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전쟁으로 진정 원하는 바로 그것
― 「레몬 트리」와 『라피끄 : 팔레스타인과 나』


지난달 중순부터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소식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하루 중 거의 유일하게 TV를 보는 이른 아침부터 접하는 세상 이야기가 ‘전쟁’이라니 기분이 참 울적합니다. 근데 뉴스를 꼼꼼히 보고 있으니 이건 전쟁이 아니라 유대인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인 ‘홀로코스트’가 연상되어 화가 솟구쳐 올랐습니다. 이스라엘은 비전투원을 공격하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학교와 병원, 사원 등과 같은 시설에 폭격이 가해지고 있고, 팔레스타인 사망자의 많은 수가 민간인이라고 합니다. 또한 일가족이나 마을 주민 전체가 죽는 경우도 있고, 많은 수의 어린 아이 역시 죽거나 다치고 있다고 합니다. 사망자 숫자를 보더라도 학살이라는 점을 명백하게 알 수 있는데, 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작년 12월 27일부터 1월 15일까지 발생한 팔레스타인의 사망자가 1,000여 명이 넘고, 이스라엘의 사망자는 13명이라고 합니다. 대략 1 : 75의 비율로 사망자가 발생하는데, 이런 비율이 어떻게 ‘전쟁’에서 가능할까요.

그럼 이스라엘은 왜 이런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 것일까요? 일단 이스라엘이 대의명분을 찾고 있는 것은 팔레스타인의 로켓포 공격입니다. 로켓포 공격으로부터 자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스라엘의 사망자는 13명에 불과합니다. 만약 이스라엘의 논리대로라면 ‘1명의 이스라엘인 = 75명의 팔레스타인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치 등식’이 성립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팔레스타인의 로켓포 공격이 오히려 자위적인 성격이 더 강함을 그간의 팔레스타인의 사정을 들으면 알 수 있습니다. 가자 지구는 수년간 이스라엘에 의해 외부와의 연결이 완벽하게 단절되어 있어서 극심한 생필품 부족 현상을 겪어 왔습니다. 그대로 있다가는 고사할 위기에 처해 있었던 것이지요. 살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봉쇄를 뚫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로켓포 공격을 감행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지만 과연 로켓포 공격에 대한 방어가 이스라엘의 목적의 전부이고, 그 목적이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요?

영화 「레몬 트리」
_ 삶의 터전을 짓밟고 철조망을 치는
이스라엘,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쩌면 영화 「레몬 트리」에서 이스라엘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살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살마는 아버지가 물려준 요르단 강 서안 지구의 레몬 농장에서 평생 레몬을 키우며 살아온 팔레스타인 여성입니다. 남편이 죽고, 자식들이 성장하여 떠나간 후 수십 년 동안 그곳에서 일한 아저씨 한 분과 그 자리를 지키며, 또 농장에 의지하며 살아오고 있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레몬 나무를 가꾸던 어느 날, 그녀의 삶에 갑작스런 변화가 생깁니다. 이스라엘의 국방부 장관이 그녀의 레몬 농장 옆으로 이사 온 것입니다. 그녀를 보면 그런 ‘거물’이 옆집에 이사 온 게 좋은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국방부 장관과 그의 경호원들은 그녀의 레몬 농장으로 테러리스트들이 침투해 테러를 감행할 것이라고 보고, 농장에 경계초소를 세우더니 철조망을 치고 농장 주인인 살마의 출입마저 막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레몬 나무를 베어버리겠다는 ‘공문서’를 그녀에게 보냅니다.

팔레스타인의 과거와 현재를 보면,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비단 살마와 그녀의 ‘무례한’ 이웃 사이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민족 전체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지요. 팔레스타인인만 살던 지역에 유대인들이 하나둘씩 들어와 정착하더니, 유대인의 국가를 세우겠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국제사회는 유대인의 손을 들어줘서 1948년 유엔 이사회는 당시 팔레스타인 지역의 56%를 유대인 지역으로, 그리고 그 나머지를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결정합니다. 이천여 년 전 그곳에서 살았다는 역사적인 근거만으로 현재 살고 있는 사람을 내쫓은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수십 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고향의 땅과 집을 잃고 난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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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유엔 분할안과 1949년 휴전선
_ 이스라엘은 이천여 년 전 자신들이 그곳에서 살았다는 주장만으로 팔레스타인 영토의 56%를 차지하더니, 국가가 성립하자마자 전쟁을 시작해 팔레스타인 영토의 78%를 장악합니다. 이스라엘의 건국과 그 이후의 역사는 이런 정복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현재까지도 분리장벽과 점령촌의 설치를 통해 팔레스타인의 땅을 야금야금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레몬 트리」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살마는 자기 농장을 다시 찾기 위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동원하다가 실패하자, 결국 소송을 걸기 위해 변호사 지아드를 찾게 됩니다. 그녀는 1심에서 패배하자 항소하여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변호사와 함께 대법원으로 가는 길, 시간에 맞춰가야 하지만 이게 쉽지 않습니다.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길을 막고 통행을 제한한 것입니다.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팔레스타인에는 이스라엘이 세운 수많은 검문소가 있다고 합니다. 검문소의 형태와 운영, 규정은 제멋대로고, 심심하면 별 이유 없이 통행을 제한해 몇 시간에서 수십 시간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합니다. 특히 예루살렘에서는 검문을 엄격하게 하는데, 한 번 예루살렘을 빠져나온 팔레스타인인은 그곳에 다시 돌아가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서 바로 이웃 도시에 사는 가족들과도 수년간 생이별하며 살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스라엘이 검문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통행을 제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제 슬슬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팔레스타인을 쫓아내려는 것이지요. 특히,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게서도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중요한 예루살렘에서는 팔레스타인인을 완전히 없애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시오니스트인 요셉 바이츠가 1940년에 자기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 땅에 두 민족이 같이 살 만한 공간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 이 작은 땅에서 아랍인들과 더불어 독립적인 민족으로 살아가겠다는 목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유일한 해결책은 적어도 팔레스타인의 서쪽(요르단 강 서쪽)에만이라도 아랍인이 없는 팔레스타인을 만드는 것이다. …… 아랍인들을 이곳으로부터 이웃한 다른 국가들로 이주시키는 것, 단 하나의 마을이나 부족도 남가지 않고 그들 모두를 이주시키는 것 말고 다른 길이란 없다. 이와 같은 이주가 이루어진 뒤에야 유대인 국가는 수백만의 우리 형제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 말고 다른 해결책은 없다.
(『라피끄 : 팔레스타인과 나』, 본문 127~128쪽)

이스라엘이 보안을 이유로 들어 분리장벽을 만들거나 검문소를 설치하고, 팔레스타인 땅에 점령촌을 건설하는 등의 행동은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고 팔레스타인인을 그 땅에 추출하려는 의도로 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번 전쟁 소식을 들으며 끔찍하고 위험한 생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이스라엘의 목적이 전쟁을 빌미로 삼아 팔레스타인인들을 완전히 내쫓거나, 그게 힘들면 아예 죽이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말이지요. 그게 아니라면 그런 엄청난 학살을 계속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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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아이들 눈에 비친 분리장벽(이미지 출처 : Stop the Wall)
_ 아이야 자밀 아흐메드(좌). 이나스 자밀 아흐마드 솔리만 "우리의 꿈이 무너졌어요 "(우). 영화 「레몬 트리」는 이스라엘이 전쟁으로 원하는 것을 보여 주는 동시에 팔레스타인인의 소박한 꿈이 좌절되는 과정도 함께 보여 줍니다. 그것은 다만 영화(어느 영화 제목처럼)가 아니라 지금 팔레스타인이 처한 현실입니다.

이스라엘은 예비군과 특수부대를 포함한 지상군을 가자 지구에 투입하는 3단계 작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하려고 하고, 물밑에선 국제사회의 등에 떠밀려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지난 수십 년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쟁과 휴전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고 휴전은 매번 팔레스타인의 땅을 좁히고 자신들의 목을 죄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과는 같은 땅에 살 수 없다는 시오니즘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는 이상, 우리는 이번에 휴전 협상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조만간에 이 ‘학살’을 다시 또 보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P.S. 때마침 팔레스타인 문제를 다룬 책인 『라피끄 : 팔레스타인과 나』가 저번 달 말에 출간되었습니다. 2003년부터 팔레스타인의 자유와 평등, 평화를 위해 활동해 온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쓴 책입니다. 기존에 출간된 팔레스타인 관련 책들이 종교나 국제정치적인 차원의 논의를 필친 데 비해, 이 책은 팔레스타인인의 고달픈 삶을 생생하게 보여 주며, 아랍어로 동지라는 뜻의 ‘라피끄’라는 책 제목처럼 팔레스타인을 이해하고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 알려 주고 있습니다.

- 편집부 박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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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5 10:40 2009/01/15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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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꼭 한번 가고 싶은 이스라엘 문화탐방

    Tracked from 정철상의 "커리어노트" 2009/01/15 12:24  삭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우리나라 경상도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작은 국가에 대해서 왜 그토록 많은 이야기들이 회자되는 것일까? 미디어다음의 세계문화유산 블로거 탐사대 모집 이벤트가 있었다. 이스라엘 문화 탐사대 신청을 하기위해 <꼭 한번 가고 싶은 이스라엘>이라는 도서를 구매해 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구입해서 읽지 않았을 책일 것이다. 그러나 문화탐사대 이벤트와 상관없이 도움이 된 책이다. 만일 이번 이스라엘 사태로 문화탐사가 취소..

  2. Subject: 이스라엘-으로 이어질 블로그링

    Tracked from blogring.org 2009/01/16 06:14  삭제

    이스라엘-에 관한블로그를 요약한 것입니다.

  3. Subject: 평화를 위한 위젯을 달아보세요.

    Tracked from 블로거의 꿈 2009/01/16 09:26  삭제

    저도 어떤 블로그에서 우연히 보게되어 달게 되었습니다. 이 위젯을 달면 다음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위한 모금에 천원씩 기부를 해준다고 합니다. 모양도 평화의 상징 비둘기를 그려놓았네요. 가자지구에 대해서는 TV에 많이 나오므로 알고 계실겁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싸움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곳이죠. 저희 블로거들이 잠시 귀찮음을 참고 잠시의 시간을 투자해서 사이드바에 추가하기만 한다면 저희에겐 작지만 그들에겐 큰 도움이 될겁니다. 모두..

  4. Subject: 내가 사는 세상.

    Tracked from 시시콜콜 2009/01/16 11:14  삭제

    난 가끔 잘 모르겠다. 아니 정말 모르겠다. +AFRICA 사람이었네_루시드폴 사람이었네_루시드폴 어느 문닫은 상점 길게 늘어진 카페트 갑자기 내게 말을 거네 난 중동의 소녀 방안에 갇힌 14살 하루 1달러를 버는 난 푸른빛 커피 향을 자세히 맡으니 익숙한 땅, 흙의 냄새 난 아프리카의 신 열매의 주인 땅의 주인 문득, 어제산 외투 내 가슴팍에 기대 눈물 흘리며 하소연하네 내 말 좀 들어달라고 난 사람이었네 공장 속에서 이 옷이 되어 팔려왔지만 난..

  5. Subject: 이스라엘 대 팔레스타인

    Tracked from 세상 사는 이야기 2009/01/28 14:31  삭제

     1948년 오늘, 텔아비브 미술관에서 유대 국가건국위원회 의장 ‘벤 구리온’이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합니다. 위임통치를 위해 팔레스타인 지역에 주둔하던 영국군의 마지막 부대가 철수한 직후의 일이었죠. ...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유다 2009/01/15 20:42

    2천녀전에 살았다는 주장만으로 옛땅을 찾으려는 자들이 나쁜것 만큼...
    2천년전에 뺏었으니 이젠 내것이고 니들에겐 권리없다는 주장도
    그리 정당해 보이지 않아 보인다.
    그런식이면...
    이미 이스라엘도 그들의 땅을 뺏은지 60년이 넘어가고 있지 않은가??

    • JOYCE 2009/01/16 01:13

      그래서 뭐 어쩌자고? '유다' 좋아하네. 허세부리지 마. 2천년 전에 살았다, 지금 살고 있다 이런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한테 권리없다는 주장하고 있냐 지금? 그냥 좀 살자는거 아니야.

  2. 전두표 2009/01/27 20:07

    2천년 간 나라가 없었고, 홀로코스트 등 말할 수 없는 설움과 아픔을 겪은 이스라엘이 그런 자신들의 아픔을 다른 민족에게 똑같이 지게하려는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지네요. 내가 당한 만큼 너도 당해보라는 보상 심리도 아니고 참...

    • 그린비 2009/01/28 12:48

      안녕하세요, 두표님.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