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와 정보 개념에 비추어 본 개체화
철학의 정원 25
질베르 시몽동 지음, 황수영 옮김 | 2017-08-20 | 656쪽 | 39,000원
시몽동은 은둔의 철학자가 아니지만 그 사상의 깊이와 생전의 왕성한 활동에 비해 그 진면모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개체화』는 시몽동이 34세에 국가박사학위논문으로 제출한 것이다. 1958년 당시에 부논문으로 제출한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국역 김재희 옮김, 그린비, 2011)는 주논문보다 먼저 출판되어 시몽동은 독창적인 기술철학자로 알려졌고 이 책은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 번역이 되어 있다. 주논문인 『개체화』는 시몽동의 생성철학과 존재론, 인식론, 과학철학과 인간학이 혼재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담고 있는 사상이나 그 분량에 있어서 매우 방대한 규모를 보여 주며 시몽동 사상의 진수를 알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이다.
저·역자 소개 ▼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는 동시에 파리의 여러 대학에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 물리학, 광물학, 심리학, 심리생리학을 공부하였다. 시몽동의 은사로는 마르샬 게루, 가스통 바슐라르, 조르주 캉길렘, 모리스 메를로퐁티, 장 이폴리트를 꼽는다. 1948년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1955년까지 투르의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쳤다. 1955년부터는 푸아티에 대학 인문학부 조교, 1958년 이폴리트의 지도로 파리-소르본 대학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59년부터 푸아티에 대학, 1963년 파리-소르본 대학, 1969년 파리 5대학에서 차례로 심리학부 교수로서 일반심리학을 강의하고 <일반심리학과 기술공학 연구소>를 만들어 학술활동을 주도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박사학위 주논문인 『형태와 정보 개념에 비추어 본 개체화』와 부논문인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가 있다. 그의 사후인 1990년대부터 그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여 2000년대 이후부터 ‘기술의 발명과 발달’, ‘지각’, ‘상상력과 발명’, ‘소통과 정보’, ‘동물과 인간’ 등의 주제에 관한 강의와 강연 원고들이 계속 출간되고 있다. 개체화를 토대로 한 시몽동의 생성철학은 존재론과 인식론, 자연철학, 기술철학 및 정치철학의 영역에서 새로운 사유의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되며 질 들뢰즈, 브라이언 마수미,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베르나르 스티글러, 브뤼노 라투르, 에티엔 발리바르와 같은 현대철학자들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역자 황수영
서울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파리 4대학에서 1997년 「프랑스 유심론에서 습관의 문제 - 멘 드 비랑, 라베송, 베르그손」이라는 논문으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한림대학교 인문한국(HK) 교수, 세종대학교 교양학부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 홍익대학교 교양과 강의전담교수로 재직중이다. 옮긴 책으로 베르그손의 『창조적 진화』(2005), 지은 책으로는 『물질과 기억, 시간의 지층을 탐험하는 이미지와 기억의 미학』(2006), 『베르그손, 생성으로 생명을 사유하기 - 깡길렘, 시몽동, 들뢰즈와의 대화』(2014), 『시몽동, 개체화 이론의 이해』(2017)가 있다.
차례 ▼
2013년 판본에 대한 간단한 설명
2005년판 편집자 일러두기
질베르 시몽동의 문제의식에 대한 소개말
서론
1부 _ 물리적 개체화
1장 _ 형상과 질료
I. 형상질료적 도식의 기초들. 형태갖추기의 기술
II. 기술적 형태갖추기의 물리적 의미작용
III. 개체화의 두 국면들
2장 _ 형태와 에너지
I. 퍼텐셜에너지와 구조들
II. 개체화와 계의 상태들
3장 _ 형태와 실체
I. 연속과 불연속
II. 입자와 에너지
III. 비실체적인 개체 — 정보와 양립가능성
2부 _ 생명체들의 개체화
1장 _ 정보와 개체발생 : 생명적 개체화
I. 생명체의 개체화 연구의 원리들
II. 종적 형상과 생명물질
III. 정보와 생명적 개체화
IV. 정보와 개체발생
2장 _ 정신적 개체화
I. 지각 단위들의 개체화 그리고 의미작용
II. 개체성과 정념성
III. 개체발생의 문제제기와 정신적 개체화
3장 _ 개체초월적인 것의 기초들과 집단적 개체화
I. 개체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 집단의 개체화
II. 의미작용의 조건으로서의 집단적인 것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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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추천글 ▼
서양철학의 핵심을 전복하는 야심만만한 시도!
인공지능 시대의 철학자, 질베르 시몽동의 주저와 해설서 동시 출간!
현대의 생성형이상학과 기술철학에 큰 영향을 준 질베르 시몽동(Gilbert Simondon). 그의 박사학위 주논문이자 주저인 『형태와 정보 개념에 비추어 본 개체화』(이하 『개체화』)와 이 책의 해설서인 『시몽동, 개체화 이론의 이해』(황수영 지음)가 함께 출간되었다.
시몽동은 은둔의 철학자가 아니지만 그 사상의 깊이와 생전의 왕성한 활동에 비해 그 진면모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개체화』는 시몽동이 34세에 국가박사학위논문으로 제출한 것이다. 1958년 당시에 부논문으로 제출한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 양식에 대하여』(국역 김재희 옮김, 그린비, 2011)는 주논문보다 먼저 출판되어 시몽동은 독창적인 기술철학자로 알려졌고 이 책은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 번역이 되어 있다. 주논문인 『개체화』는 시몽동의 생성철학과 존재론, 인식론, 과학철학과 인간학이 혼재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담고 있는 사상이나 그 분량에 있어서 매우 방대한 규모를 보여 주며 시몽동 사상의 진수를 알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뒤늦게 그것도 부분적으로 출판이 되면서 시몽동 사상의 이해에 어려움을 야기하다가 2005년이 되어서야 주논문 전체가 미출간 원고 일부와 더불어 출판이 되었다. 이 책은 현재 스페인어 번역(전체)과 이탈리아어 번역(일부)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직 번역이 되지 않았다. 한국어 번역은 미출간 원고를 제외하고 주논문만 고려한다면 두 번째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영미권과 일본에서도 시몽동 사상에 대한 호기심은 매우 크고 상당수의 연구가들에게 회자되고 있어 번역서의 출판은 늦지 않을 전망이며, 시몽동 사상이 인공지능의 혁신적 발전과 ‘4차 산업혁명’이 운위되는 21세기의 중요한 철학으로 전세계에 알려질 날도 머지않았다.
‘개체화의 원리’를 통해 본 철학의 핵심 질문들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한다면 ‘존재란 무엇인가’에 대해 대답하고자 하는 책이다. 철학자들은 존재자를 본질에 의해 정의함으로써 그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려 해왔다. 하지만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라는 규정이 인간의 모순적이고 중층적인 면모를 기술하기에는 너무 단선적이듯이 정의는 설명의 도구, 그것도 매우 미숙한 도구에 불과하다. 본질주의나 실체주의의 문제점은 이미 니체, 베르그손, 정신분석학 이래로 현대철학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시몽동은 이러한 비판을 공유하지만 그의 강점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만의 명료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일찍부터 철학과 동시에 물리학, 광물학, 심리학, 심리생리학 그리고 사회심리학과 의학을 진지하게 공부한 시몽동은 추상적 사고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다양한 학문을 통합하는 종합적, 백과사전적 해결을 시도한다. 이러한 야심은 시대착오적인 것일까. 학문의 전문화로 인한 문제점을 목격하는 현대인에게 이러한 통합적 관점은 오히려 시대의 긴박한 요구이다. 그러나 통합을 위해서는 모든 영역을 관통하는 원리가 필요하다. 일찍이 학문의 종합을 시도한 콩트에게서는 이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시몽동에게서 그 원리는 개체화의 원리이다.
존재의 문제에 답하기 위해 시몽동은 개체와 생성, 퍼텐셜, 정보의 개념들에서 시작한다. 전통적 사고와 달리 생성을 존재로부터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생성으로부터 이해해야 한다. 생성은 무수한 개체존재자들이 형성되는 과정, 즉 개체화로부터 이해된다. 그래서 시몽동의 존재론은 발생적 존재론, 생성의 존재론이다. 그러나 이 발생의 과정을 이해하는 데는 백과사전적 지식이 필요하다. 개체화의 원리는 실현되기만을 기다리는 계획이 아니고 모순적 다양성이 현실화됨과 더불어 불안정한 균형을 갖추는 것에 가깝다. 언제나 궁극적 원리인 형상에 종속되어야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능태 개념은 이를 설명해 주지 못한다. 시몽동이 볼 때는 베르그손의 잠재성 개념도 충분히 구체적이지 못하다. 시몽동은 물리학자들의 퍼텐셜에너지 개념을 아낙시만드로스의 아페이론 개념 속에서 재구성한다. 개체화는 양립불가능한 전개체적 퍼텐셜들이 특이성이라는 정보로부터 서서히 형태를 갖추는 과정이다. 이것은 안정화가 아니라 준안정적 긴장의 반복이다. 결정의 형성, 산호, 아메바의 발생뿐만 아니라 수정란의 발달, 성체의 출현 그리고 자극을 전달하고 인지하게 하는 신경계의 작용 및 인간 주체와 집단의 상호구성에 이르기까지 개체화는 결코 절대적 완성에 이르지 않는 일련의 작용들이다.
이원론적 극단성을 넘어서는 관계론적 존재론
생성이 존재자를 형성하는 과정은 관계맺음의 과정이다. 양립불가능한 퍼텐셜들은 서로 관계를 맺음으로써 새로운 것으로 구조화된다. 관계는 동일한 차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공리계를 요구한다. 2차원 상에서 이루어지는 양쪽 눈의 망막 이미지들이 3차원 상에서 관계 맺을 때만 입체지각으로 구조화되듯이 말이다. 마찬가지로 주체와 집단은 생명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에서 상호 관계맺음을 통해 동시에 이루어지는 개체화이다. 시몽동은 심리적 세계는 고립된 세계가 아님을 강조한다. 주체와 집단은 개체들을 넘어서서 개체들을 관통하는 상호주체성 혹은 개체초월성(transindividualité)의 발현이다. 시몽동의 개체초월성 개념은 개체적 실체들로부터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원자론적 입장에 대한 존재론적 비판을 함축하는 데서 스티글러와 발리바르 등에게 중요한 개념으로 원용된다.
시몽동의 개체화 이론 및 관계론적 존재론을 토대로 하는 백과사전적 종합은 모든 실체론적 경직성이나 이원론적 사고의 극단성을 넘어 유동하는 현대 세계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이해하는 적절한 관점을 제공하는 데서 영역을 불문하고 많은 학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철학의 영역에서도 시몽동은 존재론과 인식론, 자연철학, 기술철학, 정치철학에서 새로운 사유의 방식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되며 질 들뢰즈, 브라이언 마수미, 안토니오 네그리, 마이클 하트, 베르나르 스티글러, 브뤼노 라투르, 에티엔 발리바르와 같은 현대철학자들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
시몽동의 방대한 사상에 대한 안내, 『시몽동, 개체화 이론의 이해』
『시몽동, 개체화 이론의 이해』는 질베르 시몽동의 『개체화』 한국어판 출간에 부쳐 몇 가지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로 집필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몽동, 개체화 이론의 이해』는 『개체화』에 대한 해설서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번역서에는 저자의 생애와 사상의 개요, 책의 구성에 대한 설명, 참고문헌 등의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독자에게 소개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러나 『개체화』의 경우에는 그러한 과정이 생략되었다. 시몽동의 의지를 중요시하는 현재의 저작권자는 시몽동 책의 출판에 역자 서문이나 내용 소개, 에필로그 등 해석가의 일정한 관점이 개입할 수 있는 내용을 덧붙일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물론 번역된 용어들의 의미나 뉘앙스의 애매함을 독자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일부 옮긴이주는 책에 포함되어 있다.
이에『개체화』의 옮긴이는 독자가 이 책의 이해를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저자의 생애와 사상의 특징, 구체적 내용 등을 따로 구성하여 출판하였다. 개체화 개념을 토대로 하여 생성을 사유하는 시몽동의 통찰력은 현미경을 개발하여 미생물의 세계를 발견한 레벤후크처럼 우리를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시몽동, 개체화 이론의 이해』의 저자인 황수영은 말하고 있다. 물론 시몽동에 대한 평가는 여러 측면에서 아직 진행 중이고 무엇보다도 새로운 사유를 시도하는 경우에 나타나기 쉬운 개념들과 용어들에 대한 이해의 문제를 또한 가지고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방대한 양의 과학적 자료들과 밀도 있는 분석은 독자들에게 적잖은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장이론, 양자론, 퍼텐셜, 정보와 엔트로피, 과포화, 과융해, 준안정성, 상전이 등 묵직한 물리학의 용어들이 철학적 구조물의 대들보 역할을 한다. 시몽동은 주요한 몇 가지 사례들을 집중분석하면서도 이에 국한되지 않고 그 사례들을 과학 전체의 시야에서 평가하려 하기 때문에 전문적 논의 속에서 독자는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이 해설서의 목적은 독자가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시몽동의 심층적인 철학적 사유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책 말미의 ‘과학과 철학의 주요 용어설명’은 여기에 최소한의 도움이 되고자 첨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