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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5일 포스트로 막을 내린 <유재현 온더로드_미국편>에 이어, 매주 주말마다 8회에 걸쳐 <유재현 온더로드_"아시아의 오늘">을 연재합니다. 책으로 만나려면 긴긴 시간이 남아있는 글과 사진들을, 블로그를 통해 연재할 수 있도록 보내주신 작가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편「수하르토」보러가기)

매매춘은 세계 어느 곳이나 존재하지만 아시아에서는 섹스관광이라는 이름으로 범람한다.아시아가 섹스관광이라는 이름의 국제적 매춘지역이 된 유래를 설명할라치면 방콕과 프놈펜을 빼놓을 수 없다. 방콕이 국제적 섹스관광지로의 명성을 얻은 것은 2차 인도차이나전쟁(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의 알앤알(R & R, Relax and  Recuperation) 후방도시로 개발된 것을 시작으로 했다. 프놈펜이 1990년대 이후 방콕을 대신 할 정도의 신흥 섹스관광도시로 부상한 계기는 30년 내전 끝에 가까스로 도달했던 평화협정 후 프놈펜에 들어선 유엔캄보디아과도정부(UNTAC)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적어도 아시아에서 전쟁과 국제적 매매춘의 번성은 그렇게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방콕과 프놈펜이 낯설다면 패전 후의 일본, 한국전쟁의 와중, 그리고 그 후 미군주둔지로서의 남한에 번성했던 기지촌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쟁은 잿더미를 남기고 매춘은 전쟁이 남긴 굶주림과 빈곤을 양분으로 독버섯처럼 피어난다.

인도네시아의 바탐(Batam)은 전쟁의 포연이 사라진 오늘의 아시아에서 국제적 매춘지대가 여전히 새롭게 등장하고 번성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20km 남짓의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싱가포르를 마주보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발레랑은 바탐과 람팡, 갈랑 등 3개의 섬을 묶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한때 태국의 파타야가 그랬던 것처럼 발레랑은 어민들만이 살아가는 한적한 어촌이었다. 발레랑 중의 하나인 바탐을 흔들어 놓은 것은 1970년대 첫걸음을 내딛었던 산업화였다. 7천여 명의 인구는 2007년 현재 70만 명을 웃돌면서 100배 이상 증가했고 저임의 노동력을 기반으로 외자를 유치하던 바탐은 2006년 경제특구, 2007년 1월에는 자유무역지대로 지정되면서 별세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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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탐 센터의 페리 선착장>

아시아의 경제부국인 싱가포르를 지척에 두고 있다는 지리적 이점에 착안한 바탐의 산업화와 특구 지정은 예상대로 싱가포르 제조업 자본을 바탐으로 끌어들였다. 공단이 들어섰으며 부두와 페리 터미널이 만들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싱가포르 자본 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 그리고 남한 자본들까지 진출하고 있다. 발레랑의 역사는 그로써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 외자가 유치되고 자유무역지대에 섬유와 전자공장을 중심으로 공장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면서 바탐은 수마트라와 자바 섬 등지에서 노동력을 끌어들이는 진공청소기가 되었다. 경공업 중심의 공장들이 빨아들이는 노동력의 주력이 저임금의 젊은 여성노동자들인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고 이들 여성노동자들의 대부분은 빈곤한 농촌지역 출신들이다. 빈곤층 출신의 젊은 여성노동자들의 증가가 매춘산업의 발달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단은 공단일 뿐이지만 불행하게도 바탐은 그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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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탐 공단의 여성노동자들>

매춘은 수요가 공급을 주도적으로 창출하는 전형적인 시장이다. 경제특구 바탐은 싱가포르라는 잠재적 매춘수요를 탄생 이전에 이미 갖추고 있었다. 수마트라 메단 출신으로 바탐에서 10년을 지낸 쭈쭌은 아내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이 시장에 관여하고 있다. 물론 쭈쭌이 이 일을 하기 위해 바탐에 온 것은 아니었다.

“일자리가 있어서 왔지요. 메단에선 일을 찾기가 어렵죠. 섬유공장에 취직했지만 혼자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수입이었어요.”

생김새부터 차돌처럼 단단하게 생긴 이 사내는 공장을 그만두고 호텔 벨보이가 되었고 지금은 호텔을 찾는 손님들에게 매춘을 알선하는 것에서 월급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고 있다. 바탐의 최저임금은 2007년 86만 루피로 최저생계비인 1백10만 루피를 밑돈다.

“처음엔 사업차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자를 찾는 손님들이 더 많아지더군요. 지금은 바탐을 찾는 싱가포르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여자를 찾아옵니다.”

바탐의 한 엔지오의 조사에 따르면 주말에 바탐을 방문하는 싱가포르인들 중 70%가 섹스관광을 목적으로 한다.

“아, 자카르타나 방콕에 비하면 수준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 라...”

_바탐의 성매매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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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로비에서 만난 중국계 싱가포르인 첸은 싱글리쉬 억양으로 바탐이 섹스관광지로 매력적인 곳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바탐을 찾는다. 이유는 간편하고 값싸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와 바탐을 오가는 페리는 45분 또는 1시간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그러나 첸이 껌조차 뱉기 어려운 싱가포르에서 여자를 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바탐을 찾는 것은 아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도 여자를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했다. 국제도시 싱가포르에는 동남아시아와 동유럽에서 몸을 밑천으로 돈을 벌기 위해 모여든 여자들로 북적인다. 리콴유가 강압적으로 창조한 싱가포르의 완고한 도덕성도 이 분야에서는 예컨대 마카오와 다를 것이 없다. 싱가포르의 다국적 반도체 회사의 노동자인 첸이 다양하고 수준 높은 싱가포르의 다국적 미녀들을 사양하고 수준 낮은 바탐을 찾는 이유는 전적으로 비용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1시간을 살 수 있는 돈이면 바탐에서는 하룻밤을 살 수 있지. 중간급 호텔 숙박비도 포함해서 말이야.”

물론 여자를 말하는 것이다. 첸이 그 비용에 포함된 항목으로 빠뜨린 것은 더불어 근사한 시푸드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바탐의 여성노동자 중 10%는 더 나은 수입을 위해 전업적으로 섹스노동을 선택한다. 공장에서 퇴근한 후 옷을 갈아입고 나이트클럽과 바를 전전하는 이른바 프리랜서의 수는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적잖은 수이다. 당연히 바탐은 인도네시아에서 HIV/AIDS 감염자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며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으로 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전달하는 허브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경제적인 목적으로 바탐을 특구로 지정한 것이지 섹스관광지로 지정한 것은 아니다. 또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원한다면 바탐을 건전한 특구로 유지할 수 있는 데 부족함이 없는 제도적, 물리적 힘을 갖고 있다. 더욱이 무슬림이 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도네시아는 선정적인 댄스를 이유로 탄제랑과 반둥 시장이 유명가수인 데위 퍼식(Dewi Persik)의 공연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할 만큼 일면 보수적인 나라이다. 데위 퍼식은 표현과 예술의 자유를 심각하게 억압하는 이 금지조치에 대해 저항하기보다는 재빨리 사과하는 편을 택했다.
휴양지인 셀레카와 트레테로 유명한 동부자바의  바투에서 벌어진 일은 이보다 더 극적이다. 바투는 마사지 업소에서의 매춘이 지역의 이미지를 해친다는 이유를 들어 마사지업소 종사자들에게 자물쇠가 달린 팬티 착용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카르타의 저널리스트인 수하르요 위노토(Soeryo Winoto)는 이렇게 묻고 있다.

“바투의 마사지업소가 퇴폐일변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걸 관리들은 어떻게 그리 잘 알고 있을까?”

위노토의 냉소적인 두 번째 질문은 이 사안의 본질을 거론한다.

“바투 정부는 언제든지 퇴폐 마사지업소의 영업을 정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당신들은 왜 그 대신에 중세의 정조대와 다를 바 없는 자물쇠가 달린 팬티를 택하려 하는 것일까?”

바탐은 3년 전 나고야 인근의 홍등가로 유명했던 부틱 가랑에서 매춘업소들을 일소했다. 그들은 지금 나고야에서 30분 남짓 떨어진 탄중우창에 더 나은 현대식 건물들을 짓고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청렴과 도덕은 매춘과 동거할 수 없다. 공공연한 매춘이 가능하다는 것은 부패가 온존하기 때문이다. 바탐이 싱가포르의 배후 섹스관광지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비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와중에 거대한 매음굴이 되었던 방콕이 국제적인 섹스관광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매춘사업에 군부가 노골적으로 관여하고 막대한 이익을 얻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바탐은 섹스관광지로 발돋움하면서 싱가포르는 물론 쿠알라룸프의 말레이시아인들에게도 방콕을 대신해 가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바탐의 낮은 수준에 대해서 투덜거리지만 저렴하고 간편한 주말 섹스관광의 매력이 그들을 진공청소기처럼 바탐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섹스관광객들이 모여들고 관리들이 이를 비호하고 여성노동자들이 섹스노동자로 전락하는 가운데 바탐의 수준이 점차 높아질 것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아시아는 또 하나의 신생 섹스관광지를 얻었다. 수준이 높아지면 유럽과 남한에서도 섹스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에 바탐 색스관광 클럽에 멤버로 가입해 있다. 일찍부터 호텔과 바, 나이트클럽이 들어섰던 나고야의 이름이 나고야인 이유이다.

2008/06/28 03:31 2008/06/28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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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이렇게 2008/06/28 18:19

    자세하세 써놓으면 가라는 꼴밖에 되지 않습니까???..;;;;;;

    한국인들 또 미쳐서 가겠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