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이란, 오버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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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作 <질투>
_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살 수는 없을까? 공空하지 않은 과잉의 상태가 가져다 주는 고苦로움.

"불교적으로 말하면 슬픔이나 기쁨은 삶을 떠받치는 하나의 형식이다. 이것을 전혀 무의미하다고 차마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본질적으로 그것은 허구다. 허구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에 우리는 자주 상처 나고 바보 같지만 그냥 당한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런 일이 없다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그것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좀더 골똘히 생각하라는 바람이다. 나가르주나의 ‘사물이 공하다’는 주장은 철저하게 사물을 바라보라는 요구다."
(김영진,『공이란 무엇인가』, 36쪽)

지금으로부터 한 15년 전쯤 문화방송에서 「야망」이라는 사극을 방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정황상 저는 이 드라마를 매우 열심히 봤을 텐데, 사실 자세한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대신 삽입곡의 가사가 어렴풋이 생각나서 인터넷을 뒤져봤습니다.

사랑도 부질없어. 미움도 부질없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 버려. 성냄도 벗어 버려.
하늘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사랑도 (벗어 놓고) 훨훨, 미움도 (벗어 놓고) 훨훨.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이 노래가 고려말 나옹선사(무학대사의 스승이었다고 하네요)의 시(빨간색 부분)에 가사를 더 보태어 만든 것이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습니다만, 극 중에서 주인공들이 신분으로 인해 연애가 좌절된다든가, 사회적인 벽에 부딪치게 될 때 주로 이 노래가 흘러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쨌거나 한창 머리 싸매고 있는 (무려) 주인공에게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 가라니,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나니 넌 이만 이 드라마에서 빠지라는 얘기란다, 라고 생각했겠지요.『공이란 무엇인가』를 읽기 전이었으니까요. 이 책에서는 주인공을 비롯한 우리를 울고 웃게 한 사랑과 미움이 사실은 모두 空한, 아무것도 아닌 것(허구)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아무것도 아닌 것에 우리는 집착하게 되면서 스스로는 물론, 때로는 남에게까지 상처를 입히고 말지요. 공하지 않은 과잉의 상태가 우리를 고苦롭게 하고 마는 것입니다. “철저하게 사물을 바라보라”는 것은 지금의 상태가 과하지 않은가를 살피라는 뜻이 아닐까요? 그리하여 저에게 공이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오버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겠어요(잉?).     

- 편집부 봉식어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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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15:55 2009/11/2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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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풀처럼 2009/11/28 10:02

    주말, 내일까지 당직근무중입니다.
    '오바'하지 않는 삶
    살아보렵니다. ^^*

    • 그린비 2009/11/30 09:54

      에고, 당직근무는 잘 하셨는지요.

      허구인 것들에 이리저리 끄달리지 않고,
      사물을, 사건을 철저하게 바라보고 생각하는 삶,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저도 살아보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