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치는 일상 속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는 『토성 맨션』


1. ‘토성 맨션’이라는 제목에 ‘혹’하셨을지는 모르지만, 대단히 새로운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습니다. 가령 『플라네테이션』 같은 만화에서 볼 수 있는 정밀함은 사실 없습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성 맨션』은 꽤 재미있습니다. 우주 공간으로 이주한 지구인의 이야기는 다른 만화에서도 많이 다루는 소재이긴 하지만, 『토성 맨션』에서는 설정을 약간 바꿈으로서 꽤나 신선하게 느껴지고 할 이야기들을 만들어 냅니다. 아기자기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만족하시며 읽을 수 있는 만화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토성 맨션』 일본어판
_ 『토성 맨션』은 일본만화잡지 IKKI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일본어판 단행본은 1월 30일에 4권까지 발행됐네요. 한국에는 현재 1권만 번역되어 있습니다.

『토성 맨션』은 지구 전체가 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는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지구에서 살지 못하게 된 인류는 성층권에 거대한 ‘링시스템’을 만들어 이주합니다. 링시스템은 세 구역으로 나눠져 있는데, 부자는 제일 위층에, 서민들은 제일 아래층에 거주합니다. 자신의 계급에 따라 사는 곳이 나눠져 있는 것이죠. 제일 하층에 사는 주민은 학교를 다닐 때까지는 중간층으로 갈 수 있지만, 직장은 제일 하층에서 구해야 합니다. 이렇게 설정 자체가 부정적이다 보니 암울한 내용일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이 만화는 따뜻한 드라마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토성 맨션 '링시스템'
_ 환경오염이 심각해진 지구는 급기야 그 전체가 환경보호구역으로 지정되
고 맙니다. 인류는 거대한 '링시스템'을 만들어 이주하죠. 설정은 뭔가 거대한 SF 만화같지만,  링시스의 창문을 닦는 소년 '미쓰'가 주인공인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드라마랍니다.

이 만화는 링시스템의 창문(외벽)을 닦는 일을 하는 미쓰의 이야기입니다. 링시스템은 두꺼운 강화유리(같은 것^^)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 외벽을 닦는 일이 꽤 위험해 비용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상층에 사는 부자들이 주 고객층입니다. 미쓰는 창문을 닦으며 다양한 고객을 만나고 그리고 같이 작업하는 동료들과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이 만화의 소재입니다.

미쓰의 아버지 역시 창문을 닦는 일을 했는데, 몇 년 전 하층에서 들어온 외뢰를 작업하다 링시스템 바깥으로 떨어집니다. 아버지는 실종되기 전날 미쓰에게 지구를 직접 보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말해줍니다. 그래서 미쓰는 아버지가 자기를 버리고 지구로 가려고 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우연히 아버지가 사라진 바로 그곳에서 작업하게 된 미쓰는 아버지가 얼마나 살려고 노력했는지를 보게 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링시스템의 창문(외벽)을 닦는 미쓰와 미쓰의 아버지
(일본어판이네요. 일본어 독해 능력을 발휘해 보세요! 하하^^;)

『토성 맨션』은 꼭 장르 만화의 범주에 넣을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토성 맨션』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디테일한 묘사보다는 지구를 떠나 살게 된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며 관계를 맺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복잡한 설정보다는 일상 속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합니다. 링시스템 안에서는 길거리에 피어 있는 꽃 한 송이도 함부로 꺾지 못합니다. 한정된 자원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쓰에게 창문 닦는 것을 의뢰한 사람들 역시 링시스템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구에서는 멸종되어 오직 한 마리만 남아 있는 고래에게 바다를 보여 주고자 창문에 물을 뿌려 달라고 부탁하는 사람부터, 결혼식 때 진짜 햇살을 받기 위해(링시스템, 특히 하층 안에서는 인공 햇살 밖에 없습니다) 모아둔 돈으로 창문 닦기를 의뢰한 하층 사람까지, 모두 소중한 무언가를 위해 창문 닦기를 의뢰합니다.

장르물은 이런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앞에서는 굳이 장르물에 넣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지만, 기본 설정 자체가 장르에 기반하고 있긴 하니까요). 사실 그냥 지구를 배경으로 하면 별다른 이야기도 아니지만, 일단 설정 자체를 바꾸면 꽤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가령 이미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꽃을 꺾는 행위는 지구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지 않습니다(물론 여러 가지 클리세로 사용되긴 합니다만). 그러나 링시스템이라는 설정은 꽃을 꺾는 행위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르물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합니다. 『토성 맨션』의 잔잔한 에피소드들도 지금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제가 좋아하는 ‘멋진 중년’ 권교정님도 우주를 배경으로 그린 만화가 있습니다. 네.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길찾기, 2008)가 바로 그것인데요. 정말 멋진 만화니 『토성 맨션』과 함께 읽으면 좋습니다. ^^
* 저는 잘 모르지만, 이 만화를 번역하신 오지은님(『커피 한 잔 더』라는 만화를 번역하시도 했습니다)은 유명한 뮤지션이시더군요.

- 편집부 진승우
알라딘 링크
2009/02/06 10:00 2009/02/06 10:00
RSS를 구독하시면 더욱 편하게 그린비의 글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 ]

trackback url :: http://greenbee.co.kr/blog/trackback/512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ZZiRACi 2009/02/08 18:47

    재미있겠는데요~ ^^
    링 시스템을 보니 '총몽'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글을 보니 그 내용은 다르겠지만요.

    • 그린비 2009/02/09 09:24

      ZZiRACi님, 안녕하세요. ^^
      <총몽>은 아직 못 봤지만, 찾아보니 굉장히 멋진 만화같네요.ㅎ

  2. 석화 2009/04/11 10:12

    토성맨션을 번역한 싱어송라이터 오지은님은 홍대의 여왕, 혹은 인디의 여왕라고 불린답니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에 재학중이고요.
    그런데 노래보다 일본어를 더 잘한다고 하네요.

    • 그린비 2009/04/13 09:49

      석화님, 안녕하세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꼭 한번 뵙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