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친구들이 학교에 휴학계를 내면서까지 해외여행을 떠나는 걸 보면서도 '난 아직 한국에도 못 가 본 곳이 많다'고 마음을 되새기며 외국에 대한 호기심을 눌러 왔는데, 항공료를 주겠다는 곳이 있어서 그 기회에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뭐, 돈 안 들이고 갈 수 있다는 것도 있지만 가는 곳이 베트남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로, 메콩강을 갈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메콩강
_ 메콩강은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해 인도차이나 반도를 굽이쳐 관통한 후 바다로 흘러가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입니다. 강의 끝에 위치한 삼각주는 삼모작으로 유명한 풍요의 상징이었습니다.
_ 메콩강은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해 인도차이나 반도를 굽이쳐 관통한 후 바다로 흘러가는 동남아시아 최대의 강입니다. 강의 끝에 위치한 삼각주는 삼모작으로 유명한 풍요의 상징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메콩강을 마음속에 떠올릴 때면 '아, 메콩강'이라고 왠지 슬픔 어린 탄성을 같이 마음속으로 내지르곤 했습니다. 인도차이나의 지난한 역사를 알고 나서부터죠. 자신들의 고유한 이름 없이, 인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하여 인도차이나라고 이름 붙여진 것부터가 외세에 의해 휘둘린 흔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와 그로부터의 독립, 내전과 전쟁 등 인도차이나의 현대사는 전쟁과 그로 인한 가난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_ 태풍이라도 불면 힘없이 무너질 것만 같은 수상가옥. 메콩강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집들에서 살아갑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아시아의 국경'은 메콩강에 얽힌 인도차이나 반도의 역사와 현재를 한 편의 시에 압축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국경
땡볕에 눌러쓴 털모자의 땀 냄새가 지나가고
사탕수수 자루 인 여인의 부르튼 맨발이 지나가고
구루마 끌고 가는 부지깽이 같은 종아리가 지나가고
가슴에 면도칼 숨긴 아이들 희번덕거리는 눈초리가 지나가고
원 달러 원 달러 외치는 흙먼지 속 다물지 못하는 입이 지나가고
때 절은 스웨터 속 불룩하게 솟은 노숙의 담요가 지나가고
마약과 매춘 실어 나르는 부황 든 뺨이 지나가고
지뢰 속에 다리 묻은 주름진 아코디언 소리가 지나가고
무기 실은 트럭이 지나가고 탱크가 지나가고 전쟁이 지나가고
팔 잘린 부처가 지나가고 목 없는 시바가 지나가고
불타는 한낮 목마른 마호메트가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가고 몽땅 휩쓸고 지나가고
아 어머니, 메콩강이 유유히 흘러가고
국경을 지우며 경계를 허물며 도도히 흘러가고
부겐벨리아꽃 붉게 피어나고
김해자 『축제』 (애지, 2007)
이 시를 읽고 메콩강을 찾아간 탓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느낌이 달랐습니다. 바다처럼 넓은 강에 유유하게 흐르는 짙은 황토색 물. 메콩강을 가기 며칠 전에 갔었던 하롱베이의 푸른 바닷물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하롱베이가 관광객만을 위한 공간이었다면 메콩강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인도차이나 반도를 관통해 흐르는 이 강물을 따라 전쟁이, 가난이, 슬픔이 지나갔을 걸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_ 투어를 마치고 다시 도시로 돌아가는 관광객들에게 뱃사공들이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호치민시나 하노이시에서와는 달리 외국인이 낯선 메콩강에서는 사람들이 관광객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았습니다.
그러면 메콩강의 현재는 어떨까요? 베트남 호치민시 중심가에는 '국제결혼여성센터'라고 한국인 활동가가 한국으로 결혼이주를 오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맞선'을 통해 한국인 배우자를 만나 혼인신고를 하고 한국비자를 기다리는 여성들이 그곳을 찾아 왔는데, 오전과 오후 하루 동안 한국 문화라든지, 기본적인 한국어, 난처한 문제가 생겼을 때(우리가 뉴스를 통해 들어 온,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에서 처하는 온갖 상황들!!!)의 대처법 등을 배운다고 합니다.

베트남 호치민시 '국제결혼여성센터'
_ 뚜엣 센터장이 한국남자와 결혼하는 베트남 예비신부들을 위해 한국 여성가족부가 제작한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을 가르치는 교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 담양주간신문)
_ 뚜엣 센터장이 한국남자와 결혼하는 베트남 예비신부들을 위해 한국 여성가족부가 제작한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을 가르치는 교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 담양주간신문)
그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메콩강 인근 출신이라고 합니다. 메콩강에서 짧게는 다섯 시간, 길게는 열 시간 가까이 걸리는 먼 거리를, 하루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오는 것이지요. 한국인 활동가는 착잡한 심정을 토로합니다. 웬만하면 한국에 오지 말라고 말리고 싶지만 내가 그런 상황이었으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다고요. 여성들 대부분이 비싼 학비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채, 집안일을 도우며 나이가 먹다가 그 지겨운 삶의 탈출구로 한국행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한국으로 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결혼이주였던 것이죠.
이젠 메콩강이 한국으로까지 흘러들어 오는 것 같습니다. 메콩강을 보며 자라난 사람들이 한국에 와 메콩강의 삶을 한국에서도 이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 편집부 박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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