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차이 들뢰즈의 선험적 경험론
리좀 총서 II 6
에가와 다카오 지음, 이규원 옮김 | 2019-01-10 | 304쪽 | 25,000원
들뢰즈 철학을 독창적으로 계승하여 창조적 사유의 모험을 펼치며 자신의 철학을 구축한 현대 일본 철학자 에가와 다카오(江川隆男)의 첫 국내 번역서. 2003년 출간된 이 책 『존재와 차이』는 일본에서 들뢰즈 연구의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걸출한 분기점이 되었다. ‘반-효과화’론을 들뢰즈 철학의 ‘긍정되어야 할 것’으로서 포착하고 ‘에티카’에 도달하는 과정을 참신하게 해명하며 칸트와 스피노자의 철학을 양립시켜 ‘비판’과 ‘임상’을 아우르는 체계를 긴밀하고 정연하게 구축해 낸 이 저작은 저자 자신의 이상을 실현한 하나의 글쓰기이자 반시대적이고 소수자적인 철학 자체로 거듭난 하나의 ‘작품’이라 할 만하다.
저·역자 소개 ▼
지은이 에가와 다카오 江川隆男
1958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도립대학에서 들뢰즈 연구로 문학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릿쿄대학 현대심리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양근현대철학, 특히 스피노자, 니체, 들뢰즈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연구하고 철학적 사유의 본질을 탐구해 왔다. 새로운 에티카의 형성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반도덕주의 사상을 원리적 수준에서 재구성하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들뢰즈를 계승할 만한 이론 창출 역량이 있는 소수의 철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존재와 차이: 들뢰즈의 선험적 경험론』 외에 『죽음의 철학』, 『초인의 윤리: ‘철학하기’ 입문』, 『안티-모랄리아: ‘탈기관체’의 철학』 등을 집필했고, 들뢰즈의 『니체와 철학』, 들뢰즈·파르네의 『디알로그』, 브레이에의 『초기 스토아철학에서 비물체적인 것의 이론』, 베르그송의 『강의록 II』 등을 번역했다.
옮긴이 이규원
고양이를 사랑하는 번역가이자, 강의자, 연구자.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객원조교수로 의학사를 가르치고 있다. 《DK 고양이 백과사전》, 《우리의 더 나은 반쪽》, 《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정의의 아이디어》 등을 번역했다.
차례 ▼
0장 / 영원한 비-종속을 위하여 —‘반-효과화’론을 향하여
<1부> 사유의 생식
1장 / 비판과 창조의 원환
‘에티카’: 어떻게 반-도덕적 사유를 획득할까 | 묻는 힘을 지닌 문제: 새로운 비판철학의 과제에 관하여 | 일촉즉발의 ‘지금’: 선험적 경험론의 조건들 | ‘비역사성의 구름’ 속에서 휘청대지 말지어다: 선험적인 것의 발생적 요소들
2장 / 선험적 경험론의 문제-틀
사용과 실행에 관하여 | 감성의 실행이란 무엇인가: 사유적으로 감각하지 않는 방식으로 | 선험적 경험론의 의의 | 능력들의 불공가능적인 발산: 초월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3장 / 역-식과 발생의 문제
역-식의 첫 번째 특징: ‘적을수록 많이’ | 역-식의 두 번째 특징: ‘이접적일수록 서로 완전히 통하는’ | 역-식의 세 번째 특징: ‘판명할수록 애매한’ 혹은 ‘명석할수록 모호한’ | 역-식의 네 번째 특징: 스피노자, 혹은 디오니소스적 사유자의 감각 | 두 개의 다양체(1): 그 환원 불가능한 비대칭성 | 두 개의 다양체(2): 그 화해 불가능한 ‘생존의 양식’ | 잠재적 ‘관념’의 도식론
<2부> 존재의 전환
4장 / 존재의 일의성의 ‘실재적 정의’
‘존재’라는 일의적인 것에 관하여 | 존재의 일의성의 ‘명목적 정의’에서 ‘실재적 정의’로 | 스코투스에게서의 존재의 일의성 | 초월개념의 일의성에서 선험적 개념의 일의성으로: 칸트의 혁신성 | 스피노자에게서의 존재의 일의성 | 가소적 원리로서의 일의적 ‘존재’ | 영원회귀: ‘실재적 정의’와 ‘선험적 장’의 절대적 일치
5장 / ‘반-효과화’론
‘삶’과 수동적 종합을 둘러싸고 | 살아 있는 현재 속에서의 ‘존재’: 시간의 첫 번째 종합 | 순수과거 속에서의 ‘존재’: 시간의 두 번째 종합 | 초월적 기억에 관하여: ‘상기되어야 할 것’을 반-효과화하는 능력 | 시간의 세 번째 종합: ‘리좀-시간’ | 초월적 감성에 관하여: 강도의 문제 | 영원회귀로서의 ‘미래’ 속 존재 | 새로운 자기원인: ‘반-효과화의 원인’에 관하여
후기 — 재개하기 위하여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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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추천글 ▼
21세기 일본 철학계를 뒤흔든 일본 최초의 ‘본격’ 들뢰즈 철학 연구서!!
들뢰즈 철학을 독창적으로 계승하여 창조적 사유의 모험을 펼치며 자신의 철학을 구축한 현대 일본 철학자 에가와 다카오(江川隆男)의 저서가 국내 최초로 번역 출간된다. 국내 들뢰즈 담론을 선도해 온 그린비출판사 ‘리좀 총서’의 한 권으로 출간되는 『존재와 차이: 들뢰즈의 선험적 경험론』(2003)이 그것이다.
일본 철학계에서 이 책의 출간은 일대 ‘사건’이었다. 일본에 들뢰즈가 소개된 것은 비교적 이른 1970년대였지만 들뢰즈에 대한 주목은 철학계가 아닌 비평계의 몫이었고, 1980년대 후기구조주의가 확산될 때에도 그의 철학은 도식적이고 단편적으로 해석되는 데 그쳤다. 들뢰즈 철학에 대한 전반적인 입문서가 간행되고 철학적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였고, 2003년에야 비로소 들뢰즈 철학을 철학 그 자체로서 매우 독창적이고 본격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저서가 세상에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책 『존재와 차이』는 일본에서 들뢰즈 연구의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걸출한 분기점이 되었다.
이 책에서 에가와 다카오는 바람직한 철학적 연구란 텍스트로부터 ‘긍정되어야 할 것’을 표현적으로 확대해 가는 과정이며 철학 논문은 하나의 글쓰기로 변용하고 사상 연구는 철학함 그 자체로 생성·변화해야 한다고 주창한다. 『의미의 논리』와 『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몇 차례 등장할 뿐인 ‘반-효과화’론을 들뢰즈 철학의 ‘긍정되어야 할 것’으로서 포착하고 ‘에티카’에 도달하는 과정을 참신하게 해명하며 칸트와 스피노자의 철학을 양립시켜 ‘비판’과 ‘임상’을 아우르는 체계를 긴밀하고 정연하게 구축해 낸 이 저작은, 바로 저자 자신의 이상을 실현한 하나의 글쓰기이자 반시대적이고 소수자적인 철학 자체로 거듭난 하나의 ‘작품’이라 할 만하다.
선험적 경험론과 존재의 일의성을 종합하기
이 책은 에가와 다카오의 학위논문을 기초로 작성되었으며, 그가 비판적으로 연구해 온 스피노자, 니체, 들뢰즈 사유의 본질이 응축되어 있다. 새로운 에티카의 형성이라는 문제의식을 품고 반도덕주의 사상을 원리적 수준에서 재구성하려는 그의 철학적 과제는 이 책에서 시작하여 이후 『죽음의 철학』(2005), 『초인의 윤리: ‘철학하기’ 입문』(2013), 『안티-모럴리아: ‘탈기관체’의 철학』(2014) 등으로 이어진다.
집요하고 일관되며 대중성과 결코 타협하지 않는 그의 철학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였기에 사유 방식과 용어법이 난해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그의 출현으로 인해 일본의 들뢰즈 철학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최근까지도 일본에서는 들뢰즈 철학에 대한 연구 대부분이 형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고, 단순한 소개나 예술적 또는 정치적 담론에의 성급한 원용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중진들의 활약이 펼쳐지고 또 그에 촉발되어 새로운 세대가 약진을 거듭하는 변화가 일고 있는바, 이 책은 그 시점(始點)이라고 할 수 있다.
들뢰즈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첫 저작 『경험론과 주체성』에서 마지막 논문 ?내재성: 하나의 삶……?에 이르기까지 반복해서 제기되는 선험적 경험론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에가와 자신이 명확히 밝히고 있듯, 이 ‘선험적 경험론’과 ‘존재의 일의성’을 ‘반-효과화’의 관점에서 종합함으로써 하나의 ‘에티카’를 형성하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초기의 흄에 관한 논의부터 만년의 사색까지 들뢰즈 사유의 총체를 염두에 두고 전개되며, 그중에서도 특히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은 전기의 주요작인 『차이와 반복』, 『의미의 논리』, 『스피노자와 표현의 문제』다.
반-효과화, 영원한 비종속을 위하여
저자에 따르면 들뢰즈의 잠재성의 철학은 ‘조건짓기’의 논리인 ‘현실화’의 수준에서 이루어지는데, 모든 현실적인 것은 잠재적인 것이 현실화된 것으로서 근거지어지기 때문에 ‘현실화’만을 고찰하면 ‘기초짓기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들뢰즈의 철학을 근거짓기의 논리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비-현실적인 사건을 전개하는 사유, 잠재성이라는 선험적 권역을 하나의 동적 발생으로 파악하는 사유가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반-효과화’라는 운동이다. 현실적인 것에서 잠재적인 것으로 상승하는 또 다른 선을 형성하는 ‘반-효과화’의 운동이야말로 영원한 비종속을 위한 선험철학인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공통개념의 형성의 질서와 능력들의 초월적 행사를 끌어들여 ‘반-효과화’의 실재성에까지 다가간다.
이 책은 위와 같은 논의를 전개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0장’과 ‘후기’를 제외하고 두 개의 부, 다섯 개의 장으로 이루어지는데, 0장 ?영원한 비-종속을 위하여?에서는 이 책의 과제를 제시하고 핵심 개념인 ‘반-효과화’론을 제기한다. 1장 ?비판과 창조의 원환?에서 구체적인 테제를 선언하고 2장 ?선험적 경험론의 문제-틀? 및 3장 ?역-식과 발생의 문제?까지 1부 ‘사유의 생식’으로 묶여 이 책의 한 축인 ‘선험적 경험론’의 의의를 해명한다. 이어지는 2부 ‘존재의 전환’은 이 책의 다른 한 축인 ‘존재의 일의성’의 의의를 밝히는 4장 ?존재의 일의성의 ‘실재적 정의’? 및 논의를 종합하고 결론을 제시하는 5장 ?‘반-효과화’론?을 포함한다.
이 책의 논의 전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묘미는 저자의 칸트론이다. 칸트의 비판철학은 들뢰즈의 선험적 경험론과 대비를 이루고, 칸트의 선험적 개념의 일의성은 스코투스적 일의성과 스피노자적 일의성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써 보다 견고하고 명확한 이론의 구축이 가능해졌다.
철학을 긍정하고 표현한다는 것
에가와 다카오는 자신이 들뢰즈 철학을 논하는 이유를 “이 철학을 구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긍정하기 위해서”라고 밝힌다다. 그가 말하는 긍정이란 “전면적인 상찬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부분의 긍정, 그 긍정 이전에는 결코 다른 부분들과 식별할 수 없었을 어떤 부분의 긍정이며, 전체와 아울러 산출되는 부분의 긍정”이다. 이러한 긍정은 늘 “비판과 불가분적인 활동”이 된다. 따라서 긍정과 비판을 아우르는 언어활동을 통해서야 비로소 그 전체 철학을 지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 『존재와 차이』는 그의 이러한 사상과 신념에 대한 확고한 하나의 증명이라 하겠다.
또한 에가와에게 철학 논문과 연구 일반은 ‘다수자의 소수성’ 속에서 안정감 있는 하나의 원만한 결과에 불과한 것인 데 반해, 하나의 글쓰기와 철학함은 ‘창조적 소수자의 다수성’을 표현하고 산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반시대적이고 소수자적인 철학은 이 책 속에서 딱딱하면서도 색다른 문체로 표현되고 기이하면서도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비유되면서 특유의 반시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처럼 하나의 글쓰기를 실천함으로써 이미지 없는 사유와 스토리 없는 삶을 거침없이 독자에게 요구하는 저자는 가혹하기까지 하다.
이 책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색다른 문체와 치밀한 논의로 들뢰즈 철학에 대한 다른 방식의 접근과 이해를 촉구하는 저자의 테제는 한국 독자들에게 유효하고도 충분한 자극이 될 것이다. 일본 철학계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키며 들뢰즈 철학을 새롭게 사유하도록 추동했던 이 책이 한국 독자들의 마음속에도 커다란 파문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