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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투쟁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
노동자와 노동자 계급 간의 갈등, 이 이상한 사태는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요.

2008년 10월 17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사내 협력업체 직원으로 구성된 비정규직 노조인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를 정규직 노조인 지부의 산하 조직으로 가입시킬지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벌였지만 부결되었습니다. 이는 3번째 부결이었습니다. 그 안에 많은 논란들이 있겠지만 제 눈에는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동등한 자격을 가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노동자가 또 다른 노동자와 갈등을 겪고 있는 이 이상한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예전에 ‘혁명은 어느 순간 펑하고 터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사회의 급격한 질적 변화’는 어느 날 그렇게 급작스럽게 올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날’이 오기를, 혹은 ‘그날’은 올 것이라고 줄기차게 노래했지요. 그래서 오로지 그날을 위해 참고, 희생하고, 결의하고, 투쟁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며 보니까 그날은 그렇게 오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혁명은 그날부터 시작한다고 믿었던 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의식의 급격한 변화가 어느 한 날에 일어날 리 없습니다. 오히려 그날은 오랜 논쟁과 투쟁, 반란의 결과물이고, 하루하루가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그 혁명은 나날이 계속되는 일상 속에 지속되는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었고,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 중 저자 머리말 중에서)

혁명 혹은 변혁은 기준점을 그어놓고 다다라야 하는 지점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내 삶속에서 끊임없이 반성하며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걸음을 재촉하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혁명이고 변혁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혁명은 궁극적 완성이란 단계에 다다를 수 없는 늘 꿈틀거려야만 하는 단어입니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 은 무심코 움직이며 향유하는 일상적인 것들에서 자본가들의 치밀한 전략과 여러 방면에서 저항적인 삶을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고 있는 좌파들의 움직임을 4부에 걸쳐 풀어 놓습니다. 아주 잡학다식하고 일관된 관점을 유지하면서 저의 무식함을 이리저리 헤집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이 책은 1부에서부터 제 관심을 담뿍 끌었는데 컴퓨터 게임, 특히 시뮬레이션 게임에 관한 이야기가 제 머리를 퍽! 하고 때렸습니다. 제가 좋아했던 또는 좋아하는 게임들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게이머가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에는 단지 게임의 규칙을 익힐 뿐이지만, 점차 컴퓨터의 요구에 ’즉각 반응‘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지면 이제 그 게임의 규칙이 게이머의 생각을 지배하게 됩니다. 즉 게이머들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게임의 규칙처럼 움직인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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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삼국지'_시뮬레이션 게임은 마치 우리 세계의 축소판처럼 보입니다.
권력을 쥔 자들이 짜놓은 판 속 어디에도 민중은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제가 게임을 운영한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거대 자본이 만들어 놓은 게임을 즐기면서 자본가들의 방식을 아무런 저항없이 즐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즐겨하는 게임은 ‘삼국지’라는 게임인데, 그 안에 민중은 없습니다. 그저 땅따먹기에 온갖 전략을 총 동원합니다. 경쟁 상대인 다른 군주들과 싸움 잘하는 장수, 머리 좋은 지략가들을 포섭하려고 혈안이 됩니다. 민중은 그저 잘 달래서 세금을 많이 걷어 무기를 생산하고 전쟁에 필요한 인원 동원을 하게 하는 것만이 목표입니다. 삼국지 안에서 도구로 쓰이는 민중들의 모습이 곧 현실 속의 제 자신이라는 생각은 까마득하게 잃어버린 것이지요. 이런 작은 게임조차도 대중들을 자본주의 안에서 길들이기 위한 자본가들의 일종의 장치라면 이것 참 뒷목 서늘해집니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갈등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자본가가 바라는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회사가 어렵다고 둘러대면서 밥그릇은 정해져 있으니 그 다음은 너네들 몫이다. 심지어 어렵지만 내가 한 숟가락 더 주마하며 인심도 쓰고 이제 누가 차지할지 구경만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들의 관심사는 누가 먹느냐가 아니라 정해진 밥그릇만 주면 된다에 있기 때문입니다. 본질을 보지 못하고 중심을 지키지 못하면 자본가의 모습과 별다를 것 없는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내가 먹고 있는 이 밥이 누군가의 눈물로 지은 것이라면 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과연 행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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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훅스트라텐 作 <사람의 형상을 이용한 그림자 놀이>
지배계급의 게임에 놀아나는 노동자계급의 모습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가 모사된 우리 사회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우리를 원본이 아닌 모사로 전락시킵니다.

‘한 사회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는 곧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다’
라는 말을 떠올려 봅니다. 어쩔 수없는 자본주의 사회니까, 누군가는 정리 해고당해야 하니까, 경쟁해서 살아 남는자가 강한거니까 등등. 당연하게 받아들여진 이데올로기는 사실 자본가들이 만들어낸 더 많은 노동력을 착취하기 위한 이데올로기일 뿐입니다.

지난 8월 기륭전자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게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보낸 편지글 중 일부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 교섭 과정에서 회사를 더 설득하지도 못하고, 당신들의 정신을 지켜주지 못하고서는, 회사 쪽이 내놓은 안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도 받자고 당신들을 설득하려 했습니다. 여기서 얼마나 더 하겠느냐고 주저앉히려 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아름다운 노동의 꿈을 지켜 저를 가르쳤습니다. 돈이 돈을 버는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외쳤습니다. 비정규직이 아무리 싸워도 정규직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의 논리에, 그럼 언제까지나 비정규직으로 일회용품으로 살겠느냐고 맞섰습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해도, 그 꿈을 버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편지글 전문 바로가기)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듯이, 나 혼자 춤추는 것도 혁명이 아닙니다.

마케팅팀 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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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30 09:50 2008/10/3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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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양 2008/11/03 20:30

    "혁명은 궁극적 완성이란 단계에 다다를 수 없는 늘 꿈틀거려야만 하는..."
    그렇지요. 늘 꿈틀거려야 하는데 이놈의 몸과 맘이, 특히 이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질 않네요. 어쩔 때는 노노갈등을 보면서, 사회의 많은 갈등을 보면서 지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 자신을 느끼곤 우장창 놀라기도 한답니다.
    늘 꿈틀거려야지요. 밟혔을 때 꿈틀거리면 그 때는 이미 늦는다는 걸 왜 몰랐을까요.
    잘 읽고 갑니다.
    (늦었을 때가 제일 빠른 거라는, 쌀로 밥짓는 답변은 사절)

    • 그린비 2008/11/03 18:19

      김양님 안녕하세요. 으흐... "쌀로 밥짓는 답변"사절이라는 문구가 움찔하게 하는군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갈등'을 처리하는 프로세스에 방점이 찍히면 늘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가 하는 점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는가 하는 점이 아닐까요. 회사를 다니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공부하고, 공부하는 '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늘 타인들과 대안적인 활동을 창출하고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게 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저희들 역시 그렇게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뭔가 사소한 것이라도 방해하는 세상에서 사소한 것이라도 하려는 노력이 바로 '꿈틀거림'이겠지요.

      아 이거 답변이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답글을 다는 것이 참 반가운 댓글이었습니다. ^^*

  2. 또김양 2008/11/03 20:34

    오타가 있는 것 같아서 수정하려고 들어왔는데 그 사이에~~~ 우와~~~
    맞아요. 생각하기... 살기...되어보기...
    타인의 처지에서 생각하기. 그 조건과 상황에 되어보기. 그리고 그렇게 살기.
    그게 참 어렵네요.
    그래도 다만,
    이렇게 예상하지 않은 답변에 또 그렇게 살아볼 기운과 힘을 느낍니다.
    와우!! 생쌀이 떡으로 나온 고마운 답, 다시 한 번 고마워요.

    • 그린비 2008/11/04 09:41

      김양님~ 안녕하세요.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요. 하지만, 김양님은 벌써 '꿈틀거림'을 하고 계신 것처럼 보이는 걸요. ^^
      아침부터 무척이나 반가운 댓글로 시작하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