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블랑쇼 선집> 한국어판 출간에 맞추어 프랑스의 블랑쇼 연구자이자 파리7대학 교수인 크리스토프 비당 선생님이 선집 발간을 축하하며 블랑쇼의 삶과 문학을 소개하는 글+을 보내오셨습니다. 이 글은 <한겨레>에 독점으로 제공되어 게재된 바 있습니다. 비당 선생님은 블랑쇼 연구 사이트인 '에스파스 모리스 블랑쇼'(Espace Maurice Blanchot)의 운영자이기도 하십니다. 이 사이트에 <블랑쇼 선집> 발간 위원이시자 『기다림 망각』을 번역하신 박준상 선생님께서는 <블랑쇼 선집> 발간과 『기다림 망각』 출간에 대한 글++을 기고하셔서 세계의 블랑쇼 연구자들과 이 소식을 함께 나누셨답니다. 두 분 선생님의 양해를 구해 블랑쇼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독자분들을 위해 블로그에 포스팅합니다. 박준상 선생님과 크리스토프 비당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블랑쇼, 희망 사라진 곳에서 미래 긍정할 준비

크리스토프 비당 (파리7대학 교수)

지배적이지만 주변적이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지만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모국에서조차 감추어진 위치, 그것이 모리스 블랑쇼가 차지하고 있는 역설적인 위치이다. 그는 소설·비평·철학을 아우르는 광대한 작품을 남겼고, 그 영향력은 세계적으로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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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쇼(좌)와 레비나스(우)
_ 블랑쇼는 자신의 모습이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린 은둔자였다. 이 사진은 젊은 시절에 찍은, 극소수의 사진 중 하나다.
블랑쇼는 스트라스부르대학에서 에마뉘엘 레비나스를 만나 일생 동안 이어질 우정을 나누었고, 이후 두 인물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주게 될 타자의 철학을 제시한다. 또한 그는 1940년 또 한 명의 위대한 친구인 조르주 바타유를 알게 되었고, 이후 우정과 공동체의 사상을 함께 추구해 나간다. 그는 1950년대 이후로 『문학의 공간』, 『도래할 책』, 『무한한 대화』 등의 저서를 출간하면서 가장 유력한 문학 비평가로 등장하게 되었다. 동시에 그는 『토마 알 수 없는 자』, 『하느님』과 같은 소설들과 『원하던 순간에』, 『최후의 인간』과 같은 이야기들을 썼다.

또한 그의 사유에서 정치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는 알제리에서의 저항 운동을 지지하기 위해 작성된 ‘알제리 전쟁에서의 불복종 권리 선언’을 기안하고 작성했으며, 1968년 5월 혁명에서는 거리에 나가 직접 투쟁에 참여했고, 드골 정권에 반대하는 많은 선언문들과 성명서들을 썼다. 1970년대부터 그는 파리 근교로 물러나 은거의 삶을 이어가게 된다. 평생 동안 그는 언론에 단 한 장의 사진이 실리는 것도 거부했으며, 우리는 그의 얼굴을 레비나스가 공개한 젊은 시절의 몇 장의 사진과 한 파파라치가 불시에 찍은 한 장의 사진에서 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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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비당
_ 프랑스의 블랑쇼 연구자로, 블랑쇼 전기 『모리스 블랑쇼, 보이지 않는 동반자』를 썼고, 영화 「모리스 블랑쇼」의 공동감독을 맡은 바 있다.
블랑쇼는 자신의 작품에서 횔덜린·로트레아몽·말라르메·니체·릴케·카프카와 같은 역사에 남은 위대한 작가들과 철학자들에 대해 훌륭하게 설명했고, 그들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발레리·샤르·사르트르·레리스·클로소프스키·앙텔므·데 포레·첼란과 같은 동시대의 인물들에 대한 뛰어난 비평을 보여 주었다. 그는 동시대의 여러 작가들과 예술가들, 그리고 롤랑 바르트 같은 비평가들과 들뢰즈·데리다·푸코·낭시와 같은 후기 구조주의 철학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신기하게도 이 철학자들은 블랑쇼 이전에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인정받았으며, 세상은 역으로 그들에 의해 그 자신과 그의 작품과 그가 주조해내고 우리에게 남겨준 개념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개념들 가운데 ‘중성적인 것’이라는 개념이 있다. 블랑쇼는 ‘중성적인 것’에서 모든 이데올로기와 모든 동일성의 신화와 결별하는 문학의 결정적인 힘을 알아본다. “물음을 가져오는 글쓰기를 추진하는 물음,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그 물음인 글쓰기, 그것은 네가 세계의 과거 가운데 어느 날 받아들였던 존재(전통·질서·확실성·진리 그리고 모든 유형의 정착으로 이해되는 존재)와의 관계를 더 이상 네게 허락하지 않는다.”

블랑쇼의 사유는 찬미자만큼이나 비방자들을 생겨나게 했다. 그 비방자들은 부당하게 그의 사유에 대해 염세주의라고, 불건전한 사상이라고, 허무주의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정확히 그가 자신의 세기가 가져온 재앙을 염세주의·불건전한 사상·허무주의라는 형태로 가늠할 척도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1962년 바타유에게 보내는 한 편지에서 이렇게 쓸 수 있었다. “바로 희망이 사라진 ‘절대적’ 밑바닥에서 저는 진리와 인간의 미래를 전적으로 긍정할 준비를 합니다.”


+ 한겨레 기사 <‘탈근대 철학의 대부’ 블랑쇼 선집 나온다>
++ '에스파스 모리스 블랑쇼' 박준상 선생님 글 <Collection Blanchot en Corée : Joon-Sang Park>

Collection Blanchot en Corée 전문 보기

(네~ 불어입니다. 하하. 한국어로 간단히 요약하자면, "푸코와 들뢰즈 저서가 한국어판으로 거의 다 나온 것에 비해 그동안 블랑쇼는 거의 소개가 안 된 형편이었습니다. 몇권 출간된 적은 있지만 단발성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그린비 출판사의 요청(기획)으로 선집 9권을 내게 되었습니다. 먼저 『기다림 망각』이 출간되었고, 『정치평론』이 저작권 문제로 출간이 못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선집을 내면서 비당 교수가 쓴 블랑쇼 소개글이 <한겨레>에 실린 바 있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기다림 망각』에 관한 박준상 선생님의 짤막한 해제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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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0 15:43 2009/03/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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