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나멘 총서는 도서출판 그린비가 기획한 인문사회 총서이다. 클리나멘(clinamen)은 ‘기울임/기울기를 뜻하는 그리스어의 라틴어 식 표현으로서 ‘사선운동’을 뜻한다.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에서는 원자들의 이합집산이 세상만물을 생성‧소멸시킨다고 봤는데, 원자론의 효시인 데모크리토스처럼 원자들이 수직낙하하는 직선운동만을 한다고 가정하면 원자들의 이합집산을 가져올 원자들간의 충돌(마주침)을 설명할 수 없다. 데모크리토스의 제자인 에피쿠로스는 클리나멘(사선운동) 개념을 도입해 이 난점을 해결했고, 그 이래로 이 개념은 철학사에서 필연과 운명을 거부하는 ‘자유’를 뜻하게 됐다. 왜냐하면 이 세계가 원자들의 클리나멘과 그로 인한 우발적 마주침의 결과물이라면, 세계가 어떤 의미나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는 기존의 목적론적 세계관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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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는 어떻게 ‘화폐’가 되었는가?"
―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화폐의 탄생에 관한 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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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 마법의 사중주』
- 클리나멘 총서 001

고병권 지음 | 도서출판 그린비 | 인문, 사회과학
발행일 : 2005년 11월 20일 | ISBN : 978-89-7682-957-3
신국판변형 (150×220mm) | 344 쪽


지은이는 화폐를 둘러싼 기존의 두 가지 상식, 즉 화폐를 사물이라고 이해하거나 화폐가 자연발생적으로 등장했다고 보는 상식을 뒤집는데서 출발한다. 그렇지만 이런 상식을 뒤집는 게 이 책만의 고유한 새로움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의 새로움은 화폐를 구성체(formation)라는 개념에 근거해 설명한다는 데 있다(본문 38~43쪽 참조). 구성체 개념은 어떤 것의 실존을 다양한 요소들의 배치로 설명하면서, 그 배치를 ‘이행’과 ‘생성’이라는 시간성 속에서 고려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화폐를 구성체 개념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화폐를 일종의 사회적 배치이자 역사적 생성물로 다룬다는 것과 같다.


< 지은이 소개 >

고병권 | 화학과를 졸업하고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석사논문을 니체에 관해 썼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아니 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내 논문의 주제를 묻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웬 화폐?" 놀랄 만한 변신을 본 것처럼 신기해하는 사람부터 공부의 깊이 없음을 걱정하는 사람까지 모두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나는 여기저기 풀을 뜯으러 다니는 초식동물이 아니다. 내가 화학에서 사회학으로, 사회학에서 철학으로, 철학에서 경제학으로 떠도는 것처럼 보인 것은 연구자의 주제나 소속을 특정하게 나누고 있는 학문분과 체제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내가 '나'로부터 떠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니 나는 항상 '나'인 채로만 나를 떠날 수 있었다. 내가 맞닥뜨린 문제들, 내가 던지고서만 풀 수 있던 그 문제들이 어디에 속하는지는 처음부터 관심사가 아니었다. 굳이 답한다면 그것들은 내게 속하고, 내가 존재하는 세계에 속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제도의 선분들을 따라 자기 욕망의 일관성을 끊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아니 왜?"
나는 여전히 욕망의 사회화학을 하고 있으며, 비철학자로서 니체∙스피노자∙맑스의 철학에 관심이 있고, 경제학보다 먼저 신학의 대상인 화폐를 이해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나는 꼭 필요한 재료를 위해 먼 곳으로 여행을 마다 않는 요리사이고 싶다. 그 요리의 이름이 무엇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으로서는 혁명이나 코뮨주의를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일에 몰두하려 한다. 그리고 최근의 운동 속에서 그것들의 작동을 살펴보려 한다.
나는 그동안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2003), 『니체, 천 개의 눈 천 개의 길』(2001)을 쓰고,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자연철학의 차이』(2001)을 우리말로 옮겼다.


< 목차 >

머리말

1장 근대의 화폐를 이해하기 위하여
1. 화폐와 신앙
2. 눈에 보이는 화폐, 눈에 보이지 않는 화폐
3. 화폐에 대한 이론적 빈곤
4. 근대적 화폐구성체라는 시각

2장 화폐거래네트워크에서 일어난 변화
1. 화폐의 시장적 기원
2. 사적 은행가들의 대외교육 네트워크
3. 화폐거래 질서의 변질
4. 은행제도의 발전
5. 전국적인 화폐경제의 구축

3장 근대적 화폐주권의 성립
1. 화폐의 국가적 기원
2. 영토국가의 화폐 수요
3. 화폐의 포획과 화폐를 통한 포획
4. 국민국가와 화폐주권

4장 화폐공동체로서 '사회'의 탄생
1. 화폐, 공동체, 사회
2. 소키에타스 - 사적인 것의 공적 진출
3. 공론화된 이해관계
4. 사회에 대한 새로운 견해
5. 19세기 사회학과 화폐공동체

5장 근대 화폐론의 형성
1. 화폐와 부
2. 부 자체인 화폐
3. 부를 표상하는 화폐
4. 부를 생산하는 화폐

6장 서유럽에서 근대적 화폐구성체의 성립
1. 서유럽의 경우
2. 근대 화폐의 의미 사가성(四價性) - 상품, 명령, 관계, 부

후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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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소개 >

근대 화폐의 정체 -  “이것은 화폐가 아니다”

“검은 것을 희게, 추한 것을 아름답게, 늙은 것을 젊게 만드는 것, 문둥병조차 사랑스러워 보이도록 만들고, 늙은 과부에게도 젊은 청혼자들이 달려가게 만드는 것.”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셰익스피어는 『아테네의 타이먼』에서 이렇게 답했다. “그것은 황금, 곧 돈이다.” 정치경제학을 연구하던 맑스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이렇게 바꿨다. “네가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너의 화폐는 할 수 있다. 너의 화폐는 네가 모든 것을 갖도록 할 수 있다. 너의 화폐는 진정한 능력 그 자체다.” 이 말은 아직도 맞을까?

도서출판 그린비가 새롭게 선보이는 클리나멘 총서의 첫번째 책 『화폐, 마법의 사중주』는 바로 이에 관한 답을 찾아나가는 책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화폐가 어떻게 이런 신과 같은 능력을 갖게 됐는지(“오늘날 화폐는 세계의 세속적 신이다”)를 근본적으로 되묻는다. 지식공동체를 지향하는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대표 고병권 씨의 박사학위논문(서울대 사회학과 2005년)을 전면 개정한 이 책은 화폐야말로 오늘날의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주요 요소라는 점에서 ‘지금-여기’의 삶을 다시 생각해 보려는 클리나멘 총서의 첫번째 책이 되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지은이는 화폐를 둘러싼 기존의 두 가지 상식, 즉 화폐를 사물이라고 이해하거나 화폐가 자연발생적으로 등장했다고 보는 상식을 뒤집는데서 출발한다. 그렇지만 이런 상식을 뒤집는 게 이 책만의 고유한 새로움은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의 새로움은 화폐를 구성체(formation)라는 개념에 근거해 설명한다는 데 있다(본문 38~43쪽 참조). 구성체 개념은 어떤 것의 실존을 다양한 요소들의 배치로 설명하면서, 그 배치를 ‘이행’과 ‘생성’이라는 시간성 속에서 고려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화폐를 구성체 개념으로 파악한다는 것은 화폐를 일종의 사회적 배치이자 역사적 생성물로 다룬다는 것과 같다.

이런 전제 아래 화폐의 발생과정을 온갖 우발적인 사건들과 당대 인간들의 특수한 여러 욕망들이 서로 맞물린 채 매우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 책 『화폐, 마법의 사중주』는 화폐를 향한 현대인들의 강박관념, 물욕과는 다른 치부욕(추상적인 부 자체를 축적하고 싶은 욕망)을 다시 생각해 보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듯이 화폐에 대한 강박관념과 치부욕은 인간의 본성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무엇이 아니라고, 이것들 자체도 일정한 역사적 발전의 산물이라고, 다시 말해서 인간이 화폐에 대해 강박관념과 치부욕을 갖게 만든 것은 바로 인간의 욕망 자체라고.

이 책 『화폐, 마법의 사중주』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화폐의 역사가 아니라 화폐의 고고학이다. 역사가 허구적 기원을 상정해 모든 현상을 그 ‘단일한’ 기원으로 환원시키려고 한다면, 고고학은 실제적 발생에 주목해 그 발생에 관여한 모든 요소들의 ‘복잡다단한’ 상호작용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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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화폐가 아니다? 화폐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화폐를 사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저 종잇조각은 왜 자신이 화폐인지를 말해 줄 수 없다. 화폐성은 어떤 사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 종잇조각이야말로 화폐 행사를 하면서 진짜 화폐적인 것을 가리고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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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7 10:54 2007/09/17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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