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유령들
프리즘 총서 14
자크 데리다 지음, 진태원 옮김 | 2014-08-20 | 408쪽 | 23,000원
20세기 후반의 서양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해체론의 창시자 자크 데리다의 저작 중 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은 책이다.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연쇄 몰락으로 마르크스에 대한 준거의 토대가 와해된 1990년대, 마르크스주의 사유의 의미와 가치를 옹호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에서 데리다는 유령이나 망령 또는 환영 등이 마르크스 해석 작업의 중요 쟁점임을 밝히고, 햄릿의 유령을 차용해 끊임없이 햄릿을 따라다니며 사고 깊숙이 자리 잡고 떠나지 않는 유령처럼 자본주의에서도 마르크스의 사상이 끊임없이 출몰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마르크스의 유령들』은 서구식 자유주의를 질타하기 위한 마르크스주의의 무조건적인 옹호에서 벗어나 그 역사와 이론을 탐구하며 마르크스주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보다 넓고 깊은 식견으로 독자를 인도해 줄 것이다.
저·역자 소개 ▼
20세기 후반의 서양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해체론의 창시자로 잘 알려져 있다. 알제리 태생으로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한 뒤 후설에 관한 논문으로 교수 자격을 취득, 모교인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오랫동안 가르쳤고 예일 대학과 존스홉킨스 대학 등에서도 교수를 지냈으며 1987년부터는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연구 주임으로 재직했다. 1967년 『목소리와 현상』, 『그라마톨로지에 관하여』, 『문자기록과 차이』 등 세 권의 저서를 발표함으로써 일약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철학자로 떠오른 데리다는 초기 저작에서 서양의 로고스 중심주의를 해체하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복권하고 텍스트의 복잡성을 밝히는 데 주력했다. 1980년대 이후에는 정치 및 사회 문제에 관한 오랜 침묵에서 벗어나 유럽공동체와 주권, 마르크스주의와 국제법, 이주노동자의 환대, 탈식민주의와 종교의 해체, 인권과 민주주의 등에 관해 폭넓은 저작을 발표했으며, 현실 정치의 문제들에도 적극 개입했다. 2004년 파리에서 췌장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철학의 여백』(1972), 『우편엽서』(1980), 『법의 힘』(1994), 『타자의 단일언어』(1996), 『불량배들』(2003) 등 80여 권이 넘는 저작과 수백 편의 논문, 인터뷰 등을 남겼다.
역자 진태원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교수, 『황해문화』 편집위원. 연세대학교 및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스피노자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피노자 철학을 비롯한 서양 근대 철학을 연구하고 있고, 현대 프랑스 철학과 정치철학, 한국 민주주의론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저서로 『을의 민주주의』, 『알튀세르 효과』(편저), 『스피노자의 귀환』(공편), 『포퓰리즘과 민주주의』(편저),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 등이 있으며, 『법의 힘』, 『마르크스의 유령들』, 『우리, 유럽의 시민들?』, 『정치체에 대한 권리』, 『폭력과 시민다움』, 『헤겔 또는 스피노자』, 『불화: 정치와 철학』, 『쟁론』, 『알튀세르의 정치철학 강의』, 『공산주의라는 이념』(공역) 등을 옮겼다.
차례 ▼
헌사
머리말
1장 _ 마르크스의 명령들
2장 _ 마르크스주의를 푸닥거리하기
3장 _ 낡은 것들 ― 나이 없는 세계의 그림
4장 _ 혁명의 이름으로, 이중 바리케이드 ― 비순수한 “비순수하고 비순수한 유령들의 역사”
5장 _ 출현하지 않는 것의 출현 : 현상학적인 “감추기 마술”
주석
옮긴이의 글 _ 마르크스의 유령들, 데리다의 유령들
2판 옮긴이 후기
용어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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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추천글 ▼
자본주의를 배회하는 해방 운동의 대명사 마르크스!
억압과 착취, 차별이 존재하는 한 마르크스의 유령은 되돌아온다!
‘프랑스가 배출한 지구상 가장 위대한 현대 철학자 중 한 명’이자 해체주의의 창시자인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2004). 그가 남긴 80여 권의 책과 수백 편의 논문들 가운데 가장 많은 화제와 논쟁을 일으킨 저작 『마르크스의 유령들』(Spectres de Marx, 1993)이 그린비에서 출간되었다. 데리다의 복잡한 논리와 어려운 용어를 바르게 번역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던 진태원 박사가 지난 2007년 이제이북스에서 펴냈던 초판을 다듬어 낸 7년 만의 복간이다.
데리다 이전에 과연 누가 유령을 주제로 하여 마르크스에 관한 책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것도 사회주의 국가들의 연쇄적인 붕괴가 이어졌던 1990년대에 말이다! 공산주의의 몰락과 자본주의의 최종 승리가 선언된 이 시기, 많은 이들이 마르크스주의의 종말을 인정하고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질서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데리다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통해 마르크스주의는 소멸하지 않고 끊임없이 회귀할 것임을 주장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분석으로서 마르크스(주의)의 유산이 없이는 누구도 자본주의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제대로 분석할 수 없을뿐더러 마르크스주의는 ‘해방의 운동’이라는 점에서도 되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순기능과 예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출현하고 있는 실업·빈곤·경제전쟁 등이 사라지지 않는 한, 마르크스주의를 지지하고 그의 정신을 계승하려는 사람들이나 운동은 마치 마르크스가 유령이 되어 돌아오듯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데리다가 이 책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유령은 ‘마르크스를 괴롭혔던 유령’, ‘마르크스가 몰아내려고 했던 유령’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르크스주의는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피억압자들의 해방을 위해 크게 공헌했지만 그것이 가진 한계와 난점에서 끝내 벗어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르크스의 유령들』은 마르크스의 정신, 마르크스의 유령이 남긴 유산을 상속하되, 그것의 한계를 넘어서고 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비판적·선별적으로 상속해야 한다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표현하는 중의적인 제목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책에서 데리다는 현대의 서구식 자유주의를 질타하기 위해 마르크스의 정신과 사상을 일방적으로 옹호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정치제도가 무엇이든 마르크스의 유령들은 우리의 삶 속에 끊임없이 출현할 요인들이며, 그런 유령들에 적응하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존재론을 넘어서는 ‘유령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데리다가 마르크스주의의 역사와 이론을 탐구하며 그것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마르크스의 유령들』을 통해 우리는 마르크스주의의 현재와 장래에 대한 보다 넓고 깊은 식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