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의 비밀
― 찰리의 초콜릿 공장 vs 카카오 농장

베일에 싸인 거대한 초콜릿 공장. 그 공장 속으로 들어가게 된 다섯 명의 아이들. 이 아이들이 보게 된 초콜릿 공장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요?
벌써 눈치채셨죠? 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야기입니다. ^^! 세상에서 가장 큰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 숨겨진 비밀 중에 하나는 바로 ‘움파룸파 족’에게 있었죠. 그런데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이 초콜릿, 누구는 밥보다도 더 좋아하는 초콜릿, ‘발렌타인 데이’라며 며칠 전까지 전세계의 연인들이 선물로 주고받았을 초콜릿, 바로 이 초콜릿에 소설 속, 영화 속의 ‘움파룸파 족’과 같은 숨겨진 비밀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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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초콜릿, 그 이면에 숨어 있는 가혹함의 비밀은?

어렸을 적,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원작인 『초콜릿 공장의 비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초콜릿이라면 삼시 세끼 밥보다도 훨~씬 더 잘 챙겨먹던 아이였던 전, 그 책에 푹 빠져 엄마에게 “엄마, 나 크면 꼭 초콜릿 공장장이랑 결혼할 거야.”라고 했다나요. (뭐, 공장장 아내가 되겠단 발상에 대해선 그 시절 받았던 교육이 그런 것이었단 변명을… 하하;) 초콜릿 중독이라고 할 만큼, 하루라도 초콜릿을 먹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브랜드의 어느 초콜릿이라는 것까지 알아맞히는 경지에 이르렀달까요. 그러다 건강검진을 받게 됐는데 청천벽력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서 고지혈증 위험이 있다구요. (헉!) 20대 꽃다운 아가씨(?)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고등학교 기숙사 사감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초콜릿을 박스로 쌓아두고 손에서 놓지 않았던, 밥보다 초콜릿이나 과자를 더 좋아했던, 저와 똑같은 식습관을 가지고 계셨던 분이셨죠. 결국 고지혈증에 걸리셨고, 그 많던 초콜릿은 폐기처분해야 했습니다. 그 뒤로 전 초콜릿을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우울할 때나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얼마 전처럼 발렌타인 데이라든가 하는 특별한 때는 종종 먹기도 했죠. 하지만, 이번 발렌타인 데이는 초콜릿 없이 보냈습니다! (뭐 자본주의의 얄팍한 상술이네 하는 그런 케케묵은 얘기는 차치하고서라도요) 달콤한 유혹 속에 숨겨져 있었던 진짜 비밀을 알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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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400개가 넘는 코코아를 땄다. 작년의 오늘도 400개가 넘는 코코아를 땄다. 재작년의 오늘도 400개가 넘는 코코아를 땄다. 하지만 아직도 난 초콜릿을 먹어본 적이 없다.”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어린이 노동자의 말+입니다. 초콜릿 공장의 ‘움파룸파 족’처럼 자그마한 아이가 위험한 칼을 들고 학교도 가지 못한 채 하루 종일 카카오를 땁니다. 초콜릿의 달콤함에, 예쁜 여자 연예인들이 나오는 화려한 CF에 가려진 초콜릿의 비밀은 바로 이 ‘어린 아이들’에게 있었던 것입니다. 친구가 물었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초콜릿을 많이 사주면 그 아이들에게 좋은 거 아닐까?” 그럴까요?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아프리카인들에게서 토지와 생산수단을 빼앗아 거기에 공장을 짓고, 결국 그들을 공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영국 자본가들. 그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자본가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았을까요? 옛날이야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카카오 농장의 그 어린 아이들은 심지어 초콜릿을 먹어본 적조차 없다니까요. 그 옛날 영국 공장에서도 그러했듯 지금도 여전히 노동자들의 (과도한) 노동으로 발생한 잉여가치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에게 돌아가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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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강을 건너고 있는 움파룸파 족(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_ 카카오만 있으면 어디서든 즐거운 움파룸파 사람들. 카카오 농장의 아이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우리는 어느 쪽일까요?

이처럼 지구 한쪽에선 죽어라 일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가, 다른 한편에선 그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또 다른 곳에선 그 모든 과정에서 발생한 이윤을 축적하는 자본가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윌리 웡카는 최고의 자본가였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윌리 웡카의 목표는 자본을 축적하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최고의 초콜릿을 만드는 데 있었고(지금으로 치면 '쇼콜라티에' 정도 될까요;),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서 일하는 움파룸파 족들도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그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보이는 바로는) 자신들이 하는 노동에서 소외되어 있진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일을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네요 ^^;) 하지만, 카카오 농장의 아이들은 노동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있으면서도 아무리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 때문에 삶을 잠식당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비단 초콜릿만의 문제거나 어린이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일 것입니다. 달콤한 초콜릿의 유혹처럼 검은 자본의 유혹은 어린이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 테니까요. 내 일이, 내가 소비하는 것들이 나로부터 소외되거나 내 삶과 괴리되지 않는 것. 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이치가 낯설고 이상한 일이 돼버린 지금-여기의 비밀은 정말이지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우리, 함께 파헤쳐 볼까요? 하하 ^^;;

+ 지난번 소개해 드렸던 '착한 초콜릿'(관련글 바로가기)은 정당한 노동과 대가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공정무역 상품'입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이 '착한 초콜릿'이 모두 품절이었다고 하네요. ^^ 여러분은 지난 발렌타인 데이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 마케팅팀 서현아
알라딘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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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8 16:03 2009/02/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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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윌리 웡카의 후계자 선발 대회 - 찰리와 초콜릿 공장

    Tracked from 김연필 2010/03/16 13:45  삭제

    윌리웡카가 후계 구도를 만드는 이야기 이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다간, 그냥 내몰릴 수 있다. 윌리웡카는, 직원을 전부 내보내고, 말 잘듣는 움파룸파 원주민을 데려와, 무노조 사업장을 만드는. 제왕적인 경영자이다. (윌리웡카가 명령을 하달하면, 움파룸파는 히틀러를 향한 인사 같은 걸 한다.) 초콜릿 공장이 지역의 자부심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지역 경제 이바지 없이, 마을에 초콜릿 냄새가 퍼지기만 할 뿐, 외부 효과만 일으키는 기업이다.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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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몬에이드 2009/02/19 12:01

    커피와 초컬릿에 대해서
    노동 착취가 심하다고들 하죠...

    요즘은 그래서 노동착취 없이
    올바른 노동의 댓가를(이거 맞춤법이 맞나요? 갑자기 헷갈리네..)
    지불하는 농장도 생기고 있다고 하네요

    더불어 행복해지는 이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 그린비 2009/02/19 12:53

      네~ 공정무역 상품이요~. ^^*
      우리나라에는 아직 몇가지밖에 들어와 있지 않은데... 그래도 이번 발렌타인 데이를 계기로 '착한 초콜릿'은 많이 알려진 것 같죠? ^^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보다 많은 상품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합니다.
      ('대가'가 맞답니당,,,소곤소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