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동포, 동포-이주노동자, 그리고 한국인"

김기돈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

현재 내가 몸을 담고 있는 단체의 이름은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이다. 이름을 보면 한국의 이주노동자 인권문제를 총괄(?)하는 단체인 것만 같다. 실제로 인천에 위치한 센터에는 종종 다른 지역에서 그곳의 ‘지부’를 찾는 전화가 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일일이 단체의 위치며, 활동 내용 및 범위를 설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이름 덕을 보는 경우도 많다. 단체의 이름에 한국 이주인권운동을 대표한다는 의중이 은연중에 드러나 있어서 직접행동을 조직하거나 단체의 활동을 알리기에 용이하기도 하고, 단체의 활동 범위를 해외로 확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한국’, ‘이주노동자’, ‘인권’이라는 단어가 만들어 내는 무게가 단체의 지향을 매 순간 가다듬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인권적 측면에서 이주와 관련된 제도나 정책들을 해석해 내야만 하는 것 또한 단체의 중요한 활동들 중 하나이다. 그런 문제 중에 근래에 뜨거운 이슈가 바로 ‘조선족’, ‘고려인’이라 불리는 중국 및 구소련 지역의 동포 입국정책에 대한 문제와 인권적 이해에 관한 것, 그리고 동포 입국정책과 아시아 지역 이주노동자의 도입정책과의 관계에 대한 문제이다.

위의 내용을 두 가지 질문으로 풀어 쓸 수 있겠다. 첫번째는 ‘왜 중국과 구소련 동포들은 같은 동포임에도 재미교포, 재일교포들과 다른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이고, 두번째는 ‘왜 한국에 이주해 온 아시아 지역의 이주노동자는 같은 민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동포보다 열악한 처지를 감내해야 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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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일했던 모텔 주인의 명함을 내밀고 있는 중국동포
_ 다른 이주노동자들이 서비스업종에 취업하는 길이 막혀 있는 것에 비해, 중국 및 구소련 지역의 동포들은 다양한 비숙련노동업종에서 일할 수 있다.

이야기를 풀어내 보면, 한국정부는 중국동포 및 구소련 지역의 동포들에게 타 지역의 동포들과는 달리 한국으로의 자유로운 입출국 및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동포로서의 헌법적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대신에 2007년부터 이들을 ‘방문취업제’라는 별도의 제도를 통해 입국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각각 ‘조선족’, ‘고려인’이라 지칭되는 중국동포와 구소련 지역의 동포들은 선별적으로 방문취업비자를 발급 받도록 되어 있고, 5년의 기간 동안만 체류할 수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IMF의 극복책으로 재외동포의 국내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재외동포법’을 제정하면서 경제적인 이득이 없고, 한국경제의 짐이 될 뿐이라고 판단한 위 지역의 동포들을 재외동포의 범위에서 배제한 것이 그대로 고착화된 것이다. 한국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을 하위노동시장으로 편입시키며, 3D 업종 및 서비스업 등의 비숙련노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34개의 비숙련노동업종에 취업을 허용하여 동포들을 하위노동시장의 노동력의 일부로 규정한 것이다.

반면에 한국정부는 이들 동포들을 아시아의 이주노동자에 비해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대상으로 규정한다. 동포들은 아시아 지역의 이주노동자에 비해 일할 수 있는 업종이 다양하고, 사업장을 옮기는 데 규제가 없다. 비자 또한 5년간 입출국을 반복할 수 있는 복수비자로 발급이 된다. 이로 인해 대체로 동일한 업종에서 비숙련노동자로 근무하게 되는 타 지역의 이주노동자에 비해 양호한 대우를 받고 있다(그간 타 지역의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및 사회권 등의 인권을 침해하였던 조항들을 위 지역의 동포들에게 적용하지 않음으로써 ‘인센티브’를 규정한 한국정부는 이로 인해 스스로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침해의 핵심적인 사항이 ‘무엇’이었는지를 입증해 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문제에 있어서 중국 및 구소련 지역의 동포에 대해서 기타 지역의 동포와 같은 체류지위 및 권리를 부여하여야 하고, 기타 아시아 이주노동자들에게는 현재 동포들에게 적용되는 노동조건 및 체류조건을 근거로 불필요한 차별을 철폐하고 기본적인 노동권 및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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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사건 희생자들의 유가족
_ 주한중국대사가 사망자들의 유가족들을 방문하자 유가족들은 한국에서의 서러움을 쏟아 내듯 오열하고 있다. 중국 및 구소련 지역의 동포들은 일본과 미국처럼 소위 '잘사는' 나라의 동포에 비해 차별을, 다른 이주노동자들은 또 중국 및 구소련 동포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 '동포'와 '이주노동자'의 경계에 선 이들은 한국 이주정책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미지출처: 오마이뉴스)

그리고, 우리의 의견이 매우 상식적인 수준의 의견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대의견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모든 유형의 이주자를 극단적으로 혐오하는 의견에서부터 현실적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는 현실주의적 의견, 민족적 견지에서 동포 사이의 차별은 없어야 하나 동포와 기타 지역의 이주노동자들 간의 차별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의견 등 여러 갈래의 의견들이 나타났다. 물론 각각의 의견들은 경험적이든, 가치 지향적이든 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의견을 주장하는 한국인 모두에게 동일한 법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개인은 타인과 동일한 권리를 향유하여야 하고, 모든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의 권리를 향유하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본전제를 중심에 두고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것은 차별의 문제이고, 노동기본권의 문제이다. 집단의 특수성을 고려하여야 하지만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 인권의 보편성에도 마땅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국 및 구소련동포에 대한 차별들과 아시아 지역 노동자들에게 부과되는 사업장 이동의 제한, 노동권리의 제약 등이 해소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특히 동포정책과 기타 아시아 지역 이주노동자 도입정책 사이에서 인권과 노동권의 보장의 차이가 정책의 차이, 혹은 인센티브 부여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시 단체의 이름을 입에 올리면 우리의 단체의 이름은  ‘한국’, ‘이주노동자’, ‘인권’ 등이 결합되어 있다. 단체의 이름이 마음에 드는 이유 중의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이라는 범위의 규정으로 인해 우리 활동의 주 대상이 ‘한국’과 ‘한국인’으로도 규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란 사회에 이주자의 인권을 말하는 우리의 활동이 결실을 맺어 우리의 주장이 언제나 한국사회의 ‘상식의 영역’에서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2009/10/21 11:00 2009/10/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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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미등록이주자에게도 삶이 있다 - 미누 강제추방 사례로 본 한국의 다문화 정책

    Tracked from 2009/12/16 17:39  삭제

    미누의 강제추방 미누! 네팔에서 온 미노드 목탄의 한국식 이름이다. 1992년, 스물 한 살에 꿈을 찾아 한국에 온 미누는 이주 노동자의 현실을 표현한 노래와 다문화 사회로의 통합을 위한 미디어 활동을 통해 이주자와 한국인 사이의 소통의 가교역할을 했다. 그러나 17년 7개월의 한국생활의 끝은 강제추방이었다. 강제퇴거 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이 기각된 당일에 변호인, 지인과 면회 한 번 하지 못하고 2009년 10월 23일 밤 8시 50분 네팔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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