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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의 마감을 막 마친 늦은 밤에 필름 출력을 위해 사무실 인근의 필름 출력소에 갔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출력소의 커다란 기계는 윙윙거리며 돌아가고 있었고, 두 사람의 직원이 그 기계에 붙어서 일을 하고 있었죠. 같이 간 선배 말이 여긴 24시간 일한다고 합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다룬 책을 편집하고 난 후였기 때문일까요. 출력소의 풍경을 보면서 예전에 읽었던 『자본』 2권에서 마르크스가 자본의 회전속도에 관해 쓴 부분이 생각났습니다. 읽은 지 꽤 오래돼서 얼핏 기억하기로는 기계와 같은 생산설비에 투자한 자본량이 클수록 쉴 새 없이 기계를 돌림으로써 이윤율을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계가 마모되는 부분을 감가상각 하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어서 이득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필름 출력소나 인쇄소가 24시간 쉬지 않고 일을 하는데, 고가의 기계를 잠시라도 멈추면 손해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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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돌아가는 대형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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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기계의 규모나 비중이 커짐에 따라 노동력에 비해 기계에 투여되어야 할 돈이 점점 커지게 되므로 노동력을 줄이고 기계를 쉴 새 없이 돌림으로써 이윤율을 높이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예측했습니다.

이처럼 마르크스가 150여 년 전에 『자본』에서 말한 자본주의의 경향들이 현실에서 딱 맞아 들어가는 것을 일상 속에서 발견할 때 깜짝 놀라게 됩니다. 우선 마르크스의 뛰어난 통찰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그 다음으로는 자본주의가 자신의 내적 원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르크스가 『자본』에서 ‘자본주의는 반드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 나갈 것이다’라는 필연적인 법칙을 말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자본주의의 여러 경향들을 말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현실에서 그대로 작동하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죠.

『현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편집하면서 또한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윤율 저하 경향에 대한 저자들의 새로운 분석이었습니다. 예전에 『자본』을 읽으며 자본주의가 이윤율의 하락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몰락할 것이라는 식으로 도식적인 차원으로 이해했지만, 이 책에서는 이윤율의 변화를 임금과 기술변화, 자본축적 등 경제 전체의 여러 요소들 간의 상호관계 속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이 사유를 펼쳐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제가 예전에 『자본』을 읽으며 간과하고 있었던 게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마르크스가 이윤율 저하 경향이라고 했지, 법칙이라고 하지 않았다는 점을요. 경향이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필연적인 멸망으로 치닫지 않고, 케인스주의나 신자유주의 등으로 경제위기의 매 순간마다 자신의 생산양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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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들 : 변수들의 체계
_ 도식에서 볼수 있듯이 이 책에서는 이윤율 r과 여러 경제적 변수들 간의 상호관계를 추적합니다.

이러한 경향적 변화들을 이 책에서는 자본주의의 역사적 동역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윤율을 둘러싼 여러 변수들을 통해 이윤율의 변화 양상을 도출하고, 또 이윤율의 변화에 따른 자본주의의 역사적 동역학을 여기에서 그리고 있으며, 또 신자유주의 이후의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통계 같은 실증적 자료들을 제시하면서 마르크스의 명제들을 현대화하고 정교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를 분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몇 년 전에 『자본』을 읽으며, 나온 지 150여 년이 된 이론으로 지금의 현실을 분석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의구심을 가진 적이 많았습니다. 실제로도 마르크스가 『자본』을 저술한 이후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변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이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듯이 자본주의의 외형은 변화했을지라도 그 내적 경향은 바뀌지 않고 여전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자본』과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서적을 읽고, 또한 관심을 가져야만 할 것 같습니다.

- 편집부 박광수
2009/06/02 11:03 2009/06/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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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ilian 2009/06/04 01:17

    자본론 등 사회과학의 경우, 사회-제도적 분석을 진화론/뇌과학/사회생물학 등의 이론과 접목시킬 때 현실적인 대안 제시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의견입니다...자본주의의 속성이 과연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만의 문제인지, 더 근본적인? 곳에도 근거를 두고 있는지...

    • 그린비 2009/06/02 14:01

      길리안님, 안녕하세요.
      위에 소개된 『현대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외에도, 인류학과 관련하여 『가치이론을 위한 인류학적 접근』이라는 책이 출간되어 있답니다. 고민하시는 부분에 조금이나마 답이 되어준다면 좋겠네요.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