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과제_삶을 어떻게 급진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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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리크 알리, 『1960년대 자서전: 열정의 시대 희망을 쏘다』
“너는 혁명을 꿈꾸었던 적이 있느냐, 너는 지금도 혁명을 꿈꾸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내 대답은 항상 “정말 혁명이 되면 ‘명란젓’은 못 먹게 되는 건가요?”라는 반문이었다. 우스개로 표리부동을 감추려는, 혁명을 한 번도 꿈꾸어 보지 못한 자의 변명. 결기와 객기와 취기로 혁명을 하자는 둥, 자본주의를 엎자는 둥 떠들어댔던 적도 있었지만, 혁명은 항상 다른 시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91년, 87년, 80년, 60년, 아니면 해방공간에서나 가능했을 법한……. 배웠던 혁명들은 모두 ‘미완’이었지만, 어쨌든 중요한 투쟁들은 모두 끝나버리고 이제 그 투쟁들의 잔재들만 정리하면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과제만이 남았다는 착각. 역사는 쉽게 퇴보하지 않을 거라는 환상. 그 속에서 억압과 불의에 분노하거나 그것을 철폐하기 위해 행동하지 못하고, 당위만을 떠들고 만족하는 둔한 가슴과 머리통.

이명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금 세계는 68년의 세계와 조금도 변하지 않았거나 그보다 나빠졌다. 여전히 미국은 전쟁 중이고 사람들 위로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타리크 알리의 고향 파키스탄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제 목숨을 버리는 테러가 벌어지고 있다. 전쟁을 막으려는 자들의 연대는 68년과 같은 거대한 힘을 보여 주지 못하고, 전쟁을 벌이는 자들의 술책은 더욱 교묘해졌다. 이제는 존 레논 같은 가수도 없고, 방송과 언론은 대부분 저들과 한통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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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혁명의 투사들_체 게바라, 말콤 X, 호치민, 존 레논

그런데 무슨 병이라도 걸린 듯 분노할 수가 없다. 전쟁과 테러는 뉴스에서 늘상 보고 듣는 심상한 일이고, 강과 산에 대한 ‘토건 테러’는 혀나 끌끌 차고 마는 ‘어쩔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감응하지 못하는 정신. 어쩔거나. 게바라, 호치민, 말콤X……, 타리크 알리의 책에 등장하는 많은 ‘투사’들은 감응하고 행동했던 이들이었다. 자신이 당면한 문제든, 세계가 당면한 문제든 희생자들과 감응하고, 연대하고, 행동했던 이들. 이들처럼 하지 못하는 것은 시대가 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감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전히 감응하고 있는 이들은 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거부하고 대안을 찾으려는 이들, 스러져가는 생명들과 감응하고 이들의 ‘절멸’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전쟁을 막으려는 이들……. 68처럼 ‘모두’의 상상력에 불을 지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혁명의 불씨를 간직하고 있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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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을 찾은 지율스님 일행
_ '천성산 지킴이' 지율스님에게 "왜 숲에서 나와 강을 찾으셨습니까? 이번 낙동강 물길 순례의 목적은 무엇입니까?"라고 기자가 질문하자 "느낄 수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몸으로 느껴보자"고 대답하셨다. (출처: 오마이뉴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나의 삶을 급진화시킬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27일, 하회마을에서 병산서원까지 4km의 산길을 걸어서 갔다. 버스가 있기는 했는데, 두 시간이나 기다려야 해서 ‘에잇, 걷자’라고 시작된 예기치 않은 여정. 그런데 그 길에 굽이치는 낙동강을 굽어볼 수 있는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콘크리트로 발라 놓은 편안한 대로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장관. 그 길을 또 예기치 않게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걸었다. 지율스님이 이끄는 낙동강 살리기 모임. 그렇게 길을 걷고 강을 보고 나서야, 이명박의 ‘시멘트 테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절감하게 된다. 예산안을 얼마 줄이고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대충 타협점을 찾아서 되는 문제가 아님을 그렇게 길을 걸어보고 나서야 느끼게 된다. 냉소와 타협을 날리는 ‘급진성’은 이렇게 뛰어들어 느끼는 데서 시작된다.

다행히 나는 삶을 급진화시키기에 최적의 장에 있다. 하지만 7년 동안 책을 만들면서도 너무 안일했다. ‘급진적인 책들을 내고 있다’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내 삶과 세계를 ‘급진화’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비겁하거나 무력했다는 반성. 2010년, 내 공간에서 어떻게 삶과 세계를 ‘급진화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 먹고, 입고, 노는 문제부터, ‘나와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들을 어떻게 가공하고 세상에 내놓을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이 고민이 관통할 수 있도록 삶을 구성해야 한다.

- 편집3팀장 박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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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05 11:07 2010/01/0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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