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의 역사  의료 노동분업의 정치경제학, 1890-1980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 6

글렌 그리처·아널드 알루크 지음, 전인표 옮김 | 2019-05-20 | 288쪽 | 23,000원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 6권. 의사나 변호사로 대표되는 전문직 노동분업에 관한 일종의 사례연구이다. 직접적으로는 노동분업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지만, 간접적으로는 재활을 둘러싸고 의학사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무엇보다 재활의학 분야는 다른 의료영역과 달리 의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일상생활로 복귀시킨다는 사회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익적인 목표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직종이 관여하게 되었고, 그러한 직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 간에 활발한 정치경제적 활동이 일어났다. 재활의학의 정치경제학적 역사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직업 전문 분야에 대한 전통적인 설명에 도전하는 동시에, 한 전문 분야를 형성하는 세력 간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저·역자 소개 ▼

저자  글렌 그리처 Glenn Gritzer
롱아일랜드대학교 사회학·인류학과 부교수를 지냈다.  

저자 
아널드 알루크 Arnold Arluke
노스이스턴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와 동물과 공공 정책을 위한 터프츠 센터의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과 모순을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집필 활동을 통해 미국사회학회, 상징적 상호작용 교육학회, 인간과 동물의 상호작용 국제학회, 메사추세츠 동물학대방지협회에서 수여하는 상을 수상했다. 템플대학교 출판부에서 출간되는 『동물, 문화, 그리고 사회』 시리즈의 편집을 맡고 있다. 

역자 
전인표
서울대학교 재활의학과 수료. 현 서울재활병원 진료과장. 장애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재활의학과 의사.
차례 ▼

서문 8

감사의 말 22

1장 / 서론·27
자연성장모델·29
시장모델·35
재활의학·41

2장 / 전문화의 기반, 1890~1917·45
전기(電氣): 조직의 기반·47
기반의 확장·62
미국의사협회의 거부와 대응·74

3장 / 전쟁과 노동의 구성, 1917~1920·81
전쟁 부상자와 직종 간의 갈등·83
의료기사직의 기원·101
전쟁의 영향·108

4장 / 분업의 토대, 1920~1941·113
두 세계대전 사이의 물리요법 의사·114
의료기사직의 제도화와 예속·126

5장 / 재활의 재발견, 1941~1950·149
제2차 세계대전과 물리의학·150
전쟁 중의 의료기사·168
전후 초기·180
세기 중엽의 재활의학과·195

6장 / 분업구조의 재편, 1950~1980·203
자율성의 추구·204
권력 상실·238

에필로그 259

붙임 274
A. 직업명의 변화
B. 직업단체와 협회지: 의사
C. 직업단체와 협회지: 의료기사

옮긴이 후기 279

찾아보기 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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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세계대전이 재활에 대한 무지를 깨웠다!”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재활의 역사
재활의학 분야 구성원들 간의 분업과 사회적 관계


“몸이 아프다. 그래서 의사를 찾아왔는데, 그 의사는 또 다른 의사를 만나보라고 말한다. 이 과에서 저 과로, 저 과에서 이 과로,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의사가 제대로 된 진료를 해주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내 몸은 하나인데, 이 많은 의사 중에 통합적으로 내 병을 이해하고 치료해주는 의사는 있는 걸까? 내 몸을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이 병원에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두 팔과 두 발을 뻗을 수 없는 하얀 침대, 그 공간을 둘러싼 하얀 커튼과 하얀 천장. 무채색의 공간 속에서, 더 이상 두 발로 걸어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절망감 속에서, 갑작스레 귓가에 들려오는 ‘재활’이라는 단어. 재활이라면, 나는 더 이상 일상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말일까? 아니,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일까? 그때 갑자기 병실에 나타나는 하얀 가운의 재활의학과 의사와 치료사들. 이 사람들은 누구고 어디서 온 걸까? 병원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같은 생소한 단어들은 누가 만들어 낸 걸까?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가장 친숙한 내 몸이 가장 낯선 세계에 던져진다. 낯선 환경, 낯선 용어, 낯선 시스템. 왜 이렇게 의료가 전문화되고 의료 시스템의 구조가 복잡해졌는가?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게으른 설명은 의료의 전문화가 과학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노동의 분업이 자연발생적인 일이라는 주장과 맥락을 같이 한다. 기술 혁신과 지식 증가에 의해 의료와 관련된 직업은 점점 분화되기 시작했고, 우리가 병원의 이곳저곳을 방황하는 것도 자연스럽고 불가피하게 생겨난 역사의 필연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당연하기 여기는 모든 현상이 그렇듯, 처음부터 그런 것은 없다. 『재활의 역사: 의료 노동분업의 정치경제학, 1890~1980』은 의사나 변호사로 대표되는 전문직 노동분업에 관한 일종의 사례연구이다. 직접적으로는 노동분업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지만, 간접적으로는 재활을 둘러싸고 의학사적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분업의 설계자와 참여하는 노동자가 분리되어 있는 일반 노동자들과 달리 전문직은 노동자이면서 분업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 내게 된다. 재활의학 분야의 분업 구조는 역사가 비교적 짧은 데에다가 관련 전문직들이 노동 활동을 통해 만들어 가는 과정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문직의 분화를 다루는 사례 연구로서 좋은 대상이다.

무엇보다 재활의학 분야는 다른 의료영역과 달리 의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일상생활로 복귀시킨다는 사회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익적인 목표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직종이 관여하게 되었고, 그러한 직종에 종사하는 전문가들 간에 활발한 정치경제적 활동이 일어났다. 재활의학의 정치경제학적 역사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직업 전문 분야에 대한 전통적인 설명에 도전하는 동시에, 한 전문 분야를 형성하는 세력 간 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이 책은 노동분업에 대한 논문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장애인의 재활’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운데에 두고, 백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의료업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사회학자나 전문직, 혹은 의사가 아닌 당사자로서의 장애인이 이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의 신체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맥락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