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7

알렉상드르 마트롱 지음, 김문수·김은주 옮김 | 2008-04-15 | 920쪽 | 45,000원


1968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줄곧 세계 스피노자 연구자들에 의해 교과서처럼 읽혔다. 스피노자의 대표작인 『윤리학』에 대한 해석뿐만 아니라, 『신학정치론』과『정치론』 등 스피노자 전 저작에 대해 분석했다. 특히 범신론에 가려져 있던 스피노자의 ‘정치학’을 최초로 부각시켰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저·역자 소개 ▼

저자  알렉상드르 마트롱 Alexandre Matheron
프랑스의 대표적인 철학사 연구가다. 학계에 몸담은 40여 년간 다른 철학자들을 주제로 쓴 논문은 네 편에 불과할 정도로 평생을 스피노자 연구로 일관했다. 스피노자에 대한 글로는, 이 책 외에도 『그리스도와 무지자들의 구원』(Christ et le Salut des ignorants, Aubier, 1972), 논문 모음집인 『17세기 인간학과 정치학(스피노자 연구)』(Anthropologie et politique au 17e Si?cle:Etudes sur Spinoza, Vrin, 1986), 그리고 40여 편의 논문이 있다. 이 논문들은 대부분 이 책 『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에 담긴 내용을 보충하거나 전개한 것으로, 크게는 『윤리학』 1부와 5부의 존재론 및 윤리학을 더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다듬는 작업과, 아퀴나스, 그로티우스, 홉스 등의 정치사상과의 비교를 통해 스피노자 정치사상의 독창성을 밝히는 작업이 축이 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마르샬 게루, 질 들뢰즈의 스피노자 해석과 더불어 오늘날 스피노자 연구의 지평을 이뤘을 뿐 아니라, 제자가 없었던 게루나 들뢰즈와 달리 후진 양성이나 학회활동에 힘을 쏟아 오늘날 스피노자 연구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곧 현재 스피노자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피에르 프랑수아 모로, 크리스티앙 라체리, 로랑 보브, 샹탈 자케 등 이른바 3세대 스피노자 연구자들의 논문을 지도했으며, 70년대 중반부터 ‘스피노자 친우회’(L'Association des Amis de Spinoza), ‘스피노자 연구 그룹’(Le Groupe de Recherches Spinozistes)과 같은 학술 그룹 설립이나 『카이에 스피노자』(Cahiers Spinoza), 『스피노자 연구』(Studia Spinozana)와 같은 학술 잡지 창간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이후 세계적인 차원의 스피노자 연구 공동체를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역자 
김문수
서울대 철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논문으로 「스피노자와 하이데거: 정서의 기하학과 실존론적 기분 이론」, 역서로 『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공역), 『스피노자 매뉴얼: 인물, 사상, 유산』(공역)이 있다.

역자  
김은주
연세대 철학과 교수. 프랑스 리옹 고등사범학교에서 스피노자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스피노자를 중심으로 17세기 철학과 현대프랑스철학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썼으며, 대표 역서로 스피노자의 『지성교정론』과 알렉상드르 마트롱의 『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있다.
차례 ▼

옮긴이 서문

제1부 실체에서 인간 개체로 : 코나투스와 자연권
1장_ 실체에서 개체성 일반으로
2장_ 분리 : 초보적 개체성과 경쟁적 우주
3장_ 외적인 통일 : 복합적 개체성과 조직된 우주
4장_ 내적 통일로 : 의식적 개체성과 내면화된 우주

제2부 분리 : 소외된 개체성과 자연 상태

5장_ 정념적 삶의 토대와 전개
개인적인 정념적 삶의 토대(A1군) │개인의 정념적 삶의 전개(A2군) │인간 상호적인 정념적 삶의 토대들(B1군) │인간 상호적인 정념적 삶의 전개(B2군) │경탄이 정념에 빠진 삶에 미치는 반향들(A′2, B′2, A′1, B′1군) │결론 : 자연 상태와 중세적 세계

6장_ 이성의 상대적 무력함
선악에 대한 참된 인식 │이성과 정념들(C, D, E, F, G군) │문제

7장_ 이성적 삶의 토대
개인적인 이성적 삶의 토대(A1군) │인간 상호적인 이성적 삶의 토대들(B1군) │결론 : 정치적 매개의 필요성

제3부 외적 통일 : 정치사회와 지도된 소외

8장_ 자연 상태에서 정치사회로
자연권에 대한 세부 설명 │자연 상태에 대한 세부 설명 │사회계약 │
국가 일반의 구조

9장_ 분리 : 소외된 정치사회와 분열된 개체성
역사, 혹은 사회체의 정념들 │집단의 무력함 │집단적 균형의 기초

10장_ 순전히 외적인 통일 : 신정의 난관과 잘 조직된 야만

11장_ 내적 통일을 향해 : 자유 국가와 문명화된 개체성
집단적 평형의 실현 : 자유 군주정 │집단의 역량 : 중앙집권적 귀족정 │연방제적 귀족정에서 민주정으로 : 완벽한 국가를 향해 │결론 : 자유 국가와 이성

제4부 내적 통일 : 해방된 개체성과 현자들의 공동체

12장_ 이성적 삶의 전개
개인적인 이성적 삶의 전개(A2군) │인간 상호적인 이성적 삶의 전개(B2군)
13장_ 이성의 역량
정념의 축소(C군) │첫번째 단계(F, D, E군) │두번째 단계(G군)
14장_ 영원한 삶의 토대와 전개
개인적인 영원한 삶의 토대(A1군) │인간 상호적인 영원한 삶의 토대(B1군) │개인적인 영원한 삶의 전개(A2군) │인간 상호적인 영원한 삶의 전개(B2군) │결론

『윤리학』의 구조를 보여 주는 세피로트 도식
참고문헌

부록

1988년판에 부쳐
대담_ 스피노자에 대하여
찾아보기

편집자 추천글 ▼

이 책은 1968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줄곧 세계 스피노자 연구자들에 의해 교과서처럼 읽혀온 책이다. 스피노자의 대표작인 『윤리학』에 대한 엄밀하고 명쾌한 해석뿐만 아니라, 『신학정치론』과『정치론』 등 스피노자 전 저작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돋보이는 책으로, 특히 범신론에 가려져 있던 스피노자의 ‘정치학’을 최초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지는 ‘현대의 고전’이다.

 

스피노자를 이해하기 위한 필독서!!
‘이상적인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정치적’ 스피노자를 읽는다!!


정치를 새롭게 상상할 수는 없을까? 대중들이 자신에게 정말로 유리한 것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파악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는 정치, 누구를 통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활동으로 그런 것들을 이뤄 나갈 수 있는 정치는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해답은 이미 17세기에 던져졌다. 바로 ‘욕망’에 따라 사는 대중들의 비합리성을 직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긍정의 계기를 발견한 스피노자에 의해서다. 군주정과 공화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스피노자는 대중들이 얼마나 수동적 정념에 좌우되는지, 얼마나 쉽게 미신과 가상적 세계에 빠져드는지를 직접 목격했다. 하지만 스피노자는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그 속에서, 곧 대중의 욕망과 활동 속에서 ‘이상적 개인과 공동체’의 단초를 찾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후 300년 동안 스피노자는 모호한 범신론의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런 스피노자를 68혁명 직전에 ‘정치적 스피노자’로 되살려 낸 것이 바로 알렉상드르 마트롱과 그의 대표 저작인 이 책 『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이후 『개인과 공동체』)다. 마트롱의 이 책이 출간된 이후 비로소 스피노자 저작들의 정치적 함의들이 다시 의미를 갖게 되었고, 68혁명 이후 새로운 정치를 구성하려 했던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던 사상가들에게 스피노자는 중요한 참조점이 되었다. 네그리의 말처럼, 마트롱이 되살린 스피노자의 정치학이 ‘이데올로기의 종말’과 ‘역사의 종말’이 운위되던 냉전 이후의 세계를 ‘다시 건설해야 할 세계로’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힘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스피노자 연구의 ‘교과서’, 『스피노자 철학에서 개인과 공동체』

이 책 『개인과 공동체』는 1960년대 후반에 출간된 마르샬 게루의 『스피노자』, 질 들뢰즈의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와 함께 ‘스피노자 3대 해석서’로 불릴 만큼, 이후 스피노자 연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저작이다. 특히 이 책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스피노자 연구의 ‘교과서’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 스피노자의 대표작인 『윤리학』(Ethica)에 대한 탁월한 해석, 『신학정치론』, 『정치론』 등 스피노자의 전(全) 저작을 포괄하는 스피노자 철학의 체계화와 ‘스피노자의 정치학’에 대한 천착, ‘개체의 코나투스’부터 ‘현자들의 공동체’까지 나아가는 드라마틱한 논리 전개 등이 가히 ‘스피노자 철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이 이후의 스피노자 연구자들에게 ‘교과서’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 엄밀함 때문이다. 『윤리학』 분석을 큰 줄기로 삼고 있는 이 책에서 마트롱은 『윤리학』의 모든 구성요소 즉, 정리와 보조정리, 주석 등을 전체 스피노자철학의 연역적 구조 속에 통합해 내는데, 이 과정에서 『윤리학』 원 텍스트의 순서나 의미를 전혀 훼손하지 않는 엄밀함을 보여 준다. 물론 이런 엄밀함은 (마트롱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게루의 『스피노자』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알튀세르의 말처럼 ‘게루와 스피노자 사이에서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지만, 마트롱과 스피노자 사이에서는 무언가가 일어난다’는 차이가 있다(본문 904쪽). 마트롱의 엄밀성은 ‘이상적인 개인과 공동체’의 문제로 나아가는, 다시 말해 ‘스피노자의 정치학’으로 확장하는 엄밀성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다시 말해 엄밀성 속에서 ‘개방과 확장’을 이끌어내는 산출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자크 프랑수아 모로, 앙리 로, 로랑 보브, 샹탈 자케, 요하니스 프렐로렌조 등 최근의 스피노자 3세대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참조점을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이들 모두 다양한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트롱이 세운 작업의 틀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마트롱은 학계에 있었던 40여 년 동안 많은 3세대 스피노자 연구자들을 직접 지도했을 뿐만 아니라, ‘스피노자 친우회’(L?ssociation des Amis de Spinoza) 등 학술단체와 국제 학회지인 『스피노자 연구』(Studia Spinozana) 등을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스피노자에 대한 세계적인 열기가 이어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스피노자의 대표작 『윤리학』에 대한 탁월한 해석


마트롱이 이 책에서 주로 살피고 있는 『윤리학』은 독해가 쉽지 않은 책으로 유명하다. 일반적인 철학서와 달리 정리와 증명, 주석 등으로 구성된 데다가 수시로 서로를 참조하는 기하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리학』의 원래 이름도 『기하학적 질서로 증명한 윤리학』(Ethica Ordine Geometrico Demonstrata)이다. 『윤리학』의 이런 복잡한 구조를 체계화하기 위해 마트롱은 카발라의 세피로트 나무를 변형한 ‘유사-세피로트 도식’을 이용한다.(본문 51쪽, 847~852쪽) 세피로트 나무는 유태 신비주의인 카발라에서 신의 창조와 인간의 구원을 상징하는 도식이다. 마트롱은 이 도식에서 신비주의적 성격은 제거하고 그 구조만을 취하여, 『윤리학』 2부에서 5부까지의 정리와 증명, 주석 등을 배치한다. 이런 방법으로 마트롱은 『윤리학』이 보여주는 이성 발달의 드라마틱한 과정을 간결하게 설명해 낸다. 이 책에서 마트롱은 이렇듯 도식을 이용하여 스피노자 철학의 복잡한 체계를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한 ‘유사-세피로트 도식’ 외에도 물리적·수학적인 ‘물체방정식’, 점점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헤겔적 서술방식, 인간 상호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되는 사르트르의 ‘상호성’ 개념과 모스의 『증여론』 등, 마트롱은 스피노자와 직접적인 상관성이 없는 개념이나 도식을 과감히 도입해 스피노자의 철학을 한층 더 풍부하고 명쾌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스피노자의 정치학으로


이 책의 가장 큰 의의는 앞서 말했듯 ‘스피노자의 정치학’을 전면에 끌어 낸 데 있다. 마트롱 이전의 스피노자 연구는 주로 ‘형이상학자’ 스피노자에 대한 것이었거나, 게루의 작업처럼 정치적 저작들을 제외한 채 이루어지는 연구였다. 하지만 마트롱은 『개체와 공동체』 3부에서 정치적 저작들인 『신학정치론』과 『정치론』을 『윤리학』의 연장선상에 배치하고, 스피노자의 철학에서 스피노자의 정치학이 연역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자기와 비슷한 존재에서 느끼는 ‘감정모방’과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고 싶다는 ‘명예의 야망’이 어떻게 사회성을 만들어 내고 인간 상호관계 속에서 작동하는지를 논증하면서, 『윤리학』의 정념론과 코나투스 이론에서 연역되는 정치학을 보여 주는 것이다. 또한 마트롱은 스피노자가 『정치학』에서 밝혀 놓은 세 종류의 정체인 신정·군주정·귀족정의 구조를 그 제도적 차원까지 낱낱이 주해하고 있다. 각각의 정체에서 벌어질 수 있는 폐단뿐만 아니라 각각의 정체에 가장 이상적인 제도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마트롱은 스피노자의 죽음으로 『정치론』에서 미완으로 남게 된 ‘이상적 민주정’을 발견해낸다. 그리고 바로 ‘이상적 민주정’과 같은 좋은 ‘정치적 매개’의 형성이 인간 상호관계 속에서만 가능한 이성의 진보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이런 지점들에서 마트롱은, 철학적 스피노자와 정치적 스피노자 사이에 일종의 단절을 상정하는 네그리나, 이상적 민주정의 불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발리바르와 차이를 보이면서 독특한 스피노자의 정치학을 구성해 내고 있다.



전문 연구자들의 엄밀한 번역

스피노자의 저서들이나 그에 관한 연구서들은 번역이 쉽지 않다. 스피노자가 철학자로서는 매우 특이하게, 자신만의 용어나 개념을 전혀 만들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피노자는 데카르트나 홉스 등의 어휘를 빌려와 이 어휘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자신의 철학 용어들을 구성한다. 따라서 이런 용어들이 데카르트나 홉스의 용어들과는 어떤 의미상의 차이를 갖는지, 이 용어들의 의미가 이후 철학사에서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서는 번역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의 옮긴이들은 스피노자에 대한 성실한 연구로 이 난점을 피해나가고 있다. 옮긴이 중 김문수는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김은주는 프랑스의 인문계열 고등사범학교(ENS-LSH)에서 스피노자를 주제로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중이다. 이들은 스피노자의 개념어들을 엄밀하게 번역해 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원서에는 없는 스피노자 원전을 번역해 넣거나 꼼꼼한 역주를 달고 있다. 무엇보다도 옮긴이들의 깔끔하고 부드러운 한국어 번역은, 이 책의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이 쉽게 스피노자와 마트롱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있다. 또한 역자들은 이 책의 부록에 현재 프랑스 스피노자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모로, 로랑 보브와 마트롱과의 대담(「대담_스피노자에 대하여」, 본문 866~905쪽)을 번역하여 수록했다. 이 대담은 『개인과 공동체』의 집필 배경과 주요 논점, 마트롱과 영향을 주고받은 철학자들, 책에 대한 이후 연구자들의 평가, 마트롱의 이후 연구 상황 등이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담겨 있어, 이 책의 해제로 충분할 뿐만 아니라 프랑스 철학에 관심있는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텍스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