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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서의 증식, 리좀총서 III를 예고하는 리좀총서 II 출범!


『강도의 과학과 잠재성의 철학』은 ‘리좀총서 II: 새로운 지평들’+의 첫번째 책입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예정되었던 것은 아니죠. 기존에 나와 있는 ‘리좀총서’의 뒷날개를 보시면 총서 8번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처음 리좀총서가 기획될 때부터 들뢰즈의 사유를 정교화하고, 그의 사유로부터 리좀처럼 뻗어나간 사유들을 소개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1, 2기로 분화해야 할 만큼 출간 예정 도서를 확정해 두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리좀총서 II' 발간사 및 소개글 보기)

그러다 이 책의 번역이 완료되고, 책의 편집이 시작되면서…… 들뢰즈에 관한 해설서 중심인 앞의 책들과 데란다의 책은 확실히 차이가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출판사와 총서 기획위원인 이정우 선생님의 공통된 생각이었죠). 담당자인 저 자신만 해도 작년에 들뢰즈의 『시네마』를 해설한 『이미지와 생명, 들뢰즈의 예술철학』(리좀총서 I, 05)을 편집할 때는 들뢰즈의 이미지론을 이해하는 데 급급했는데, 이 책을 편집하면서는 현대 과학이론과 들뢰즈의 관계뿐 아니라 과학과 철학이 그리 멀지 않다는 신선한 충격을 더 많이 느꼈습니다(왜 고등학교에서는 수학·과학만 열심히 가르치고, 철학은 거의 안 가르칠까요? 이렇게 서로 긴밀히 연결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커리큘럼이 연동된다면, 수학·과학 공부도 좀더 열심히 했을 텐데요). ‘들뢰즈 철학은 이런 것이다’가 아니라 들뢰즈 사유가 또한 어떤 사유들과 접속하여 새로운 사유들을 산출할 수 있는지, 들뢰즈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수학·과학 이론이 어떻게 들뢰즈 사유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지 재구성하는 이 책의 독특성을 독자들 여러분이 명확하게 인지하실 수 있게 해드려야 할 필요를 저부터 절실하게 느끼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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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좀총서 I
_ 어쩌면 『강도의 과학과 잠재성의 철학』이 마지막을 장식했을지도 모를 '리좀총서 I: 들뢰즈와 더불어'

게다가 새로이 총서에 포함시키려 하는, 즉 기존에 출간 예고가 된 바 없는 책들의 목록을 짜다 보니 리좀총서의 다른 얼굴을 보여 드려야 할 필요는 분명해졌습니다. 리좀총서 I이 기획된 것은 2007년으로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해설서 공부/번역이 끝난 철학아카데미의 세미나 팀에선 한 단계 진화한 공부를 해왔던 것이죠. 그것은 바로 들뢰즈가 펼친 ‘잠재성의 존재론’을 넘어서는 ‘생명의 존재론’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20세기의 철학자 들뢰즈가 플라톤 이래의 서구 철학사와 대결하며, 혹은 그것을 재편집하면서 원형에 대한 사유를 배격하고 ‘과정의 존재론’으로서 ‘잠재성의 존재론’을 펼쳤다면, 들뢰즈 이후 한 발 더 나아간 21세기의 사유는 현대 물리학 이론의 시공강론, 본질추구적이거나 유형학적인 분류학을 벗어난 창조적 진화론(베르그송) 등을 통해 조악한 과학환원주의를 거부합니다. 또한 사유는 더욱 정밀해졌습니다. 한편에서는 동양의 생명 사상과 서구 과학철학의 접속을 통해 현대 생명 철학의 기초를 쌓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재의 사유는 소수자 과학, 소수자 정치학, 소수자 윤리학 등으로 다시 무한확장하는 리좀망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영미권의 브라이언 마수미, 키스 안셀-피어슨이 이미 일가를 이룬 철학자이고, 일본의 에가와 다카오, 군지페지오-유키오, 슈미즈 히로시가 창조적 사유의 모험을 펼치고 있으며, 프랑스에선 에릭 알리에즈와 질 샤틀레 등이 들뢰즈 이후의 연구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리좀총서 II를 통해 세 권의 책(『강도의 과학과 잠재성의 철학』, 『새로운 사회철학』, 『지능기계들 시대의 전쟁』)을 소개될 마누엘 데란다 역시 이미 그에 관한 해설서가 나올 만큼 주목 받고 있는 철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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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엘 데란다
_ '들뢰즈 이후' 철학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인 데란다는 실험영화 제작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건축가 등 다채로운 이력을 지닌 독특한 인물입니다. 그는 일반적인 철학자들의 저작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독자적인 지식과 분석으로 새로운 담론형태를 창조해내고 있지요. (출처 : 이정우 - CAUON 중앙대 대학원신문)

이런 맥락을 좀더 주의깊게 고려하게 되면서 리좀총서 I의 [거의] 막내가 될 줄 알았던 『강도의 과학과 잠재성의 철학』은 리좀총서 II의 첫째가 되었고, 국내 최초로 총서의 증식(增殖)이라는 출판 형태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시기의 구분이 아니라 성격이 나뉘기 때문에 앞으로 나올 책 가운데 들뢰즈 주해서들은 ‘들뢰즈 이후’에서 ‘들뢰즈와 더불어’로 성격이 분명해진 ‘리좀총서 I’에 포함될 예정입니다.

총서의 증식은 2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연구 성과들이 축적된 만큼, 한국에도 들뢰즈의 저작이 거의 대부분 번역되어 있고, 또 리좀총서 I, II를 통해 그 이해를 심화시킬 예정인 만큼, 한국어를 사용하는 연구자들이 자신의 문화적·철학적 전통들 안에서, 또한 그것들을 형성하고 변형하면서 자신의 언어로 펼쳐 가는 리좀총서 III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 언젠가가 빨리 오기를…… 저 역시 기꺼이 기다리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기대되시죠?

- 편집부 박재은
2009/08/04 16:53 2009/08/0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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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ostin 2010/06/23 13:24

    7월 아트앤스터디에서 이지영 선생님의 <들뢰즈씨, 영화관에 가다 『시네마 Ⅰ』읽기> 강좌가 8주에 걸쳐 이루어집니다. 관심있으시면 한번 둘러 보세요~~~~ http://tinyurl.com/3a9882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