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민우 씨와 홈리스의 <246키친>
- 일본에서 마을 만들기5


신지영 (연구공간 수유+너머)

* 그'들'의 추방, '우리'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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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된 이방인, 미누
미누가 한국에서 추방당했다. 미누는 이주노동자이고,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 크랙다운>의 보컬이며, 나의 좀 먼 벗이다. 오늘 나는 그를 추방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타고 있다. 자유롭게?! 공항의 출입국 절차들을 통과하면서 점차 묘한 기분에 빠진다. 과연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이동의 자유란 무엇을 바탕으로 한 것일까? 일본과 한국을 왕복하는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것은 "움직이지 않는 한국국적" 덕분이다. 이것은 과연 자유일까?

내게 한국에 '돌아간다'는 것은 친숙함을 의미한다. 그곳엔 모국어, 집 앞 떡볶이, 된장찌개와 김치와 나물이 있고, 밥먹는 내 앞에 앉아 내 낯빛을 살펴주는 사람들이 있다. 어머니가 햇빛에 말려 놓은 이부자리에 누우면, 내 방 냄새와 한낮의 태양냄새 속에서 길고 편한 잠에 빠진다. 이것이 나의 한국이다. 일본에서 그 친숙한 것들이 떠오를 때, 나는 내가 재일(在日) 중임을 느꼈다. 반면, 일본에서도 친숙함은 생긴다. 일본 집앞 삼각김밥 아줌마에게 나는 "콘부(다시마)"로 통한다. 밥하기가 귀찮을 때마다 "콘부 후타츠!(다시마로 두 개요!)"라고 외치는 나를 기억하시곤, "정말 콘부 좋아하네!" 웃으시며 아는 척을 해주신다. 내가 일본에서 경험한 친숙함은 언젠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순간순간 떠올라, 나를 '재한(在韓)'하도록 만들는지도 모른다. 이 친숙함에 우리는 '한국적' 혹은 '일본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만, 실상 이 감각들은 개인의 것도 가족의 것도 국가의 것도 아니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그것은 사람, 자연, 음식과 맺는 관계이며, 그 관계에 대한 욕망이라고 할까? 

미누가 한국에 온 것은 그가 20대 때였다. 그가 18년째 한국에 머물며 경험했을 다양한 친숙함에 대해서 또한 이주노동자라는 위치에 대해서, 아득히 멀고 먼 벗인 나는 알지 못한다. 단지 나는 미누를 민우 씨라고 불렀다. 내게는 미누보다 민우라는 이름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네팔인 미누와 한국인 민우 사이에서 그는, 그만의 친숙함, 그만의 삼각김밥 아줌마를 만났을 것이다. 민우이자 미누이듯이, 이동은 머묾과 관련된다. 이동의 자유는 머묾을 전제로 하며 머묾의 자유는 이동 뒤에야 가능하다. 이동과 머묾 사이를 유동하는 이방인의 감각, 그것이 마을을 풍요롭게 한다. 비행기에 오른 내 귀엔 환청처럼 밝고 강한 민우의 노래가 들린다. 그가 추방됨으로써 한국의 밝음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 분노의 무게만큼 밝음에 대한 사람들의 욕망은 커졌으리라. 그 욕망만이 내게는 자유로워 보인다. 다른 감각을 꿈꾸는 자, 우연한 만남을 긍정하는 자, 다른 감각에 대한 기억을 가진 자, 그들은 단지 '머물' 뿐 '정착'하지 않는다. 이방인의 감각이 정착민들의 친숙함을 변화시킨다.

* <246키친>에서 고미니케이션('ゴミ쓰레기'+'communication대화'의 합성어)을~
도쿄는 이방인들의 도시다. 도쿄에 처음 왔을 때 나를 당황시켰던 것은 길을 물어도 쌀쌀맞은 사람들의 태도였다. 도쿄 한복판을 걷는 사람들 중 도쿄 토박이는 많지 않다. 대다수가 관광이나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이방인들이다. 떠돌이들은 떠돌이에게 친절하지 않다. 가난한 자가 더 가난한 자를 피하듯, 이방인은 새로운 이방인을, 한국 노동자는 외국인 노동자를 피하지 않던가. 왜냐면 그들은 떠도는 삶의 스산함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슬픈 배려는 실상 서로의 처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 나는 '외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 스산하고 슬픈 배려가, 그들을 스산하고 슬프게 만드는 권력 그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될 때, 이방인들 사이의 연대가 만들어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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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들 사이의 연대, 홈리스 노상밥상 <246키친>

도쿄 길거리 한복판에는 이삼 주에 한 번씩 밥상이 펼쳐진다. 홈리스들과 함께하는 노상밥상 <246키친(246キッチン)>이다. 10월 15일의 메뉴는 카레라이스. 야채 무더기와 쌀을 받은 모양이었다. 나는 숟가락과 그릇, 남은 음식을 챙겨들고 시부야 역 옆 246번지로 갔다. <246키친>에 빠진 적 없는 야마구치 씨가 샐러드를 만들고 있고 어제 이곳으로 이사왔다는 분이 밥을 푸고 있다. 밑동만 남은 양상추도 다른 야채와 섞고 보니 꽤 근사하다. <246키친>엔 쉐프도 있다. 그곳 거주민인 그는 부침개를 만들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는데, 제법 요리사삘이 난다. 그가 음식 맛을 보고 오케이를 외치기 전까진 요리는 완성된 것이 아니다.  

<246키친>에선 음식 재료를 사는 법이 없다. 받은 것, 남은 것, 주은 것을 한데 모아 음식을 만든다. <246키친>에 오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 홈리스, 활동가, 246번지 거주자, 외국인 활동가 등 다양하기 때문에 모이는 음식들도 짬뽕이다. 쉐프는 그것들을 정통식 프랑스 요리처럼 보이게 한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가까운 공중 화장실에서는 세면대 물이 쪼록쪼록 조금씩만 나온다. 홈리스들이 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잠가놓기 때문이다. 차가 다니는 철교 밑이기 때문에 시끄러움과 먼지도 감수해야 한다. 아무래도 홈리스 아저씨들과는 서먹서먹하다. 그러나 도쿄의 번화가 한복판에, 버려진 것들로 이렇게 멋진 식탁이 만들어질 수 있다니!

<246키친>의 이치무라 씨는 이렇게 말한다. "쓰레기는 정말 훌륭하게 퍼블릭한 것이에요. 누구의 것도 아니죠. ‘이걸 어쩔까? 나라면 이렇게 해!’ 하면서 이상한 것을 만들거나 인간관계를 배워갑니다. 말하자면 고미니케이션(ゴミ쓰레기+communication대화)이죠.^^ 중요한 건 누구와 같이 노는가가 아닙니다. 상대의 프라이버시야 어찌됐든 좋죠. 중요한 건 놀이에 얼마나 집중하는가, 시간을 얼마나 공유하려고 하는가. 얼마나 열심히 그 장소를 함께 만들어 가는가입니다". 부모와 아이로 이뤄진 가족이 아니라 보다 유동적인 가족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넌지시 제안하는 "홈리스의 고미니티(ゴミ쓰레기+community코뮨)", <246키친>. 그러나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시부야나 신주쿠였기 때문이다. 쓰레기가 잔뜩 널부러져 있어 먹거리가 풍부하고, 각지의 이방인이 몰려들어 문화적으로 다양해진 대도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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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니케이션(ゴミ쓰레기+communication대화)"을 말하는 이치무라 미사코

<246키친>은 그 자체로 저항적 퍼포먼스가 되기도 한다. 9월 14일의 <246 키친>은 미야시타 공원(宮下公園)에서 열렸다. 최근 나이키 기업이 시부야 근처의 미야시타 공원을 인수하려고 하고 있다. 미야시타 공원이 나이키 파크가 되면, 공원은 유료가 되고 그곳에 살던 홈리스들은 쫓겨나게 된다. 미야시타 공원을 구하기 위한 회의 후에 열린 <246키친>은 "함께 음식을 만들고 먹는 공간"에는 주인이 없음을 몸소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되었다. 밥 한술 뜨며, 미야시타 공원은 나이키의 것이 아니다. 또 한술을 뜨며 공원은 함께 밥을 먹는 곳이다. 또 한술을 뜨며 이곳은 이곳에 머무르는 우리 모두의 것이다. 세계의 어떤 곳도 그래야만 한다.

* 매일같이 즐거운 이사를!    
이치무라 씨는 여성이자 예술가이자 홈리스이다. 그녀가 사는 곳은 246번지의 길가와 요요기 공원의 블루텐트 마을이다. 요요기 공원엔 현재 50명 남짓한 블루텐트가 남아 있을 뿐이지만, 2003~4년 사이에 인구가 350명을 넘는 마을을 형성했었다. 이치무라는 그 무렵부터 요요기 공원에 거주하면서 물물 교환 카페인 <에노아루(エノアール: 그림이 있는 곳)>, <그림 그리는 회(絵を描く会)>, 홈리스 여성들의 수다장 <파티파티(パンティーパーティー)>, 면생리대 제작소인 노라(ノラ) 등의 활동을 해왔다. 요요기 공원에서의 경험을 쓴 책이 『기쿠치 씨에게-블루텐트마을과 초코렛(Dear キクチさん、ブル-テント村とチョコレ-ト)』이다.

위 책에서 이치무라는 "매일같이 즐거운 이사를!"이라고 말한다. 이주상태가 존재조건인 home-less. 자신의 환경을 스스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 그것이 홈리스들에겐 있다. 한 명의 개인이 이사를 할 수도 있지만, 환경 전체를 이사시킬 수도 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이사(변화)시키는 것, 익숙한 감각을 이사시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일상의 혁명이다.

<246키친>에 미누 씨 석방을 위한 서명지를 들고 갔을 때 나는 그 감각의 이사를 경험했다. 서명 용지엔 이름, 주소, 이메일을 적게 되어 있지만, 홈리스들에겐 주소가 없다! 이런!! 홈리스들의 서명을 받는다는 건 서명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질문하게 했다. 서명이란 자신의 몸에 대해, 거주공간에 대해 소유를 증명하는 행위이지 않을까? 이동의 자유와 이방인의 점유권을 요구하는 민우 씨의 석방을 위해서 서명이라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이리하여 민우 씨 서명용지에는 주소가 아닌 것이 있다. 24번지 R246 철교아래 서쪽 종이박스 로켓(24番地 R246ガード下西 ダンボールロケッ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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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6키친> 거리의 우편함 주소 "24번지 R246 철교아래 서쪽 종이박스 로켓"

이것은 <246키친>이 열리는 거리에 있는 종이박스 우편함의 주소다. 길거리 한복판에 우편함이라니! 과연 편지가 도착할까? 놀란 나에게 이치무라 씨는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거리에 우편함을 만들고 우체국에 가서 주소를 등록해 달라고 했어요. 실랑이도 있었지만 우편함에 엽서가 도착했을 때, 그것은요, 그건 정말 감동이었어요! 갑자기 확~하고 눈앞이 환해지는 것 같았어요." 민우 씨의 새로운 서명용지를 생각해 본다. 이름 대신 사랑하는 친구를, 주소 대신 사랑하는 거리를, 메일 대신 넷공동체를 적는, 적는 순간 연결되고 거리가 모두의 것이 되는 그런 서명을. 서명이 필요 없어졌을 때의 無記名, 아니 多記名의 서명을.

* 아름다운 피고들, 가장 이상적인 현실주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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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미술관 프로젝트 "도시는 우리의 것이다!" 4번째
_ 이치무라 미사코의 전시와, 도쿄 요요기 공원의 노상밥상이 문래동 랩39에서도 차려진다.(아래 소개 참고+)
소유권을 넘어서 점유권을 요구하고 그것이 인정될 때, 한편으로 점유권이 텃새나 악습의 근거가 되는 경우도 많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어떤 공간에 대해서든 늘 최초의 이방인이다. 토박이도 원래 그 마을의 이방인이었다. "매일같이 즐거운 이사를" 하는 홈리스들의 존재조건은 실상 우리 자신의 존재조건이다. 그럼에도 먼저 도착한 홈리스(이방인)는 나중에 도착한 홈리스(이방인)에게 적대적이기 쉽다. 이 지점에서 홈리스의 문제는 이주 노동자의 문제와 만난다. 기존의 홈리스가 자신이 먼저 이곳에 왔으므로 자신에게 권리가 있다고 할 때, 새로 온 홈리스는 어떻게 자신이 자고 먹고 활동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한편 공간이 있어도 선뜻 끼어들 수 없는 여성 홈리스들도 있다. 여성 홈리스의 경우 성폭력 피해의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에 서서 잔다. 이치무라 씨는 이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연대를 형성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한다. "숨는 방법밖에 없구나 싶을 때도 있지만, 한 가지 느낀 것이 있어요. 단지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홈리스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 <파티파티>는 그렇게 시작된 활동이다. 홈리스 안에서도 새로운  연대와 공간 사용법을 발명해내는 것의 중요성! 그것은 '매일매일의 이방인의 이사' 이다.

홈리스들은 동정의 대상이다. 그러나 나는 매일 즐거운 이사를 감행하는 홈리스의 존재조건을 긍정한다. 민우 씨의 추방을 보면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이라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이렇게도 말해 보자. "미누와 같은 在韓으로서, 在日로서, 在世界로서 분노한다" 그리고 그 부끄러움과 분노가 在韓, 在日, 在世界를 통해 일본을 한국을 세계를 친숙함들을 바꿀 수 있었으면 한다. 

미야시타 공원에서 쫓겨난 홈리스. 한국에서 추방당한 이주 노동자 민우. 이 두 개의 추방은 두 명의 아름다운 피고를 만들어 낸다. 그들은 피고가 됨으로써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공동체의 페쇄성과 국가의 폭력을 드러냈다. 그 아름다운 피고들, 아름다운 범법자, 아름다운 추방된 자들은, 다시 저 대도시의 어느 한복판에 밥상을 차릴 것이고, 국경을 넘어 노래할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홈리스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들이라는 감각, 이주노동자는 불법체류자라는 익숙한 감각을 바꾸고, "돈이 좀 없으니까 홈리스 하고 올게"라든가, "잠깐 쉬고 싶으니까 홈리스가 되어서 여유롭게 살래"라든가, "이곳은 과일이 맛나니까 좀 더 불법체류 할래"라고 말할 날이 올는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피고들은 매우 이상적인 현실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 옥상 미술관 프로젝트 "도시는 우리의 것이다!" 4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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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30 11:59 2009/10/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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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난시청 2009/10/30 16:25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야마다 에이미"님의 풍장(風葬)의 교실을 읽고 나면 - 다른 이야기가 같은 심경으로 전해오는 먹먹한 아픔 같은 것이 절절하게 오래되어 남습니다.
    나와 다름은 숭배에서 배척으로 집단의 광기로 => 극복의 방법은 참으로 오싹합니다.
    미누님은 그러하지 않으리라, 넓은 마음으로 우리를 용서해 주리라 기도합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도 나는 사람을 풍장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노력하리라 마음을 다잡고
    싶습니다.

    • 그린비 2009/10/30 17:25

      네.. 미누 씨는 네팔에서도 지금까지 해 오신 것처럼 여러 활동들을 구성해 나갈 계획이라 들었습니다. 멀리서나마 함께 응원해 드려요. ^^

  2. 낙타 2009/10/31 23:24

    난시청님의 다짐도 미누씨의 다짐도 또 누군가의 다짐으로 이어지길...

  3. 미콘캐시업뎃 2018/12/02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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