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테토스 강의 1·2  

그린비 고전의 숲 2

에픽테토스 지음, 김재홍 옮김 | 2023-03-24 | 624쪽 | 33,000원


에픽테토스의 『강의』는 니코폴리스에서 가르침을 전하던 에픽테토스의 열렬한 수강생, 아리아노스가 기록한 것으로 총 8권이었으나 현재는 4권만이 전해진다. 그린비 고전의 숲 2번으로 출간되는 『에픽테토스 강의 1·2』는 기록이 남아 있는 4권 중 1, 2권을 원문 형태를 살려 번역 출간하는 것으로서, 그의 ‘대화식’ 가르침을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

노예로 태어나 여러 가혹한 외적 조건을 겪어 낸 에픽테토스는 오히려 그러한 경험들로 인해 물질적 풍요함을 누리는 사람들의 무능력을 비판하고 한 인간으로서의 위엄과 자존심, 마음의 평정을 가르칠 수 있었다. 또한 가족이 없었던 그에게는 모든 인간이 가족이었고, 이러한 모습에서 가족과 국가를 초월해서 보편적 질서를 추구하는 전형적인 스토아학파의 코스모폴리탄적인 사고를 찾아낼 수 있다. 그의 철학은 무미건조한 형태로 스토아 철학의 이론적인 근거와 토대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문체의 양식과 표현의 독특한 형태를 통해 스토아 철학이 다루는 중요한 문제이자 개념들인 인간, 신, 이성, 섭리, 자연, 자유, 행복에 관한 생각을 보여 주고 있다.


저·역자소개 ▼

저자  에픽테토스
에픽테토스(50?~135)는 스토아 윤리학에 강한 영향력을 미쳤던 철학 선생으로, 독자적인 철학자였다. 그는 지금의 아나톨리아 지방의 히에라폴리스에서 노예로 태어났다. 그는 해방노예 출신이었던 로마 네로 황제의 비서실장 격인 에파프로디토스 소유의 노예였다. 주인의 허락하에 그는 스토아 철학자 무소니우스 루푸스 밑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93년 혹은 95년경, 도미티아누스 황제의 철학자 추방령에 따라 아드리아해 연안의 니코폴리스에 정착해 학교를 열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생활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지속되었다. 그는 결혼하지 않았으나, 만년에 어린 아이를 입양했다. 에픽테토스의 학교는 하드리아누스 황제를 포함해서 많은 학생들과 방문객을 받아들일 정도로 아주 매력적이고 유명했다고 한다. 

역자  김재홍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 동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고전철학 전공, 1994년 「아리스토텔레스의 학문방법론에서의 변증술의 역할에 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 취득.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고중세철학 합동 프로그램’에서 철학 연구(Post-Doc). 가톨릭대학교 인간학연구소 전문연구원,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임. 가톨릭관동대학교 연구교수를 거쳐 전남대 사회통합지원센터 부센터장을 지냈으며, 현재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있다. 저서 『그리스 사유의 기원』, 『에픽테토스 ‘담화록’』, 『왕보다 더 자유로운 삶』,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공저 『서양고대철학 2』, 『박홍규 형이상학의 세계』, 『아주 오래된 질문들—고전철학의 새로운 발견』 등. 역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토피카』, 『정치학』, 『소피스트적 논박에 대하여』, 『니코마코스 윤리학』, 『관상학』, 테오프라스토스의 『성격의 유형들』, 장 피에르 베르낭의 『그리스 사유의 기원』. 공역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단편 선집』, 브루노 스넬의 『정신의 발견』,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등.
차례 ▼

옮긴이 서문 ― 에픽테토스와의 만남 7

일러두기 14

에픽테토스 생애와 주요 인물 연보 17

 

제1권 25

머리말 루키우스 겔리우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는 아리아노스가 27

제1장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들과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들에 대하여 30

제2장 어떻게 인간은 모든 상황에서 자신이 누구인가에 따르는 것을 보존할 수 있는가? 43

제3장 신이 인간들의 아버지라는 것으로부터 어떤 일이 생겨나는가? 57

제4장 도덕적 진보에 대하여 60

제5장 아카데미아학파에 대해서 72

제6장 섭리에 대하여 76

제7장 전환 논증과 가언적 논증 및 같은 종류의 것의 사용에 대하여 88

제8장 이성적 능력들은 교육받지 않은 사람에게는 안전할 수 없다는 것 98

제9장 우리가 신과 친족이라는 사실로부터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가? 104

제10장 로마에서 고관으로 나아가려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이들에게 115

제11장 가족 사랑에 대하여 119

제12장 마음의 만족에 대하여 131

제13장 어떻게 하면 신들의 마음에 들도록 각자의 행동을 할 수 있는가? 141

제14장 신이 우리 모두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 144

제15장 철학은 무엇을 약속하는가? 150

제16장 섭리에 대하여 153

제17장 논리학은 반드시 필요한 것 158

제18장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화내지 말아야만 한다는 것 168

제19장 참주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만 하는가? 175

제20장 이성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고찰하는지에 대하여 185

제21장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191

제22장 선개념에 대하여 193

제23장 에피쿠로스에 대해서 201

제24장 곤경에 맞서 어떻게 도전해야 하는가? 205

제25장 동일한 주제에 대하여 212

제26장 삶을 위한 규칙은 무엇인가? 222

제27장 인상은 얼마나 많은 방식으로 생겨나며, 인상을 다루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인가? 229

제28장 다른 사람들에게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 사람들 사이에 무엇이 작은 일이고 무엇이 중요한 일인가? 235

제29장 견고함에 대하여 243

제30장 어려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259

 

제2권 263

제1장 대담함은 신중함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것 265

제2장 마음의 평정에 대하여 276

제3장 철학자들을 추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282

제4장 간통죄로 잡힌 적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 285

제5장 관대함과 조심성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가? 289

제6장 선악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들에 대하여 299

제7장 점(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306

제8장 좋음의 본질은 무엇인가? 310

제9장 비록 인간의 소명을 다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철학자의 소명을 받아들인다는 것 318

제10장 어떻게 여러 가지 이름에서 적합한 행동(의무)을 발견할 수 있는가? 325

제11장 철학의 출발점은 무엇인가? 332

제12장 문답하는 기술에 대하여 339

제13장 불안에 대하여 346

제14장 나소에게 353

제15장 그들이 도달한 어떤 결정을 완고하게 고수하는 사람들에게 361

제16장 우리는 좋은 것과 나쁜 것들에 관한 판단을 적용하기 위해 훈련하지 않는다는 것 366

제17장 우리의 선개념을 개별적 경우들에 어떻게 적용해야만 하는가? 378

제18장 인상에 맞서 어떻게 싸워야만 하는가? 388

제19장 오로지 말하기 위해서만 철학자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자들에 대해서 395

제20장 에피쿠로스주의자들과 아카데미아학파 학자들에 대해서 407

제21장 비일관성에 대해서 418

제22장 친애에 대해서 424

제23장 말하는 능력에 대해서 436

제24장 에픽테토스가 가치 없다고 여겼던 사람들 중 한 사람에게 449

제25장 논리학이 왜 필요한가? 456

제26장 오류의 고유한 특징은 무엇인가? 458

 

옮긴이 해제 

  1. ‘삶의 기술’과 ‘영혼의 치료’로서의 에픽테토스의 실천 철학 461
  2. ‘신의 친구’ 에픽테토스의 생애 461
  3. 에픽테토스 『강의』의 저술 배경 483
  4. 『강의』는 어떤 성격의 책인가? 493
  5.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 학교는 병원이고, 철학은 질병의 치료이다 512
  6.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과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 532
  7. 프로하이레시스 혹은 도덕적 ‘선택의 힘’은 무엇인가? 545
  8. 철학 훈련의 세 영역: 논리학 훈련의 중요성 562
  9. 에픽테토스의 윤리학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 용어들 582

 

참고문헌 600

찾아보기 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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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고통의 치료제는 바로 ‘정신적 자유’,

노예 출신 철학자로부터 배우는 자유로운 삶과 행복의 기술

‘노예로 태어난 신의 친구’,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에 대한 충실한 어록

 

에픽테토스의 『강의』는 니코폴리스에서 가르침을 전하던 에픽테토스의 열렬한 수강생, 아리아노스가 기록한 것으로 총 8권이었으나 현재는 4권만이 전해진다. 이에 그린비출판사에서는 곧 『에픽테토스 강의 3·4, 엥케이리디온, 단편』을 출간함으로써 『강의』 4권을 모두 소개할 예정이다. 『강의』는 당시 민중들 사이에서 보편적으로 쓰였던 언어이자 신약성서 헬라스어인 코이네로 기록되어 있으며, 초기 기독교 철학자인 오리게네스의 보고에 따르면 단지 문헌학자들에게서만 주로 읽혔던 플라톤보다 에픽테토스의 책이 더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고도 한다. 그린비 고전의 숲 2번으로 출간되는 『에픽테토스 강의 1·2』는 기록이 남아 있는 4권 중 1, 2권을 원문 형태를 살려 번역 출간하는 것으로서, 그의 ‘대화식’ 가르침을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다.

 

헬레니즘 시기의 주요 학파들은 철학의 목적으로 ‘삶의 기술’(tēs peri bion technēs)을 지향했으며 따라서 철학 속에 의술과 기술의 비유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이 학파에 속하는 철학자들에게 철학함의 동기는 ‘인간 고통에 대한 긴급성’ 때문이었기에 철학함의 궁극적 목적은 잘삶, 곧 행복(eudaimonia)의 추구였다. 그래서 헬레니즘 시기의 주요 학파들은 이론적인 문제보다 실천적인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였다.

 

노예로 태어나 여러 가혹한 외적 조건을 겪어 낸 에픽테토스는 오히려 그러한 경험들로 인해 물질적 풍요함을 누리는 사람들의 무능력을 비판하고 한 인간으로서의 위엄과 자존심, 마음의 평정을 가르칠 수 있었다. 또한 가족이 없었던 그에게는 모든 인간이 가족이었고, 이러한 모습에서 가족과 국가를 초월해서 보편적 질서를 추구하는 전형적인 스토아학파의 코스모폴리탄적인 사고를 찾아낼 수 있다. 그의 철학은 무미건조한 형태로 스토아 철학의 이론적인 근거와 토대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문체의 양식과 표현의 독특한 형태를 통해 스토아 철학이 다루는 중요한 문제이자 개념들인 인간, 신, 이성, 섭리, 자연, 자유, 행복에 관한 생각을 보여 주고 있다.

 

 

자유인과 노예는 ‘정신적 자유’로 구분된다

 

에픽테토스의 윤리적 사유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과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은 것’ 간의 구분으로부터 출발한다. 흔히 ‘내면세계와 외면세계의 구분’, ‘내부적 선과 외부적 선의 구분’이라는 개념에 의해 이해되어 왔던 이 구절의 핵심 논점은 ‘결정되지 않은 것’과 ‘결정된 것’ 간의 구분에 있다. 존재하는 사태와 사건들 중 어떤 것들은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에 우리 자신의 행위 영역에 속할 수 없고 따라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임에 반해, 어떤 것들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행위 영역에 속하는 것이며 따라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다.

 

자연재해, 전쟁, 부의 소유와 상실, 건강과 질병, 짧은 수명과 긴 수명, 사회적 지위와 정치권력 등은 외부적 힘에 의해 일어나는 사태와 사건들이며, 육체적 고통과 즐거움도 이 범주에 속한다. 한 잔의 포도주가 내 미각과 위장에 불러일으키는 즐거움 역시 내가 일으킨 것이 아니며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것들은 ‘내게 주어진’ 것이며, 내게 주어진 것들은 외부의 힘에 의해 언제든지 빼앗길 수 있다. 그러나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고 믿는가, 내가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욕구하는가, 이 믿음과 욕구의 기반 위에서 내가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선택하는가, 그리고 나는 어떤 종류의 정서적 느낌을 갖는가’는 나의 고유한 행위 영역에 속하며, 그런 의미에서 이런 것들은 나에게 달려 있는 ‘나의 것’이다. 오로지 이런 것들만이 나의 ‘자유’의 영역을 구성하며, 그런 만큼 내가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유일한 영역이다.

 

행복과 불행은 바깥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행하는’ 사태이다. 결국 ‘정신적 자유’의 유무에 따라 어떤 사람은 사회적 신분에 있어서 노예이지만 진정한 자유인일 수 있다는 것, 반대로 어떤 사람은 신분상 제왕(帝王)이지만 노예와 다름없다는 것을 에픽테토스는 가르치고자 하였다.

 

 

“지혜로운 자만이 자유롭다”

세상의 관점에서 벗어나되 세상으로부터 배우기

 

『강의 1·2』에서 에픽테토스는 무명의 대화 상대자와 ‘질문과 답변’ 형식의 논박을 통해 정확히 ‘소크라테스의 역할’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학생을 꾸짖고 오만한 지도력을 보여 줄 때는 견유학파의 디오게네스의 위엄 있게 호통치는 역할, 삶의 지침으로서 단호하고 단도적입적인 원리를 내놓을 때는 스토아학파의 창시자 제논의 교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의 철학의 목적은 이 세상적인 관심을 넘어서고자 하면서도, 그 방법에서는 늘 이 세상적인 일에서 그 단초를 찾아 경험을 통해 삶의 자세를 바꿀 것을 사람들에게 권면하는, 설득적 논증을 펼치는 것이었다.

 

에픽테토스의 스토아주의는 청강자로 하여금 스토아적 삶을 지향하도록 고무시키는 목적을 충분히 실현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 책은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보다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인간의 사소하고 일상적인 삶의 모습에서 진정한 참된 ‘자유’를 찾아가는 삶의 방식과 그러한 길로 인도하는 철학함의 방법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