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새로 출간된『무화과나무 뿌리 앞에서』는 아시아와 제3세계의 문제에 천착하고 있는 작가 유재현이, 6개월간 캄보디아에 머물면서 훈센 독재와 그 체제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한 에세이입니다. 책의 내용 중에서 여러분과 함께 읽었으면 하는 꼭지를 몇개 뽑아서 그린비 블로그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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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캄보디아는 10.4%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전 해인 2005년에는 13.4%라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을 제외한다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이다(박정희 시대의 평균경제성장률은8.5%).

     캄보디아의 위력적인 경제성장은 쿠데타 이후에 빛을 발했다. 경제성장의 원동력은 원조, 차관과 주로 경공업 분야의 외국인직접투자(FDI)여서 박정희 시대의 한국과 그 성격도 비슷하다. 2006년 한 해에 캄보디아로 쏟아져 들어온 직접투자는 23억 3,400만 달러에 달했다. 주력제조업인 봉제는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290여 개의 공장에 32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이밖에 관광과 건설, 부동산 투기가 급속한 경제성장을 부추기고 있다.

     그 결과는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프놈펜의 도로는 렉서스와 랜드크루저, 벤츠로 북적인다. 백화점이 들어섰고 모니봉 거리의 가구점에는 세련된 디자인의 고가 가구들이 그득하다. 매달 수 있는 곳에는 온통 보석을 매단 유한마담들이 홍콩이나 방콕으로 쇼핑을 떠나고, 해가 지면 프놈펜 구석구석에는 유흥업소의 붉은 네온이 꺼질 줄 모른다. 프놈펜은 부의 고랑을 타고 젖 대신 달러가 물처럼 흐르는 소돔이 되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애정을 가진다면 당신은 이 천국이 다수의 인간들에게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는 지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농촌에서 올라온 여공들은 40달러를 받아 35달러를 고향으로 보내고 5달러로 생활한다. 부엌도 없는 1평 남짓의 방에 4~5명이 살며 마당에 화덕을 놓고 밥을 짓는다. 도시의 아이들은 거리에서 페트병을 줍고 근교의 벽돌 공장에서 벽돌을 나르며, 농촌에서는 피를 뽑고 쓰레기 하치장에서 넝마를 줍고 있다. 병원과 학교는 오직 돈 있는 자들에게만 친절을 베풀며, 힘 있는 자들은 자본의 뇌물을 받고 권력을 휘둘러 도시의 빈민촌에서 빈민들을 몰아내고 있다. 학교에서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돈이 없어 초등학교에서조차 쫓겨나고 있다. 십대의 여자 아이들은 몸을 팔아 가족들을 부양하고 있다.

     당신이 조금, 아주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이 급속한 경제성장의 떡고물을 아주 조금만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도 그들을 인간 이하의 지옥에서 구원할 수 있으리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아주 조금만 정의롭게 사고한다면, 이 지옥을 만든자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천 년이 지난다고 해도.
     만 년이 지난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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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나무 뿌리 앞에서』- 캄보디아에서 박정희를 보다
유재현 지음|도서출판 그린비 | 갈래 : 문학에세이, 사회과학에세이

발행일 : 2007년 10월 30일 | ISBN : 978-89-7682-100-3
신국판 변형(152×218mm)|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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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31 13:11 2007/10/3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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