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좀 총서 I 7
- 사이먼 오설리번 지음, 안구·이규원 옮김 | 2019-07-10 | 400쪽 | 27,000원
들뢰즈와 가타리 이미지론을 충실히 분석하는 동시에 들뢰즈와 가타리의 사유를 통해서 본 현대미술을 다룬 책이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사유하는 미술작품은 이야기 만들기이자 신화제작으로 작동하여 새로운 관객을 창조하고 민중을 염원하는 것이다. 저자 사이먼 오설리번은 두 철학자가 이야기하는 미술의 생산방식을 정리하며 미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미술사와 미술이론에 대한 새로운 연구방식을 드러낸다.
저·역자 소개 ▼
저자 사이먼 오설리번 Simon O'sullivan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 시각문화학과 교수. 미술이론과 실천을 가르치고 있다. 미학, 미술이론, 유럽대륙철학, 근현대 미술, 그리고 정신분열 분석, 주체성의 생산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특히 미술에서 무의미의 의미 곧 이야기 만들기, 신화적 기능을 통해서 개인과 사회가 새로운 배치, 새로운 것을 생산할 수 있는 방식에 천착하고 있다. 주요저서로는 『현대미술 들뢰즈·가타리와 마주치다』(2005), On the Production of Subjectivity: Five Diagrams of the Finite-Infinite Relation(2012), Fictioning: The Myth-Functions of Contemporary Art and Philosophy(2019) 등이 있다.
역자 안구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학부 및 석사를 거쳐 동 대학원에서 2018년 미술비평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 「들뢰즈의 ‘형상’으로 본 무빙이미지 연구: 구조영화에서 미디어 설치까지」를 썼으며, 논문으로 「1990년대 이후 미디어 설치예술에서 나타나는 스크린의 표면배치와 관객성의 관계: 더그 에이트킨, 타시타 딘을 중심으로」가 있고 옮긴 책으로 『사하라-들뢰즈의 미학』, 『비정형: 사용자 안내서』가 있다. 이미지의 작동방식과 이미지와 삶과의 관계, 그리고 창조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역자 이규원
고양이를 사랑하는 번역가이자, 강의자, 연구자.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객원조교수로 의학사를 가르치고 있다. 《DK 고양이 백과사전》, 《우리의 더 나은 반쪽》,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정의의 아이디어》 등을 번역했다.
차례 ▼
감사의 말 9
약어표 13
서론·세 가지의 출발 21
마주침에 관하여 21
인접/의도의 관계들 28
개요 31
1장 리좀들, 기계들, 다양체들 그리고 지도들 37
재현을 넘어서 확장된 실천적 미술을 향한 주석들
리좀 37
기계들 66
다양체들 79
지도 86
2장 정서의 윤리감성론과 감각의 블록 97
재현에 저항하는 미술의 특정성을 다시 긍정하기
정서의 윤리감성론 100
감각의 블록 131
3장 미술과 정치적인 것 165
소수 문학과 전쟁기계 그리고 주체성의 생산
소수 문학 167
전쟁기계 191
주체성의 생산 209
4장 지리철학에서 지리감성론으로 231
잠재적인 것과 내재면 대對 거울-여행과 나선형 방파제
잠재적인 것(혹은 들뢰즈의 베르그송주의) 235
보론 1: 거울-여행 248
내재면(혹은 철학의 비철학적인 계기) 259
보론 2: 나선형 방파제 269
5장 가능세계에서 미래주름들까지 279
추상화, 상황주의자 도시들 그리고 미술에서의 바로크
다른 세계들 281
리히터의 추상화들 294
새로운 바로크 315
결론 세 가지 결말 333
이야기 만들기는 신화-과학이다 333
책을 쓴다는 것 353
허구는 미래의 예술실천을 위한 선언이다 357
옮긴이 후기 361
참고문헌 367
찾아보기 385
편집자 추천글 ▼
현대미술의 비재현적 지대!
『현대미술 들뢰즈·가타리와 마주치다』는 들뢰즈와 가타리 사유의 중심이 되는 이미지론을 충실히 분석한다. 미술작품과의 마주침을 통해 관객들은 감각의 재배치를 경험하고, 나아가 새로운 주체로 탄생한다. 그렇다면 들뢰즈와 가타리의 사유를 통해 본 현대미술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저자 사이먼 오설리번은 현대미술과 들뢰즈·가타리의 마주침에서 드러나는 비재현으로서 미술작품의 생산방식을 보여준다. 그 과정을 통해 정립되는 것은 바로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 미술사와 미술이론에 대한 새로운 연구방식이다.
리좀을 형성하는 마주침
비재현으로서 마주침의 미술작품은 우리가 재인할 수 없는 단절과 긍정의 대상이다. 단절한다는 것은 기표와 텍스트를 넘어서 강도의 차이를 내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긍정한다는 것은 대상과 융합하고 함께 변신하는 것이다. 비재현의 미술작품이 내포한 절대적 차이에서 생성하는 것이 사건이며, 이 사건과의 마주침이 다른 종류의 세계, 새로운 배치, 새로운 조건을 작동시킨다. 또한 마주침은 물질의 표현적인 잠재력에 주목하도록 한다. 이 잠재력과 함께 마주침은 세상과 리좀을 형성한다. 리좀은 탈중심적인 뿌리시스템으로서 하나의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중심적인 조직화의 동인이 없는 반-시스템이다. 리좀적으로 미술을 사유한다는 것은 미술을 효과성의 영역을 통하여 사유하는 것이다.
작품의 효과는 정서로 나타난다. 정서는 힘이 증가하고 감소하는 것으로, 어떤 ‘효과’이다. 이 지각불가능한 정서를 지각가능하게 하는 것이 미술작품이다. 미술작품은 세상과 따로 떨어져 존재하며 내적 결합력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대상으로서 감각의 블록이다. 이러한 감각의 블록은 작품의 스타일을 이룬다. 스타일은 작품의 재료가 감각으로 변화해가는 합성면/조성면으로서의 감성론적 형상이다. 미술작품은 이미 구성된 관객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객을 창조한다. 관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방식으로 느끼고 사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미술작품을 상대하는 관객의 주체성은 어떨까. 미술작품을 대하는 관객은 모델과 기원으로 작동하는 다수에 대한 소수 되기, 소수적 실천을 수행한다. 소수자의 주체성은 불찬성과 긍정으로 작동하고 유머의 언어를 구사한다. 이때의 주체성은 작품에서 사건의 생성과 서로 진동되어, 작품과 관람객이 통접되는 개별적인 새로운 주체성의 생산일 뿐만이 아니라 주체성의 집단화, 새로운 공동체, 민중을 호출한다.
새로운 관객과 민중을 염원하는 사유
본 책 4장에서는 로버트 스미스슨의 대지미술 작품을 잠재적인 것의 현실화와 가능세계의 공존으로 제시한다. 잠재적인 것의 현실화는 내재면으로 구축된다. 내재면은 카오스에 펼쳐진 체이며 카오스에 공속(共續)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내재면에서 활성화되고 작동되는 것이 기관 없는 신체이다. 기관 없는 신체는 탈인격적인 정서들, 강도 깊은 역(?) 그리고 미분적인 빠름과 느림의 변화도들에 의하여 조성된다. 곧 기관 없는 신체는 순수사건을 나타내고 표면으로서 제시된다. 스미스슨의 설치작품이 바로 기관 없는 신체이며, 또한 이것은 잠재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의 경계에서 스며 나오는 가장자리에 위치하는 합성면/조성면으로서의 작품이다. 그러므로 스미스슨의 작품은 기념비로서 순수사건을 구현한 내재면이자 어떤 가능세계로서 드러난 합성면/조성면이다. 가능세계로서 스미스슨의 작품은 다른 세계의 경험, 새로운 신화, 상이한 의식(儀式)의 생산인 것이다.
또 저자 오설리번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을 모나드와 바로크의 비정형으로 제시한다. 기관 없는 신체는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로 나타나고, 그것의 표면을 바로크의 주름과 동일시한다. 모나드는 아래층의 우주에 개방된 물질의 세계 그리고 위층의 비물체적인 영혼/정신으로 이루어진다. 이 두 개의 층들은 서로 위로/안으로 접혀진다. 그것들은 함께 공명하여 조화를 형성한다. 이것은 다시 말해서 잠재성들의 현실화(무엇)임과 동시에 회화의 현실적 물질 안에서 일련의 가능성들의 실재화(어떻게)이다. 리히터에게는 ‘무엇을 그리는가’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그리는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리히터의 회화는 탁월한 바로크의 비정형 회화이다. 형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름 접힌 것으로 형태를 제시한다. 이러한 모나드의 회화는 바로크 힘의 충만함으로 모나드에서 노마드로 전개된다. 바로크는 과잉이고 경계를 흔들리게 하거나 선명치 않게 한다. 바로크는 프레임을 넘어서 도시로 나아가는 퍼포먼스로서의 미술이 되고 상황주의자 츠체글로브의 도시들과 연접된다.
결국 저자는 들뢰즈와 가타리가 사유하는 미술작품은 비재현의 지대를 탐험하면서 하나의 다양체로써 사건을 구현하고, 동시에 이야기 만들기이자 신화제작으로 작동하여 새로운 관객을 창조하고 민중을 염원하는 것임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