 움직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태가 끝난 후 '책'을 읽으면서 그 경험을 각자의 신체에 각인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전의 체험을 다시 생각하면서 앞으로의 전망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촛불이 꺼지지 않고 타고 있는 지금 아래의 책들을 함께 읽을 수 있길 바랍니다. 아래 책들은 직,간접적으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돌아보거나, 앞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책들입니다. 지금 당장 읽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지금의 경험을 복기하면서 읽을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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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열흘』
존 리드 지음, 서찬석 옮김 (책갈피) 서점 바로가기
1917년 2월 1차 혁명 이후에 권력을 잡은 러시아의 지배층과 지금의 이명박 정부는 꽤나 닮은 꼴입니다. 민중의 목소리엔 전혀 관심이 없고, 독일과의 전쟁을 어떻게 지속할지에 관심이 쏠려있지요. 더불어 그런 러시아 정부에 대항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촛불을 든 우리를 닮아있습니다. '무식한 국민'이라고 무시하는 정부를 향해 끊임없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냅니다. 자발적으로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 모습까지 우리를 닮아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과 그때의 러시아 인민들을 비교하며 읽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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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뒤흔든 시민 불복종』
앤드류 커크 지음, 유강은 옮김  서점 바로가기
"시민 불복종"의 저자 소로는 “정부의 폭정이나 무능이 너무나 심각하고 참을 수 없을 때 정부에 대한 충성을 거부하고 저항할 수 있는 권리”로 시민 불복종권을 제시합니다. '대의제'가 있는데 왜 길거리에서 생떼를 쓰냐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과 논쟁하는데 아주 좋은 재료를 주는 책입니다. 국민의 목소리가 '대의'되지 않는 '대의제'는 이미 '대의제'이길 멈춘 '대의제'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저항은 '정당한가, 부당한가'의 질문 밖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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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국민보고서』
한미 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지음 (그린비) 서점 바로가기
얼마전 MBC <100분 토론>에서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다른 패널들에게 했던 질문이 생각납니다. "한미 FTA에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 이 뻘쭘했던 질문에 명확하게 "반대합니다"라고 답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는 책입니다. 어째서 '민영화'와 '광우병 쇠고기 수입"문제가 별개의 것이 아닌지. FTA와 '양극화'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를 말해줍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FTA와 우리 삶의 문제에 관해서 찬찬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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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서현아 옮김 (학산 문화사) 서점 바로가기
아직도 '만화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주제의식을 무식하시는 분이 없길 바라며 살며시 추천해 봅니다. 무엇보다 이 만화의 빛나는 점은 저항이 '영웅'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주인공 켄지가 '친구'와 그 일파에 대한 '저항'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 주변과의 소통 가능성을 극한까지 보여줍니다. 그래서 켄지와 그의 친구들이 서로 감응하는 모습은 촛불을 통해 우리들 각자가 하나의 일체감을 갖는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아직도! 못보신 분이 있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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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지음 (그린비) 서점 바로가기
이 책에서 저자는 고전이라 불리우는 책들에 담긴 코드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접속시킵니다. 독자는 이를 통해 책과 현실이 조우하는 장면을 보게되고, 자기 삶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됩니다. 맑스, 엥겔스의 저작에서 '혁명'이라는 코드를 읽어내면서, 가진 것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의 저항이 권력자와 재력가가 가진 권력, 재력의 추함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설명합니다. 우리의 걸음을 막으려는 이명박 정부의 추함이 '명박산성'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지금, 그때의 상황을 다시 생각하면서 읽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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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성의 정치학』
연구공간 수유+너머 기획 (그린비) 서점 바로가기
비정규직, 장애인, 여성, 주류 언론으로부터 소외된 자들. 이것들은 우리의 다른 이름들이 아닐까요? 그리고 항상 '예외'로 취급받아 왔던 저런 이름들이 사실은 '정상'인 우리의 이름이라는 것이 '촛불'을 통해 밝혀졌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청장과 대통령은 미디어를 향해 수십만의 집회참가자를 '예외'로 취급하는 발언들을 해 왔습니다. 그들의 정상은 '강부자', '고소영', 'S라인'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제 우리가 가진 '소수성'을 어떻게 우리 삶으로 끌어와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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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지음, 조정환 외 옮김 (세종서적) 서점 바로가기
너무나 유명하지만, 누구나 읽기엔 힘든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우리의 행위가 이미 이 책을 내용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최상의 권력'을 파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힘'은 바로 '다중'(대중)에게서 나옵니다. 우리의 걸음은 이미 '민주주의'의 복원, 저마다의 '자유'를 향해 걷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미 우린 한권의 책을 쓰고 있는게 아닐까요? 그래서 어렵기로 소문난 이런 책도 충분히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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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케르』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진우 옮김 (새물결) 서점 바로가기
경찰의 강경진압 사례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법'이 결코 우리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그것은 국가권력이 '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를 정의해 줍니다. 이 책은 현대 사회의 '주권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주권 권력' 내부에서 우리는 모두 '호모 사케르', 즉 '벌거벗은 생명'이라고 말합니다. "예외가 규칙이 되어버린 지금"(P.51)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짧은 독서편력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여기에 말씀드린 책들 말고도 많은 책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로 남겨주시면, 다음 번 소개할 때 꼭 읽고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한권 한권 읽을 때마다 우리가 가진 소통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길 바랍니다.

- 웹 기획팀 정군

2008/06/25 06:30 2008/06/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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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촛불의 시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Tracked from 일일신우일신 2008/07/11 14:14  삭제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저 6월 25일부터 지난 주말인 7월 5일까지 10일동안 시청 앞 촛불 집회에 5번 참석했습니다. 지금 따져보니 꽤 많이 다녀왔네요. 그 짧은 기간에 별별일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쉬잇 2008/07/06 05:13

    학산문화사!!!!!!!!!!!!!!!!!!!!!!!!!!!!!!!!!!!!!!!! 신의 물방울ㅎㅎ

    • 그린비 2008/07/07 12:22

      쉬잇님 안녕하세요! 방명록에 남기신 글에 이유가 다 들어있었네요. 추후 리스트에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

  2. OpenID Logo HappyGeo 2008/07/06 22:05

    우리 집 앞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는 문고판인 '한국정치 web2.0에 접속하다.' (강원택 / 책세상 / 2008.02)이 있던데... 딱 이 책이 잘 어울리지 않을까요...? 너무 직선적으로 '촐불'이라는 주제에 접근하는 책이긴 하지만.. ^^;

    • OpenID Logo 그린비 2008/07/07 12:23

      HappyGeo님 안녕하세요!
      블로그 종종 방문하겠습니다. ^^
      추천해주신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금방 읽고 바로 리스트에 업뎃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 쉬잇 2008/07/07 12:35

    헉... 신의 물방울은 촛불과 연결하긴 무리^-^;;; 걍,,, 학산 문화사를 보니 신의 물방울이 생각나서
    반가운 마음에 저렇게 외치고 간 거예요^-^;;;

    • 그린비 2008/07/07 12:52

      우와!! 혹시 그린비 출판사라는 곳에 다니시나요?
      댓글을 쓰는데로 바로바로 댓글이 달리는군요. ㅋㅋ
      정 그러시다면, 리스트에서 빼겠습니다 -_-;
      (저도 신의 물방울 12권까지 모았습니다.ㅎㅎㅎ)

  4. 쉬잇 2008/07/07 13:38

    원래 한 번 꽂히면 정성을 쏟는다는(?),
    그리고 제가 남긴 댓글이 많아서 내 댓글에 어떤 댓글이 달려있을까 하고 궁금해서
    들락날락거리게 된다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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