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속, 아주 위험한 사회

김해규 (평택한광중학교 교사, 평택지역사연구가)

1.상상 속의 아주 위험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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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배우 장동건과 고소영이 연인사이라는 빅뉴스가 있었다. 곧 결혼한다, 집을 보러 다닌다는 소문도 보도가 되었다. 워낙 잘생긴데다 우리나라 영화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슈퍼스타이다 보니 파장은 컸다. 열혈 팬들은 품절남이 되어 버린 장동건을 잊지 못해 식음을 전폐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장동건, 고소영 이야기는 우리 교무실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품절녀이신 여선생님 한 분은 장동건이나 고소영 같은 사람은 결혼하는 것 자체가 국민모독이라고 분개하였다. 국민적 스타이면 결혼도 하지 말고 멋진 모습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분통해하는 모습을 보다 못해 내가 한마디하였다. ‘그렇게 아쉬우면 장동건 정자은행을 만들어 우리나라 여성들이 모두 공급받도록 법을 정하면 되겠네!’

나의 제안은 다시 한번 생각해도 굿 아이디어였다. 국가가 장동건 씨처럼 잘생긴 사람, 안철수 씨처럼 똑똑하고 창의적인 사람, 정의로운 사람, 사회봉사를 잘하는 사람,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의 모든 정자를 수집하고 관리하여 아이를 낳고자 하는 여성들에게 공급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결혼한 부부들은 자녀에 대한 기대와 이상에 따라 맞춤형 임신을 할 수 있고, 국가는 인력 수요를 예상하여 아이를 낳는다면 국가운영이나 가정의 행복이 배가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사교육비 문제라든가, 조기유학 때문에 가족이 흩어지고 기러기아빠가 양산되는 기현상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에 취해 한참 떠들고 있는데 건너편에 앉아 있던 여 선생님이 ‘그럼, 인조인간이네요’라고 툭 던졌다. 그 옆에 있던 선생님은 ‘재미없는 그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라고 반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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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 作 『멋진 신세계』(1932)
_ 출생시부터 인공수정에 의해 대량생산되어 지배자 계급과 피지배자 계급으로 운명이 결정되는 사회. 개성도 가정도 의미 없고, 감정도 말살되는 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사실 그 말이 맞다. 이 같은 발상은 히틀러와 같은 정신구조를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파쇼적 상상이다. 잘난 놈들만으로 도시를 만들고 국가를 건설한다면 효율적이고 강한 국가는 건설되겠지만 결코 행복한 국가는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은 기계화되고 국가의 부속품으로 전락할 것이며, 죽어버리면 또 만들면 되므로 인권이라는 개념도 무의미해질지도 모른다.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는 다양해야 재미있다. 사람은 신이 부여한 자신만의 재능으로 살아야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 그것은 상식이고 진리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다 다른 특별한 사람들의 사회가 아니라 떡방아에서 가래떡을 뽑아내듯 다 같은 사회, 효율성만을 중시하는 사회, 획일적인 지식과 생활방식만을 강요하는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국가는 효율적인 사회를 선도하고 교육은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국가가 요구하는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얼마 전 평택시립도서관에서 특강을 하였던 진중권 선생은 ‘요즘 대학은 재미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다양성과 학문이 없는 대학, 취업을 위한 도구쯤으로 전락한 대학들의 현주소다.  

2.국가는 기술자고 학교는 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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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송탄의 모 여고에서 학생 두 명이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신축한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서 팔과 다리를 묶고 함께 뛰어내린 것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고 한다. 괴롭히던 여학생들은 학교 급식실에서 자살한 학생의 음식에 침을 뱉기도 하고 뒷머리를 툭툭 치며 인격적인 모욕을 줬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자살소식이 전해진 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책상 위에 가져다 놓은 꽃과 편지에까지 침을 뱉으며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한 달 전쯤에도 경기도에서 모 여고 3학년 학생이 자살을 하였다. 평소 우울증 증세가 있었던 학생은 수학능력시험이 임박해오자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목숨을 끊은 것이다. 입시가 코앞에 닥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동요할까봐 쉬쉬하였고 학생들은 시험을 앞둔 긴장감에 추모도 하지 못한 채 정든 친구를 떠나보냈다고 한다. 우리 반 석이는 공부는 못하지만 표정이 밝고 긍정적이다. 힘이 세고 노는 아이들과도 잘 어울려서 가끔씩 교무실에 불려오기도 한다. 어느 날 석이가 힘이 약한 기언이를 때렸다. 퉁퉁 부은 얼굴로 눈물을 찔끔거리면서도 기언이는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살살 달래며 원인을 물었더니 석이가 시킨 심부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같은 사건은 요즘 학교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약한 아이는 더 이상의 괴롭힘을 피하기 위해 굴종적인 자세를 취하고, 강한 아이는 약한 아이를 하인 부리듯 한다. 이웃과 통성명도 하지 않고 지내는 요즘 세태처럼, 아이들도 같은 반 친구의 세세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는다. 공부 잘하는 것은 힘이고 권력이며, 힘도 약하고 공부도 못하는 아이들은 소외되고 억압받는 학교사회의 최하층민이 된다. 학교사회의 최하층민들(?)은 가정형편도 넉넉하지 못하다. 부모의 이혼, 사업의 실패, 저소득층 자녀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아이들은 사회에 진출해서도 우리사회의 최하층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에서 받아야 할 소외를 학교에서부터 훈련하는 셈이다. 때로는 차별과 소외를 견디다 못해 자살을 택하는 경우도 많다. 우울증에 걸려 자살을 택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학교교육은 이와 같은 현상을 치유할 방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학교현장에서는 인성보다 성적이 중요해진 지 오래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정상적인 학교교육이 바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우리학교에서는 2010년도에는 2월에 선행학습을 하고, 1학기에 진도를 마치며, 2학기에는 특별보충을 통하여 학력증진을 하겠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놓고 있다. 학기 중에는 O교시 보충과 자율학습도 병행할 것이다. 학력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예체능과목이나 선택과목은 한 학기로 몰아서 집중학습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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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기술자, 학교는 맞춤형 인간 생산 공장
_ 판에 박힌 듯 똑같은 사람을 만들어 내고, 낙오자(루저'- ';)는 최하층민이 되는 사회. 1932년 작품인 『멋진 신세계』의 미래사회 모습이 지금과 같지 않을까?

정말 숨이 막힌다. 이런 구조에서는 하늘로부터 받은 각자의 개성과 재능은 기를 펼 곳이 없다. 국가는 기술자고 학교는 맞춤형 인간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신자유주의 교육이라는 폭주기관차를 멈추려면 한 번쯤 뒤를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신(修身)이 없는 지식은 인간과 세상을 죽이는 독이 된다는 옛 성현들의 가르침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교육이란 다만 희망에 대하여 대화를 하는 것이다’라고 갈파하였던 파울로 프레이리의 말이 그립다. 우리에게는 ‘세계를 이름 짓는 주체로 거듭나게 하는 의식화 교육’, ‘희망의 교육’이 요원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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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11:14 2009/12/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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