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사람이 생로병사를 겪듯이 제품도 도입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의 수명주기를 겪는다. 제품이 모여 형성되는 시장도 마찬가지다. 도입기는 시장이 형성되면서 서서히 매출이 늘어나는 시기다. 성장기는 시장에서 제품 수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시기고, 성숙기는 제품이 많은 잠재고객에게 이미 받아들여진 상태에서 매출이 주춤해지는 시기다. 성숙기에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기업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여러 비용이 증가하면서 기업의 이익률이 점차 감소한다. 쇠퇴기는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시기로 지금 우리 출판계가 처해 있는 상황이다. 도입기냐, 성장기냐, 성숙기냐, 쇠퇴기냐에 따라 출판 전략은 각각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 시장환경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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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시장의 성장 사이클
_ 새로운 도입기, 성장기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가?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출판계는 1960년대에서 70년대 중반까지 도입기를 겪는다. 학교교육의 일반화와 함께 지식이 대중 속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다. 이 시기의 눈에 띄는 특징은 문고본의 등장이다. 외국의 경우 문고본은 보통 성숙기 시장을 경유하면서 나타나지만, 우리의 경우 경제적 궁핍으로 싼값의 책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시기에 <을유문고> <삼중당문고> 등이 등장하면서 문고본의 황금시대를 열게 된다. 80년대 단행본 시대가 열리면서 쇠퇴기를 맞은 문고본은, 출판시장이 불황기에 빠져든 2000년대 들어 불황 타개책으로 다시 등장한다. <책세상문고> <살림지식총서> 등이 그것인데, 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로 자기 모습을 명확히 드러내는 데는 실패했다.  

도입기를 거쳐 우리 출판계는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성장기를 경험한다. ‘자본의 본원적 축적기’에 해당하는 이 시기에 한국 출판계는 ‘단군 이래 최대의 호황’을 경험한다. 이 시기는 지식의 항상적 과소공급 탓에 “소개하는 책마다” “내는 책마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던 시기였다. 한국적 사회운동 상황과 맞물리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사회과학 분야의 책들이 그러했고, 외국의 대학교재 원서를 리프린트한 책들이 그러했다. 특히 없어서 못 파는 리프린트물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더욱이 이 시기에는 외국 저작물을 이용할 때 저작권 계약을 맺을 필요도 없어(참고로 우리나라가 국제저작권조약에 가입한 게 1987년이었다) 로열티가 한 푼도 들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10년 동안 우리 출판계는 성숙기를 경험한다. 밀리언셀러가 등장한 것도 바로 이 시기다. 1995년을 기점으로 출판계는 서서히 쇠퇴기로 접어들게 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성숙기 시장을 통과하면서 출판계에 ‘브랜드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IT의 등장으로 미디어와 콘텐츠의 생산·소비 방식이 변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 출판계의 쇠퇴기는 종이로 대표되는 전통미디어에서 뉴미디어로의 변화가 맹아적 형태로 시작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 쇠퇴기의 곡선이 완만한 형태를 그리지 않고 시작하자마자 가파르게 꺾인 것은 1997년의 IMF사태 때문인데, 이때 출판유통망이 대대적으로 붕괴되면서 서점 부도 여파가 전체 출판계를 강타한다. 폐허가 그나마 좋은 점이 있다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출판계는 얼기설기 과거의 것을 복원하는 데 급급했다(과거의 것을 얼기설기 복원한 것은 비단 유통망만이 아니었다. 이후, 그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되는 것은 베스트셀러 즉 개별 타이틀 중심의 출판 패러다임이 그대로 온존, 아니 오히려 강화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이로써 우리 출판계는 스스로 구조적 장기불황의 터널에 갇히고 만다. 이후 출판계에는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말이 하루도 떠나질 않게 된다. 한편 이때 등장한 인터넷 서점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전체 출판물 유통의 4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임으로써 중심 유통망으로 자리하게 된다. 인터넷서점의 약진은 웹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에 점점 가속도가 붙을 것임을 시사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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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시대
_ 브랜드 전략은 단순한 선택 사항이 아니다. 그것은 '출판 활동'의 재생산의 '조건'이다.

바로 위에서 말한 ‘브랜드 시대’의 도래에 대해 좀더 이야기해 보자. 80년대 중반에서 90년 중반까지의 성숙기 시장에서 우리 출판계를 지배한 패러다임은 소품종대량생산방식 즉 베스트셀러의 출간이었다. 밀리언셀러의 등장이 그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 내지 고착화시켰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경제에서는 성숙시장에서 경영의 무게중심이 ‘브랜드 전략’쪽으로 이동해 가게 마련이다(브랜드전략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통합적인 차별화전략’이다). 상품의 과잉공급으로 개별 상품의 품질로 차별화하는 것이 어려운 성숙시장의 특성상, 치열한 가격경쟁이 전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격경쟁을 피하면서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전문화와 계열화)을 통해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게 되면 적절한 가격설정이 가능해지면서 적정 이윤의 확보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매출 격감에 시달리던 출판사들은 난이도가 높은 브랜드 전략 대신 손쉬운 가격할인 정책을 구사했다(2009년인 지금, 출판계에 일상화되어 있는 가격할인은 아직도 우리 출판계가 성숙시장단계의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돌이켜보자면 성숙기에서 쇠퇴기로 들어선 2000년 경부터 출판계는 브랜드 만들기에 자원을 투자했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지난 10년 동안 출판계의 전체 매출액이 2조 5천억원 내외에서 큰 변동이 없었던 주된 이유는 출판사들이 여전히 베스트셀러만을 쫒고 브랜드전략을 구사하지 않은 탓이 크다(오해를 피하기 위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2조 5천억원 선을 꾸준히 유지했다고 시장이 축소된 게 아니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우리 출판은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 10년은 확실히 ‘잃어버린 10년’이다. 그 와중에도 포화성숙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브랜드 전략을 구사한 출판사들은 꾸준한 성장과 사업확장을 해왔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성숙시장에서는 개별 제품의 품질이나 기능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소비자가 “그 출판사 제품이 아니면 안 된다”고 느낄 수 있도록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관건이다.(브랜드 전략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매스티지’ 같은 것도 추천할 만한 방법이다. 매스티지는 ‘매스’와 ‘프레스티지’의 합성어로, ‘대중명품’을 가리킨다. 일반상품과 달리 지식상품의 경우 소비를 함에 있어 도약이나 비약이 쉽지 않다. 쉽게 말해 기본 공부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전문가용 책을 읽기 어렵다는 말이다. 책을 전문가용, 매니아용, 대중용으로 나눠 출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전문가 수준의 내용을 담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한 ‘대중전문서’를 만들어낼 수 있고, 그것은 그대로 뛰어난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대중전문서’의 성공은 전체 출판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계기로도 작용할 것이다.)

성숙기에서 쇠퇴기로 넘어갈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이 있다. 선행했던 실물경제의 호황 탓에 심리적으로 상황을 낙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실물경제가 쇠퇴기의 증상을 보이는데도 사람들이 근거없는 낙관론을 펼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같은 쇠퇴기라 하더라도 그것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할 수도 있고, 자본주의에서 되풀이되는 과잉생산에 따른 경기변동의 일환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2009년인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출판 불황은 경기변동에 따른 일시적인 불황이 아니다. 이 불황은 미디어의 지형과 관련된 구조적 불황이기 때문에 출판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으면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불황이다. 10년 넘게 이어진 장기불황이 그 증거다. 시대는 출판계에 근본적 변혁, 즉 다품종소량과 뉴미디어와의 접속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출판계는 시대적 요구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베스트셀러에 점점 더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불황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 베스트셀러라도 되는 것처럼. 서점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가격할인과 푸시 마케팅, 출간 종수의 감소가 그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노파심에서 덧붙이자면, 이 글을 통해 베스트셀러 무용론을 주장하려는 건 아니다. 출판사업에서 베스트셀러는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그건 브랜드전략의 결과 내지는 부산물로 얻어져야 할 것이지, 한탕주의 성격의 1회적인 성공을 바라고 기획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을 경유하면서 웹이 약진함에 따라 책은 지식지형도상에서 점점 비주류로 밀려나면서 판매량 또한 점점 줄어들게 된다. 전통매체의 추락은 앞으로 점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정보 복사와 전달이 저비용으로 가능한 뉴미디어의 속성상 콘텐츠의 가격은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고스란히 전통매체로서의 책을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제프 주커의 말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아날로그 달러(dollars)의 시대에서 디지털 페니(pennies)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원래 수요공급의 법칙상 판매량이 적어지면 값이 비싸져야 하지만, 지금의 출판시장 수요 공급법칙은 판매량은 적어지는데도 값은 싸져야만 하는,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강요받고 있다. 미디어산업은 향후 저비용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재편될 것이며, 이는 지금까지의 출판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동시에 이 말은 혁신적 변화를 읽고 미리 준비를 하는 출판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지금 시기는 값싼 양질의 콘텐츠를 많이 원하는 시대다. 그러려면 소품종전략 갖고는 대응하기가 어렵다. 다품종소량을 경영전략으로 채택하고 다양한 미디어믹스 전략을 실행해낼 준비와 투자를 하는 출판사만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갖고 성장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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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_ 최근, ASUS(아수스)의 Eee-Book Reader 개발 소식으로 전자책(eBook)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다.

2009년 현재, 우리 출판계는 새로운 성장기를 위한 도입기에 서 있다. 하지만 불황기에 늘 그렇듯이, 사람들은 실물지표를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근거없는 낙관(이러다가 좋아지겠지^^)과 근거없는 비관(더 이상 출판의 미래는 없다ㅠㅠ)의 양극단을 오가고 있다. 선행하는 실물경제의 움직임을 후행하는 심리적 요인으로 인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시기는 뉴미디어로 촉발된 새로운 시장의 도입기다. 그러나 많은 출판사들은 끝모를 불황의 공포에 시달리며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해 투자를 하기보다는 불황에 참고 견디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금 시기 새로운 투자란 뭘까. 책이 잘 안 팔린다고 출간종수를 줄이는 것이 지금 많은 출판사들이 취하고 있는 전략인데, 이는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환경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나오는 잘못된 전략이다. 그렇다면, 지금, 출판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은 뉴미디어와 전통미디어(올드미디어)가 공존하면서 뉴미디어가 부상하는 시기다. 뉴미디어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함에 따라 전자책을 위시해서 POD, 오디오북 등의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할 것이다. 경기 침체와 뉴미디어의 부상으로 앞으로는 뉴미디어와 전통매체 간의 융합이 활발해질 것이며, ‘과거의 콘텐츠’+‘뉴미디어’가 사업의 주된 트렌드가 될 것이다. 이런 미디어 환경에서는 타이틀이 많은 출판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사업기회도 이런 흐름 속에서 나올 것이다. 따라서 출판사들은 좀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의 콘텐츠는 뉴미디어와 만나 새로운 사업기회를 획득하게 되고, 이를 토대로 출판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두 번의 중기(보통 3년 텀을 중기, 10년 텀을 장기라 한다)를 지난 2015년을 전후로 출판시장은 새로운 성숙기를 맞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성장기 출판시장의 모습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 또 얼마나 힘있게 가속도를 낼지는 온전히 ‘지금-여기’ 우리 출판인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뉴미디어가 중심이 된 새로운 성장기 시장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뉴미디어, 또 하나는 대중지성과 커뮤니티의 활성화다. 앞으로 출판미디어는 책의 형태건 뉴미디어 형태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산·유통·소비될 것이다(이런 점에서 출판사마다 자기 전문영역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긴급한 과제다). 물론 상황이 녹록한 건 아니다. 뉴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지식은 점점 정보화되고, 사용자 제작 콘텐츠(user generated content)에 대한 중요성 또한 더욱 커지고 상황에서, 지식을 생산․공급하는 출판업은 설 자리를 잃거나, 기껏해야 뉴미디어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되고 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드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들이 과연 출판 콘텐츠를 대체할 만큼 충분한 질을 확보할 수 있을까? 아무리 컴퓨터의 기억(용량)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기억을 대체하거나 능가할 수 있을까? 대답은 ‘노우’다. 출판미디어는 지식과 정보의 전달뿐만 아니라 그 깊이와 아우라로 내밀한 ‘사유의 공간’을 제공하는 독특한 미디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도입기와 성장기를 앞둔 지금, 출판인들에게 시급하게 요구되는 것은 출판미디어의 변화 방향성을 읽고 그에 대응하는 구체적 전략과 목표를 세우는 것일 것이다.

- 대표 유재건

2009/09/11 16:26 2009/09/1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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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eBook, 전자책에 대한 접근 방식이 잘못되어 보인다.

    Tracked from 시답잖은 지식과 개똥철학 2009/09/19 16:04  삭제

    이 글은 카테고리를 '조금 긴 댓글'로 보내야 하겠지만 댓글을 쓰다보니 좀 길어졌고, 원래 비슷한 내용으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볼 생각이었기 때문에 댓글을 그대로 가져와서 내용을 보강한다. 내용은 전자책, 그 가운데에도 디지털 교과서에 좀 더 집중하여 고민한 결과이다. 발단은 Enits님의 댓글로부터 시작되었다. Enits님: 제게는 디지털 교과서에 관한 글을 두고 한컴 그룹웨어에서 유입이 좀 있었죠. 시비의 요소는 없긴 했지만 신경은 좀 쓰이더군..

  2. Subject: 이북에 대한 출판사쪽 입장과 고민을 접한 후의 생각더하기

    Tracked from 시답잖은 지식과 개똥철학 2009/09/19 16:04  삭제

    Enits님과 댓글과 트랙백 교환을 하다가 평소 가지고 있던 이북(전자책)에 대한 생각을 eBook, 전자책에 대한 접근 방식이 잘못되어 보인다.를 통해 두서없이 정리해 봤다. 그리고 그 글에 대한 답글성격의 출판사쪽 입장에서 본 이북과 디지털 콘텐츠에 관한 생각을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입장에서 정리해 주셨다. 이북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한 번 읽어보셨으면 좋겠다. 이북? 디지털 콘텐츠? 종이 책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아래는 위의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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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in 2009/09/12 05:21

    중복 아닙니다, 수정한 리플입니다.

    일단은 상당히 많은 부분이 동감이 갑니다. 뭐 과거의 좋은 시절 이야기야 해봐야 좋은 시절 이야기이니 넘어간다고 해도, 사실 개인적으로 지금 킨틀이라고 나오는 매체의 성공 가능성 자체는 조금 의문이 듭니다. 상당히 비싼 가격과, 이미 pmp 핸드폰 넷북 등의 수많은 대체제가 있는 상황이고, 유비쿼터스 시대로,이제 문화시장이 단순한 융합이 아니라, 인터랙티브, 그린비출판사에서 나온 리좀총서에 나오는 리좀처럼, 문화시장조차도 이제 시작과 끝을 알수 없고, 확장하기도 하고 수축하기도 하며, 연결성이 있는 듯하면서도 분절되어 있는 형태의 예측불허의 시장에서 단순한 이북화 만으로는 이미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수익성 창출 자체는 쉽지 않다고 봅니다.

    여기에 부족하지만 몇가지 근거를 제기하면, 90년대 세대들만 해도 조금씩이나마 도서매니아가 있었다면, 00년대 세대들은 도서문화는 커녕, 직접적으로 인터넷을 접하고 도서나 취미보다는 어린나이부터입시경쟁에 밀리고 있으며, 경기불황기에서 호황기로 접어들만한 전망이 나와야 하는데, 한국 경제나 세계 경제가 단기간에 경기불황을 극복할 가능성은 요원해보인다는 점, 결정적으로 문화시장 자체가 다품종 소량체재겠지만, 그 가운데 유통업계는 이미 몇몇 업체들로 독과점화 되어서 콘텐츠 생산자보다, 그 중간의 유통업자가 더 많은 수익분배를 요구하며 사실상 이미 독과점 시장에 들어서고 있고, 점점 도매나 중간유통과정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음악시장처럼 되레 재주는 곰이 부리고 이속은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지요. 음반시장이 몰락하고 음원시장으로 돌입했을 때도, 시장의 크기는 전혀 줄지 않았고, 그때나 지금이나 생산자의 형태는 유사하지만, 수입구조가 상당히 변한건, 역시 다른 정보처리기술의 변환이 요구되는 산업들에서도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상황에서 단기적인 일부 수요층이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 이북이 양피지를 대체한다는 건 좀 무리감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악은 도서에 비하면 훨씬 대중적인 매체라고 보거든요. 이제 도서가 자리잡던 위치가, 게임이나 영화등의 매체에 10대초반이나 00년도 세대들에게는 위협받고 있다고 봅니다. 이제 이들은 도서를 통해 얻던 지식을 놀이와 영상, 미래지향적으로 보면 인터랙티브한 여러 매체를 통해서 얻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보거든요. 음악은 거기에 비해 음악의 트랜드는 바뀔지언정, 음악을 위협할 새로운 청각적인 매체는 등장하기가 쉽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문자문화를 기반으로한 도서문화가 단지 정보처리 방식이 양피지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것 뿐만이 아니라, 이제 인터랙티브, 여태 우리내 도서문화라던지, 이미지 영상이 일방적인 차원으로 접근했다라면, 미래지향적인 콘텐츠 시장은 위에 나온대로 상호지향적인 방향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출판사 자체가 텍스트 뿐만이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을 결합한 하나의 브랜드를 생산해 낼수 있는 종합적인 콘텐츠 제작사로써 거듭나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제 점점 문학적인 내러티브나, 인문학적인 사고력, 등이 기술적인 만남은 윗글에서처럼 증대 될 것이야 뻔한 이야기 이고, 이제 단순히 활자가 1차원적인 선이 아니라, 0차원적인 점으로써( 디지털 시대니 픽셀이라고 해야 되겠군요.) 구현되는 시대가 될지도모르는 만큼(킨틀이니 뭐 디지털정보처리기술에선 픽셀이 맞기도 하네요.), 이제 도서는 단지 활자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2차원적인 이미지 함께 그것을 뒷받침 하는 공학적인 기술로 현대 사회를 디자인하게 될때, 거기에 이야기를 불어넣고 지식을 불어넣는 훨씬 더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어야 한다고 보고, 이러한 역할을 기존의 출판사가 콘텐츠 생산자로써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태 기존의 도서라는 것이 1차원적인 존재였다면, 이제는 차원을 망라하고 다차원적인 접근이 미래의 문화시장의 접근이 될것이라 생각하거든요.

    물론 말과 행동은 다르듯이. 많은 시행착오와 투자가 필요하겠지만, 이제 단순한 도서 자체는 다품종 소량 생산 (사실 이것은 결국에는 몇몇 브랜드를 빼고는 정말로 상당히 적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하루에 나오는 수많은 신간들에 바로바로 사라지는 수많은 알 수 없는 복제품 같은 허상이 되어버릴수도 있지요.) 사실상 그 자체는 점점 매니아화 되어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를 통해서 단지 도서만 가지고는 몇몇 상위 몇퍼센트를 제외하곤 이미 유통업이나 출판계의 자본의 서열이 정해진 만큼 브랜드를 가지지 않으면 책을 팔 수 없게 되는 시대가 아닐지 전망해 봅니다. (이걸 보고 스타시스템이라고 하더군요. 적절한 작품성과, 적절한 상업적인 요소를 결부되면, 바로 대스타가 탄생한것처럼 자본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증여해주고, 그 이후에도 이런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책을 팔아 먹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면, 이런식의 스타 시스템은 더욱 맹위를 떨치지 않을까 합니다. 자본도 돈이 되는 곳에 투자가 되지, 구태여 위험한 신인을 키우려고 하지는 않겠죠.)
    그래서 지금의 도서문화가 계속 영위는 되겠지만, 종이책의 수요는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렇다보니 2015년 경이나 2020년만 봐도 책이라는 것이 단지 활자나 픽셀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영상과 결합하고, 게임과 결합하게 되고, 공공디자인과 결합하게 되고, 총체적인 문화 콘텐츠의 시발점이 되는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진중권씨는 이것을 상형문자라고 이야기 하셨던게 기억이 납니다. 예를 한가지 들면, 진중권씨의 미디어 아트: 예술의 최전선에 한 부분을 언급하면 '도널드 마리넬리' 라는 공학자는 '마지막 수업'이라는 도서의 예를 들면서 다른 매체와의 결합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요. 비디오와 책을 동시판매하고 그것을통해서 활자와 영상간의 결합을 통해서 종합적(합성적) 인터뷰를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2009년에 이런 간단한 시도들이 되고 있다면, 2015년 경에는 세계 도서시장의 변화는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단지 영상뿐만이 아니라, 훨씬 더 많은 매체에 활자를 통한 콘텐츠 생명력을 불어넣는게 가능해지면, 기존의 출판사들이 단지 책만 내는 것이 아니라, 이런 융합적이고 점점 다차원적으로 변해가는 콘텐츠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종합적인 문화 콘텐츠 생산업체로 변해야 미래 도서시장, 미래 정보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래의 시장 자체는 단지 기능론적인 기술만으로도, 시장성이 수반되지 않은 실험적 콘텐츠만으로도 대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봅니다. 이것 한가지만 부각된다면 반쪽짜리 콘텐츠가 될 확률이 크겠지요.

    마지막으로 '기껏해야 뉴미디어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되고 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드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라고 후반부에 나와 있는데요. 하청업체로 전략하느냐. 융합형 콘텐츠의 한축을 담당하느냐는, 그 콘텐츠를 만드는 곳의 콘텐츠의 질,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장과 융합하냐에 따라서 그 가능성이 달라지고, 결정적으로 결국에는 이곳을 소비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잘 이용한 곳이 되레 기술이라는 몸통을 하청업체로 부릴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니면, 기술+콘텐츠+유통을 하나로 하는 미디어 그룹의 탄생으로 그 곳의 자회사가 될 수도 있겠구요. (지금 sk나 kt같은 곳의 자본력과 그들의 시선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돈만 된다면요.) 여기서 자회사라는게 단지 일을 하청받아 취급하는 하청업체가 아니라, 콘텐츠 부분을 담당하는 하나의 독자적인 기업으로써의 위치라고 보고 있습니다. 기술, 예술,인문학등이 연계된 내러티브, 유통, 자본. 이 4가지 요소들이 자본이라는 가장 큰 틀에서 3가지가 동등한 값어치로 묶여야지, 여기서 차별대우가 일어나고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면 그 시장이나 그 기업의 결과는 매우 참혹하거나, 불균형 상태에 이르리라 봅니다.

    지금은 아직 저도 많은 배움이 필요하고, 두서 없이 쓰다보니 부족함이 많은 글입니다만, 정성은 있는 리플이니 좋은 글에대한 감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이런 기사들 기대하겠습니다,.^^

    ps. 리좀 총서중에 '들뢰즈 이해하기'라는 책은 참 잘봤습니다. 읽어봐도 여전히 모르는것이 많지만, 배움이 짦은 사람도 개념이나마 체크할 수 있고 더 어려운 책으로 나갈수 있게 입문서로써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계속 이런 좋은 책들도 나오길 빕니다.

    그리고 위의 댓글을 지우고 싶은데, 실수로 비밀번호를 대충 적었더니 지워지지가 않네요. 긴 리플인데 윗글부터 차례대로 읽으셨다면 참 죄송하지만, 이 쪽이 좀더 양이 첨부되고 다듬어진 편이니 너그러이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그린비 2009/09/14 10:00

      sein님, 안녕하세요.
      윗 댓글은 지워드렸습니다. ^^;
      '정성'스런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네요.
      특히, '총체적인 문화 콘텐츠'와 관련된 부분은 그린비가 지향하는 바와 흡사합니다. 길고 정성스런 답변에 대한 또 하나의 답변으로 이 글 'http://www.greenbee.co.kr/blog/403' 을 참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2. 지나가다 2009/09/12 17:34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3가지 문화 매체로
    영화, 음반, 책 을 꼽는다면...
    그래도 책이 가장 유리하다고 봅니다.

    영화의 경우 극장상영의 경우는 괜찮지만 2차부가판권시장은 전멸한 상태입니다.
    왜냐면 다 pc로 공짜로 불법다운로드 받아버리니.

    음반: 요즘 CD사는 사람 정말 없죠? 이거 역시 mp3 (그건도 불법 다운 mp3)

    책: 아무리 전자책(E북)이 나와도 롱런할것 같습니다. 그나마 제일 밝습니다.
    일단 책 자체가 아날로그이고... 설령 전문이 인터넷에 올라온다해도
    책은 책장넘기며 보는 맛을 사람들이 포기하지 않을 것 같네요.
    (단문의 뉴스, 잡지기사 같은 건 인터넷으로 많이 봐서 신문사는 힘들겠지만)
    200페이지 넘어가는 중편, 장편들은 정말 책으로 볼 듯합니다.
    제 생각인데 책이 안팔리면 전자책 때문이 아니라... 그냥 한국 사람들이 책을 안 읽어서입니다. 안 그래도 1년에 2권보는데 책값은 오르니 1년에 1권 보는거죠. 일본, 미국, 유럽은 책 정말 많이 보던데... 한국... 책 너무 안봐요.

    • 그린비 2009/09/14 10:06

      안녕하세요.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매체가 가장 유리하다-라는 논의보다는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 것인가-하는 논의가 좀더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역시나, '책'을 사랑해 주시는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

  3. 엄일용 2009/09/17 16:16

    유재건 대표님, 글 열심히 읽어 보았습니다. 인문출판사들은 보수적이기에 뉴미디어에 대해서는 가장 늦게 접근할 것이라는 인문출판사 마케팅 담당자 분들의 말에 전자종이 단말기 서비스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었습니다. 그린비에서는 유통사,단말기제조사 등에서 열을 올리는 국내 전자책 시장에 대해서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실까요? 트위터를 하신다면 @gun0921 follow 부탁드립니다.

    • 이경훈 2009/09/17 16:58

      안녕하세요. 그린비 마케팅팀의 이경훈입니다.
      저희 대표님은 트위터를 안 하시구요, 그나마 제가 계정을 만들어 둔 게 있어서 방금 follow 했습니다. ^^*

  4. 비밀방문자 2009/09/18 05:42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그린비 2009/09/18 09:44

      감사합니다. ^^*

  5. OpenID Logo http://gun0921.myid.net/ 2009/09/18 11:58

    이경훈님, 트위터 감사드립니다. 전에 한 번 찾아 뵈었는데 기억하실지...^^ 누트 들고 갔었죠? 그린비에서 전자책 관련 준비하시면 꼭 연락 주세요~ ^^

    • 이경훈 2009/09/18 13:44

      넵, 당연히 기억하구 말구요. 트위터에서 사진을 보고 반가웠습니니다. ㅎㅎ 나중에 필요할 때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6. mahabanya 2009/09/19 16:03

    출판사의 입장에서 좋은 글 잘 봤습니다.
    확실히 지금은 출판사에게 위기이면서 기회입니다.

    마침 얼마 전에 우연한(?) 기회로 이북과 관련한 이야기를 쓴 글이 두 개 있는데 트랙백 하고 갑니다. 순전히 IT에서 놀던 사람이 앞으로의 콘텐츠 생산자로서, 그리고 일반 소비자로서, 그리고 개발 사업을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한되긴 하지만 여러 정보를 접하고 두서없이 쓴 글입니다.

    • 그린비 2009/09/21 09:53

      mahabanya님, 저 역시 좋은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다양한 입장과 생각들을 구체적으로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댓글과 트랙백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