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기계 시대의 전쟁
리좀 총서 II 11
미누엘 데란다 지음, 김민훈 옮김 | 2020-01-20 | 400쪽 | 29,000원
그린비 리좀 총서Ⅱ 11번째 책. 현대 신유물론을 대표하는 학자이자 작가, 예술가, 철학자로 활동하는 마누엘 데란다의 첫 저서이다. 들뢰즈의 전쟁기계와 기계적 퓔룸의 개념을 기초로 해서 푸코, 복잡계 과학, 그리고 데란다만의 독특한 군사, IT 기업과의 실무적인 지식을 통합해서 전쟁과 기술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저·역자 소개 ▼
지은이 마누엘 데란다 Manuel DeLanda
1952년 멕시코에서 출생했고, 1975년 이후로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1979년 School of Visual Arts에서 미술학사 학위를 받았고, 2010년 European Graduate School에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그곳에서 들뢰즈 철학 석좌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프린스턴과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도시 설계와 건축학에 관한 강의도 하고 있다. 그는 1970년대 말부터 뉴욕에서 실험영화 감독들과 교류하면서 몇 편의 단편 영화를 제작하기도 하였는데, 「Raw Nerves: A Lacanian Thriller」가 제일 알려진 작품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영화 이론과 정신분석에 대한 관심은 1991년 출판한 『지능기계 시대의 전쟁』 이후로 명령과 제어 기법, 복잡계와 인공 생명에 대한 유물론적 관심으로 이동했고 현재는 ‘신유물론’의 기수로 평가받는다. 주요 저서로 『지능기계 시대의 전쟁』, 『새로운 사회철학』, 『강도의 과학과 잠재성의 철학: 잠재성에서 현실성으로』 등이 있다.
옮긴이 김민훈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졸업. 철학아카데미 연구원을 역임한 후, 관심 분야의 책을 번역·집필하고 있다. 제프 콜린스의 『하이데거』(김영사, 2008)를 옮겼고, 휴버트 드레이퍼스의 『세계-내-존재』를 번역 중이다.
차례 ▼
서문 11
1장 _ 충돌 코스 27
추진력 (Propulsion) 48 | 비행 (Flight) 64 | 충돌 (Impact) 82
전술 (Tactics) 97 | 전략 (Strategy) 138 | 병참 (Logistics) 172
2장 _ 무혈 수혈 203
하드웨어 (Hardware) 221| 소형화 (Miniaturization) 234
소프트웨어 (Software) 248 | 전문성 (Expertise) 267
3장 _ 스펙트럼 감시 283
사진 분석 (Photoanalysis) 307 | 암호 분석 (Cryptoanalysis) 322
인터페이스 (Interface) 344
옮긴이 후기 367
후주 371
편집자 추천글 ▼
신유물론의 대표적 학자 마누엘 데란다의 데뷔작!
“물론 로봇 역사학자는 최초의 모터를 조립했던 존재가 바로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별로 불편하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인간의 역할은 진화과정의 한 단계에 단지 자신의 생식기관을 소유하지 못한 기계-꽃과 같은 독립종을 수분시키는 근면한 곤충의 역할보다 더 나을 게 없기 때문이다.”-본문, 14~15쪽
신유물론의 대표적 학자 마누엘 데란다는 그의 사상만큼이나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20대에 인디 영화 제작자로 자신의 경력을 시작했으며, 생계를 위해 현대의 앱 개발자들처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판매하거나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로봇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쓴 첫 저서 『지능기계 시대의 전쟁』은 들뢰즈, 가타리, 푸코의 개념을 가져와 전쟁과 기술의 역사를 논한다. 이 놀라운 데뷔작에는 물질의 형태 발생론과 자기 조직화 과정, 환원주의의 거부, 인과성을 보완하는 촉매 반응 같은 신유물론자로서의 초기 관심이 잘 드러나 있다. 이는 지금까지의 학문이 암묵적으로 전제했던 자연과 문화, 물질과 정신, 인간과 비인간의 이원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영혼 없는 정신,
물질적 실재가 곧 정신이다
의식, 마음, 영혼. 흔히 우리는 물질화할 수 없는 인간의 본질이 모든 행위의 주체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인간 중심의 근대적 세계관에서 반박할 수 없는 진리로 여겨진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밀레니엄 프로젝트에도 참가한 미래학자이자 SF작가인 칼 슈뢰더는 신유물론자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요약을 한다.
“인지과학은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관념들을 흔들고 있다. 그것이 제시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영혼 없는 정신(spirit without a soul)이라는 시각이다. … 신유물론자들(사변적 실재론자들, 신생기론자들)은 우리 인간이 물질적 세계 배후에 어떤 특별한 행위자성(동자, 설계자, 사유자, 정신)이 없음을 입증한 것이 오히려 물질적 실재 그 자체가 그것의 동자이자 설계자이고, 사유와 사유자는 동일하며, 물질적 실재가 곧 정신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이해한다.”
포스트휴먼 시대의 유물론이라고 할 수 있는 신유물론(사변적 실재론을 포함한)의 일부 작업들은 점점 SF를 닮아가고 있다. 우리의 현실도 비슷하게 변해가고 있다. 현대의 최신 기술들로 인해 자연물과 인공물,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점점 불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인공 보철물, 기계지능,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등의 기술들은 도구적 역할을 넘어 점점 인간의 기능과 감각을 대신하고 있다. 우리는 과연 온전한 인간으로서 존재하고 있는가? 기계의 프로세스는 인간의 주체적 결단과 어떻게 다른가? 인간과 기계, 정신과 물질의 낡은 이분법은 점점 붕괴되고 있다. 데란다가 로봇 역사학자의 관점으로 이 책을 집필한 이유도 그와 같다. 먼 훗날 로봇의 역사를 기록하게 된다면 인간의 역사는 로봇의 역사 안에 편입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계와 인간의 결합, 그리고 진화
미래 사회를 통찰할 수 있는 새로운 철학적 관점
로봇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인간은 로봇이 스스로 자기 복제 능력을 획득할 때까지 대리 생식기관의 역할을 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인간과 로봇의 신체는 공통적인 계보를 따르고 있다. 카오스에서 질서가 생겨나는 것, 분자가 화학 시계를 형성하고 아메바가 자기 조립을 하는 것, 인간의 진화는 로봇이나 기계가 만들어지는 것 같은 자기 조립 과정이었다.
데란다는 그가 재해석한 들뢰즈의 전쟁 기계와 기계적 퓔룸의 개념을 기초로 해서 푸코, 복잡계 과학, 그리고 군사, IT 기업에 대한 실무적인 지식을 통합해 전쟁과 기술의 역사를 추적한다. 그 역사 속에서 생물학적 개체로서의 인간이 아닌 기계적 배치/조립체/어셈블리지의 구성요소 혹은 부품으로서의 인간을 로봇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있는데, 이런 탈인간주의적 관점은 들뢰즈의 여러 작업들에 뿌리를 두고 있는 신유물론의 두드러진 특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미래의 인간 진화는 자연 및 생명체들이 아닌 이런 인공물/기계들의 진화와 관련해서 논의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근대철학이 설정한 자연과 문화, 물질과 정신, 인간과 비인간에 대한 여러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통합적 고찰이 필요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넘어 우리에게 도착한 『지능기계 시대의 전쟁』은 인간 너머의 역사를 기술함으로써 포스트 휴먼의 시대가 일찍이 우리에게 도래했음을 알려준다. “인간은 인간 이후의 세계를 사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오래된 해답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