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언제나, 르네 샤르 

이찬규 지음  | 2023-05-31 | 288쪽 | 15,000원


푸코와 카뮈의 사랑을 받고, 피카소와 스타엘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시인 ‘르네 샤르’. 그는 자연, 친구, 연인, 그리고 자신이 속한 세상까지 그가 사랑한 모든 것들을 오롯이 글로 남긴 시인이었다. 그의 시에는 고향의 자연에 대한 서정과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열정이 온전히 담겨 있다. 그의 오랜 친구는 말했다. “샤르는 본 대로 묘사한다.”
시대를 이끄는 사상가들의 칭송을 받고, 살아생전 30여 권에 달하는 시집을 남겼음에도 국내에는 아직 한글로 번역된 샤르의 시가 없다. 프랑스 문학 전문가 이찬규 교수의 『시는 언제나, 르네 샤르』는 국내 최초로 번역한 샤르의 시와 삶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샤르에게 보낸 카뮈의 말처럼, 샤르를 통해 우리는 일상 속으로 시가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저·역자 소개 ▼

저자 이찬규
숭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리옹II대학교에서 문예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작가세계』를 통해 문학평론을 시작했다. 주요 저서로는 『횡단하는 문화: 랭보에서 김환기로』, 『불온한 문화, 프랑스 시인을 찾아서』가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알베르 카뮈와 김훈: 재난의 장소에 대하여」, 「에밀 졸라의 <인간 짐승>에 나타난 사운드 스케이프 연구」, 「클로드 베르나르의 실험 의학: 19세기 프랑스 문학에 나타난 자연주의와 근대성의 기원 연구」가 있다. 현재는 랭보가 시 절필 이후 쓴 편지들, 크리스티앙 보뱅, 그리고 촉각에 대한 글을 읽거나 쓰고 있다. . 
차례 ▼

프롤로그
시는 언제나 7
르네 샤르 연보 17

I. 샤르의 삶과 시
1. 시인의 첫 번째 알파벳 41
2. 두 시인, 랭보에서 샤르로 55
3. 초현실주의 혹은 엘뤼아르와 함께 77
4. 초현실주의 너머, 헤라클레이토스 103
5. 저항군, 진실 살기 139

II. 시와 장소
1. 기원의 편재: 시의 강, 강의 시 157
2. 프로방스: 장소와 위험 183
3. 하얀 불길: 쉬페르비엘과 샤르 213
4. 저항의 포-에티크: 르네 샤르에서 이육사로 249

참고문헌 280
르네 샤르 작품 찾아보기 286
편집자 추천글 ▼

르네 샤르를 만난 후,
내가 읽고 쓰는 모든 것이 시가 되었다

시에 온전히 담긴 삶,
본 대로 묘사하는 시인

미국의 시인 마크 도티는 말했다. “표현할 단어를 찾으려 해 보면,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이 손에 잡히지 않으며 모호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이내 분명해진다.” 시는 경험한 것을 본 대로 느낀 대로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SNS에 사진과 함께 올린 문장부터 프로필의 상태 메시지까지 우리는 모두 시를 쓰려 한다. 하지만, 업로드 버튼을 누른 후엔 만족감보다 담아내지 못한 것들이 더 많음에 아쉬움을 느낀다.

“샤르는 본 대로 묘사한다.” 르네 샤르는 자연, 친구, 연인, 그리고 자신이 속한 세상까지 그가 사랑한 모든 것들을 오롯이 글로 남긴 시인이었다. 그의 시에는 고향의 자연에 대한 서정과 레지스탕스로 활동했던 열정이 온전히 담겨 있다. 대개 체험은 논리를 앞서 나간다. 그래서 논리를 역설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감각을 갱신시키는 시,
시와 더불어 우리는 누군가가 된다

블랑쇼는 샤르의 시를 두고 “시의 시”라고 했다. 그의 시 작품에는 시적인 것에 속하지 않는 이질적인 것들이 생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의 한계와 근원을 동시에 헤아리면서 생겨난 이질감과 난해함이 읽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새로운 신비가 당신들의 뼛속에서 노래하니. 당신의 정당한 낯섦을 일구어 내라.”

샤르는 레지스탕스 지휘관 시절 하늘을 감시하는 경계 임무를 수행하며 눈이 크게 상했다. 이 때문에 말년에는 글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을 거의 상실하고 만다. 하지만 그는 거의 불가능한 육체적 상황 속에서도 시를 썼다. 그의 치열함은 역설적이게도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것은 언어를 통해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샤르는 그런 언어의 경우를 믿었고, 그렇기에 계속 시를 써 내려갔다. 그리고 말했다. 시와 더불어 우리는 ‘누군가’가 될 수 있다고.

푸코와 카뮈의 사랑을 받고
피카소와 스타엘에게 영감을 불어넣다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카뮈는 기자회견에서 샤르의 작품을 극찬했다. “그의 작품은 가장 위대한 작품들 가운데, 정말이지 프랑스 문학이 낳은 최고의 작품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푸코는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광기와 비이성』의 첫머리에 샤르의 글을 인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을 만나고자 하는 학생이 샤르의 시를 하나라도 외우지 못하면 만나지 않을 정도로 샤르의 작품을 좋아했다. 세계적인 화가 피카소와 스타엘은 일찍이 그의 작품을 그림으로 형상화했으며, 프랑스 현대음악의 대표자 불레즈는 그의 작품을 음악화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명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르네 샤르의 번역 시집이나 그에게 온전히 할애된 저작이 아직 없다. 프랑스 문학 전문가 이찬규 교수의 『시는 언제나, 르네 샤르』는 국내 최초로 번역한 샤르의 시와 삶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당신을 알기 전에는, 시 없이도 잘 지냈습니다.”

샤르에게 보낸 카뮈의 말처럼, 샤르를 통해 우리는 일상 속으로 시가 깊숙이 들어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진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