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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공을 기르는 지름길! 고전읽기

대학원을 두리번거리며 다닐 때부터, 주위의 똑똑한 선배들의 공부법이 궁금했더랍니다. 세미나를 같이 하고, 술자리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 사람, 정말 똑똑하구나’라고 감탄사가 절로 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똑똑해지려면 뭘,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걸까요?

그때부터 전 주위의 똑똑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선배들과 선생님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의 관찰 결과, 그들만의 비결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깊이 있는 지식으로 주위 사람들을 압도하던 선배들은 다들 고전을 챙겨 읽고 있었습니다. 고전? 어릴 때부터 얼마나 많이 듣던 단어인가요? “고전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표어에서부터 “고전을 꼭 읽어야 한다”, “서울대에서 선정한 꼭 읽어야 하는 고전 100권” 등등. 고전을 꼭 읽어야 한다는 사실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 왔기 때문에 중요성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고전을 읽는다는 일이 상당히 힘든 경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선뜻 고전을 손에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힘들지라도 고전을 읽는 것은 중요합니다.

거인의 무동을 탄 난쟁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내가 더 많은 것을 보고 훌쩍 정신의 키가 커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거인의 무동을 탔기 때문이다. 내가 잘난 듯하지만, 알고 보면 남의 것을 바탕으로 했다는 말이다. 고전이란 거인이다. 인류의 지성이 갈고닦은 사색의 결과물이 하나로 합쳐 있는 것이다. 그것을 타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그것에 올라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그것에 올라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그것에 기대야 비로소 느끼는 것이 있다. (본문 70쪽)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의 한 구절입니다. 저는 이 구절을 편집하면서 예전 고전을 끙끙대며 읽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저 역시 이권우 선생님과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끙끙대며 읽을 때에는 힘들었지만, 일단 고전을 한번 읽고 나면 다른 세상이 보였습니다. 고전을 읽기 전에는 꽤나 힘들게 읽었던 책들도, 고전을 읽은 후에는 좀더 이해하기 쉬워졌습니다. 제가 생각도 못했던 상상력의 세계를 본 것도 고전을 통해서였습니다.

게다가 저는 아직도 『공산당 선언』을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감동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말을 실감했던 첫 경험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가끔 고전을 읽을 때 두근거릴 때가 있습니다. 그 책의 저자가 자신의 시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쓴 흔적이 고전 속에 남아 있기 때문이니까요. 바로 이런 게 고전이 주는 감동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무협지에서 말하는 내공을 기르는 것과 같습니다.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고전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놓은 책들은 일종의 사파의 무공비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 주지만, 일정 한도 이상으로는 성장할 수 없는 것이 사파의 무공이라면 반면 고전은 정파의 무공비급입니다. 처음에는 힘들고 더디지만, 일단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그 무엇보다도 깊이 있고 끊임없는 내공을 길러 주기 때문입니다. 어렵지만 한걸음씩 고전 읽기에 도전해 보는 것, 책읽기의 ‘고수’가 되는 지름길입니다.

- 편집부 진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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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6 02:10 2008/09/16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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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두표 2008/09/17 17:13

    꼭 고전만이 아니라, 어려운 책 - 에 고전이 꼭 포함 되니까요. ㅎㅎ - 몇 권을 떼고 나면 그 후 전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던 책도 보다 쉽게 이해가 되더라고요. ^^ 어려운 책을 읽고 나면 사고가 더 트이나봐요. ^^

    그래서 고전을 읽자. 다짐하지만 역시나 선뜻 손이 가질 않아요. ^^ 손이 가요~ 손이 가~ *우*에 손이 가요~! 처럼 고전에도 손이 그렇게 쉽게 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

    • 그린비 2008/09/17 23:18

      ㅎㅎㅎ 저도 전두표님과 같은 경험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공감하는 말이네요. 무지하게 어려운 책을 이해가 가던 안 가던 온 신경을 집중해서 한권 읽고 나면 그 다음에 읽는 책들은 쉽게 느껴지는 그런 경험 말입니다.

      베르그손이 '자유'는 선택이나 결정이 아니라 그야말로 '자유'를 창안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그런 점에서 어려운 책을 한번 읽는 것이 우리의 읽는 '능력'을 확장하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전'이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고전에 보다 현실적인 접근, 현실적이어서, 또 우리의 삶에 가깝게 밀착되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린비의 리라이팅 시리즈가 있습니다.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