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은지심으로 고하는 맹자식 보수주의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하여 타인이 관리 중인 건물을 점거하고 망루를 설치하여 농성을 하면서 방패와 진압봉, 소화기 등 최소한의 진압장비만을 갖춘 채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관들을 향하여 치명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는 위험물질을 쏟아 붓고 화염병을 던지다가, 결국 공무집행 중이던 경찰관 1명이 사망하고 많은 경찰관이 다치게 한 행위는 국가법질서의 근본을 유린하는 행동으로 법치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음
따라서 피고인들에게 중형의 선고가 불가피함
다만, 이 사건은 사회적 약자인 재개발지역 내의 철거세입자들의 입장을 사회적으로 수용하지 못함에 따라 발생한 사회적 갈등에 기인한 측면이 있고, 피고인들과 함께 농성을 하던 농성자도 5명이나 사망하였으며, 사회 각계에서 피고인들의 선처를 요청하는 수많은 탄원서가 재판부에 접수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함
-2009.10.28. 용산 사건 판결 선고 중 양형 이유

용산 참사 판결문 중 일부입니다. 삼권 분립이 왜 있겠냐~ 그래도 법원에서는 뭔가 제대로 된 판결이 나오겠지 하고 기대했던 저에게 워낙 충격이 큰 사안이라 굳이 판결문도 한 번 찾아서 읽어 봤습니다.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었는데, 재판부는 그걸 최소한의 방어로 판단하셨더니 뭐 어쩌겠습니까. 재판부 님하가 짱인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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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잭」(jack)에서 조로증에 걸린 잭.
_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한 몇 십 년은 보낸 거 같습니다. 그에 따른 피로도로 얼굴도 급 늙는 거 같은 요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도 벌써 2년째가 다 되어 가네요(한 10년 된 것 같은데……). 잃어버린 10년, 보수적 가치의 귀환을 외치던 사람들. 마치 한국식 보수주의가 뭔지 제대로 보여 줄 것 같았던 사람들이 하는 짓은 정말 왜 이러나 싶습니다. 워낙 철학이 부재한 정부라는 소리를 듣고 있기에, 측은한 맘이 든 나머지(맹자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분명히 측은지심을 행할 줄 알아야 한답니다!) 특별히 그린비에서『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을 출간하여 보수주의의 길이 무엇인지를 제시해 드렸건만……(청와대로 보낼까 하다가 말았는데 말입니다~)

한 번 보고 다 알아듣는 사람은 사실 드뭅니다. 인간의 뇌는 한 단어를 외우기 위해서도 최소한 낯선 맥락에서 그 단어를 7번 정도 만나야 한다고 하네요. 그러니 어쩌겠습니다. 학습은 늘 반복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거죠~. 책을 직접 읽어 보시면 제일 좋지만, 오늘은 간단히 맹자식 보수주의의 기본 개념만 꼭꼭 찝으면서, 핵심만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社稷)이 그 다음이며, 군주는 가벼운 것이다." (진심 하 14)

맹자식 보수주의를 알기 위해 한문 알아야 하는 거 아냐? 하고 생각했다면 오산!! 요샌 책도 좋고, 공부 많이 하신 분들도 많아서 요렇게 한글로 쉽게 풀어드립니다. 문장 참 짧고, 간결하고, 쉽죠? 맹자에겐 백성이 가장 귀하고, 군주는 가장 가볍습니다. 군주가 가장 가볍다는 말에 울컥하셨다면, 가볍게 모른 척하셔요. 그저 제가 방점을 찍고 싶은 부분은 백성이 가장~ 귀하다는 이야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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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진정한 보수주의
_ 오늘은 맹자 보수주의를 핵심만 요약 정리하는 날! 자세한 내용이 더 궁금하시다면 그린비 책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로 공부하시면 됩니다.

법치주의 한다믄서 툭하면 협박하고, 사람 좀 모인다 싶으면 전경들 내보내서 포위하고, 나랑 좀 반대되는 이야기하면 밥줄 끊어 버리고~ 아 요런 식으로 국정을 꾸려 가도 말 안 듣는 애들은 점점 많아지니…… 많이 속상하셨죠? 그 맘 압니다. 나야말로 큰 뜻을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안 따라오나~ 나만 믿으면 잘 될 텐데~ 왜 이렇게 안 따라주나.

우선 법치주의를 다시 정의하셔야 합니다. 유시민 선생님이 백분토론 나와서 멋지게 정의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법치주의란 국민이 법 지키라 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에 따라서 나라를 운영하고 국민을 통치하는 것이 법치주의다. 아마 법률 이론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2009.11.19일에 방송된 「백분토론」중에서 유시민 씨가 나경원 의원에게

맹자의 말에 비추어 생각하면 참 쉽습니다. 법이란 것도 사실은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군주도 인간이라 욱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그럴 때, 내 맘대로 백성들 괴롭히고 함부로 대할까 봐, 한마디로 군주의 절대 권력을 규제하고, 열받을 때도 헌법과 법률에 따라 통치하도록 만들어진 것이지, 백성을 괴롭히고, 못 살게 굴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거든요. 아니 그럼 저런 맘 갖고 통치하면 된단 말이야? 하는 의심이 드시겠지만, 한 번 믿어 보시고 맘 바꾸셔도 늦지 않습니다.

맹자가 생각하는 정치 공동체의 기본 출발점은 ‘효제’(孝悌)입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고 나를 어버이 대하듯 모셔 보란 말이야!’라고 우기신다면 다소 곤란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백성이 가장 귀하다는 원칙을 갖고 늘 생각하셔야 합니다. 어디든 사랑은 ‘내리사랑’이 기본 아니겠습니까~ 어린 백성을 사랑한다 생각하고, 측은한 마음의 영역을 자꾸 넓히는 게 정치의 기본이라고 맹자는 말했습니다. 어버이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백성을 아끼고, 보듬다 보면, 백성 역시도 군주를 효로서 대하게 됩니다.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갖고 있는 지식인이나 엘리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측은지심을 확장하여 백성의 생활을 살피면 되는 거죠. 어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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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심시티, 나만의 도시」
_ 요새 4대강 사업을 막 밀어붙이시던데, 그걸 심시티 정도로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나만의 도시 꾸미기 정도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구욤.

그래도 백성들이 나를 몰라주면 어쩔 건데 하고 묻고 싶으시죠? 이렇게 했는데도, 지지율은 낮고, 내 맘 몰라주고, 걱정되실 겁니다. 다시 맹자님의 말씀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내가 남을 사랑해도 남이 나를 가까이하지 않으면 인자한 마음이 넉넉했는지 되돌아보고, 내가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지식과 지혜가 부족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볼 것이며, 예로 사람을 대해도 나에게 답례를 하지 않으면 공경하는 마음이 충분하지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하고도 성과를 얻지 못하면 자기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자신이 바르다면 온 천하 사람들이 다 내게로 귀의할 것이다.  (이루 상 4)

조금 실망스러우시겠지만, 맹자는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항상 자신을 돌아보라고 합니다. 나에게 부족한 점이 없는지, 늘상 성찰해 보라는 거지요. 맘에 안 드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그래야 마땅히 대장부라고 할 만할 것입니다. 님하, 대장부 맞으시죠?

천하라는 넓은 집인 인(仁)을 거처로 삼고, 천하의 바른 자리인 예(禮)에 서며, 천하의 대도(大道)인 의(義)를 실천하여, 뜻을 얻었을 때는 백성과 함께 그 길을 가고, 그렇지 못하면 홀로 그 길을 간다. 부귀(富貴)도 나를 흔들 수 없고, 빈천(貧賤)도 나를 바꿀 수 없으며, 위세와 무력도 나를 꺾을 수 없어야, 비로소 대장부(大丈夫)라고 하는 것이다. (등문공 하 2)

하지만 아무리 이렇게 일러드려도 ‘나를 대장부가 아니라고 해도 할 수 없다. 그래도 나는 백성을 믿을 수 없다’라고 하시거나, ‘인이니 예니 의니 그런 것들은 그저 따분한 낡은 얘기들일 뿐이다. 그저 나는 실용주의(라고 써 놓고 이기주의라고 읽는다) 노선을 따라 가겠다’라고 말씀하신다면, 제가 뭐 어쩌겠습니까~. 역시나 맹자님의 말씀을 통해 그 실용(이익)이 초래할 파국만을 조심스럽게 알려드릴밖에요.

양 혜왕이 말했다. "어르신이 천 리 먼 길을 마다 않고 오셨으니, 장차 우리나라에 큰 이익이 되지 않겠습니까?" 맹자가 대답했다.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인의일 뿐입니다. 왕께서 어찌해야 내 나라에 이익이 되겠는가 하시면, 대부들은 어찌해야 내 봉지(封地)에 이익이 될까 할 것이고, 일반 관리와 백성들도 어찌해야 내 한 몸에게 이익이 될까 할 것이니, 이와 같이 위아래가 서로 이익을 추구한다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전차 만승(萬乘)을 가진 나라에서 임금을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천승(千乘)을 가진 공경이며, 천승의 나라에서 임금을 시해하는 자는 반드시 백승을 가진 대부입니다. 만승 중에서 천승을 가지고 천승 중에서 백승을 가지는 것이 많지 않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만약 의(義)를 경시하고 이(利)를 앞세운다면 모두 빼앗지 않고는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양 혜왕 상 1)

- 편집부 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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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loo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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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비출판사 :: 군주에게 제시하는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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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줌마가돌아왔다 2009/11/24 17:31

    언니~~ 돌아오셨군요ㅋㅋ

    • 그린비 2009/11/24 17:57

      네~ 돌아오셨습니다.
      이렇게 알아봐 주시다니, 역시.ㅎㅎ
      언니로 또 곧 인사드릴게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