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의 달인이 추천하는 추석 추천도서
- 조용히 보내는 명절, 무슨 책을 읽을까?

- 도서평론가 이권우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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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짧은 연휴라서 귀성객이 어느 때보다 적을 것 같은 올해.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면, 저렇게 방안에 널부러져 있지 말고 읽고나면 든든한 책 한권 만나보는 건 어떨까?

곧 추석연휴다. 너무 짧아 아쉽지만, 곧 시원한 가을이 다가온다는 신호탄으로 여기면 될성싶다. 고향 오고가는 동안, 그리고 책읽기 좋은 계절에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을 소개한다. 지극히 주관적인 독서경험에서 비롯한 추천이긴 하나, 지적 열망이 가득한 이라면 기대치를 충분히 만족시켜줄 책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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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의 필로시네마 - 탈주의 철학에 대한 10편의 영화

이진경 (지은이) | 그린비 |

한동안 서점에서 사라졌던 책을 다시 만나는 기쁨은 실로 크다. 이진경의 필로시네마도 그런 경우다. 나는 이 책이 나오자마자 열독했다. 철학이란 얼마나 추상적이던가. 읽을 때는 알겠는데 정리하려면 오리무중이 되고 만다. 이에 반해 영화는 얼마나 구체적이던가. 비록 가상인줄 알지만 현실로 오해하게 만들기 일쑤다. 그런 점에서 철학과 영화의 만남은 추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진경은 영화에 빗대어 포스트모던 철학의 핵심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나 자신도 이 책을 통해 탈주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했던 기억이 여전하다. 입문서로서 이만한 책을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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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

김구, 도진순 (지은이) | 돌베개 |

대학생들과 어울린 자리에서 백범일지가 재미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 순간, 나는 혹시 학교에서 독후감 숙제를 내줘 읽은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예상대로 억지로 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한 말은? 다시 한번 읽어보라는 것이었다. 개그맨들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백범일지를 소개하면서 마치 무협지 같다, 무협지 만큼 재미있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약간 과장 섞인 표현이기는 하나, 그만큼 흥미와 박진감이 넘친다. 개인적인 울분과 민족의 불운을 동시에 이겨나가는 김구의 삶이 드라마틱한데다 감동도 한아름 안겨준다. 광복절을 건국절로 섬기는 시대다. 분단과 독재를 인정하는 역사의 왜곡이다. 백범일지를 읽는 것은, 이제 통일과 문화국가에 대한 염원을 공유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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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바다 -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은이) | 문학동네 |  

현실은 꿈의 가치를 왜소화한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꿈을 유예하고 오늘에 충실하라고 강요한다. 대학을 나오고도 사회에 진출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일리 없는 말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과연 우리가 꿈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엄혹하고 힘든 시절일수록 꿈의 가치를 믿고 살아야한다고 본다. 당장 효용성은 없을지라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데 큰 힘이 된다고 보아서다. 달에 무슨 바다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바다가 있다고 상상하면 더 낭만적이 된다. 미국으로 간 고모가 왜 우주인이 되었다 하고, 달에 간다고 할머니한테 거짓 편지를 썼을까. 주인공이 기자시험을 포기하고 갈비집에 출근하기로 한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그게 다 꿈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다시 꿈 꿀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서라도 꼭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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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 주니어클래식 3

배병삼 (지은이) | 사계절출판사 |

고전이라 하면 고개부터 절래절래 내두르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은 있으나, 읽어내지 못한 경험 탓이다. 그렇다고 독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책을 관통하는 정신이야 여전히 우리가 익히고 배워야 할 것이지만, 쓰여진 당시의 문제의식이나 특수한 정황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많다. 물론, 번역본이라도 원전을 읽어보는 게 가장 좋은 독서이긴 하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책을 보는 것도 권할만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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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모르는 걸 아는 척하거나, 모르고도 행동하는 일이 많다.
명절하면 떠오르는 '제사'. 이번 명절에 어려서부터 제사를 지내는 놀이를 했다는 공자의 사상을 알아보는 건 어떨까?

공자라 하면, 마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라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근대화로 가는 길을 막아 우리 역사를 왜곡시킨 주범이라는 생각도 널리 퍼졌다. 과연 그럴까? 아류들에 의해 그의 사상이 정치적으로 악용된 것 마저 부인할 수는 없으나, 모든 책임을 공자가 저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공자의 사상에서 오늘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진보적 가치가 많다. 논어 전편을 해설한 내공(<한글세대가 본 논어>)으로 청소년들도 읽을 수 있도록 쓴 이 책은, 공자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첫 책으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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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글쟁이들 - 대한민국 대표 작가 18인의 ‘나만의 집필 세계’  

구본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8월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관련 책들도 많이 나왔다.(나도 썼을 정도니,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알만하다) 글쓰기 책을 읽을 적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정말 글쓰기 책만 읽으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전혀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그렇다면 내가 책을 쓸리 없다). 그렇다고 당장 글을 잘 쓰게 해준다고 말할 수도 없다. 일종의 딜레마에 빠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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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쟁이'를 떠올리면 동시에 떠오르는 이미지. 그것은 빽빽하게 책이 꽂힌 서가의 모습이다.
그것은 책읽는 일과 글쓰는 일이 서로 붙어 있음을 의미한다.
기왕 지루하게 보내는 명절, 읽고 쓰면서 알차게 보내자!

이 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저술가의 글쓰기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초보자들이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는 공통점이 있다. 처음에는 잘 하는 사람들의 비법을 알아 이를 따라 해보는 것이다. 이 책은 초보자들이 흔쾌히 모방하고 싶은 고수들의 세계가 잘 드러나 있다. 조심할 것은, 황새들의 걸음걸이에 너무 기죽지 말라는 것이다. 그들도 처음에는 뱁새걸음으로 시작했다. 또 조심할 것은, 그들만의 방법을 너무 신봉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이것저것 두루 살피고 나만의것 을 만들어 하니까 말이다.

 글을 잘 쓰고 싶은가?  글쓰기 책도 써본 사람으로서 귀띔한다. 그렇다면 책을 잘 읽어야 한다, 라고. 무릇 빼어난 글쟁이들은 뛰어난 책벌레들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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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1 22:17 2008/09/1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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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지아의 생각

    Tracked from jiah's me2DAY 2008/09/13 11:18  삭제

    책읽기의 달인이 추천하는 추석 추천도서 그린비의 책 추천은 언제나 기대된다. 하지만 추석이 지나야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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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몬에이드 2008/09/12 08:45

    맨 위에 있는 저 사진은 '정군'님이군요 ㅎㅎ
    사실 그린비 신간들도 이리저리 구미가 댕기는 책들이 많은데...
    현실의 벽이 커서 당장은 어떻게 할수가 없어서 아쉽군요 ㅠㅠ

    쩝... 아련히 장바구니에 쌓여만 가는 책들을 바라 볼 수 밖에...

    여튼 그린비 식구여러분도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ㅁ^/

    • 그린비 2008/09/12 20:45

      레몬에이드님 안녕하세요!
      '현실의 벽' 얼른 화악~!! 깨버리셔요!! ^^*
      레몬에이드님도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