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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가 문화와 디자인을 사랑하는 방법!!


한국 디자인계에서 김민수 선생님은 참 이상한 존재입니다. 서울시가 2010년 세계디자인수도가 되어 “디자인 코리아”를 외치고, 온 대한민국이 ‘더 멋진 디자인을!’ 외치는 마당에 차라리 디자인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물론 사석에서 하시는 말씀입니다). 디자인 역사와 비평을 공부해, 이름난 대학에서 디자인을 가르치시는 분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걸까요? 아니,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이 왜 『김민수의 문화 사랑방 디자인 사랑방』(이하 『김민수의 문화 사랑방』)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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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디자인수도 서울 2010 (출처: 서울공식 블로그)
_ "명품도시, 감성도서, 친환경도서 건설, 디자인거리 조성 및 간판정비 사업 등 수많은 개발사업들이 현혹하는 구호와 이미지를 남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내용에 있어 정신적, 사회문화적, 미학적 성찰을 담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김민수의 문화사랑방』, 「머리말」 중에서)

재작년 『한국 도시디자인 탐사』의 출간계획을 의논하려, 김민수 선생님을 처음 뵌 자리에서의 일입니다. 인사를 드리고 원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불쑥 제게 물으셨습니다. “지방자치체의 로고가 기업의 로고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하고요. 급작스런 질문인 데다 선생님이 원고에 직접 언급하시진 않은 내용이라 저는 매우 당황했습니다. 떠듬떠듬 원고 내용을 떠올리면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인간은 미래를 위해 살지 못합니다.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지요.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건을 팔고자 하는 기업의 로고가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지향에 맞추어 미래 지향적이라면, 도시의 상징은 그 도시의 과거와 전통을 담아야지, 비로소 삶터로서의 안정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요지의 말씀을 드렸습니다. 다행히 선생님 생각과 방향이 비슷하다 여기셨는지, 『한국 도시디자인 탐사』에서 『김민수의 문화 사랑방』까지 두 권의 책을 연이어 편집하게 되었습니다(저자 마음에 드는 대답을 해서 다행이었다는 에피소드가 아니라, 저자와 편집자/출판사가 같은 지향을 갖고 있는지 서로 확인하는 것은 공동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니까요^ ^). 그러니까 앞의 대화와 첫 문단에서 제가 던진 질문을 연결하자면, “디자인은 과거, 현재, 미래, 즉 대상의 영혼을 표현하는 그릇이어야 한다”는 선생님의 디자인 철학에 비춰, 요즘의 디자인이 “겉모습만 이쁘게 꾸며서 값만 올리는 디자인”으로 오용되고 남용되고 있다는 안타까움의 표현이고, 진짜 사랑하려면 현재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과거도 볼 줄 알고, 미래도 함께 꿈꿀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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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교수 저작 『필로디자인』, 『한국 도시디자인 탐사』, 『김민수의 문화 사랑방 디자인 사랑방』

위에서 말씀 드린 대로 『김민수의 문화 사랑방』은 제가 두번째로 맡은 김민수 선생님의 책입니다. 한 저자의 책을 두 권째 편집하다 보니 저자가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뿐 아니라, 그 전달 방식까지 모두 통합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지요. 일주일에 한 편씩 그때그때의 문화적 이슈에 따라 쓰인 글들을 어떻게 책으로 묶을지 선생님과 함께 한참 동안 고민을 했습니다. 우선 이 책이 “인간의 향기가 느껴지는, 진짜로 문화적인 삶에 관심이 있는 독자”를 위한 책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단순히 문화를 감상할 줄 아는 데서 머무르는 게 아니라 스스로 문화를 읽고 생산하는 것으로 문화사랑을 실천하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 에세이!” 말입니다. 과거를 제대로 볼 줄 알고, 미래를 조망할 줄 알려면 문화를 읽는 힘을 키워야겠다는 데로 생각이 모였습니다. “본다, 조망한다, 읽는다” 모두 시각적인 표현이었고, 그래서 처음에 “디자인비평가 김민수의 눈으로 본 문화와 디자인”이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보는 법만 제대로 배우면 누구나 문화비평가, 문화생산자가 될 수 있다”는 데로 책의 목적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김민수의 문화 사랑방』은 그간 꾸준히 한국 사회의 디자인 문화에 대해 문화비평(『김민수의 문화디자인』), 디자인 역사(『필로디자인』), 도시공간 연구(『한국 도시디자인 탐사』) 등 다양한 형태로 발언해 온 김민수 선생님의 저작 가운데 가장 짧고 평이한 글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공은 결코 만만치가 않지요.

선생님은 이론가‧비평가이기에 앞서 한국이라는 현실에 자신이 공부해 온 이론을 접속하기 위해 늘 몸을 움직여 연구하고 발언하는, 뛰어난 관찰자‧참여자로 활약해 오셨죠. 그래서 학자라기보다는 일견 기자/저널리스트 같은 탐사 정신이 매우 강하시답니다. 신문사 객원기자로 지방 도시를 직접 취재하며 쓴 글을 바탕으로 쓰신 책이 『한국 도시디자인 탐사』이고, 국악방송에서 1년간 “김민수의 문화 사랑방”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많은 문화 현장을 직접 찾아가고, 문화계 인물들을 인터뷰한 경험이 오롯이 담긴 책이 『김민수의 문화 사랑방』입니다. 상품 이데올로기와 왜곡된 역사의식 문제와 정면으로 부딪치는 선생님의 문화 사랑법, 디자인 사랑법! 여러분, 그 내공을 함께 배워보시지 않겠습니까?

- 편집2팀장 박재은


2010/01/07 16:36 2010/01/0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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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비출판사 :: 차라리 디자인을 없애 버리자는 디자인평론가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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