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자) 앞에서 작아지는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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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놉티콘>의 내부
_ "감시자는 인간들 바깥에 있기보다 인간 신체와 영혼 안에서 작동한다. 권력은 소유물도 아니고 자의적으로 행사되는 것도 아니게 된다. 그것은 작동 속에 녹아들어 있는 내재적 활동이 되는 것이다. (…) 18세기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의 꿈이었던 파놉티콘이 바로 내재화되고 기능적으로 행사되는 권력의 속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이수영, 『권력이란 무엇인가』, 58쪽)

"권력은 ‘존재’하기보다 ‘작동’한다. 내 앞에 있는 관료와의 사이에서, 내 앞에 있는 여성과의 사이에서. 매 순간 겪는 권력관계를 변이시키지 않고서는 삶의 어떤 배치도 바꿀 수 없다."
(같은책, 44쪽)

CPA(공인회계사) 준비를 하다가 갑자기 행정고시로 방향을 바꾼 한 선배가 이런 말을 했었다. "남자라면, 돈보다는 권력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기껏해야 스물세넷밖에 되지 않은 남자아이일 뿐이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그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에 공감했고, 그대로 따랐다.

우리는 권력을 표상할 때, 누군가가 무소불위의 힘을 손에 쥐고 휘두르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그래서 ‘권력’을, 가져야 할 어떤 것으로 혹은 무화시키거나 찬탈해야 할 무엇으로 상정하곤 한다. 국가‘의’ 권력...까지 멀리 갈 것도 없이(^^;), 부모‘의’ 권력, 직장 상사‘의’ 권력, 집주인‘의’ 권력, (연인 사이에) 조금 덜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갖는’ 권력. 특정 주체가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그 권력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진다.

이처럼 ‘권력’을 두고 누군가는 강자가 되(려 하)고 누군가는 약자가 된다.

그런데, 권력은 ‘존재’하기보다 ‘작동’한단다. 내 앞에 있는 누군가와의 사이에서. 그리고 매 순간 겪는 권력관계를 변이시키지 않고서는 삶의 어떤 배치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나는 누군가의 앞에서 작아질 것이 아니라 그 누군가와의 ‘관계’를 변이시켜야 하는 것이다. 사실 이게 더 어려울 지도 모른다. 나를 약자(피해자)로 상정하고 권력(권력자)를 탓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을 뿐더러 이 편이 훨씬 심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건 뭐? 약자로서의 나, 움츠러드는 나, 체념하는 나, 피하기에 익숙한 나, 그런 온갖 ‘나’들을 버리는 것, 그렇게 작동되도록 각인된 나의 신체와 의식을 변이시키는 것이 아닐까.

"명사가 아니라 동사로서의 권력을 안다는 것, 그것은 권력 없는 삶이 아니라 권력의 배치와 작동방식을 바꾸는 삶에 대한 꿈이다. 그럴 때 우리는 너무 이르게 절망하지 않아도 되며 냉소의 비웃음을 간직하지 않아도 된다. 세상이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거나 세상은 결코 바꿀 수 없다거나 나아가 바꿔 봤자 대수로울 게 없다는 제스처들도 불필요하다. 우리가 권력을, 그 권력의 동사적 본성을 아는 만큼 삶도 동사적으로 변한다. 삶도 꿈틀거리며 변이하기 시작한다."
(같은책, 9쪽)

- 마케팅팀 지우(구.서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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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0 17:21 2009/11/2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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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우리 주위의 권력을 항상 주시하라 - 「권력이란 무엇인가」

    Tracked from 세상을 보는 검은 눈, Skyjet 2009/12/01 03:23  삭제

    권력을 흔히 소유하는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당연한 일이다. 권력이라는 말은 사전적으로는 명사이기 때문이다. 또, 지도자/권력자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 사고들을 계속 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권력을 주고 받거나 뺴앗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권력은 과연 소유하는 것일까? 교육, 위생, 규율이나 가정, 학교, 직장에서도 권력은 존재한다. 권력은 가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 의해서 작동되는 것이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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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체대생 2009/11/23 09:31

    이름 바꾸셨네요? 지후 선배가 생각납니다... ㅎㅎ

    • 그린비 2009/11/23 09:49

      앗..지후선배..그렇군요..ㅎㄷㄷ
      체대생님,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