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이집트인 모세』 역자 변학수 인터뷰

그린비 <프리즘 총서>의 첫 번째 책인 『이집트인 모세』의 역자 변학수 선생님과의 인터뷰입니다. 인터뷰는 그동안 영상으로 많이 찾아뵈었는데, 이번 책은 영상보다 글로 전달해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서면으로 보내드립니다.

+ 『이집트인 모세』 역자 변학수 소개
1958년에 태어났다. 경북대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철학석사,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아데나워학술교류회 회장이며, 경북대 사범대학 독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문학평론가, 문학치료사 슈퍼바이저(프리츠 펄스 연구소)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프로이트 프리즘』(책세상, 2004), 『문학치료』(학지사, 2007), 『문학적 기억의 탄생』(열린책들, 2008),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기억의 공간』(경북대학교출판부, 2003), 『제국의 종말 지성의 탄생』(글항아리, 2008), 등이 있다. 역자 소개 자세히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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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생님은 '문학이론'을 전공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도치 않게 『이집트인 모세』작업을 하시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작업에 참여하신 것인지 궁금합니다.


제 전공분야는 문학이론입니다. 콘스탄츠 학파(한스 로베르트 야우스, 볼프강 이저)의 수용미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이론을 탐구하다가 90년대 이후 독일문예학을 주도해 나간 문화이론, 매체이론, 인류학 등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이 영역에 관심을 둔 이유는 우리가 공부했던 80년대의 문학이론의 내재적 방법이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알라이다 아스만의 『기억의 공간』(엄밀하게 번역하자면 ‘회상의 공간들 ‘Erinnerungsräume’이지요)을 몇 분들과 같이 공부하며 번역하였습니다. 야우스나 이저의 이론을 공부할 때도 그들이 외국문학을 전공하고 그 사례들을 주로 영문학과 불문학에서 가져온 것이 아쉬웠는데 알라이다 아스만도 영문학자라서 주로 사례를 셰익스피어나 워즈워스, 제임스 조이스 등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그린비에서 의뢰받은 (진태원 선생님이 의뢰한 것이라 들었습니다) 얀 아스만의 『이집트인 모세』는 그 사례가 『성경』이나 이집트의 「아마르나 찬가」이에요. 힘들었지만 이것이 내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번역작업을 하였습니다. 오히려 한국의 문학이나 역사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입니다.

2. 『이집트인 모세』는 ‘기억사’를 서술하는 작업이라고 저자인 얀 아스만은 밝히고 있습니다. 일단 분야 자체가 생소한 느낌인데 ‘기억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세요. 그리고 얀 아스만에 대한 간략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이 책에서 아스만은 모세가 성서적 의미에서 그 형식은 히브리인(유대인)이지만, 실체는 이집트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분히 가설적이긴 한데, 역사적 의미에 있어서 형식은 율법판을 받은 ‘모세’이지만 실체에 있어서 아마르나 혁명을 만든 파라오 아멘호테프 4세 ‘아케나톤’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아스만은 이 영역, 또는 이 공간에서 역사적 인물 모세와 기억의 인물 모세가 같지 않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을 기억사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그는 “기억사는 …… 역사의 한 부분이거나 하위 영역이다. 기억사는 …… 기억의 산물들이자 후세의 해석의 관점에서만 드러나는 의미와 중요성의 관점들만 전적으로 탐구한다”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자면 이집트인 모세를 역사적으로 파악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후세에 특정한 집단(여기서는 서유럽)에 의해 모세가 어떻게 (회상)기억되었는가를 탐구하겠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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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만 교수는 뤼벡에서 태어나 하이델베르크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뮌헨, 하이델베르크, 파리, 괴팅겐 등지에서 이집트학과 고고학, 그리스학을 전공했습니다. 1966~1967년에는 카이로의 독일고고학연구소(Deutsches Archäologisches Institut)로부터 장학금을 받고 이집트로 간 후, 1967년부터 1971년까지 독일연구재단(DFG)로부터 기금을 받아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합니다. 테베-서부지역에 있는 고고학 유물 탐사에 주력하였던 아스만 교수는 람세스 시대 고관무덤을 발굴하는 데 가담하였습니다. 그 후, 1971년 교수자격시험을 통과했고, 1976년부터 2003년 퇴임하기까지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이집트학과 교수를 지냈습니다. 현재는 콘스탄츠 대학교의 일반문화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문화학자로서의 아스만 교수는 부인인 알라이다 아스만 교수와 함께 ‘문화적 기억이론’을 연구했고 이 업적으로 인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자기 전공 영역인 이집트학을 넘어 종교학 연구에까지 넘나드는 그의 이론은 소위 출애굽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유일신교의 탄생에 대한 해석으로 역사학자들, 문화학자들, 문예학자들, 종교학자들에게 명망을 떨쳤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아스만은 이 책을 쓴 후, 1999년 독일 대통령으로부터 영예로운 역사학자상(Preis des Historischen Kollegs)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그의 업적은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상(1996), 독일 뮌스터 대학교 명예 신학박사(1998), 미국 예일 대학교 명예박사(2004), 예루살렘 대학교 명예박사(2005), 독일 철십자훈장(2006)을 통해 인정받았습니다.

3. 말년의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을 정리하는 대신 모세에 관한 연구를 시작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숱한 학자들이 모세를 연구해 왔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또 서구의 문화적 전통에 있어서 모세가 어떤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스만 교수가 직접 해야 할 것 같네요. 번역한 제가 대답하려면 질문을 약간 바꿔야 할 듯합니다. ‘아스만 교수가 프로이트의 모세 연구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리고 고대로부터 많은 학자들이 모세를 연구한 이유에 대해 아스만 교수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습니까?’라는 식으로요.

『성경』에 따르면 모세는 유일신교의 창시자입니다. 하느님이 불타는 떨기나무 속에 나타난 이후 그는 자기 민족인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었습니다. 이것이 출애굽의 역사이지요. 모세가 십계명을 하느님으로부터 받아 공표할 때부터 참 종교와 거짓 종교의 구별이 시작되었는데요, 이 구별로 인해 최초로 만들어진 문화적 공간이 유대-기독-이슬람의 유일신교였습니다. 이 세 종교의 역사적 영향력은 바로 모세와 더불어 시작된 이 구별로부터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런 구별로 인하여 세 종교의 정체성과 정향성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갈등과 비관용과 폭력의 근원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지금 목전에 두고 있는 여러 가지 테러나 전쟁에서부터 거꾸로 십자군 원정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이런 모세에 대해 아스만 교수가 이 책에서 제시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모세는 과연 역사적 실존인물이었나? 우리는 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2. 그의 실존여부와 상관없이 모세는 문화적 기억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3. 모세라는 인물은 기억사에서 어떤 변화과정을 겪었는가?
4. 그리고 그 변화과정은 각각의 시대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사의 모세는 없고 기억의 모세만 있습니다. 아스만이 이 책에서 추적하는 마네톤, 스트라본, 톨런드, 프로이트는 모세를 민족적·문화적 의미에서 진정한 이집트인으로 보았고, 스펜서, 커드워스, 워버턴, 라인홀트, 그리고 실러는 모세가 규범에 충실한 유대인이지만 이집트의 지혜와 신비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스만 교수는 모세구별로 인해 이렇게 문헌학에서도 많은 갈등이 있었음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유대교와 기독교 사이에, 기독교와 이슬람 사이에, 유럽과 오리엔트 사이에(에드워드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 지속적으로 있어 왔습니다.

아스만 교수는 서구 역사에서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이런 구별을 되돌리려는 시도가 없진 않았으나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그 사람 모세와 유일신교』에 와서야 비로소 모세구별은 결정적 계기를 맞게 되었다고 봅니다. 프로이트는 모세를 이집트인이라 보고 유일신교를 아케나톤의 종교적 혁명으로 환원하면서 갈등을 일으키는 구별을 해체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모세 이야기를 『성경』과는 다르게 읽습니다. 즉, 이스라엘 사람들이 모세에게 반기를 들고 그를 살해했다는 것이 프로이트의 주장입니다. 그는 이 ‘아버지 살해’가 미래에 오게 될 메시아를 기다리는 소원환상을 불러왔다고 주장합니다. 종교가 정신분석가의 계몽적 처방을 통해 강박 노이로제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프로이트가 갑자기 모세에 대한 연구를 한 것은 지금껏 연구하던 개인 심리학을 집단 심리학에 적용하려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그때 막 부활하던 (히틀러의) 반유대주의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자 했음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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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선생님이 『이집트인 모세』를 번역하시면서 가장 강력하게 감응한 점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리고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의 책에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점은 역사나 사건을 정지된 상태, 즉 하나의 대상이나 기술로 보지 않고 변화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그 변화 또한 역사나 대상의 변화가 아니라 관찰하는 주체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프로이트의 흔적 개념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그가 이론적으로 기대고 있는 모리스 알박스의 이론을 넘어서는 부분입니다. 기억의 사회적 카테고리를 심리적 카테고리와 병합했다고나 할까요?

이 책은 역사적 과거가 ‘기억’에 의해 변형되고, 또 창조될 수도 있음을 변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이런 예들을 우리 문화의 현재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가령 ‘서동요’의 경우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2009년 1월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엄장구에는 선화공주가 무왕의 왕비가 아니라 백제 관리인 사택적덕의 딸이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선화공주와 서동요가 허구일 수도 있다는 사실로 충격을 던져준 것처럼 역사는 사실보다 기억에 의존해 왜곡, 탈루, 치환될 수 있습니다. 말로 이어져 내려온 구술적 기억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역사 자체도 모름지기 기억에 의해 왜곡될 수 있습니다. 내가 만약 급진적 기억이론가라면 모든 역사는 기억에 의해 창조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자는 ‘모세구별’을 통해 유대교의 유일신 사상을 해체하고, 많은 종교적 갈등으로 인해 갈라진 사람들의 상처가 치유가 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기독교 신앙을 갖고 있지만, 이 책으로 인해 종교에 대한 회의가 들거나 개종할 생각을 갖게 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독 구별하고, 또 이분화시키는 종교에 대해 한번쯤 돌아보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5. 번역은 어떤 의미에서는 끊임없이 '난관'을 만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집트인 모세』를 번역하시는 과정에서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우셨는지 말씀해 주세요.

독일의 낭만주의 문헌학자 프리드리히 슐레겔은 문헌학을 두고 ‘이차적 지식’이라고 했습니다. 일차적 지식인 철학이나 과학하고는 다른 문헌학의 정신을 꿰뚫어 한 이 말은 그야말로 번역에 적합한 말일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한 말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탐구하기 위해서 번역자는 잠시 판단을 중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리 예단하여 생각하다가는 저술의 의도를 헛짚기 일쑤이지요. 그래서 대체로 저자가 읽은 책을 다시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번역하면서 아쉬운 점은 저자의 인용문을 읽을 수 없었다는 점을 고백해야겠습니다. 학문사에 대한 일별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이 텍스트가 포함하고 있는 낯선 언어들, 역사적 과정에 대한 이해 같은 것들이 번역의 과정을 힘들게 했습니다.

6. 지금 준비하고 계시거나 작업하고 싶으신 책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몇 년 전에 『프로이트 프리즘』이라는 책을 썼고 또 오랫동안 문학치료라는 영역에 집중적으로 헌신하였습니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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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에는 ‘흔적’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 기억이론에 대한 관심이 놓여 있습니다. 우리가 이성적으로 말하고 수사학적으로 서술하는, 정당한 역사 뒤에 있는 진정한 ‘역사’는 사실 왜곡되어 있거나 감춰져 있습니다. 이것을 드러내는 작업, 즉 문학에서의 흔적 작업이랄까요, 그것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문학이 ‘나는 네가 기억하지 않는 것을 기억한다’라는 원칙에서 써졌다고 한다면, 가령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같은 책을 분석한다는 것은 설레는 일입니다.

그리고 곧 그린비에서 재출간을 기다리는 『기억의 공간』수정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한 것이라 오역이 눈에 많이 띄어서요. 절판되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 준 이 책을 조만간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프리즘 총서 출간(예정)목록
▲ 신자유주의의 프리즘: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사상, 신자유주의의 다층적 면모를 드러내기
『새로운 전쟁과 낡은 전쟁』, 메리 칼도어 지음, 유강은 옮김
『새로운 세계 이성』, 크리스티앙 라발·피에르 다르노 지음, 심세광 외 옮김

▲ 탈-근대성의 프리즘: 근대 세계를 형성한 여러 갈래의 길을 보여주고 다른 가능성을 열기
『헤겔 또는 스피노자』, 피에르 마슈레 지음, 진태원 옮김

▲ 생명권력의 프리즘: 생명 그 자체를 좌우하게 된 권력의 지도를 그리기
『생명자본』, 커식 선더 라한 지음, 안수진 옮김
『생명 그 자체의 정치』, 니컬러스 로즈 지음, 이규원 옮김

▲ 정치적인 것의 프리즘: 또 다른 사회를 상상하는 정치적 사유의 모험에 참여하기
『시민권 이론』, 헤르만 판 휜스테렌 지음, 장진범 옮김
『정치적인 것에 관한 시론』, 클로드 르포르 지음, 홍태영 옮김
『정의의 저울』, 낸시 프레이저 지음, 김원식 옮김

▲ 예술의 프리즘: 세계와 불화하는 감각의 움직임들을 탐색하기
『그림은 무엇을 원하는가』, W. J. T. 미첼 지음, 김전유경 옮김
『문학적 절대』, 장-뤽 낭시·필립 라쿠-라바르트 지음, 홍사현 옮김

▲ 철학적인 것의 프리즘: 명사로 정형화된 철학이 아닌, 동사로서의 철학적인 것을 실천하기
『이집트인 모세』, 얀 아스만 지음, 변학수 옮김(출간)
『기억의 공간』, 알라이다 아스만 지음, 변학수 외 옮김
『자본을 읽자』, 루이 알튀세르 외 지음, 진태원 외 옮김

▲ 탈식민주의의 프리즘: 제국과 식민의 상처를 가로질러 새로운 세계 문명들의 가능성을 꿈꾸기
『유럽을 지방화하기』, 디페쉬 차크라바르티 지음, 김택현 옮김

알라딘 링크
2010/02/02 10:28 2010/02/02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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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looky

    Tracked from looky 2014/08/23 22:09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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