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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우 씨, 점심 먹고 모자나 같이 사러 가죠.”
“네? 선생님. 갑자기 모자는 왜……”
“여름이라 강렬한 햇빛을 피하는 데 모자가 좋아요. 나 살 건데 승우 씨 모자도 하나 같이 사 드릴게요.”
“아^^ 감사합니다.”

한참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편집 작업을 해서 그런지 회사로 직접 나오셔서 교정을 보고 계시던 이권우 선생님이 모자를 사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저자에게 선물을 받다니, 길지 않은 제 편집 경력에 처음 있는 일이라 무척 기뻤습니다. 감동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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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의 저자 이권우 선생님과 편집자 진승우
소통의 매개체 - 모자는 어디에?

보통 편집을 진행할 때, 편집자가 한 번 교정·교열을 본 후 원고에서 의문이 나는 부분들과 수정된 부분을 정리해 저자에게 택배나 퀵서비스로 발송합니다. 그러면 저자는 책이 출간되기 전 마지막으로 꼼꼼하게 원고를 검토해 주시며 수정도 해주시고, 편집자가 물어 본 내용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십니다. 보통은 저자가 일하는 공간에서 작업을 하지만, 가끔 출판사로 직접 나오셔서 수정을 해주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권우 선생님이 모자를 사주신다고 한 그날은 출판사로 직접 나오셔서 하루 종일 저자 수정을 해주시던 날이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난 후, 이권우 선생님과 저는 모자를 사기 위해 홍대 앞 길거리를 헤매고 다녔습니다. 내리쬐는 땡볕 속에서 한참 걷고 난 후에야 겨우 마음에 드는 모자를 팔고 있는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선생님은 본인의 모자를 고르시고 저에게도 이런 모자, 저런 모자를 씌워 주시며 머리에 맞는 모자를 골라 주셨습니다. 구입한 모자를 함께 쓰고, 이권우 선생님과 홍대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저자와 이렇게 편안하고 재미있게 거리를 활보해 보기는 처음이라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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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함과 신뢰감으로 맺어진 '동반자'적 관계
저자와 편집자가 함께 한 권의 책을 만들어가는 일은 서로 보조를 맞추며
함께 가는 자전거 타기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편집자와 저자는 친밀함과 신뢰감으로 맺어진 동반자적인 관계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제 편집 2년차에 들어가는 저에게 이런 ‘동반자’적 관계는 아직 먼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편집자로 막 입문하고 난 후에는 책으로만 접하던 저자들을 직접 만난다는 사실만으로 상당히 흥분되었고, 편집자의 위치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역시, 글만큼 멋진 분들이었습니다. 책으로만 읽을 때에는 몰랐던 인격적인 면모까지 느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선생님으로만 여기던 분들이라 쉽게 말 걸기가 힘들기도 했고, 늘 조심스러운 학생처럼 행동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저에게 그날 이권우 선생님이 해주신 “승우 씨, 모자 사러 가요”라는 한마디는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저자 선생님들께 좀더 허물없이 다가갈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모자를 함께 사고, 홍대 거리를 걸었다는 ‘사실’은 별일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저자로만 알고 있던 이권우 선생님의 인간적인 측면을 알 수 있어 정말 기뻤습니다. 아직은 배울 것이 많은 초보 편집자인 저에게 선생님은 큰 힘을 주신 거지요.

앞으로 작업을 할 때도 저자와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편집자의 노력이 많이 필요하겠지요. 선생님들에 대해 좀더 많이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요즘 어떤 관심사를 가지고 계신지, 어떤 연구를 하고 계신지에 대해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알고 있어야 할 테지요. 이권우 선생님이 제게 해주신 한마디 덕분에 앞으로 책을 만들면서 편집자로서 노력해야 할 것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 편집부 진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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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5 11:12 2008/09/0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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