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쟁과 낡은 전쟁  세계화 시대의 조직화된 폭력

프리즘 총서 4

메리 캘도어 지음, 유강은 옮김 | 2010-10-10 | 280쪽 | 18,000원


이 책은 냉전 이후 벌어지고 있는 세계적 분쟁의 변화 양상을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과정 속에서 살펴보고, 이를 ‘새로운 전쟁’이라는 개념으로 치밀하게 분석한다. 근대의 전쟁 이론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민간인 살상 문제와 테러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이에 대한 명쾌한 이론적 틀을 제시한다.

또한, 이 책은 새로운 평화 기획의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의 전환을 요구한다. 그 대안으로 ‘세계시민주의적 평화 기획’을 제시하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폭력의 세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사유할 수 있는 안목을 넓혀 주는 동시에, 세계시민주의적 관점에서 평화로운 미래를 기획하는 토대를 마련해 줄 것이다.


저·역자 소개 ▼

저자 메리 캘도어 Kaldor, Mary
런던정경대학의 글로벌거버넌스 전공 교수이자 글로벌거버넌스연구소Centre for the Study of Global Governance 소장으로 현재 세계화, 국제관계, 인도주의 개입, 세계시민사회, 글로벌거버넌스 등에 관해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유럽핵무장철폐운동 European Nuclear Disarmament(END)의 창립 멤버로서 『유럽핵무장철폐운동저널』European Nuclear Disarmament Journal의 편집인을 지냈으며, 또한 헬싱키시민회의를 창립하고 공동의장을 역임했다. 최근 저서로는 이 책 외에 『인간안보: 세계화와 개입에 관한 고찰』Human Security: Reflections on Globalization and Intervention(2007), 『세계시민사회: 전쟁에 대한 해답』Global Civil Society: An Answer to War(2003) 등이 있으며, 현재 『세계시민사회연감』Global Civil Society Yearbook의 편집을 맡고 있다.

역자
유강은
국제 문제 전문 번역가. 『위어드』 『에도로 가는 길』 『타인의 해석』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 『불평등의 이유』 등 인문사회부터 정치까지 폭넓은 분야의 책을 번역한다. 『미국의 반지성주의』 번역으로 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으며, 그 밖의 옮긴 책으로는 『AK47』 『신체 설계자』 『빛의 만리장성』 『도덕의 기원』 『신이 된 시장』 『자기 땅의 이방인들』 『E. H. 카 러시아 혁명』 등이 있다.
차례 ▼

제2판 서문 _ 6


1장 서론 _ 15


2장 낡은 전쟁 _ 33

전쟁과 근대국가의 등장 _ 35

클라우제비츠와 19세기의 전쟁 _ 42

20세기의 총력전 _ 47


3장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 새로운 전쟁의 사례 연구 _ 56

전쟁은 왜 일어났나 ? 정치적 목표 _ 58

어떻게 전쟁을 했는가 ? 군사적·경제적 수단 _ 77

국제사회 개입의 성격 _ 95

데이턴협정 이후 _ 108


4장 새로운 전쟁의 정치학 _ 112

세계화의 특징 _ 114

정체성의 정치 _ 122

세계시민주의 대 특수주의 _ 137


5장 세계화된 전쟁경제 _ 142

군대의 사유화 _ 144

폭력의 유형 _ 151

전쟁 수행의 자금 조달 _ 158

폭력의 확산 _ 165

결론 _ 169


6장 세계시민주의적 접근을 향하여 _ 172

정당성의 재건 _ 175

하향식 외교에서 세계시민주의 정치로 _ 181

평화유지 또는 평화이행에서 세계시민주의 법집행으로 _ 188

인도주의 원조에서 재건으로 _ 203


7장 이라크의 ‘새로운 전쟁’ _ 212

‘이라크 자유 작전’ ? 기술집약적인 낡은 전쟁 _ 213

새로운 전쟁 _ 219

과거에나 지금이나 대안이 있는가 _ 240


8장 거버넌스 , 정당성, 안보 _ 250

문명의 충돌 _ 255

다가오는 무정부 시대 _ 259

세계시민주의적 거버넌스 _ 262

결론 _ 267


옮긴이 후기 _ 271

찾아보기 _ 275

편집자 추천글 ▼

신자유주의 시대, 새로운 전쟁이 도래하였다!

―냉전 이후 새롭게 펼쳐진 전 세계적 충돌과 그 대안을 말한다


2001년 9월 11일, 전 세계에 중계되었던 비행기 테러 현장의 생생한 모습은 많은 이들을 충격과 비탄, 실의에 빠뜨렸다. 뒤이어 마드리드 동시다발테러(2004. 3. 11), 런던 지하철 테러(2005. 7. 7) 등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세계 시민들은 그제야 곳곳에 만연한 전쟁과 폭력의 위험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중동과 아프리카 등지의 한정된 지역에 국한된 것이라 생각했던 전쟁의 공포가 이제는 전 세계인의 다급한 문제로 다가오게 된 것이다. 자본, 문화, 인력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넘나드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시대, 전쟁 또한 새롭게 태어났다!

『새로운 전쟁과 낡은 전쟁』은 냉전 이후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전쟁 양상을 이전의 근대적 전쟁과 다른 ‘새로운 전쟁’으로 규정하며, 이를 치밀하게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국가가 중심이 된 영토 분쟁이나 정규군 간의 전투 등 근대의 기본적인 전쟁 패턴이 냉전 이후 무너졌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새로운 전쟁’의 특징은 민족, 종교, 경제적 이익 등 다양한 정체성과 이해관계에 따라 전쟁이 발발하고, 정규군뿐 아니라 게릴라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이 동원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이전에는 분석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민간인 살상 문제와 테러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 전쟁과 폭력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논증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전쟁은 이렇게 크게 변화되었음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이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지 못한 채 오히려 권력과 자원을 독점하려는 세력들을 위해 대응하는 ‘대(對)테러전쟁’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세계시민주의적 대안을 주장한다. 그간 전쟁 해결의 주 당사자였던 고위 정책관료들이나 국제기구 간부들의 손에서 벗어나 시민들 스스로에게 평화 기획의 임무를 부여하자는 실천적 주장을 펼치는 것이다.

저자 메리 캘도어(Mary Kaldor)는 런던 정경대학의 글로벌거버넌스 전공 교수로서 세계화와 국제관계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저술하며 반전과 반핵, 평화를 위한 시민 역량을 결집시키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전쟁에 대한 그의 독특한 관점과 실천적 노력 덕분에 우리는 (울리히 벡의 말처럼) 우리가 사는 폭력의 세계를 이해하고, 이를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낡은 전쟁에서 새로운 전쟁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따르면, 전쟁은 “상대(국가)에게 우리의 의지를 강제하기 위한 폭력 행위”이다. 이 정의에서 전쟁은 국가 간에 이루어지는 행위이며, 정치적 행위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1·2차 세계대전이나 냉전 역시 이러한 근대 전쟁의 개념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전쟁의 정의가 오래전부터 성립되어 온 것은 아니었다. 오늘날 ‘전쟁’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상(像)은 18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확고하게 굳어진 것으로, 그 전까지의 전쟁은 국가 간의 행위라기보다 특유한 군사 조직을 가진 다양한 행위자들, 즉 교회, 봉건 귀족, 야만족, 도시국가 등의 행위였다고 보아야 맞을 것이다. 이 책은 새로운 정치적 주체가 등장함에 따라 전쟁 개념이 변천해 온 과정에 주목하면서, “중앙집중화되고 영토화된 근대국가가 새로운 세계화 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유형의 정치체제에 자리를 양보하는 것처럼,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전쟁 역시 시대에 뒤떨어진 존재가 되고 있다”(34쪽)고 말한다.

최근 벌어진 많은 전쟁은 ‘공과 사, 내부와 외부, 국가와 비국가, 공식과 비공식, 정치와 경제의 뚜렷한 분리’에 입각한 근대 전쟁의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이 경계를 넘나드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 때문에 낡은 이론을 바탕으로 성립된 국제적 개입과 평화이행의 절차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무력하기만 하다. 저자가 보기에 이런 무능과 무기력은 세계화를 거치면서 변화한 전쟁의 양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정치·경제·군사·문화의 전 세계적 상호 연결의 강화와 정치권력의 성격 변화를 이해하지 않고서 ‘새로운 전쟁’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낡은 전쟁’의 이론에서 비공식 전쟁, 반란, 봉기, 테러, 저강도 전쟁 등으로 불리며 논외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현상들은 이제 ‘새로운 전쟁’이라는 개념 안으로 수용되어 본격적인 분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새로운 전쟁’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전쟁은 합법적인 폭력의 독점이 부재한 상황에서 민족·인종·종교 등의 특수한 정체성을 내세우는 범죄 집단들이 권력과 불법적인 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부당한 폭력을 행사할 때 발생한다. 분쟁에서의 민간인 살상과 인구추방, 테러 등이 대표적인 예로, 이 과정에서 전쟁과 범죄, 인권침해 간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각기 다른 전투 세력들은 자신들의 권력 입지를 재생산하기 위해 항구적인 분쟁 상태를 필요로 하며 때에 따라 상호 간에 협력을 도모하기도 한다.



▶ 새로운 전쟁의 목표는 무엇인가

과거의 전쟁이 지정학적 목표나 이데올로기적 목표를 추구했던 것과 달리 새로운 전쟁은 민족, 씨족, 종교, 언어 등의 특수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권력을 요구하는 것을 그 목표로 삼는다. 때문에 오늘날의 전쟁이 표면적으로는 다양한 민족·인종·종파 간의 갈등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급속한 세계화 및 지하경제와 관련된 사회의 불안정성, 정당성 있는 국가 권력의 부재 등을 틈타 권력을 장악하고, 폭력의 위협을 통해 자원을 독점하려는 속셈으로 민족적·인종적·종교적 정체성을 도구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과 사회적 혼란을 동반한 옛 유고슬라비아의 해체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민족주의가 등장하고 계속해서 분쟁이 일어난 코소보 사태 등의 사례(3장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새로운 전쟁의 사례 연구)는 새로운 전쟁이 추구하는 목표와 그 특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



▶ 새로운 전쟁은 어떻게 벌어지는가

앞에서 말했듯, 새로운 전쟁의 목표는 정체성을 이용하여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다. 때문에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모두 제거하고(결국 다른 견해를 모두 제거하고) 공포를 주입시킴으로써 주민들을 통제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종종 광범위한 정치·심리·경제적 위협 기법뿐만 아니라 대량학살과 강제이주 같은 다양한 수단을 통한 인구추방이 수반된다. 대부분의 폭력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행해지게 되는데, 다른 정치를 신봉하는 사람들, 즉 포용적인 사회관계와 공공의 윤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민간인들이 가장 먼저 공격의 목표물이 된다. 이를 달리 말하면, 새로운 전쟁은 서로 다른 언어·종교·부족 집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특수한 정체성의 정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시민성과 다문화주의의 가치를 억누르는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새로운 전쟁의 경제적 자원은 무엇인가

새로운 전쟁은 전쟁에 대한 참여도가 낮고, 국내의 경제상황이 악화된 상태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분산적이고, 외부의 자원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즉, 세계적 경쟁이나 물리적 파괴, 정상적인 교역의 중단 등으로 인해 국내 생산 및 조세 수입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전투집단은 약탈과 인질 납치, 암시장, 또는 외부 원조를 통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이런 외부의 자원은 모두 폭력이 계속되어야만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전쟁의 논리와 경제 작동의 논리가 서로 결합하면서 점차 전쟁과 범죄, 인권침해 간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무엇보다 교전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권력 입지를 재생산하는 동시에 자원에 대한 접근을 확보하기 위해 어느 정도 항구적인 분쟁을 필요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기 다른 여러 교전 당사자들이 서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즉 서로 도와 가며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를 영속해 간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전쟁의 세 당사자(세르비아계, 크로아티아계, 보스니아 무슬림계)가 상이한 조합을 이루며 서로 협력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그러한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3장 참조).




새로운 전쟁을 극복하기 위한 실천, 세계시민주의


이 책은 전쟁에 대한 새로운 분석과 이론틀을 제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평화를 위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사실 새로운 전쟁이 도래하기 이전부터 전쟁을 멈추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계속 있어 왔다. 중세시대에는 교황의 권위로부터 나온 전투규칙(jus in bello)이 있었고, 19세기 중반부터는 전쟁법규를 성문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전범재판소의 설립은 전쟁 중 반인도적 범죄행위를 저지른 이들을 처벌하여 무차별한 폭력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전쟁의 범죄화된 양상에서 보았듯, 오늘날 분쟁 지역에서는 이러한 전쟁법규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는 분쟁지역의 범죄집단뿐만 아니라 ‘대테러전쟁’이라는 명분하에 전쟁을 일으키는 패권국들 모두 전쟁법규와는 상관없이 행동하고 있다. 테러와 대테러전쟁의 반복되는 양상은 현재의 갈등 구도를 더 가속화시킴에도, 이것을 규제할 만한 초국가적 대응력이 부재한 상황이다. 또한 인도주의적 개입이나 평화유지군의 개입은 민간인들을 인구추방, 대량살상 등 전쟁의 폭력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제기구의 고위 관료들은 전쟁 가담자를 처벌하는 데 주력하기는커녕 그들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계속 이러한 소극적인 대응태도를 고수한다면, 정체성을 내세운 갈등 구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고, 세계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전쟁과 테러, 대량살상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바로 ‘세계시민주의에 기초한 정치적 대응’으로, 이것은 일종의 ‘세계적인 감시’(263쪽, 8장 ?거버넌스, 정당성, 안보? 참조) 체제를 말한다. 교전당사자들이 요구하는 정치적인 목표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정당성 있는 국제기구와 시민들의 연합으로 이 문제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세계시민주의체제는 기존에 구축되어 있음에도 현실적으로 무력하기만 한 초국가적 대응책이 잘 집행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이를 위해 시민들의 지지와 역량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권력과 불법적인 이득을 가로채는 동시에 전 세계적 평화를 수시로 위협하는 세력들이 국제사회에 제대로 발붙이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바로 세계시민들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저자 메리 캘도어는 전쟁의 미래에 대해 쉽게 낙관하지도, 비관하지도 않는다. 쉽게 낙관하거나 비관하는 입장 모두,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는 전쟁을 바라보는 시대착오적 관점을 벗어던지고, 새롭게 대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낙관적인 미래는 결국 우리 자신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