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책을 만나다

흔하디 흔한 말로, 독서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습니다.
꼭 이 계절에만 책을 읽으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가을이 책 읽기에 좋은 계절인 것 만은 틀림없는 사실 같습니다. 아직은 더위가 좀 남아있지만 아마도 몇 밤만 더 자고 나면 책 읽기를 거들어주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줄 테지요.

책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습니다. 종이가 AD 105년 중국의 채륜이라는 사람에 의해서 발명되었다고 전해지지만, 책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나무와 같은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책(冊)이라는 한자의 유래도 대나무 판을 끈으로 묶은 모양을 본뜬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마 인류의 문자 생활이 시작되면서 책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봐도 관계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벽에 기록된 문자들이나 석판의 문자기록을 책으로 본다면 말이죠.

그리고 책은 오래된 역사의 깊이만큼 인류의 문화 발전에 미친 영향의 크기 또한 절대적입니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지 못 했고, 그 문자를 기록할 책을 만들지 못 했다면 지금과 같은 문명이 출현하지는 못 했을 것입니다. 책은 인류의 역사 전체를 통해 지식의 보고라는 고유하고 막중한 지위를 누려왔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수되는 민간의 지혜라든지 음악, 무술의 비기들이 있긴 하지만 책의 위상을 넘보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수십 년 사이에 책은 자신이 역사 속에서 누려왔던 독점적인 지위를 빠르게 잃어가고 있습니다. 갈수록 발전하는 디지털 저장매체의 발달과 점점 더 화려하게 변해가는 미디어들에게 밀려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아마 위기의 시작은 TV의 등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TV의 대중화로 인해서 책은 빠른 속도로 거실과 방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그리고 워크맨, 휴대용 게임기, 휴대폰, PMP, DMB 따위의 첨단 기기들에 의해 이제는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도서 판매량의 감소, 독서인구와 독서시간의 감소는 이미 전세계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책은 이제 역사적 종말을 맞게 되는 것일까요? 책이 일종의 예술품, 수집의 대상이 되는 시대가 오는 것일까요?

여러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책이 자신의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일이 금방 일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직까지는 책이 고유하게 가지는 장점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을 때 느끼는 편안함이나 가독성의 우위와 같은 기능적인 요인이 아니더라도 컨텐츠 생산자로서 책이 가지는 지위가 워낙 공고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인터넷의 발전과 더불어 UCC로 불리는 일반 사용자의 컨텐츠 생산이 활발해지고는 있지만, 한 개인의 지적 자산을 일관성있는 체계로 구성해서 전파하는 방법으로는 여전히 책이 가장 유효한 존재로 취급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앞으로 책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읽히게 되고, 문화 상품으로서 지니는 가치가 커지기 위해서는 다른 미디어 영역과 계속 만나고 부딪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담긴 수많은 지식들이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다른 미디어들에서 생산된 컨텐츠를 책이라는 공간으로 갈무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책 그 자체, 고전적인 책의 의미만을 고집해서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책이라는 소재를 활용한 TV 프로그램을 소개드릴까 합니다.
언급되는 프로그램의 목록은 9월 6일자 한겨레 기사 "이 가을 어떤 책을 읽을까? TV에 물어봐!"를 참고했습니다.

먼저 KBS 1TV의 "TV 책을 말하다"입니다. 2001년에 시작해서 6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책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 중에서는 가장 오래된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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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에서 매주 화요일 밤 12시 35분에 방송되는 <TV, 책을 말하다>는 21세기 디지털 영상시대, 우리 시대가 잃어 가는 책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찾고, 전 국민 책읽기 운동과 토론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앞장서고 있다.
- KBS 홈페이지, 프로그램 소개
프로그램 소개에서 밝히고 있듯이 '좋은 책을 소개하고 많은 사람이 읽게 하자'고 하는, 어떤 면에서는 고전적인 의미를 내세운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답게 국내외의 저명한 작가들과 패널들이 출연해서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다음은 KBS 2TV의 "낭독의 발견"입니다. 2003년 11월에 방송을 시작했고 개편을 통해서 지금은 '낭독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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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미디어 시대인 현대에도 텔레비전은 주로 시각이라는 감각에 주안점을 두어왔다. 하지만, 멀티미디어 시대인 만큼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과 그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감각에 호소하는 것은 어떨까? 그 감각은 다름 아닌 낭독으로 느끼는 제 3의 감각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소리를 내어 스스로 몸을 통하여 느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에게서 잊혀져가는 낭독의 추억을 되살리고자 한다. 시, 소설, 수필 같은 문학적인 글 뿐 아니라 노랫말, 편지글, 사진집, 명언 등 주변에 있는 다양한 글들이 모두 낭독의 대상이 될 수 있다.

2003년 11월부터 시작해 3년이 넘도록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낭독의 발견>, 가을 개편을 맞아 자칫 어렵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낭독을 좀더 친숙하게 대하고, 그 여운을 음악과 함께 이어갈 수 있도록 낭독콘서트 형식으로 새단장했다. 그 동안은 낭독의 감동을 시청자들이 그저 텔레비전에서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이제는 매주 공개녹화로 진행하여 출연자와 객석이 현장에서 함께 교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음악과 낭독이 어우러진 감성잔치로 현대인의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공익적인 프로그램이 되고자 한다.
- KBS 홈페이지, 프로그램 소개
이 프로그램은 '청각'에 적극적으로 호소한다는 점에서 다른 프로그램들과 차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낭독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책 속의 '글'을 시청자의 '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06년 <민언련>이 뽑은 좋은 방송'을 비롯해서 여러 상을 받았습니다. '청각'에 호소하는 프로그램답게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도 독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교육방송의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입니다. 2006년 3월 첫 방송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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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는 지(知)의 유산, TV로 기록한다
EBS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는 매주 엄선한 한 권의 책을 새로운 시선을 통해 들여다봅니다. 책의 주제와 관련된 인터뷰, 실험 등 다양한 접근방법을 통해 한 권의 책을 폭 넓게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MC 전예서와 출연자들이 마음에 와 닿는 글귀를 낭독하거나,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구절에 밑줄을 그어보며 색다른 독서의 즐거움을 안겨드립니다.
- EBS 홈페이지, 기획의도
이 프로그램은 "TV 책을 말하다"와는 달리 여러 가지 접근 방법을 통해서 책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낭독'의 순서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 만 합니다.

마지막으로 YTN DMB 채널에서 제공하는 "책 읽는 댐비"입니다. 공중파가 아닌 채널에서는 유일하게 책을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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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DMB에서 매주 월요일 오전 9시 30분에 방송하는 <책 읽는 댐비>는 재치 있는 해설과 이해하기 쉬운 영상으로 책 속의 유익한 정보와 지혜, 지식 나누기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인기 아나운서 김성경의 진행으로 주 시청층인 20-30대 젊은이들에게 책으로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매주 특별한 책 선물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매 주 3종의 책을 각각 10권씩 마련, 본 프로그램에 “추천하고 싶은 책과 추천 이유”를 문자로 보내주는 시청자 가운데 30분께 책을 5분게 도서상품권을 선물합니다.
(‘댐비’ 는 새로운 방송, 생활 속의 친구 YTN DMB의 마스코트 이름입니다.)
- YTN DMB 홈페이지, 프로그램 소개
위의 공중파 프로그램들에 비해서 조금은 실용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아무래도 이동하면서 시청하게 되는 DMB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역시나 DMB 채널을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20-30대 젊은이를 주 시청자층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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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기획팀
이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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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2 15:47 2007/09/1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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