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발견  희랍에서 서구 사유의 탄생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7
브루노 스넬 지음, 김재홍·김남우 옮김 | 2020-03-10 | 544쪽 | 29,800원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7번째 책. 고대 그리스의 문학과 철학으로 유럽의 학문적·지적 원형을 탐구하며, 현대를 지배하는 서구적 사유방식의 정신적 기원을 밝혀낸 수작이다. 브루노 스넬이 ‘언어 속에 인간 정신의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라는 신념으로 저술한 이 책은 현재까지도 고대 희랍의 문학과 철학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저·역자 소개 ▼

저자  브루노 스넬 Bruno Snell
1896년 6월 18일 북부 독일의 힐데스하임에서 태어났다. 영국 에든버러와 옥스퍼드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배웠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고전문헌학으로 전공을 바꿔 라이덴, 베를린, 뮌헨, 괴팅겐 대학 등에서 연구하였다. 1922년 괴팅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25년에 함부르크 대학에서 아이스퀼로스의 비극에 관한 교수 자격 논문을 썼다. 피사 대학과 함부르크 대학 등에서 대학 강사 생활을 거친 후, 1931년 함부르크 대학의 고전 문헌학 정교수로 취임하여 1960년에 퇴직했다. 1944년에는 Thesaurus Linguae Graecae 연구 센터를 설립했으며 1970년에 ‘독일 자유 정신의 대표자’란 칭호로 헤겔 상, 1976년 Austrian Medal for Science and Art와 1977년 Pour le M?rite for Arts and Sciences를 수상한 바 있다. 1986년 10월 31일 세상을 떠났으며 1989년 이래로 ‘몸젠 소사이어티’는 주기적으로 그를 기념하는 ‘브루노 스넬 상’을 제정해 수여하고 있다.    

역자 
김재홍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고전철학 전공, 1994년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방법론에서의 변증술의 역할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 취득.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고중세철학 합동 프로그램’에서 철학 연구(Post-Doc). 가톨릭대학교 인간학연구소 전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임. 가톨릭관동대학교 연구교수를 거쳐 전남대 사회통합지원센터 부센터장을 지냈으며, 현재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있다.
저서 『그리스 사유의 기원』, 『에픽테토스 ‘담화록’』, 『왕보다 더 자유로운 삶』,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공저 『서양고대철학 2』, 『박홍규 형이상학의 세계』, 『아주 오래된 질문들—고전철학의 새로운 발견』 등. 역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토피카』, 『정치학』, 『소피스트적 논박에 대하여』, 『니코마코스 윤리학』, 『관상학』,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의 유형들』, 장 피에르 베르낭의 『그리스 사유의 기원』. 공역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브루노 스넬의 『정신의 발견』,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등.


역자 
김남우
로마 문학 박사.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서양고전학 협동과정에서 희랍 서정시를, 독일 마인츠에서 로마 서정시를 공부했다. 정암학당 연구원이며, 연세대학교와 카이스트에서 라틴어와 그리스 로마 문학을 가르친다. 마틴 호제의 『희랍문학사』,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에라스무스의 『격언집』 『우신예찬』,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테오도어 몸젠의 『로마사』, 호라티우스의 『카르페디엠』 『시학』,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번역했으며, 『파불라 도케트Fabvla Docet―희랍 로마 신화로 배우는 고전 라티움어』를 저술했다.
차례 ▼

서문 7

제1장 호메로스의 인간 이해 21
제2장 올륌포스 신앙 61
제3장 헤시오도스: 신의 세계 89
제4장 초기 희랍 서정시에서 개성의 자각 111
제5장 핀다로스의 제우스 찬가 163
제6장 희랍비극에서 신화와 현실 189
제7장 아리스토파네스와 미학 219
제8장 인간적 지식과 신적 지식 249
제9장 역사의식의 탄생 271
제10장 덕의 권고: 희랍 윤리 사상 293
제11장 비유, 직유, 은유, 유추: 신화적 사유에서 논리적 사유로 339
제12장 희랍의 자연과학 개념 형성 383
제13장 길의 상징 407
제14장 인간성의 발견 431
제15장 칼리마코스의 유희 455
제16장 아르카디아: 정신적 전원(田園)의 발견 477
제17장 이론과 실천 511

저자 후기_1974년 525
역자 후기 541
옮긴이 참고문헌 544

편집자 추천글 ▼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문학,
현대를 지배하는 서구적 사유의 정신을 마련하다! 

브루노 스넬의 『정신의 발견』은 베르너 예거의 『파이데이아』, 헤르만 프랭켈의 『초기 희랍의 문학과 철학』과 더불어 20세기 서양고전문헌학 연구를 대표하는 3대 연구서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 『정신의 발견』은 1989년 우리나라에서 희랍문학과 로마문학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래 전공자들이 가장 열심히 읽은 책이며, 언어 속에 ‘인간 정신의 구조’가 마련되어 있음을 밝혀낸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신의 발견』은 지금까지도 서양 고전문학과 고대철학을 공부하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과 영감을 주고 있는 연구 저서다. 전면개정판으로 재출간되는 이번 『정신의 발견』은 한국 서양고전문헌학 30년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책이며, 한국 고대문학 및 철학 연구 학계의 발전을 증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주체적 ‘인간 정신’의 시작을 짚다

오늘날의 인류 문명, 특히 현대를 지배하는 서구적 사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문명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인류가 세계를 발견하고 고찰하고 경험하고 이해한 흔적을 신화라고 부른다면, 신화를 문자에 담아 잊히지 않도록 보존하고 있는 것은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의 문학 작품들이었다. 즉 우리가 택할 수 있는 탐구의 길들 중 하나는 문자로 기록되어 전해지는 고전문헌인 셈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는 것처럼 브루노 스넬은 서구적 사유의 그리스적 기원에 대해서 각 장마다 서술하고 있다. 『정신의 발견』은 호메로스의 언어, 세계관, 인간관, 인간과 신들의 관계를 통해 희랍 서정시에서 인간 개성이 표출되는 것을 보여 주고 있으며, 희랍 비극으로부터 고독한 인간의 결단과 결단하는 인간의 자아가 또렷하게 드러남을 가르쳐 주고 있다. 즉 이 책이 다루는 것은 현재 서구적으로 (유럽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안다는 것, 본다는 것 등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들에 대해서 그리스가 어떠한 점에서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예시와 그에 따른 폭넓은 고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고찰에 대해서 저자는 ‘정신의 발견’이라 표현했다.

“인간 정신이 본래적 의미에서 살아 있는 것으로 점차 변모함에 따라 영혼의 삶은 더욱 풍성하게 되었다. 인간 실존의 현실성은 이제 정신에 있게 되었고 극은 정신적 동기를 더 많이 찾게 되었다. 에우리피데스에게 굉장히 넓은 지평이 열렸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간은 이제 욕망에 의해, 지식에 의해, 영혼의 이런 활동에서 빚어지는 갈등에 의해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이외의 모든 것들은 망상이며 가상이다. 하지만 누가 인간의 이 본질을 파헤칠 수 있는가? 누가 자기의 내면을 완벽하게 측량할 수 있는가? 인간에 관한 지식 혹은 자기인식은 철학의 과제가 되었다. 마치 자연 탐구가 자연과학자의 과제인 것처럼 말이다. 현실은 더 이상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다. 유의미한 것은 더 이상 사태로서 직접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현상들의 의미는 이제 인간에게 직접 말을 걸지 않는다. 다시 말하여 신화는 죽었다.” - 제6장 「희랍비극에서 신화와 현실」 중에서

인간이 인간 자신과 세계를 대상으로 경험과 지식을 넓히고 세계와 인간의 이해를 추구하던 때가 인류 문명의 초창기였다. 기원전 8세기에서 기원후 5세기에 이르는 그리스와 로마의 문학, 역사, 철학을 비롯하여 예술, 종교, 지리, 수학, 의학, 건축, 공학 등은 지중해 세계의 문화권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희랍의 신화는 로마의 오비디우스가 신화 이야기를 씀으로써 서구문명의 토대가 되었으며, 희랍의 철학과 역사 또한 이를 높이 숭상하고 받아들인 로마에 의해 서구문명의 한 부분이 되었다.

따라서 『정신의 발견』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영향력을 가진 호메로스에서 서정시 시대, 비극과 희극, 역사, 알렉산드리아의 칼리마코스까지 희랍문학 전체를 관통한다. 여기서 브루노 스넬은 판단하고 결단하고 행동하는 주체로서 ‘인간 정신’을 논의의 중심에 놓았는데, 그 이유는 인종 학살 등 인류 최악의 반문명적 사태를 몸소 겪은 전후 세대 브루노 스넬이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교훈과 지혜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재번역으로 다시 태어난 ‘정신’의 기원

고전문학의 전체적인 조망과 역사적인 고찰, 영향사적 논의, 연구사적 흐름을 파악하여 지대한 학문적 성과를 보여 준 『정신의 발견』이 1994년 처음 번역 출간된 일은 일종의 사건이었다. 그러한 『정신의 발견』이 지금까지의 학문적 성과에 기대어, 한국에서 26년 만에 전면개정판으로 출간된다. 그동안 그리스 문학과 철학을 연구하며 그들의 유산이 어떻게 우리의 삶과 정신에 영향력을 끼쳤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주고자 했던 두 연구자들에 의해, 다시 한 번 ‘고전’이라는 명칭이 아깝지 않은 이 책이 소개된다는 점은 독자들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정신의 발견』(그린비출판사)은 그간 배출된 학자들의 노력에 힘입어, 기존에 수록된 문학 작품들 가운데 상당 부분을 재번역했다. 독자들은 새로워진 『정신의 발견』을 통해 고대 희랍과 고대 로마의 문헌을 읽어 가며 문학, 역사, 철학이 어떻게 어떤 문제를 가지고 출현했는지,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무엇을 기록하고 남겼는지를 볼 수 있음과 동시에, 현대를 지배하는 서구적 사유방식의 기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