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 다가가기, 철학으로 행복해지기

그린비 <개념어총서 WHAT>을 준비하면서, 개념어 별로 해당 책을 쓰신 선생님들과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이번 인터뷰는『내재성이란 무엇인가』의 저자 신지영 선생님의 인터뷰입니다. 본 인터뷰는 축약본으로 인터뷰 전문은 <개념어총서 WHAT> 1차분(11.9 출간예정)과 함께 출간될 『개념어총서 WHAT 가이드북』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개념어총서 WHAT 가이드북 받으러 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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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재성이란 무엇인가』 저자 신지영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자의식이 싹튼 이래 줄곧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혼돈 상태에 있었는데, 끝내 들뢰즈 철학으로부터 그에 합당한 개념을 만들어 내고서야 그 혼돈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는 뼛속 깊은 철학자(혹은 철학을 업으로 하는 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들뢰즈의 철학을 접하기 전에는 문학 비평이나, 영화, 그리고 사회학과 같은 영역에서 많이 서성였다. 2005년 프랑스에서 들뢰즈의 윤리와 미학의 관계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래, 들뢰즈라는 이름을 여기, 지금에 구체적으로 펼쳐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윤리와 여러 예술 장르들에 대한 들뢰즈의 사유를 다시 생각하고 다시 쓰는 것이 하나의 임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 경희대, 중앙대, 연세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함께 쓴 책으로 『들뢰즈 사상의 분화』, 『들뢰즈와 그 적들』, 『현대철학의 모험』, 『성과 사랑, 그리고 욕망에 관한 철학적 성찰』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고고학자, DNA 사냥을 떠나다』, 『삐딱한 예술가들의 유쾌한 철학교실』 등이 있다.


어떻게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되었나요?
읽고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해서 문학비평을 해보고 싶었다. 비평이론을 쭉 읽다 보니 그 이론들은 전부 철학에서 오더라. 그래서 철학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때 철학으로 넘어가게 될 때(스물세 살쯤) 내가 가지고 있던 기본적인 얄팍한 통찰이랄까, 뭐 이런 게 있었는데 “이 세상에는 어떤 기본적인 장면들이 반복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아무 책이나 마구 접하다가 『차이와 반복』의 제목을 봤는데 반복? (웃음^^) 책이 워낙 어려워서 다 이해는 못하겠지만, 가끔 가끔 이해가 되는 게… 뭔가 비슷한 게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들뢰즈를 하게 되었다.
들뢰즈의 글을 읽기 전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칸트 이런 것들 읽을 적엔 더 허무해진다고 할까? 너무 많은 걸 잃어버리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어서 “아,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이런 걸 보면서 너무나 행복했다. 매 구절 너무 행복했다.

<개념어총서 WHAT> 작업을 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요?
들뢰즈가 철학 내부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문학이나 영화, 기타 등등 다른 일 하는 분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일단 우리말 개념이 주는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 ‘내재성’ 하면, 뭔가가 내재하나 보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거다. 그게 딱히 틀린 말은 아닌데 대부분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게 뭔가가 내 안에 내재한다, 이렇게 생각을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것이 전혀 아니고, 그렇게 해서는 절대 들뢰즈에 다가갈 수가 없기 때문에, 너무 답답했다. 물론 다른 개념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박사님들, 철학 외의 박사님들하고 내재성에 대해 얘기를 해도 다들 다르게 알고 계시더라. 그런 걸 많이 겪었는데, 그것을 각개격파를 하기보다는 (웃음^^) 한 계기를 통해 내가 한번 이렇다라는 얘기를 좀 해놓으면, 그런 경우가 있을 때(개념에 대해 잘못 알고 있을 경우) 그 책을 선물을 드리든지 소개를 하면 좋겠다 하는 절실함 같은 게 있었다.

철학 입문자들이 개념공부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노하우 같은 게 있나요?
개인적인 경험으로밖에 말씀드릴 수가 없겠다. 그냥 이 지구상의 어떤 한 명은 그렇게 공부했다고 생각해 주길. 나는 개념을 따라 가는 게 아니라 자기가, 자기 문제의식이 있어서 그 문제의식을 해결하기 위하여 개념을 찾아 가면 좋을 것 같다. 나의 경우 아까 말씀드렸듯이 ‘반복’이라는 생각을 갖고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이 매일 뭔가를 하는데 그게 반복되는 것 같다라는 어떤 개념을 막연하게…. 근데 그 막연한 것을 혼자 풀려고 하다 보면 5분밖에 뭘 못한다. 그게 바로 개똥철학 아닌가. (웃음^^) 그런데 그거 가지고는 나를 정말로 풀어낼 수도 없다. 답답하고, 막연한 만큼 답답하고, 많이, 길게 풀 수도 없다. 그러니까 재밌지도 않다. 나중에는. 오히려 행복하고 재미있기 위해서라도 그게 정교화되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비슷한 개념부터 찾아가는 거다. 들뢰즈에 따르면 철학은 개념으로 사유하는 거니까.
내가 막연히 갖고 있던 개념을 이 사람 철학에서 찾아보고 저 사람 철학에서 찾아보고 그러다 보면, 어떤 개념과 내 개념이 공명하는지 발견이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 재미있어지는 거다.

마지막으로 이후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에필로그에다 들뢰즈의 글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얘기를 조금 했었다. 나는 들뢰즈를 사람들이 잘 못 읽는 게 너무 안타깝다. 조금만 문턱을 탁, 넘으면 너무 재미있는데 그걸 못한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나는 참을성이 강한 스타일이라 많이 참았다. (웃음^^) 내가 처음에 시작할 때는 도와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참아야 했지만 지금은 공부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도와줄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나는 이제 도울 차례가 된 것 같다. 그래서 처음 시작하면서 힘들 분들을 위해서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고 아름다운 책인지를 얘기해 주고 싶다.


2009/10/28 15:37 2009/10/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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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경 2009/10/29 01:19

    오호~ 예전에 <노마디즘>을 읽다가 '내재성'이라는 단어의 설명을 읽으며
    '외재성'이라고 해야 의미에 더 가깝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든 적이 있어요.
    다행히 이 부분에 대해서 이진경쌤이 친절히 안내를 해 주시더군요..
    우리가 이해하는 내재성의 의미로 파악하지 말고, 관계에 대해 내재적인 것이기 때문에
    외부에 의한 사고를 해야 한다고.. 외부의 관계에 의해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것이 '존재'라고..
    이 부분에 대해서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책을 함 들여다봐야겠네요~
    포스팅 감사합니다~ ^^

    • 그린비 2009/10/29 09:50

      와- 이경님, 정말 훌륭하십니다.
      책 출간되면 꼭 읽어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