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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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의 저자 다치바나 다카시

일본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다독가인 다치바나 다카시가 당당하게 말합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고. 어떤 책을 인사시켜드릴까 고민하다, 전 당당하게 ‘이런 책을 읽어왔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꽤나 당혹스러웠죠. 그리곤 떠오른 책이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였습니다. 저렇게나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저자에 대한 부러움 혹은 시기와 질투? 그래서,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기에? 네, 유치하게도 그런 아니꼬움마저 느껴버렸습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나 미니홈피 등을 통해서 자신이 읽은 책의 서평이나 목록을 쓰고, 보여줍니다. ‘내가 이런 책을 읽었노라’ 마치 어린 아이가 책을 읽고 엄마에게 자랑하듯 칭찬받고 싶어서?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없이 삐딱한 눈으로 보자면 이렇게 볼 수도 있겠죠. 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처음 대할 때 삐딱했던 제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책, 제목처럼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에 대해 말하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책을 왜 읽을까요?

의학용어 중 ‘소재식’이라는 것이 있는데, 병원에서 환자의 의식 수준이 점점 낮아지고 있을 때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위해 하는 검사라고 합니다. 이 검사는 환자에게 “여기는 어디입니까, 당신은 누구입니까, 지금은 언제입니까”라는 세 가지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죠.(『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32쪽) 혹시 벌써, 눈치 채셨나요? 이 소재식 검사에서 하는 세 가지 질문은 인류가 전 역사를 통해 찾고자 노력해 온 목표이자, 책을 읽는 중요한 이유라는 사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언제를 살고 있는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죠. 오토마톤화된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고 이런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 사람들에게 책은, 질문의 답을 선물해줍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나 자신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 나와 나 자신은 대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은 대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알기 위해서 계속 책을 읽어 왔고 삶을 살아 왔던 것이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185쪽)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나와 다른 사람들 간의 관계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가 언제 어디에 있는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혼자만 사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죠. 책을 본다는 것은 자기를 본다는 것이고 자기를 봄으로써 자신과 다른 사람의 관계도 볼 수 있는 것 아닐까요? 그린비 신간인,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에서는 여기에서 좀 더 나아가 책읽기의 의미를 말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도 책은 읽어야 한다. 상상력을 익히고 키우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그 상상력이란 무엇인가. 바로 겪어 보지 않아도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84쪽)
책을 읽으며 우리는 꿈꾸어야 한다. 더 이상 아파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더 이상 눈물 흘리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말이다. 이때 우리는 중력의 법칙에서 자유로워지리라. 상상의 날개를 달고 '비자' 없이 금지된 곳으로 날아간다.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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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는 미래이자, 여행이다.
더 이상 아파하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는 미래로,
중력의 법칙에서 자유로워지는 상상의 날개를 달고 날아가는 여행,

나와 타인을 구별하고 '우리' 밖으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을 내몰며, 차별하는 일들이 만연해있는 시대입니다.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이 겪는 고통을 공감하는 능력이 바로 상상력이기에, 우리는 상상하는 사람이 되려고 애써야 합니다.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의 저자인 도서평론가 이권우 선생님은 바로 책을 통해,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상상력을 키울 수 있으며, 이런 책읽기가 비로소 가치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죠. 저는 그런 책읽기를 ‘공감의 책읽기’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공감의 책읽기’는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독서법이 아닐까요? 우리는 웹으로 소통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시작하는 글에서 이야기했듯,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나 미니홈피, 카페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서 소통하고 있죠(저도 회사에선 이렇게 블로그로, 집에선 미니홈피로 이중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우리가 웹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블로그에 글을 쓰고, 또 읽고 공감하는 능력에 있지 않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공감할 수 없는 자신만의 글을 쓴다면 어떤 이와도 소통할 수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제가 책을 읽기 전 잠시나마 가졌던 삐딱한 마음으로 글을 읽는다면 그것 또한 소통 불가능일 것입니다. 상상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블로그에 글을 쓰고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저는 바로 이 ‘공감의 책읽기’에서 온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오로지 읽기 위한 읽기에만 초점을 맞춰 왔다. 어떻게 해야 잘 읽을 수 있고, 무엇을 읽어야 도움이 될까 하고 고민해 온 것이다. 이제 강조점을 바꿔 책을 읽어 보자. 쓰기 위해 어떻게 읽어야 할까로.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92쪽)

어떻게 읽어야 할까?

하지만,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하는 독서법은 ‘공감의 책읽기’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주로 과학서적, 학술서적을 탐독하고 그와 관련된 글을 쓰는 것이 곧 그의 일입니다. 그의 독서편력은 그의 작업실인 '고양이 빌딩'만 봐도 알 수 있죠. 저처럼 평범하디 평범한 보통 사람이 따라하기엔 불필요한 부분도 있구요(제 생각은 그렇습니다만..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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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와 고양이 빌딩 설계도
책으로 둘러쌓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고양이 빌딩, '뱁새'가 따라갈 수 없는 이유를 아시겠죠?

이런 제 생각에 힘을 실어주는 책이 있으니, “다치바나는 ‘황새’다. 너무 보폭이 커, ‘뱁새’들이 따라 했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기 마련이다.”(『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124쪽)라며 이 독서법을 논평한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입니다. 저자는,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라는 다치바나의 독서법을 결코 권하고 싶지 않은 독서법이라고 말합니다. 천천히 읽으면서 그 내용을 음미하고, 그 내용이 환기하는 추억을 곱씹어 보며, 생각하고 꿈꾸게 하는 책이 정말 좋은 책이라고 말이죠. 또,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는 말에는, 책은 남에게 빌려 주기 민망할 정도로 밑줄 긋고 메모하며 읽어야 한다고 권합니다. 다 읽고 나서 밑줄 그은 대목과 메모를 감상할 때야 비로소 그 책을 제대로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죠. 결국,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에서 말하는 책읽기는 ‘공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독서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 시점에서 여러분도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난 책을 왜 읽는 거지? 어떻게 읽어야 하지? 이번 주말 이 질문에 답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

- 마케팅팀 서현아
 
2008/08/29 17:32 2008/08/2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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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도서관 북세미나]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Tracked from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블로그 2008/09/02 09:10  삭제

    책벌레는 가라! 호모 부커스가 온다! 도서평론가 이권우 씨가 전해드리는 삶을 변화시키는 책읽기! 타인과 소통하는 책읽기!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이야기를 이권우 씨의 목소리로 직접 들어보세요~! ^^ * 책 소개 http://greenbee.co.kr/blog/340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그린비 신간] http://greenbee.co.kr/blog/347 실천적 책읽기 vs 공감의 책읽기 * 포스터 이미지를 클릭하시고, 좌측 확대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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