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은 장자의 사상에 대한 세 개의 봉우리를 넘어서, 장자라고 하는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봉우리는 「장자와 철학」에 대해, 두 번째 봉우리는 장자가 이야기한 「해체와 망각의 논리」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세 번째 봉우리는 「삶의 강령과 연대의 모색」이라는 주제로 장자의 실철적인 철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르기가 만만치 않은 이 세 봉우리를 넘으면서 잠시 쉴 수 있도록 「인터메조」라고 불리는 작은 휴식처가 두 곳 있습니다. 첫 번째 「인터메조」에서는 그 동안 우리가 장자에 대해 알아왔던 오해와 진실에 대해 말하고 있고, 두 번째 「인터메조」에서는 장자의 사유에 영향을 미친 사상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혜시(惠施)라는 사상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이야기 1) 고대 중국의 아나키스트, 양주(楊朱)
지난 이야기 2) 중국 전국시대의 반전사상가, 송견


혜시(BC 370? ~ BC 309?)는 사상가보다는 정치가나 논설가로 알려져 있다. 혜시는 양혜왕(梁惠王, BC 370 ~ BC 319)의 재상이 되어 ‘합종설’(合縱說)을 펼쳤으나, 장의(張儀, BC ? ~ BC 309)의 ‘연형설’(連衡說)이 득세하면서 위나라를 떠나 초나라로 갔다. 『한서』「예문지」 편을 보면 『혜자』 1편을 지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오늘날 혜시의 사상을 유일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장자』「천하」 편 제일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역물’(厤物)에 대해 알아보자.

“① 가장 큰 것은 외부가 없는데, 이것을 ‘가장 큰 일자’[大一]라고 부른다. 가장 작은 것은 내부가 없는데, 이것을 ‘가장 작은 일자’[小一]라고 부른다. ⑤ 크게 작음과 작게 같음은 다른데, 이것을 ‘작은 같고 다름’[小同異]이라고 한다. 만물들은 모두 같고 모두 다른데, 이것을 ‘커다란 같고 다름’[大同異]이라고 한다. ⑩ 만물들을 널리 사랑하라. 천지는 하나의 단위로 세어질 수 있다.”

혜시는 중국 고대 철학자 중에는 드물게 합리론적 측면을 보여주는 사상가이다. 혜시의 명제를 살펴보면 순수하게 논리로 사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장 큰 것’은 현실 세계에서 경험할 수 없는 것이다. 논리학적으로 볼 때, 가장 큰 것이 외부를 가진다면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없다. 따라서 가장 큰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외부를 가질 수 없을 것이다.

혜시의 다섯번째 명제가 중요하다.  혜시는 다섯번째 명제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분류법을 연상시키는 논리적 세계관을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혜시에 의하면 이 세계의 모든 개별자들은 ‘모두 같음’/‘크게 같음’/‘작게 같음’/‘모두 다름’이라는 위계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망아지와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고 생각해보자. ‘모두 같음’에는 ‘존재한다’라는 정의가 속할 수 있다. ‘크게 같음’에는 ‘생물’이라는 정의가 속할 수 있다. 그 다음에 ‘작게 같음’에는 ‘동물’이라는 위상이 속할 수 있을 것이다. 강아지와 망아지는 식물과는 다른 활동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모두 다름’에는 ‘개별성’이라는 정의가 속할 수 있다. 결국 강아지는 강아지이고 망아지는 망아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적 사변의 발전 끝에서 혜시는 ‘모두 같음’이라는 차원을 발견한다. 이것은 혜시가 ‘존재’를 발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차원을 발견했기 때문에 혜시는 “만물들을 널리 사랑하라”는 충고를 우리에게 할 수 있었다. (강신주,『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의 인터메조2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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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리라이팅 클래식 004
강신주 지음 / 도서출판 그린비 / 인문(철학), 고전

출간일 : 2007-08-10 | ISBN(13) : 9788976823045
양장본 | 296쪽 | 205*14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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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9 10:10 2007/08/2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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