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그손과 생명의 시간  철학과 잠재성의 모험

리좀 총서 II  9

키스 안셀-피어슨 지음, 정보람 옮김 | 2022-07-22 | 496쪽 | 32,000원


잠재성과 생명/삶 개념을 중심으로 베르그손을 독해하는 책이다, 『바이로이드적 생명』, 『싹트는 생명』과 함께 키스 안셀-피어슨의 ‘생명 철학’ 3부작 중 한 권으로 꼽히고 있다. 각각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는 일곱 개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속, 진화, 목적성, 기억 등 베르그손의 사유에서 중요한 주제들을 쟁점 위주로 소개한다.
또한 베르그손과 대립하는 입장을 견지한 철학자들을 살펴봄으로써, 해당 주제에 대한 논쟁의 철학사적 맥락을 보여 준다. 플로티노스, 칸트에 대한 베르그손의 독해를 통해 다수성/다양체 및 목적성의 문제를 다루고, 베르그손에 대한 러셀과 바슐라르의 비판을 통해 연속성에 대한 베르그손의 입장을 명확히 드러낸다.


저·역자 소개 ▼

지은이 키스 안셀-피어슨 Keith Ansell Pearson  
영국 워릭대학교 철학과에서 1993년부터 2021년까지 재직한 후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베르그손과 니체에 관한 연구서들을 다수 집필하였고 『베르그손 선집』(Henri Bergson: Key Writings)을 공동 편집하였다. 저서로 『바이로이드적 생명: 니체와 탈인간의 조건』(Viroid Life: Perspectives on Nietzsche and the Transhuman Condition, 1997), 『베르그손: 인간의 조건을 넘어 사유하기』(Bergson: Thinking Beyond the Human Condition, 2018), 『니체의 철학 탐색: 중기 저작들』(Nietzsche’s Search for Philosophy: On the Middle Writings, 2018) 등이 있으며, 공저로 『니체의 새벽: 철학, 윤리 그리고 지식의 열정』(Nietzsche's Dawn: Philosophy, Ethics, and the Passion of Knowledge, 2020) 등이 있다.  

옮긴이 정보람
「들뢰즈에서 주체화의 문제: 자본주의 시간 연구」로 미국 듀케인대학교와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콜로라도주립대학교(덴버 소재) 철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젠더, 인종, 자본, 탈식민성(decoloniality) 등의 개념들을 중심으로 한 ‘시간의 정치학’을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빚진 주체의 생산: 자본주의와 우울」(The Production of Indebted Subjects: Capitalism and Melancholia)과 「보이지 않는 것의 현상학: 백인중심적 시공간 구성에 있어 아시안 신체의 부재에 관하여」(A Phenomenology of Invisibility: On the Absence of Yellow Bodies) 등이 있다.

차례 ▼

감사의 말 5
서문 7

1장 잠재적 다양체로서의 시간 29
서론 29 | 두 가지 다양체 40 | 수(數)의 시간 51 | 시간은 공간인가? 58 | 연속성에 관한 베르그손과 러셀의 입장 66 | 하나의 시간, 하나의 공간 75 | 지속의 존재론을 향하여 90 | 지속 전체 96

2장 ‘실재적인 것의 생명/삶’과 단일한 시간: 상대성 이론과 잠재적 다양체 107
파르메니데스에 대한 포퍼의 독해 110 | 변화의 문제 116 | 파르메니데스주의자로서 아인슈타인에 대한 포퍼의 독해 118 | 고대인들과 현대인들에 대한 베르그손의 독해 122 | 베르그손과 상대성 이론 135 | 포퍼와 베르그손의 만남 157 | 결론: 생명의 시간을 향하여 163

3장 지속과 진화: 생명의 시간 167
잠재적 다양체로서의 생명 171 | 가능한 것과 실재적인 것 176 | 다윈의 위험한 생각에 대한 데넷의 견해 187 | 베르그손주의에 대한 바슐라르의 입장 203 | 남겨진 문제들 209 | 결론 221

4장 단일 잠재성: 일자를 새롭게 사유하기 225
머리말 225 | 다원주의의 일자: 플로티노스에 대한 베르그손과 들뢰즈의 입장 229 | 생명의 차이에 관한 들뢰즈의 입장 246 | 결론 264

5장 사유의 이미지로서 생의 약동: 목적성에 대한 베르그손과 칸트의 입장 269
서론 270 | 칸트: 목적론의 문제 283 | 베르그손의 대응 288 | 베르그손과 목적성 303 | ‘생의 약동’의 이미지 313

6장 잠재적 이미지: 물질과 지각에 대한 베르그손의 입장 325
서론 326 | 모든 것은 이미지이다 333 | 관념론과 실재론 사이에서 345 | 유물론의 동일성 사유를 넘어 359 | 관념론을 넘어서 368

7장 기억의 존재와 자아의 시간: 심리학에서 잠재적인 것의 존재론으로 383
서론 384 | 심리학에서 존재론으로: 순수 기억에 대한 베르그손의 입장 393 | 잠재적 기억과 시간의 크리스탈-이미지 414 | 『차이와 반복』에서 순수 과거의 종합 427 | 시간의 깊이들 440 | 직선적 시간: 니체와 칸트 455 | 결론 470

참고문헌 473
옮긴이 후기 493

편집자 추천글 ▼

들뢰즈와 베르그손을 횡단하는 ‘잠재적인 것’의 모험
시간과 생명에 대해 사유하는 생명철학 3부작의 완결


니체, 들뢰즈 연구자로 국내에 알려진 키스 안셀-피어슨의 『베르그손과 생명의 시간: 철학과 잠재성의 모험』은 잠재성과 생명/삶 개념을 중심으로 베르그손을 독해하는 책이다. 『바이로이드적 생명: 니체와 탈인간의 조건』, 『싹트는 생명: 들뢰즈의 차이와 반복』과 함께 안셀-피어슨의 생명철학 3부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철학자 대니얼 스미스는 『베르그손과 생명의 시간』을 3부작 중 가장 뛰어난 책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이 책은 베르그손과 들뢰즈의 관계에 관한 가장 철저한 탐구인 동시에 칸트, 니체, 프루스트, 러셀, 데넷, 바디우에 이르는 철학자들에 대한 훌륭한 요약과 해설이기도 하다. 안셀-피어슨은 이들에 대한 논의를 통해 연속성의 한계를 연구하고, 상대성 이론을 탐구하며, 창조적 진화의 개념을 제시한다.

『베르그손과 생명의 시간』은 잠재성의 철학을 정교화함으로써 시간과 생명에 대한 물음에 접근한다. 이 두 가지 물음을 연결하는 게 이 책 전체의 목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인 안셀-피어슨은 베르그손의 특정 주저들과 베르그손주의에 대한 들뢰즈의 글들에 주목하여 베르그손 사유의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 『물질과 기억』과 『창조적 진화』와 같은 대표 저작들을 자세히 독해한다. 베르그손과 들뢰즈 연구자를 비롯한 많은 독자들에게 잠재적인 것은 여전히 불가사의하고 까다로운 관념이기에, 이 관념이 차지하는 위상과 그것이 어떤 종류의 철학적 작업을 수행하는지를 설명하는 작업은 그 자체로 철학적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칸트, 니체, 러셀, 바디우, 사르트르를 잇는 잠재성의 철학사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으나 모든 것이 생성되는 시간을 논하다


이 책은 각각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는 일곱 개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책 전체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논지는 생명/삶 자체가 창조적인 과정으로서 급진적 새로움을 본질로 하며, 이러한 의미에서 잠재성의 개념은 실현되기 전에 미리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되는 가능성 개념과는 엄격히 구분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의 방법론적 특징으로는 지속, 진화, 목적성, 기억 등 베르그손의 사유에서 중요한 주제들을 쟁점 위주로 소개하고 베르그손과 대립하는 입장을 견지한 철학자들을 살펴봄으로써, 해당 주제에 대한 논쟁의 철학사적 맥락을 보여 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컨대, 플로티노스, 칸트에 대한 베르그손의 독해를 통해 다수성/다양체 및 목적성의 문제를 다룬다거나, 베르그손에 대한 러셀과 바슐라르의 비판을 통해 연속성에 대한 그의 입장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니체, 포퍼, 데넷, 바디우, 사르트르 등이 베르그손의 대화 상대자로 등장한다.

1장에서는 잠재적 다양체의 관념을 시간과 관련해서, 그리고 우리가 연속성을 사유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소개하고, 그 주된 특징들을 살펴본다. 2장에서는 상대성 이론에 대한 베르그손의 입장을 설명함으로써 ‘단일한 시간’이라는 관념의 의미를 파악해 본다. 3장에서는 지속과 진화를 주제로 잠재적인 것과 가능한 것 사이의 차이가 진화를 창조적이고 창발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데 있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4장에서는 ‘단일 잠재성’이라는 관념을, ‘새롭게 본 일자의 존재론’이라는 관점에서 고찰한다. 여기서 저자는 들뢰즈의 사유를 잠재적인 것의 플라톤주의라고 해석하는 바디우의 관점을 비판하며, 일자에 대한 새로운 사유가 다원론에 대한 들뢰즈의 투철한 신념에 있어 본질적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5장에서는 베르그손 사유의 핵심적 측면들을 해명하기 위해 칸트에 대한 그의 대응을 살펴본다. 6장과 7장은 베르그손의 책 『물질과 기억』에 관한 것으로, 『물질과 기억』 1장과 4장에 나오는 실재적인 것의 형상과 이미지에 관한 물음을, 그리고 2, 3장에 나오는 기억의 잠재성에 대한 설명을 다룬다.

베르그손적인, 혹은 들뢰즈적인 철학에 관한 안내서

대니얼 스미스가 『베르그손과 생명의 시간』의 서평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이 책은 명목상 베르그손 연구서이지만 해석의 관점에 있어서는 들뢰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들뢰즈의 철학이 베르그손에 큰 빚을 지고 있지만 그를 베르그손적이라고 묘사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은, 단지 들뢰즈의 철학적 기원이 다양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베르그손주의가 상당히 독창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을 사유함에 있어 들뢰즈는 철저히 베르그손적이기도 하고 베르그손과 급진적으로 다르기도 하다. 베르그손적인 기획에서 드러나는 들뢰즈의 참신성을 살펴보는 이 책은 베르그손을 들뢰즈 철학과의 연속성 안에서 독해하는 데 관심이 있거나, 혹은 두 철학자들의 관계를 생명철학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