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 사상의 분화  스피노자론에서 영화론까지

리좀 총서 I 1

소운서원 엮음 | 2007-08-25 | 280쪽 | 15,900원


'들뢰즈 이후'의 독창적인 사유의 결과물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자 마련된 연구집합『리좀총서』시리즈. 하나의 중심에 얽매이지 않고 무한대로 증식하는 생성의 개념인 '리좀'처럼, 들뢰즈를 연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다양한 영역과 관점에서 들뢰즈의 사유를 확장시키고자 했다. 들뢰즈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다채로운 주제를 통해 우리 삶을 해명하고 미래를 위한 비전을 모색하는 담론적 실천의 장을 마련하였다.  


저·역자 소개 ▼

엮은이 소운서원
2007년 이정우 원장을 중심으로 현대사상연구 및 시민철학교육을 위해 창설된 기관이다. 학문적 고립과 정신의 식민지성을 극복하고 우리시대를 설명하는 철학, 미래를 전망하는 사상을 내보이기 위해 철학과 고전 등에 대한 각종 세미나와 저술번역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들뢰즈 이후’의 연구 성과를 결집하고 있는 <리좀총서>를 비롯하여 담론-장에서 현대사상을 꾸준히 연구·창작하고 있으며, 앞으로 시민들을 위한 철학교육에도 힘쓸 예정이다.

차례 ▼

〈리좀총서〉를 간행하며
머리말

1부 들뢰즈와 철학사

-들뢰즈의 스피노자주의 - 신지영
들어가는 말│스피노자 철학의 독특성│
스피노자 철학에 대한 일반적인 비판 지점과 들뢰즈의 해석│들뢰즈의 스피노자주의

-들뢰즈와 니체 : ‘가면’의 철학 - 한정헌
서론 : 들뢰즈의 유령, 니체의 유령│니체의 20세기 후계자-푸코와 들뢰즈│
니체와 존재의 일의성│들뢰즈의 니체 : 역능의지, 영원회귀, 위버멘쉬│
니체의 원국가론과 들뢰즈의 전쟁기계│자본주의와 소수자│
결론 : 우리의 과제-들뢰즈·니체의 반복

-들뢰즈: 베르그송의 그늘과 그 벗어남 - 류종렬
들뢰즈 : 베르그송 너울│들뢰즈의 새로운 변모│마무리를 지으며

2부 들뢰즈의 철학

-들뢰즈와 ‘meta-physica’의 귀환 - 이정우
이데│문제│현실화│차생소│분화│특이성│변증법│다양체│구조│사건│연극│역-식│
우발점│반복│연속적 변이│differen(t/c)iation│잠재성│표면│추상기계

-들뢰즈 현상과 정치 - 조정환
들뢰즈 현상의 세 국면│들뢰즈 정치학의 존재론적 기초│들뢰즈와 정치학│
들뢰즈와 삶정치학, 그리고 맑스주의의 혁신

3부 들뢰즈의 예술론

-들뢰즈와 문학 - 심세광
문학과 진실의 문제│들뢰즈의 철학과 문학의 가치│들뢰즈의 소수민 문학│
들뢰즈 : 차이와 생성의 문학

-들뢰즈와 영화철학 : 이미지, 시간, 탈영토화의 사유 - 김명주
철학, 영화를 만나다│이미지=내재면 : 세계에 대한 물음│영화 이미지와 사유│
영화-철학의 길 : 역사철학의 재구성 혹은 역사 바깥에서 역사 만들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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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자들이 펴낸 오늘날의 ‘들뢰즈 사상’!!
- ‘들뢰즈 이후’를 사유하기 위한 연구집합 〈리좀총서〉 첫째 권!


〈오늘날 들뢰즈의 사상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언젠가 이 세기는 들뢰즈의 날들로 기억될 것이다.” 푸코의 이 말은 20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것은 들뢰즈가 모두에게 인정받는 최고의 철학자이기 때문도 아니고, 현대철학자들이 가장 많이 연구하고 인용하는 철학자이기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들뢰즈가 동일성의 철학에 반(反)하는 ‘차이의 철학’을 내세우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사유를 창조해 내는 ‘생성의 철학’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의 철학은 다른 이들에게 세계와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제공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철학을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한다.
이 책 『들뢰즈 사상의 분화』는 이런 ‘사유의 역량’을 이어받은 국내 연구자들이 들뢰즈의 사상을 철학사적 접속 지점과 각 분야(철학·정치·문학·영화)별로 나눠 그의 방대한 철학작업을 창조적으로 독해한 연구서이다. 이들은 스피노자·니체·베르그송을 자신의 개념(예컨대 ‘차이의 반복’)으로 계승한 들뢰즈의 사상을 재해석하고, 철학과 예술 등 각각의 영역에 불러일으킨 들뢰즈 사유의 양상을 구현·계승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국내 들뢰즈 연구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한편 ‘들뢰즈 이후’ 다양하게 펼쳐질 사유의 길을 보여 준다.

〈리좀총서란 무엇인가?〉
〈리좀총서〉는 ‘들뢰즈 이후’(After Deleuze)의 독창적인 사유의 결과물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고자 마련된 연구집합이다. 하나의 중심에 매이지 않고 무한대로 증식하는 생성의 개념인 리좀(rhizome, 뿌리-줄기)처럼 이 총서는 들뢰즈를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영역과 관점에서 들뢰즈의 사유를 확장시키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 총서는 들뢰즈의 문제의식을 밀고나가, 다채로운 주제로 우리 삶을 해명하고 미래를 위한 비전을 모색하는 담론적 실천의 장(場)이다. 이를 위해 국내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클레어 콜브룩과 우노 구니이치 등 여러 언어권의 들뢰즈 재해석, 그리고 현대철학과 과학의 성과들을 매개한 실험적인 사유 등 ‘들뢰즈 이후’를 수놓는 저작들을 지속적으로 펴낼 예정이다.
이 총서의 기획은 ‘소운서원’(逍雲書院, www.sowoon.org) 원장인 이정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정우는 『사건의 철학』, 『탐독』, 『개념-뿌리들』 등을 집필하며 국내 탈근대철학 연구자들 중 가장 왕성한 사유 활동을 하고 있고, 작년 ‘노마디즘 논쟁’과 같이 담론 장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며 현실에 개입하고 있다. 이번에 그는 아카데미즘의 학문적 고립을 넘어 좀더 풍요로운 사유의 지층을 탐사하고자 ‘소운서원’을 열고, 이곳에서 각종 세미나와 번역집필팀 등을 운영하면서 한국 사회에 다양한 층위의 사유 결과를 내보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리좀총서〉는 이런 소운서원의 역량과 국내의 젊은 들뢰즈 연구자들의 힘이 결집되어 탄생된 것이다. 따라서 이 총서는 ‘들뢰즈 이후’의 사상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철학사상으로 시대의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삶의 구체적 현장을 변화시키는 데 동력이 될 것이다.


〈차이의 창조적 반복-새로운 철학사를 위한 예비적 연구〉
이 책은 들뢰즈의 철학사 연구에서 중요한 연결 지점인 스피노자-니체-베르그송과 이들에 대한 들뢰즈의 해석을 연구함으로써 들뢰즈 사유의 독특함을 이끌어 내고 있다. 들뢰즈의 철학사 연구는 일반적인 철학사 기술과는 달리 ‘초월성’의 사유를 일관되게 거부하고, 각 철학자들 간의 차이에 주목하면서 새롭게 ‘내재성’의 계보를 창안하는 작업이었다. 즉, 들뢰즈의 철학사는 한 철학자의 원래 모습을 구현하거나 그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철학자들의 독특한 사유를 포착하고 그들 간의 차이에 주목함으로써 자신의 개념적 사유를 뒷받침해 주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창조적인 독해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철학사 연구는 일방향의 사(史)적 관점이 아니라 ‘차이의 창조적 반복’이라는 그의 개념과 밀접한 연관 아래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먼저, 들뢰즈의 스피노자 연구는 초월적 신(실체)→자연(양태)의 단선적 구조를 전복하여 새롭게 ‘내재성’의 철학으로 정립시키는 과정이다(신지영, 「들뢰즈의 스피노자주의」). 흔히 스피노자는 세계를 신의 질서로 이해한 중세철학자나 기하하적인 관점에서 신과 세계를 이해한 철저한 근대주의자로 해석된다. 그러나 들뢰즈에 따르면, 스피노자는 신을 저 높은 곳에서 끌어내려 오직 양태들에 의해서만 표현되는 것으로 위치 짓는다. 즉 스피노자의 신은 초월적인 신이 아니라 자연의 ‘표현’이고, “존재는 생성을 통해, 동일성은 차이나는 것을 통해, 일자는 다자를 통해 자신을 언명한다”(34쪽)는 전복의 사유를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정헌의 「들뢰즈와 니체:‘가면’의 철학」은 들뢰즈가 펼친 사유의 영토에서 니체적 연속성을 발견하려는 시도이다. 들뢰즈에게 니체는 동일성의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차이의 괴물”(44쪽)로서, 그가 보여 준 전 영역에 걸쳐 활용되는 일종의 ‘가면’이었다. 들뢰즈가 자주 사용하는 욕망, 탈주, 포획장치, 전쟁기계, 소수자 등은 직·간접적으로 니체를 만나 생산된 개념이다. 이런 개념적 활용이 말해 주는 것은 단순히 니체를 교조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수많은 사유를 다른 방식으로 창안해 내는 것, 즉 차이의 창조적 반복을 예시하는 것이다.
한편, 들뢰즈의 초기 사상은 베르그송의 그늘에 있었다고 해도 무방하다(류종렬, 「들뢰즈:베르그송의 그늘과 그 벗어남」). 초기의 들뢰즈는 『베르그송주의』를 비롯한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베르그송의 시간과 기억이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그의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잠재성’과 ‘현실성’ 개념도 베르그송과의 마주침에서 도출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베르그송의 그늘에서 벗어난 뒤에도 문학과 회화, 특히 영화에 대한 연구에서 기억이 지각과 연관을 맺는 여러 모습들을 ‘운동-이미지’와 ‘시간-이미지’ 등으로 개념화하는 등 베르그송의 이론을 지속적으로 활용하였다. 이와 같이 들뢰즈의 철학사 연구는 단지 역사의 관점에서 이해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개념 창안과 철학의 생성을 위해 활용되는 하나의 수단이었다. 한마디로 들뢰즈는 이 세 철학자를 연구함으로써 ‘차이의 창조적 반복’을 보여 준 것이다.
그리고 이 책 『들뢰즈 사상의 분화』는 들뢰즈의 이런 철학사 연구 방법을 이어받아 좀더 넓은 관점에서 철학사를 바라보려 한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동북아의 철학사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나아가 사상사와 담론사 전반으로 논의의 지평을 넓히는 것, 즉 이 책은 새로운 철학사를 구성하기 위한 예비적인 연구를 수행한 것이다.

〈사유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예술에 대한 들뢰즈 사상의 의의〉
이 책은 들뢰즈의 개념적 사유가 확장되어 나아간 새로운 영토, 그 중 문학과 영화에 대한 들뢰즈의 철학적 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들뢰즈에게 예술에 대한 관심은 그의 사유가 보여 주는 일종의 리좀적 형태이기 때문에, 그의 철학을 이해하고 우리의 사유 지평을 확장하기 위해서 그의 예술론은 반드시 연구되어야 할 영역이다. 그리고 철학과 예술은 모두 사유의 창조물이다. 철학이 개념으로 사유한다면, 예술은 정서와 지각으로 사유한다. 철학이 예술을 빌리는 것은 다른 사유를 통해 그 가치를 확인하고, 또 다른 사유로 확장하기 위한 원천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들뢰즈와 문학」(심세광)에서는 문학에 있어서의 재현적 가치를 전복하고 소수적인 문학(소수민 문학)의 가치를 중요시한 들뢰즈의 문학론 작업을 분석하고 있다. 들뢰즈에게 문학은 우리가 보는 세계를 모방하거나 충실하게 복사해 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그에게 “글쓰기는 생성의 문제이다”(224쪽). 달리 말하면 그에게 문학은 철학과 동일하게 사유 활동을 통해 삶의 가능성을 창조하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학작품이나 작가에게 특권적 지위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문학은 철학과 마찬가지로 ‘도구상자’이다. 그리고 들뢰즈는 이에 입각하여 ‘소수적인 문학’을 강조한다. 소수적인 문학은 언어의 재현적 동일성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우리의 사유를 창조와 실험의 장으로 옮겨 주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영화도 들뢰즈에게 사유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기 위한 생성의 장으로서 쓰인다. 「들뢰즈의 영화철학:이미지, 시간, 탈영토화의 사유」(김명주)는 들뢰즈가 말하는 영화적 진실을 사유하고 있다. 들뢰즈는 영화에 대해 진리의 이상, 정해진 진리 모델의 재현적 방식을 거부하고, 영화 보기를 사유 행위와 동일한 것으로 취급한다. 왜냐하면 영화의 이미지들은 “주체의 안과 밖, 과거와 미래, 삶과 죽음을 서로 섞이게 하면서 삶 전체를 사유하게 하는 힘”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246쪽). 따라서 영화적 진실은 현실의 세계를 사유하고 끊임없이 미래를 위한 역량을 생산하는 데 있다.
이와 같이 철학과 예술의 만남은 들뢰즈에게 철학개념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사유를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쓰인다. 그리고 이 만남은 우리에게 재현적 동일성을 구하는 표상의 사유를 넘어 다른 것을 보게 해주는 시야를 열고 삶 전체에 공헌하는 새로운 사유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들뢰즈와 예술의 만남과 같이 이 책은 사유의 새로운 지평 속에서 삶에 공헌하는 철학을 세우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들뢰즈 존재론의 의의를 밝히다〉
이 책은 ‘들뢰즈 이후’를 여는 여러 연구들 중 특히 존재론에 대한 사유를 강조하고 있다. 들뢰즈의 존재론은 단순히 차이만을 강조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차이의 생성으로부터 동일성을 획득하는 과정 전체를 보여 줌으로써 형이상학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존재론은 윤리학·정치학으로 연결되어 부단히 현실을 변화시키는 생성의 윤리학, 영구혁명의 정치학으로 승화되기 때문이다.

1. 형이상학의 귀환
들뢰즈는 개체들을 보편자로써 설명하는 플라톤 식의 철학에 반대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즉 개체들의 세계를 설명하였다. 개체들의 현실적인 동일성은 플라톤처럼 완전한 것에 의해 보증되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동일성 즉 잠재성으로 구성된다. 때문에 그가 설명하는 것은 개체와 이데아의 관계가 아니라 세계의 심층적인 생성과 그 결과로서의 개체들·사건들 사이의 관계이다.
이정우는 「들뢰즈와 ‘meta-physica’의 귀환」에서 이러한 들뢰즈의 존재론을 개념들로써 사유하며 체계화한다. 특히 세계의 심층(잠재적인 것)을 다루는 『차이와 반복』 가운데 4장을 중심으로 그 존재론의 요체를 밝혀 내고 있다. 그 결과 들뢰즈는 단순히 동일성을 해체한 것도 아니고 생성만을 강조한 것도 아니며, 생성으로부터 어떻게 동일성들이 성립하는가를 해명하고 있다고 강조한다-“생성은 존재들을 낳는다. 더 적극적으로 말해 존재는 곧 생성이다.”(103쪽)
이러한 연구는 현실 세계와는 유리된 공허한 담론으로 치부되는 ‘형이상학’(metaphysica)을 다시 현실 세계를 사유하는 철학으로 복권시킨다는 의의를 갖는다. 형(形) 위의 궁극적인 사유를 가리키는 形而上學이라는 한자어의 오해 가능성을 벗어나, ‘퓌지카’(physica)의 운동성·역사성을 바탕으로 하는 오늘날의 ‘메타-퓌지카’를 사유하고 있는 것이다.

2. 들뢰즈 존재론의 정치학적 의미
들뢰즈의 존재론을 체계화한 이 책은 뒤이어 그의 존재론이 갖고 있는 정치학적 의미와 이를 비판적으로 계승한 연구자들의 논의까지 살펴보고 있다. 조정환은 「들뢰즈 현상과 정치」에서 들뢰즈의 존재론이 그의 후기 저작인 『안티오이디푸스』와 『천의 고원』으로 그대로 연결되고 있다고 한다. 그의 정치학은 그의 존재론에 기초하고 있고, 존재론 역시 정치학을 통해서만 실천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들뢰즈는 차이에 기반한 그의 존재론을 바탕으로, 삶의 미시적인 영역에서 살아 움직이는 작은 부분들과 잠재된 욕망의 층위를 정치의 중심무대로 끌어올렸다. 이는 개량주의적 기술주의나 전체주의와 같이 국가를 중심에 놓고 사유하던 정치학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의 정치학은 삶의 매 순간, 어느 곳에서나 끊임없는 생성으로 의미를 생산하는 것이고, 차이만을 돌아오게 하는 존재론적 반복에 입각한 ‘영구혁명의 논리’이다(173쪽). 그리고 이런 그의 정치학은 안토니오 네그리, 니콜래스 쏘번과 같은 현대 맑스주의 정치학자들에게 계승되어 ‘들뢰즈 이후’를 수놓는 한 지평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책은 들뢰즈의 생성존재론을 체계화하여 현실과 유리된 공허한 사유를 삶의 현장으로 복권시키는 한편,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이끄는 삶의 윤리학, 혁명의 정치학으로 연결시켜 준다. 21세기에도 20세기와 마찬가지로 들뢰즈의 사상이 유의미한 것은 이렇게 우리에게 열린 사유의 장을 제공하는 한편 우리에게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변화할 것을 요청하여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열어 가도록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