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 서울시는 도시미관을 고려한 새로운 공동주택 건설을 위한 「건축심의 개선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특색없고 삭막한 도시미관으로는 서울의 아름다움을 강조할 수 없다며 성냥갑처럼 획일화된 공동주택 형태를 과감히 탈피, “디자인이 살아있는 공동주택”, “주변 환경과의 조화 속에 매력과 개성이 넘치는 공동주택”을 건설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 홈페이지, 보도자료 게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별 게시물에 대한 URL을 제공하지 않아서 링크는 추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발표문에 포함된 몇몇 단어들의 숨은 뜻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곤 지난 며칠 동안 '성냥갑 아파트'라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급기야 이런 도발적인 질문까지 떠오르더군요. "성냥갑 아파트가 뭐 어때서?" 물론 저도 성냥갑 아파트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특히 산허리를 치받치고 오르며 다닥다닥 붙어있는 고층 아파트를 보면 미적 불쾌함을 넘어서는 어떤 섬찟함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 발표한 「건축심의 개선대책」에 관한 보도자료에서는, 획일적인 패턴으로 무한복제된 성냥갑 아파트의 폐해보다 근본적으로 훨씬 위험한 사고 방식이 느껴졌습니다.

"특색없고 삭막한 도시미관으로는 서울의 아름다움을 강조할 수 없다"

도시의 아름다움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외관의 아름다움이 도시의 아름다움일까요?

"디자인이 살아있고, 주변환경과의 조화 속에 매력과 개성이 넘치는 공동주택"

을 건설하면 우리는 아름다운 도시에서 살게 될까요?
또, 여기에서 과연 '우리'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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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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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서울시 홈페이지


도시란 공간은 결코 단층적인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수히 많은 충돌들이 다층적으로 결합해서 존재하는 복잡한 공간입니다. 그곳에는 빈부의 격차, 교육의 격차, 도심과 변두리의 격차, 세대 간의 격차와 같은 무수한 요소들이 항상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 충돌들이 나름의 질서를 형성하고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도시가 해체되거나 전복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다층적인 충돌들을 고려한다면 도시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해도, 그 도시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아름다움을 느끼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 아름다움의 그늘에 묻혀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색없고 삭막한 도시미관을 변화시켜 서울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려고 할 때, 그 아름다움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겉치레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도시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입니다. 삶이 있는 공간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이 그 밑에서 꿈틀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지워버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그 '아름다움'은 매우 위험한 개념이라고 보여집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단지 도시미관의 차원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지점에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도시라는 공간을 설명하는 무수한 방법들이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도시나 주거공간의 형성 과정과 역사에 대해 다룬 책들과 도시를 사회과학의 방법으로 바라보고 있는 책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첫 번째 책은 선사시대부터 근대 이후까지의 한국의 주거문화에 대해, 고고학적·역사학적 ·지리학적·민속학적·건축학적인 측면에서 건축과 주거생활의 문화적 변천과정을 체계적으로 분석, 정리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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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쓴 한국 주거문화의 역사
강영환 (지은이) | 기문당

출간일 : 2004-03-30 | ISBN(13) : 9788970864693
384쪽 | 257*188mm (B5)

두 번째 책은, 주거공간이 당연히 사생활의 공간이라는 관념과 맞서면서 근대적 의미의 가족의 탄생, 가족주의, 계급 갈등, 사적 공간에 대한 욕망 등의 주제를 포함하고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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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주거공간의 탄생
이진경 (지은이) | 소명출판

출간일 : 2000-09-09 | ISBN(13) : 9788988375457
374쪽 | 223*152mm (A5신)

세 번째 책은, 서울의 아파트단지 개발 역사부터 아파트단지를 둘러싼 사회학적 함의까지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한국학 연구로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프랑스의 한 지리학자가 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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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 - 프랑스 지리학자가 본 한국의 아파트
발레리 줄레조 (지은이), 길혜연 (옮긴이) | 후마니타스

출간일 : 2007-02-01 | ISBN(13) : 9788990106322
반양장본 | 272쪽 | 223*152mm (A5신)

네 번째 책은, 인간의 삶과 사회의 발전이 공간과 상호 작용 또는 변증법적인 관계 속에서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사회 이론의 측면에서 공간 개념을 환기시키고 있는 책입니다. 이러한 분석작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봉착한 구체적 삶의 현실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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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적 공간의 한계
최병두 (지은이) | 삼인

출간일 : 2002-07-25 | ISBN(13) : 9788987519715
양장본 | 376쪽 | 223*152mm (A5신)


다섯 번째 책은, 도시학을 비롯하여 자연지리학, 인문지리학, 지리정보시스템 등 지리학과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가 총망라되어 도시를 해석하는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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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해석- Urban Geography and Urbanology
김인, 박수진 (엮은이) | 푸른길

출간일 : 2006-03-31 | ISBN(13) : 9788987691671
반양장본 | 600쪽 | 257*188mm (B5)


여섯 번째 책은,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자본의 운동이 지닌 여러 양태에 대해 논의함과 동시에 도시 일상생활 속에서 개인들이 형성하는 의식과 경험의 측면을 부각시키며 자본주의 의식의 도시화 과정을 강조하고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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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정치경제학| 원제 The Urban Experience
데이비드 하비 (지은이) | 한울(한울아카데미)

출간일 : 1996-01-01 | ISBN(13) : 9788946022904
360쪽 | 210*148mm (A5)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책은, 생태적 공동체로서의 도시, 문화형태로서의 도시, 사회공간체로서의 도시, 이데올로기로서의 도시, 집합적 소비단위 로서의 도시, 정치경제학과 도시문제 등 도시사회학 이론의 주요 분야를 설명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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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사회이론
피터 손더스 (지은이) | 한울(한울아카데미)

출간일 : 1998-06-05 | ISBN(13) : 9788946025134
332쪽 | 210*148mm (A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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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기획팀
이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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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6 10:00 2007/09/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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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서울생활 좋은 점, 안좋은 점

    Tracked from 정철상의 커리어노트 2008/03/30 14:21  삭제

    서울 생활 9년차다. 엄밀하게 말하면 서울과 경기 지역을 번갈아 살았다. 그런데 대개 수도권을 서울로 생각하는 경향이 큰 듯해서 나 역시 ‘서울생활’로 말한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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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nowall 2007/09/06 10:16

    집값이 오르잖아요. 그저 마냥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쩝.

    • 그린비 2007/09/06 10:27

      네, 언제부터 집=돈이라는 공식이 진리가 되어버린건지... 참 씁쓸한 현실입니다.

  2. StarLight 2007/09/06 12:32

    그래도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라는 점에서 미관을 신경쓰는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보기좋은떡이 먹기도 더 좋다잖아요 ^^.

    • 그린비 2007/09/06 12:51

      아무래도 그렇겠죠. ^^*
      다만 저는 눈에 잘 안 보이는 것들에 대해서도 늘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 겁니다.

  3. 체리필터 2007/09/06 14:37

    ㅎㅎ 저도 전공은 건축을 해서 이런 글 참 좋아하는데...
    공무원들의 생각의 한계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

    • 그린비 2007/09/06 15:03

      아, 체리필터님이 건축과 출신이셨군요. ㅎㅎ

  4. 비밀방문자 2007/09/0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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