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산의 이론을 위하여
프리즘 총서 16
피에르 마슈레 지음, 윤진 옮김 | 2014-10-10 | 416쪽 | 25,000원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스피노자 연구자이며 문학이론 연구자로서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피에르 마슈레의 대표작 <문학생산의 이론을 위하여>가 새롭게 번역 출간되었다. 1970년대 영국의 좌파 문학계에서 적극적으로 수용되면서 세계적인 문학이론서로 자리매김된 이 책은 테리 이글턴이나 프레드릭 제임슨과 같은 영미권의 많은 좌파 비평가들이 영향을 미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마슈레는 ‘생산’, ‘모순’, ‘이데올로기’, ‘과학적 지식’과 같은 알튀세르의 철학적 개념들을 차용하는 등 알튀세르 철학에 기반하여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알튀세르의 철학으로 한정되지 않는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방법론을 또한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에서 마슈레는 문학작품은 단일한 기원과 통일성을 가진 작가의 의도의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생산과정의 산물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생산자의 의도와 무관한 절차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문학작품을 비평한다는 것은 작품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내고, 작품이 진술하지 않은 것을 통해 작품의 징후적 억압, 회피, 미끄러짐, 자기 모순 등을 포착해 내는, 작품에 가해지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학과 비평에 대한 이론을 토대로, 이 책의 3부에서 마슈레는 쥘 베른과 보르헤스, 발자크의 작품들에 대한 비평을 선보이면서, 문학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 세계를 바꾸는 데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저·역자 소개 ▼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조르주 캉귈렘과 루이 알튀세르를 사사했다. 루이 알튀세르, 에티엔 발리바르 등과 함께 『자본을 읽자』(Lire le Capital, 1965)를 썼고, 1980년대 이후 스피노자 연구에 전념하여 『스피노자와 함께』(Avec Spinoza, 1992), 『스피노자 『윤리학』 입문』(전 5권, 1994~1998) 등을 집필했다. 현존하는 대표적인 스피노자 연구자 중 한 명이며, 이 책 『문학생산의 이론을 위하여』(1966)와 『문학은 무슨 생각을 하는가?』(1990) 등의 저서를 통해 문학 이론가로서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현재 릴3대학 명예교수로 있다.
역자 윤진
아주대학교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프랑스 문학을 공부했으며,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자서전의 규약』, 『문학 생산의 이론을 위하여』, 『사탄의 태양 아래』, 『위험한 관계』, 『벨아미』, 『목로주점』, 『알렉시·은총의 일격』, 『주군의 여인』, 『에로스의 눈물』, 『물질적 삶』, 『태평양을 막는 제방』 등이 있고, 출판 기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차례 ▼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테리 이글턴의 영문판 서문
1부 _ 기본 개념
1. 비평과 판단
2. 영역과 대상
3. 질문과 답
4. 규칙과 법칙
5. 긍정적 판단과 부정적 판단
6. 이면과 표면
7. 즉석에서 만들기, 구조와 필연성
8. 자율성과 독립성
9. 이미지와 개념: 아름다운 언어와 진실한 언어
10. 환상과 허구
11. 창조와 생산
12. 규약과 계약
13. 설명과 해석
14. 함축적인 것과 명백한 것
15. 말하기와 말하지 않기
16. 두 가지 질문
17. 안과 밖
18. 깊이와 복합성
2부 _ 비평가
1. 레닌의 톨스토이 비평
2. 문학 분석, 구조들의 무덤
3부 _ 작품
1. 쥘 베른, 혹은 결여가 있는 이야기
2. 보르헤스와 허구적 이야기
3. 발자크의 『농민들』, 이질적인 것이 섞인 텍스트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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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추천글 ▼
맑스주의 비평에 획기적으로 새로운 문학이론을 제시한 역작!
현존하는 가장 중요한 스피노자 연구자이며 문학이론 연구자로서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피에르 마슈레의 대표작 <문학생산의 이론을 위하여>가 새롭게 번역 출간되었다. 1994년 ‘문학생산이론을 위하여’(백의)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된 지 20년 만에, 전문 번역가 윤진의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이는 이 책은 1966년 루이 알튀세르가 기획한 마스페로 출판사의 ‘이론’(Th?orie) 총서 중 한 권으로 출간된 책이다. 마슈레는 이 책을 통해 전통적인 맑스주의의 리얼리즘론과 당대 프랑스 인문사회과학계를 풍미하던 구조주의 비평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정작 초판이 출간된 프랑스에서보다는 맑스주의 비평이 가장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던 1970년대 영국의 좌파 문학계에서 더 적극적으로 수용되면서 세계적인 문학이론서로 자리매김되었다. 당대 영미권에서 이 책은 당시 좌파 학계의 주류였던 루카치의 문학이론의 대안을 위한 ‘결정적인 해결책’으로 받아들여졌으며, 테리 이글턴이나 프레드릭 제임슨과 같은 영미권의 많은 좌파 비평가들이 이 책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기도 했다.
마슈레가 알튀세르, 에티엔 발리바르 등과 함께 집필한 <자본을 읽자>(Lire le Caital, 1965)가 출간되고 한 해 뒤에 출간된 이 책은 ‘생산’, ‘모순’, ‘이데올로기’, ‘과학적 지식’과 같은 알튀세르의 철학적 개념들을 차용하는 등 알튀세르 철학에 기반하여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알튀세르의 철학으로 한정되지 않는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방법론을 또한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에서 마슈레는 문학작품은 작가의 창작물로서 인간 주체의 ‘표현’이나 ‘반영’이라고 하는, 문학작품에 대한 기존의 일반적인 인식을 가차없이 파괴한다. 문학작품은 단일한 기원과 통일성을 가진 작가의 의도의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생산과정의 산물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생산자의 의도와 무관한 절차를 통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산된’ 문학작품을 비평한다는 것은 작품을 고찰하여 작품의 자의식을 파악하거나 작품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한 말하고 있다. 비평은 작품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내고, 작품이 진술하지 않은 것을 통해 작품의 징후적 억압, 회피, 미끄러짐, 자기 모순 등을 포착해 내는, 작품에 가해지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문학과 비평에 대한 이론을 토대로, 이 책의 3부에서 마슈레는 쥘 베른과 보르헤스, 발자크의 작품들에 대한 비평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문학작품이라기보다 ‘산업혁명과 정복적 부르주아지’에 대한 증언으로 간주되었던 쥘 베른의 작품들을 비평하면서, 마슈레는 이 ‘과학과 기술의 소설’을 다른 방식으로 읽어낸다. 쥘 베른의 작품들이 당대의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지만, 작품 속에는 그 이데올로기와 거리를 취하는 장면들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문학의 고유한 문법과 ‘생산방식’에 의해 드러날 수밖에 없는 이러한 장면들 속에서 작가의 의도와 작품 사이의 ‘괴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괴리’가 문학을 이데올로기의 단일성 속에서 모든 이의제기를 없애버리는 담론이 아니라, 모델의 규칙성을 무너뜨리고 일상의 명증성을 분해하고 마침내 폭발시키는 담론이 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문학의 힘이고, 이를 통해 문학은 세계를 바꾸는 데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마슈레가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