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악순환  영원회귀의 체험에 대하여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10

피에르 클로소프스키 지음, 조성천 옮김 | 2009-05-25 | 344쪽 | 23,000원


니체 사상 전반에 대한 독창적이고 절묘한 해석을 보여 주는 책으로, 마르틴 하이데거의 <니체>, 질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과 함께 니체 연구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특히 1960년대까지 나치 사상의 원천으로 오해받거나 하이데거적 형이상학으로 독해되던 니체 사유의 혁명적이고 전복적인 측면을 드러낸다.
‘영원회귀’, ‘힘에의 의지’, ‘문화와 도덕에 대한 투쟁’ 등 니체의 핵심적 사유들을 ‘니체의 사적 체험’과 함께 포괄하는 이 책은 때로는 니체의 편지글과 단편을 통해 그의 사적인 삶을 파헤치고, 때로는 주요저작들을 통해 그 사상의 정수로 접근해 가기도 하면서 니체의 삶과 사유를 드라마틱하게 전개한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악순환’ 개념은 니체 사상의 핵심으로서 클로소프스키의 니체 연구가 최종적으로 다다른 정점이다. 니체의 저작들에서 종종 ‘영원회귀’와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사용되기도 하는 ‘악순환’이라는 용어는 클로소프스키에게서 단일하고 비가역적인 시간 개념을 파괴함으로써 단일한 진리·도덕·주체를 해체하는 작업, 다시 말해 근대적 질서를 근본부터 뒤집는 사유로 발전한다.
 


저·역자 소개 ▼

저자  피에르 클로소프스키 Pierre Klossowski
1905년 폴란드계 프랑스인으로 화가이자 미술사가였던 아버지 에리히(Erich)와 역시 화가였던 어머니 발라딘(Baladine)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예술가들과 작가들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청소년기에는 앙드레 지드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1934년에는 조르주 바타유를 만나 이후 깊은 우정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았다.
1947년 사드 후작에 관한 연구인 『내 이웃 사드』를 필두로 여러 연구서들과 소설들을 발표했으며, 1970년대부터는 여러 전시회를 통해 화가로서의 명성을 얻기도 했다. 1965년에는 프랑스 ‘비평가상’, 1981년에는 프랑스 ‘문학국가대상’을 수상했으며, 2001년 96세의 나이로 파리에서 사망했다.
마르틴 하이데거의 『니체』, 질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과 더불어 니체에 관한 가장 영향력 있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손꼽히는 『니체의 악순환』은 1960년대에 이루어진 클로소프스키의 니체 연구를 집대성한 책으로, 이후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장 보드리야르 등의 연구에 많은 영향을 끼친 바 있다. 


역자  조성천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4대학에서 문학을, 파리 3대학에서 공연예술학을 공부했다. 현재는 우리의 근대성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서구의 문화사와 동양학 전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세미나를 하며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활동하고 있다.  
차례 ▼

서문

1장 문화에 대항하는 투쟁
2장 충동의 기호론의 기원으로서의 병적 상태들
3장 영원회귀의 체험
4장 데카당스, 비상, 무리짓기, 특이적 사례
5장 영원회귀에 대한 과학적 설명의 시도
6장 선별의 교의로서의 악순환/영원회귀의 정치적 판본/악순환의 음모
7장 아버지의 망령과의 상담
8장 병자의 가장 아름다운 발명
9장 토리노의 도취
10장 니체의 기호론에 관한 부기

옮긴이 후기

편집자 추천글 ▼

『니체와 악순환』(Nietzsche et le cercle vicieux)은 니체의 사상 전반에 대한 독창적이고 절묘한 해석을 보여 주는 책으로, 마르틴 하이데거의『니체』, 질 들뢰즈의『니체와 철학』과 함께 니체 연구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특히 1960년대까지 나치 사상의 원천으로 오해받거나 하이데거적 형이상학으로 독해되던 니체 사유의 혁명적이고 전복적인 측면을 드러낸 책으로, 미셸 푸코에게서 “가장 위대한 철학책”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들뢰즈와 가타리의『앙띠 오이디푸스』와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의『리비도 경제』 등 니체에 관한 후속 연구들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영원회귀’, ‘힘에의 의지’, ‘문화와 도덕에 대한 투쟁’ 등 니체의 핵심적 사유들을 ‘니체의 사적 체험’과 함께 포괄하는 이 책은 때로는 니체의 편지글들과 단편들을 통해 그의 사적인 삶을 파헤치고, 때로는 주요저작들을 통해 그 사상의 정수로 접근해 가기도 하면서 니체의 삶과 사유를 드라마틱하게 전개한다.


니체의 현대적 재해석을 이끈 니체 연구의 고전!!
‘영원회귀’와 ‘전복의 음모’를 중심으로 본 니체 철학의 정수!


피에르 클로소프스키(Pierre Klossowski)의『니체와 악순환』(Nietzsche et le cercle vicieux)은 니체의 사상 전반에 대한 독창적이고 절묘한 해석을 보여 주는 책으로, 마르틴 하이데거의『니체』, 질 들뢰즈의『니체와 철학』과 함께 니체 연구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특히 1960년대까지 나치 사상의 원천으로 오해받거나 하이데거적 형이상학으로 독해되던 니체 사유의 혁명적이고 전복적인 측면을 드러낸 책으로, 미셸 푸코에게서 “가장 위대한 철학책”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또한 들뢰즈와 가타리의『앙띠 오이디푸스』와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의『리비도 경제』 등 니체에 관한 후속 연구들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푸코, 들뢰즈와 함께 1960년대 ‘니체 재해석’을 주도한 클로소프스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화가 집안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앙드레 지드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서 교육을 받았고, 조르주 바타유와 우정을 나누기도 한 클로소프스키는 니체에 관한 저작을 집필했을 뿐만 아니라,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하이데거, 발터 벤야민 등의 저서를 불어로 번역하는 등, 다양한 철학적 작업들을 진행했다. 그러나 그 자신은 철학자라기보다는 소설가, 평론가, 화가, 영화감독 등으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한다. 저자가 가진 이런 다양한 관심사로 인해 『니체와 악순환』은 일반적인 철학 저작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성격을 띤다. 클로소프스키는 때로는 니체의 편지글들과 단편들을 통해 그의 사적인 삶을 파헤치고, 때로는 주요저작들을 통해 그 사상의 정수로 접근해 가기도 하면서 니체의 삶과 사유를 드라마틱하게 전개한다.
특히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악순환’ 개념은 니체 사상의 핵심으로서 클로소프스키의 니체 연구가 최종적으로 다다른 정점이다. 니체의 저작들에서 종종 ‘영원회귀’와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사용되기도 하는 ‘악순환’이라는 용어는 클로소프스키에게서 단일하고 비가역적인 시간 개념을 파괴함으로써 단일한 진리·도덕·주체를 해체하는 작업, 다시 말해 근대적 질서를 근본부터 뒤집는 사유로 발전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유들은 니체의 사적 체험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는데, 클로소프스키는 니체의 삶과 사유의 궤적을 충실히 추적하고 해석함으로써 ‘악순환’으로 표상되는, 니체 사유의 전복적이고 혁명적인 심연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영원회귀에 대한 해석 외에도 ‘문화’에 대한 투쟁, ‘힘에의 의지’ 등 니체 사유의 핵심들을 포괄하면서 니체 연구의 핵심적인 저작 중 한 권으로 자리매김한 이 책은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기를 고대했던 니체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니체에 관심이 있는 많은 독자들이 니체에 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니체의 체험과 니체의 사유

사유를 중단시키는 공격으로서 그[니체]를 정기적으로 엄습하는 격렬한 두통, 그것은 외부의 고통이 아니다. 고통의 뿌리는 니체 안에, 그의 신체 안에 있었다. 그의 고유한 신체적 자아가 해체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격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이 해체를 하려 하는가? 니체 자신의 두뇌이다. …… 신체는 우연의 산물이다. 신체는 충동들 전체가 만나는 장소일 뿐이며, 그 충동들은 한 인간의 삶을 위해 개인화되었으므로 오로지 탈개인화되기만을 갈망한다. 이러한 충동들의 우연한 결합으로부터 탁월하게 사람을 기만하는 원리가 탄생하는데, 그것이 바로 충동들이 상황에 따라 조합해 내는 개인과 함께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는 두뇌활동이다.­

본문 48, 51쪽

클로소프스키는 니체의 사유를 그가 주고받은 편지들과 단편들을 통해 추적하고 분석한다. 니체가 젊은 문헌학 교수 시절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부르주아 문화와 도덕에 대한 반감에서 출발하여 그런 문화와 도덕에 대한 철저한 전복인 ‘영원회귀’ 사상에 이르기까지, 니체의 사유를 샅샅이 해석하는 클로소프스키는 그런 사유를 가능케 했던 니체의 체험을 독자들의 눈앞에 펼쳐 놓는다. 그 중에서도 클로소프스키가 특히 중요하게 살피고 있는 것은 바로 니체를 평생 따라다녔던 ‘질병’의 체험이다.

통증은 니체의 두뇌를 주기적으로 엄습한다. 그리고 클로소프스키가 보기에 이 통증이야말로 니체 사유를 가능케 했던 체험이다. 개인(주체)의 사유를 불가능하게 하는 고통은 니체로 하여금 신체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 ‘힘’들의 작용을 느끼도록 만든다. 신체가 발달시킨 가장 취약한 기관인 두뇌가 그 취약성으로 인해 신체를 지배한다는 사실. 신체적 힘들의 ‘시뮬라크르’였던 ‘두뇌’가 신체적 힘들을 일관된 것으로, 곧 ‘자신의 고유한 신체’로 만든다는 사실. 이 고유한 신체라는 것이 모순적이고 일시적으로 화해한 충동들의 우연한 마주침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니체는 극심한 고통과 그로 인한 사유의 중단 속에서 깨닫는다. 그리고 이러한 신체적 힘들의 해체는 ‘자아’라는 동일성의 해체, 근대적 ‘주체’의 해체로 나아간다(들뢰즈·가타리의『앙띠 오이디푸스』와 리오타르의『리비도 경제』는 클로소프스키의 이러한 니체 해석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바로 이런 해체의 작업에 기반해 니체는 ‘무엇이 건강하고 무엇이 병들었는지, 무엇이 고갈되었고 무엇이 풍부한지’를 새롭게 논의한다. 니체는 질병의 체험에서 발견한 두뇌와 신체의 전도와 마찬가지로, ‘쇠약한 자들이 언제나 충만한 자들과 혼동되었고, 과잉을 본성으로 하는 자들이 언제나 가장 해로운 자들과 혼동되었다’라고 말한다. 클로소프스키는 니체가 지적한 이러한 혼동을 ‘무리적[집단적]인 것’과 ‘특이적인 것’이라는 니체의 범주들을 사용해 확실히 구분하고, 니체가 체험 속에서 어떻게 ‘특이적인’ 존재로서 자신을 유지하는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니체는 종종 자신의 우울한 상태가 자신 안에서 ‘무리적인’ 경향을 일깨우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니체를 ‘무리적인’ 경향으로 거의 몰아넣을 뻔했던 것은, 일상적으로 겪었던 두통이나 그로 인한 우울증이라기보다는, 루 살로메와의 연애 사건이었다. 제자로서 여자로서, 니체를 이해하고 니체의 비전을 공유할 수 있었던 루 살로메의 출현을 클로소프스키는 ‘하나의 장애’ 혹은 ‘덫’이라고 표현한다. 니체 사유의 모든 무게가 걸려 있었던 이 연애 사건이 만약 ‘행복한 추세’를 취했다면, 니체는 아마 무리적 필요성들과 화해했을지도 모른다고 클로소프스키는 분석한다.


전복의 사상, 영원회귀

끊임없는 변신. 짧은 기간 안에 너는 다양한 개인들 모두가 되어야 한다. 그 방법은 끊임없는 투쟁이다.­

니체, 본문 102쪽

니체 사상의 궁극적인 핵심인 ‘영원회귀’의 사유는 니체가 병과 고통과 싸우고 있을 때, 돌연한 각성처럼 니체에게 찾아온다. 계시의 형태로 니체에게 찾아온 영원회귀 사상은 마치 비의(秘儀)처럼 이해되어 왔다. 클로소프스키는 영원회귀 사상의 이런 비의적 성격과 애매함을 걷어 내고 니체가 의도했던 (도덕 일반과 부르주아 질서 전복의) 음모, 곧 악순환의 핵심적 사상으로서의 ‘영원회귀’를 구체화하고 있다.

영원회귀는 분명 ‘동일한 자아의 회귀’를 말한다. 동시대 사람들과 후세의 사람들은 이 사유에서 애매함에 부딪혔고, 그것을 부조리한 환영으로 취급했다. 하지만 클로소프스키는 영원회귀에서 시간의 불가역성에 대한 해체를 읽어 낸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의지’가 시간의 불가역성에 종속된다고 보았으며, 그로 인해 환원불가능한 것에 대한 복수의 정신이 싹트게 되고, 실존은 징벌적 측면을 드러낸다고 보았다. 하지만 영원회귀 사상과 함께 시간의 비가역성은 해체되고, 의지는 징벌로서의 실존이라는 표상으로부터 치유된다. 의지는 의지되지 않은 것을 다시 의지함으로써 자신을 포획한 사슬을 끊고, 시간의 가역성 안에서 창조적 의지로서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니체가 중시하는 것은 바로 실존의 변화이다. (시간의 가역성과 동일한 자아의 회귀로서) 니체는 영원회귀를 통해 한 개인 안에 다수의 타자성을 기입하고, 그 다수의 타자성을 주파할 것을 주문한다. 즉 자신의 우연한 영혼의 해체를 수락하고, 다른 우연한 영혼을 맞아들일 것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이 악순환 교의의 신봉자는 자신이 현재 존재하는 것과는 다르게 선재(先在)했고, 그렇게 계속 다르게 존재할 것임을 알게 된다.

클로소프스키는 이렇듯 시간의 비가역성과 자기 안에 통합된 ‘자아’라는 근대적 개념들을 파괴하는 영원회귀의 음모를 말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클로소프스키는 니체의 전복적 성격, 곧 기존에 주목받지 못했던 혁명적 심연을 드러낸다. 단선적이고 비가역적인 근대적 역사관, 부르주아 사회 이후, 두뇌에 의해 통합된 단일하고 명료한 ‘개인’이라는 개념에 대해 니체가 가지고 있었던 전복의 계획을 ‘영원회귀’의 사유가 분명히 드러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회귀의 선별적 교의를 통한 새로운 계급의 탄생

영원회귀의 계시와 함께 니체의 사유에서는 하나의 딜레마가 생겨난다. 만약 개인의 변신이 영원회귀의 법칙이라면, 그것은 어떻게 변화된 개인의 의지와 사유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끊임없는 망각과 재―의지 속에서 어떻게 그 개인은 자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니체는 자신의 질병에 대한 고찰에서 이미 이 일관성의 문제를 인지한다. 그리고 자신의 병적 상태들의 주기적 변화에 따라 충동들이 그려 내는 미로 안에서 자신이 ‘신체를 인도하는 실’이라고 이름 붙인 아리아드네의 실을 붙잡으려 한다. 니체는 처음에는 생리학적·생물학적 탐구를 통해 이렇게 자신의 고유한 자아 너머에서 자신을 재창조하게 해주는 논리와 방법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러나 니체가 그 논리와 방법을 발견하는 것은 영원회귀를 통해서이다.

만약 개인의 변신이 악순환의 법칙이라면, 그것은 어떻게 의지될 수 있는가? …… 어떤 행위가 지금 완료됐다면, 어떤 체험이 지금 생겼다면, 그것을 위해서는 동일한 개인 안에서가 아니라 그 개인의 동일한 잠재성에 속하는 모든 것 안에 하나의 계열이 그 이전에 이미 존재했었고, 다른 무수한 계열들이 이를 뒤따라야 했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느 날 그 개인은 지금 그대로의 자신을 한 번 더 되찾는다.­본문 104쪽

니체는 카이사르로 디오니소스로 때로는 ‘십자가에 못박힌 자’로 자신을 되찾는다. 무엇보다도, 니체는 영원회귀의 계시를 받은 ‘선별하는 자’로서 되돌아온다. 그리고 특이적인 자들인 ‘대지의 주인들’에 의해 이루어질 이 선별의 교의는 ‘정치’ 철학으로 작동한다. 니체의 유명한 용어인 ‘주인’과 ‘노예’가 문제되는 것은 바로 이런 선별의 계획들 속에서이다.

주인들의 ‘창조적 과업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엄격하고 소박한 주인들을 위해 일하는 ‘운명에 만족하는 배부른 노예’들의 계급. 은폐된 주인들을 가장 저급한 과업에서 해방시키는 ‘거짓 지배자들’(산업가, 군인, 은행가, 상인, 공무원 등). 니체는 영원회귀의 선별적 교의를 통해 이런 ‘노예적’ 카스트들과 ‘주인’의 카스트를 구분한다. 즉, 인류를 둘로 쪼개려 한다. 악순환의 음모는 ‘특이적 사례’에 길을 열어 주고, ‘종(種)으로서의 종’(무리적인 보존)에게는 모든 출구를 닫아야 한다는 것이다.

니체 이후, 오늘날까지 산업적 도덕이 이뤄 낸 무리짓기 속에서 ‘미덕의 모든 명령에 대항하는 정서’들의 반란을 꽃 피우는 것, 산업정신 속에서 그 산업정신을 파괴하는 강하고 새로운 주인의 종족을 만들어 내는 ‘악순환’의 교의. 이것이 바로 니체가 끊임없는 신체적 정신적·고통과 악전고투하며 도출해 낸 사유의 핵심이고,『니체와 악순환』을 통해 니체를 혁명적으로 부활시키고자 하는 클로소프스키의 핵심 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