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함께 하고픈 동물 만화 3편
― 『문조님과 나』,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 『알바고양이 유키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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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꼬와 나
저는 동물을 무척 좋아합니다. 특히 강아지만 보면 정신을 잃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길거리를 걷다 배회하는 ‘길강아지’를 보면 급히 가게에 들러 ‘천하장사’를 몇 개 사와 먹이며 쓰다듬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 강아지를 기르고 있지는 않습니다. 몇 년 전까지 ‘앙꼬’라는 귀여운 푸들을 9년 동안 길렀습니다만, 앙꼬가 곁을 떠난 이후 또 다른 강아지를 기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군요. 사실 저는 강아지뿐만 아니라 온갖 동물들을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햄스터와 이구아나도 길러 본 적이 있습니다.

동물을 좋아해서 그런지 동물을 소재로 한 만화도 무척 좋아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동물만화 몇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어릴 때 봤던 만화 중 ‘멍멍이의 일본 제패기’ 같은 것도 있습니다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강아지가 온갖 신기한 격투 기술들을 구사하며 곰을 때려잡는다는 황당한 만화입니다) 오늘 소개할 세 편의 만화는 각각의 특성을 가진 만화입니다.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의 일상을 다루는 내용입니다.

요즘은 ‘애완동물’이라는 표현보다는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 추세입니다. ‘애완동물’이나 ‘반려동물’ 모두 인간중심적인 관점에서 나온 것들이 아니냐라고 냉소적으로 비판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제 생각으로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기른다’는 개념에서 ‘함께 한다’는 개념으로 전환이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단순하게 ‘귀여움’이나 ‘재롱’을 부리는 대상이 아닌 인생을 함께 하는 ‘친구’와 같은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고나 할까요. 아직은 인간중심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지만, 동물들의 권리(동물에게도 ‘권리’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를 보장하자는 주장도 나오는 상황이니, 미래에는 큰 변화가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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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조님과 나』(시공사)는 만화가인 이마 이치코가 문조를 기르며 생긴 일상을 담은 만화입니다. 백문조 한 마리에서 시작한 동거는 어느덧 10여 마리가 넘는 문조와 함께 하는 생활로 변합니다. 제가 『문조님과 나』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각각의 문조의 개성을 잘 살려내는 이마 이치코의 유머러스한 묘사 때문입니다. 얼핏 보면 모두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주인인 이마 이치코를 무시하는 새에서부터, 애교를 부리는 녀석, 무서워하는 새까지, 『문조님과 나』는 캐릭터가 살아 있는 만화입니다. 그 중에서 제가 특히 좋아하는 새는 ‘나이조’라는 이름을 가진 색문조입니다. 어미새가 알만 놓고 포기한 것을 이마 이치코가 직접 부화까지 성공한 첫번째 새입니다. 갓 태어난 모습이 마치 내장처럼 생겼다고 해서 ‘나이조’(내장의 일본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녀석은 문조 사이에서는 인기도 없고 고집불통 모습을 보이지만, 이마 이치코를 ‘엄마’라고 생각하는 유일한 문조이기도 합니다. 문조에 대한 자세한 묘사 외에도 이 책의 장점은 ‘문조 육아 일기’를 제공해 준다는 점입니다. 10여 년 가까이 문조를 기르며 겪게 되는 다양한 사고와 질병에 대처하는 이마 이치코의 방법은 문조를 기르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 권교정 님 역시 문조를 기르시는데,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문조님과 나』에서 봤던 방법을 이용해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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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사 닥터 스쿠르』
_ 동물을 너무 좋아해 스쿠르(괴짜)라는 별명이 붙은 주인공 니시네 마사키와 그의 친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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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문조님과 나』와 달리, 사사키 노리코의 『동물의사 닥터 스쿠르』(대원씨아이)는 주인공이 우연히 시베리안 허스키를 기르게 되면서 겪는 사건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고 있는 만화입니다. 주인공인 마사키가 수의과 대학생이기 때문에 다양한 동물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매력 있게 묘사됩니다. 그리고 사사키 노리코 특유의 유머감각과 괴팍한 인물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괴팍한 성격으로 매번 주위 사람을 괴롭히는 우루시하라 교수나 마사키의 가장 친한 친구로 같이 수의과를 다니지만 쥐를 무서워하는 니카이도, 나사가 한두 개쯤 빠진 것 같은 세이코가 주축이 되어 벌이는 대학생활은 정감이 가면서도 재미있습니다. 『닥터 스쿠르』의 가장 큰 장점은 세심한 자료조사와 감수로 인해 수의과(제가 가보진 않았지만)라는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황당한 사건들을 사실감 있게 보여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사키 노리코는 『닥터 스쿠르』 이후, 『못말리는 간호사』에서도 병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사실감 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월관의 살인』에서도 ‘철광’(철도 오타쿠)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죠. 이런 점에서 한국의 어지간한 전문직 드라마보다 훨씬 리얼리티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사실감 넘치는 소재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사사키 노리코 특유의 나사 한두 개쯤 빠진 것 같은 유머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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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고양이 유키뽕』
_ "너한테 줄 밥은 없어! 내일부터는 스스로 벌어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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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두 만화가 집에서 기르는 동물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인상적이라면, 『알바고양이 유키뽕』(북박스)은 황당한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주인이 “니 밥은 니가 벌어 먹어”라고 말한 이후 각종 알바 전선에 뛰어든 고양이의 활약을 다룹니다. 공사장 일에서부터 택배, 술집은 물론 부동산 중개업과 과외선생님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겪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책 없는 프리타인 주인과 달리 유키뽕은 능력 있고 매사 열심히 하는 고양이죠. 『알바고양이 유키뽕』은 사실 약간 특이한 만화입니다. 동물을 소재로 한 다른 만화들과 달리, 상당히 마니악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유키뽕이 하는 알바들이 특이합니다. 아무도 갈 것 같지 않은 여행 상품의 가이드(경비를 아끼기 위해 7일 동안의 여행 일정 중, 통통배 타고 이동하는 데에만 왕복 6일을 허비하는 상품 등)를 비롯해 로봇을 타고 고철 정리하는 알바를 하기도 하고, 양복을 차려 입고 초등학생 과외 선생님으로 가기도 하는 등, 유키뽕이 매번 하는 다양한 알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개성 넘치는 인물들 또한 매력이 철철 넘칩니다. 사실 『알바고양이 유키뽕』은 동물만화라기보다 코믹만화로서의 강점이 더 큰 만화라 할 수 있습니다.

새해 시작을 동물만화와 함께 하고픈 이유가 있습니다. 전 동물들과 있으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경우 지금은 사정상 동물을 기르지 못하기 때문에 동물만화를 읽으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고나 할까요? 제가 동물만화를 읽으며 느끼는 ‘흐뭇한 기분’을 여러분도 함께 느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2MB와 한나라당 때문에 새해부터 기분도 안 좋은데 동물만화라도 읽으며 좀더 기분 좋게 2009년을 시작하면 어떨까요?

- 편집부 진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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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8 10:55 2009/01/0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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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몬에이드 2009/01/08 20:52

    유키뽕이라니!!!

    재밌겠어요 +ㅁ+ (하악하악)
    음... 주말쯤에나 대여점이라도 들러봐야겠는걸요

    • 그린비 2009/01/09 09:45

      유키뽕! 저도 이 글 원고받고 바로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ㅎ
      (저, 글쓴이 아닌 건 이제 다 아시죠?ㅎ)
      요즘 만화책을 다 사서 보는데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ㅎ

  2. 하루 2009/01/09 14:05

    닥터스쿠르는 소소한 재미가 있어서 좋았어요 문조님과 나는 보고싶은데 구하는게 쉽지 않네요 ^^;; 인터넷을 이용해야할 듯 싶어요 ㅎㅎ

    • 그린비 2009/01/09 15:58

      하루님, 안녕하세요.
      문조님과 나, 인터넷 서점에서는 판매하고 있네요~ 애석하게도 위에 걸어놓은 알라딘만 품절이긴 하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