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이정우 저작집 6
이정우 지음 | 2021-10-18 | 536쪽 | 29,000원
소운 이정우 저작집 6권인 『시간의 지도리에 서서』는 철학자 이정우의 저작 네 권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시민들을 위한 철학공간인 ‘철학아카데미’를 설립하던 당시의 소회부터 생명과 기술을 넘나드는 포스트휴머니즘적 사유에 이르는 지적 여정을 한 권의 책에서 다뤘다. 영화, 미술, 문학, 과학, 철학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동하는 그의 사유는 독자들을 유목적 사유의 세계로, 새로운 사상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대안공간으로 데려간다. 이정우의 철학적 여정은 “마주침”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그는 이질적인 것들의 마주침, 타자와의 마주침에서 철학적 삶이 시작된다고 이야기해 왔으며, 장자와의 마주침, 스피노자와의 마주침, 박홍규와의 마주침에서 자신의 철학이 태동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최초의 대안공간인 철학아카데미를 통해 시민들이 새로운 철학적 사유와 마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었고, 2000년대 인문학 열풍의 계기를 마련했다. 『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역시 과학과 예술, 시대와 사상, 전통과 현대가 마주치는 ‘지도리’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오롯이 보여 주며 우리 시대를 해석할 수 있는 사유의 성좌를 구성한다.
저자 소개 ▼
외래번역서를 뛰어 넘는 한국어 저작물인 『세계철학사』를 집필한 소운(逍雲) 이정우(李正雨)는 1959년 충청북도 영동에서 태어났고 서울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에서 공학과 미학 그리고 철학을 공부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1998년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 2000~2007년 철학아카데미 원장, 2009~2011년 어시스트윤리경영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소운서원 원장(2008~ )과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2012~ )로 활동하고 있다. 소운의 사유는 ‘전통, 근대, 탈근대’를 화두로 한 보편적인 세계사의 서술, ‘시간, 사건, 생명’을 중심으로 하는 사건의 철학, 그리고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을 탐색하는 실천철학의 세 갈래로 진행되어 왔다. 철학사적 저작으로는 앞서 말한 『세계철학사 1: 지중해세계의 철학』(길, 2011), 『세계철학사 2: 아시아세계의 철학』(길, 2018), 『세계철학사 3: 근대성의 카르토그라피』(길, 2021), 『소은 박홍규와 서구 존재론사』(길, 2016) 등이 있으며, 존재론적 저작으로는 『사건의 철학』(그린비, 2011), 『접힘과 펼쳐짐』(그린비, 2012), 『파라-독사의 사유』(그린비, 2021) 등이, 실천철학적 저작으로는 『천하나의 고원』(돌베개, 2008), 『전통, 근대, 탈근대』(그린비, 2011), 『진보의 새로운 조건들』(인간사랑, 2012) 등이 있다. 현재는 『세계철학사 4: 탈근대 사유의 갈래들』, 『무위인-되기: 세계, 주체, 윤리』를 집필하고 있다.
차례 ▼
머리말 4
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9
· 21세기, 우리 학문의 방향 10
· 동서 철학의 지평융합 31
· 혼돈의 시대와 비판적 사유 — 철학아카데미를 세우며 42
기술과 운명 57
· 제작된 인간의 운명 : <블레이드 러너> 60
· 자아의 해체와 새로운 인간의 탄생 : <공각기동대> 73
· 진실과 저항 : <매트릭스> 90
· 마음속 깊이 박힌 가시를 뽑아내기 : <인셉션> 109
‘세계’의 모든 얼굴 123
· 첫째 날 126
· 둘째 날 159
· 셋째 날 196
· 넷째 날 227
유목적 사유의 탄생 251
· 문학과 더불어 260
· 과학의 세계 391
· 철학적 사유 475
참고문헌 529
인명 찾아보기 530
개념 찾아보기 533
편집자 추천글 ▼
소운 이정우의 사유 역정을 만나다
소운 이정우 저작집 6권인 『시간의 지도리에 서서』는 철학자 이정우의 저작 네 권을 하나로 묶은 책이다. 시민들을 위한 철학공간인 ‘철학아카데미’를 설립하던 당시의 소회부터 생명과 기술을 넘나드는 포스트휴머니즘적 사유에 이르는 지적 여정을 한 권의 책에서 다뤘다. 영화, 미술, 문학, 과학, 철학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동하는 그의 사유는 독자들을 유목적 사유의 세계로, 새로운 사상을 창조해 낼 수 있는 대안공간으로 데려간다.
이정우의 철학적 여정은 “마주침”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그는 이질적인 것들의 마주침, 타자와의 마주침에서 철학적 삶이 시작된다고 이야기해 왔으며, 장자와의 마주침, 스피노자와의 마주침, 박홍규와의 마주침에서 자신의 철학이 태동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최초의 대안공간인 철학아카데미를 통해 시민들이 새로운 철학적 사유와 마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었고, 2000년대 인문학 열풍의 계기를 마련했다. 『시간의 지도리에 서서』 역시 과학과 예술, 시대와 사상, 전통과 현대가 마주치는 ‘지도리’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오롯이 보여 주며 우리 시대를 해석할 수 있는 사유의 성좌를 구성한다.
“철학의 시대”를 열망했던 시대의 철학
인식의 확장은 곧 세계의 확장이다
첫 번째 장인 「시간의 지도리에 서서」는 이정우가 최초의 대안공간인 철학아카데미를 창설해 시민 강좌에 열과 성을 쏟던 시절의 고민을 담고 있다. 군정이 종식되면서 ‘후기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고, 담론의 세계에서도 거대한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 시대는 시간의 지도리 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철학을 배우고 싶지만 배울 곳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 혼란의 시대를 살아갈 정신적 토대가 필요한 시민들이 있었다. 철학아카데미는 이러한 시대적 갈증 위에서 설립되었다. 이정우는 철학적 지성을 갖춘 대중의 도래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혁명이며, 철학의 소명은 그런 대중의 도래를 앞당기는 데 있다고 믿었다.
「기술과 운명」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철학에 친숙해질 수 있는 계기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기획되었다. 이 장은 영화를 읽으며 철학에 입문할 수 있는 개론 수업을 표방하고 있다. 영화의 기술과 서사는 테크놀로지와 함께 발전한다. 컴퓨터에 기반한 새로운 기술들이 도래하면서 ‘사물’의 개념, 기계와 인간의 관계, 현실과 가상의 관계 등에 있어 거대한 변혁이 도래했고 이런 변화가 가져올 미래는 사이버펑크 계열의 영화에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이 장에서 논했던 이야기들은 이제는 현실로서 등장하고 있다.
예술과 과학을 통해 드러나는 세계의 또 다른 얼굴
전공과 사조를 넘어 유목에의 깨달음으로
철학적 사유는 예술적 사유와 협력함으로써 생기를 부여받을 수 있다. 이정우는 「‘세계’의 모든 얼굴」에서 회화와 존재론이 세계를 그 근원에서 탐구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고 말한다. 대상들의 ‘존재’ 자체에 시선을 맞추고 그것들의 존재를 ‘사유’하려 한다는 점에서 회화와 존재론은 남다른 친화성을 띤다. 인간의 지성은 현상 너머의 존재에 대해 사유하고 싶어 하는데, 회화는 이러한 존재론적 고투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행위이다. 우리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상 너머의 차원을 그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 회화 속에서 대상들은 본래의 개체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조합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적 타자성이 극복되고 새로운 관계들이 형성되는 것이다.
「기술과 운명」이 영화를, 「세계의 모든 얼굴」이 미술을 다룬다면, 「유목적 사유의 탄생」은 책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10대 중반에서 20대 중반까지의 10년에 걸쳐 철학자 이정우에게 큰 영향을 준 문학 작품들, 과학적 이론들, 철학적 저작들을 인문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한다. 한편에 『삼국지연의』가 알려준 욕망과 어리석음에 대한 성찰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는 동일성을 유지하는 생명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분석이 있다. 생명과학은 직접 인간을 다루지는 않지만, 인간도 한 측면에서는 생명체이므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기저 지식들을 제공해 주며, 인문학은 특정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문학적 텍스트, 예술작품 등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인물들을 다룬다. 인간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층위의 지식들이 복합적으로 배치되어야 하는데 깊이 있는 독서란 바로 이러한 배치가 이루어지는 과정일 것이다.
사유한다는 것은 구체와 추상을 끝없이 오르내리는 것이다. 가장 구체적인 것(개별자들, 사건들, 마주침들)에서 가장 추상적인 것(존재, 우주, 생명) 사이를 끝없이 왕복 운동하기, 그 사이에 분포되어 있는 어떤 분야, 전공, 영역, 사조에 정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의 한쪽 끝에서 다른 한쪽 끝까지 가로지르면서 사유하기. 이 오르내림, 가로지르기, 유목에의 깨달음으로부터 소운의 사유는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