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외집 / 집외집습유
루쉰 전집 9
루쉰 지음, 유세종·이주노·루쉰전집번역위원회·한병곤 옮김 | 2016-11-06 | 656쪽 | 33,000원
“글의 생명은 비평 능력에 있다!”
저·역자 소개 ▼
1881년 저쟝 성 사오싱紹興의 지주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할아버지의 투옥과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난징의 강남수사학당과 광로학당에서 서양의 신문물을 공부했으며, 국비 장학생으로 일본에 유학을 갔다. 1902년 고분학원을 거쳐 1904년 센다이의학전문 학교에서 의학을 배웠다. 그러다 환등기에서 한 중국인이 총살당하는 장면을 그저 구경하는 중국인들을 보며 국민성의 개조를 위해서는 문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학교를 그만두고 도쿄로 갔다. 도쿄에서 잡지 《신생》의 창간을 계획하고 《하남》 에 「인간의 역사」 「마라시력설」을 발표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1909년 약 7년간의 일본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여 항저우 저쟝양급사범 학당의 교사를 시작으로 사오싱, 난징, 베이징, 샤먼, 광저우, 상하이 등에서 교편을 잡았고, 신해혁명 직후에는 교육부 관리로 일하기도 했다. 루쉰이 문학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18년 5월 《신청년》에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이라 일컬어지는 「광인일기」를 발표하면서이다. 이때 처음으로 ‘루쉰’이라는 필명을 썼다. 이후 그의 대표작인 「아큐정전」이 수록된 『외침』을 비롯하여 『방황』 『새로 엮은 옛이야기』 등 세 권의 소설집을 펴냈고, 그의 문학의 정수라 일컬어지는 잡문(산문)집 『아침 꽃 저녁에 줍다』 『화개집』 『무덤』 등을 펴냈으며, 그 밖에 산문시집 『들풀』과 시평 등 방대한 양의 글을 썼다. 루쉰은 평생 불의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분노하고 저항했는데, 그 싸움의 무기는 글, 그중에서 잡문이었다. 마오쩌둥은 루쉰을 일컬어 “중국 문화혁명의 주장主將으로 위대한 문학가일 뿐만 아니라 위대한 사상가, 혁명가”라고 했다. 마오쩌둥의 말처럼 루쉰은 1936년 10월 19일 지병인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활발한 문학 활동뿐만 아니라 중국좌익작가연맹 참여, 문학단체 조직, 반대파와의 논쟁, 강연 활동을 펼쳤다. 이를 통해 중국의 부조리한 현실에 온몸으로 맞서 희망을 발견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
역자 유세종
유년기에서 청년기까지 화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이젤과 팔레트를 들고 강과 산, 마을과 교외를 돌아다녔다. 물감이 귀할 때였으나 수채화, 유화, 파스텔화로 자유롭게 그렸다. 지는 해와 고요한 숲을 그리러 돌아다니다 강둑에 혼자 멍하니 어둑해지도록 앉아 있기도 했다. 고독했지만 나쁜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시절이었다. 당시엔 그림 그리기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신성하고 즐거운 노동이라고 치기 어린 생각을 했다. 그러다 미학이론에 꽂혀 한.중.일 미론 공부를 시작했지만 종잡을 수 없던 가슴 밑바닥의 갈증은 여전했다. 중도에 그만두었다. 대학원에 들어가 불교의 정신세계와 당시(唐詩)의 미학세계에 한걸음씩 깊이 빠져들었다. 마치 무언가를 초월한 듯한 정신적 조로현상을 겪었다. 가짜 초월이었으나 마음은 편안하고 고요해졌다. 선후배들이 최루탄 맞으며 결사항전을 외치고 감옥엘 들락거려도 나는 당시와 불경을 외우며 색즉시공(色卽是空)의 논리로 자신을 ‘무장’했다.
오랜 ‘편안함’ 속에 중국 고전을 뒤적이다 『묵자』를 만났다. 난생 처음으로 가슴이 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민중에게 이로운 것이 미(美)이며 민중에게 이롭지 못하고 민중을 빈곤하게 하는 것은 아름답지 않다는 간단명료한 주장 앞에 의식의 빙판에 금이 쩍 가는 느낌이었다. 만민의 이로움을 미의 기준으로 내세운 묵자 앞에서 그동안의 모든 공부를 한 점 미련 없이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묵자의 연장선에서 루쉰을 만나고 중국을 만나고 중국영화를 만났다. 루쉰과 중국, 중국영화는 민중미학과 그림 그리기, 불교가 다 어우러져 있는 거대한 화엄세계 같았다. 비슷한 시기 동아시아의 한용운과 나쓰메 소세키도 마찬가지였다. 루쉰, 한용운, 나쓰메 소세키, 지아장커에게는 조용하지만 도저하고 도발적인 ‘저층’의 미학, ‘패배’의 미학이 관통하고 있다. 그들을 통해 패배와 고통이 깨달음에 이르는 지름길이란 걸 알았다.
몇 해 전 허우샤오셴(侯孝賢)의 '자객 섭은낭'(刺客?隱娘)을 보았다. 허우샤오셴은 자신의 평생 공부 영화로 ‘득도’를 하였구나 하는 생각에 잠시 절망감 같은 걸 느꼈다. 나의 공부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것인가,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역자 이주노
한국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중어중문과 교수. 중국현대문학과 신화, 민간문학 등을 연구. 저서로는 『중국의 민간전설 양축이야기』, 『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 등이 있고, 역서로는 『역사의 혼 사마천』(공역), 『서하객유기』(공역) 등이 있다.
역자 루쉰전집번역위원회
공상철, 김영문, 김하림, 박자영, 서광덕, 유세종, 이보경, 이주노, 조관희, 천진, 한병곤, 홍석표
역자 한병곤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였고 전남대학교에서 『노신 잡문 연구』(1995)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립 순천대학교 교수. 루쉰 관련 논문으로 「노신에게 있어서의 문학과 혁명」(1988), 「혁명문학논쟁 시기 노신의 번역」(1993), 「노신의 번역관」(1993), 「노신과 지식인: 노신은 무엇에 저항하였는가」(2003), 「건국 초기 중화인민공화국 어문 교과서 속의 노신」(2006) 등이 있다.
차례 ▼
루쉰전집』을 발간하며
-집외집(集外集)
서언
1903년
스파르타의 혼
라듐에 관하여
1918년
꿈
사랑의 신
복사꽃
그들의 꽃동산
사람과 때
강 건너기와 길안내
1924년
“입 밖에 내지 못하네”
‘양수다’ 군의 습격을 기록하다
양군 습격 사건에 대한 정정
봉화 이야기 다섯
‘음악’?
‘중용 지키기’의 진상을 말하다
1925년
곱씹은 나머지
[참고] ‘무료한 통신’(중첸, 푸위안)
「글자를 곱씹다」에 관하여(중첸, 푸위안)
「글자를 곱씹다」는 ‘고리타분하다’(첸위안, 푸위안)
곱씹어 ‘맛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참고] 곱씹음의 맛없음(첸위안)
잡담
편집을 마치고
[덧붙이는 말]
러시아 역본 「아Q정전」 서언 및 저자의 자술 약전
‘전원사상’
[참고] 보내온 편지(바이보)
뜬소문과 거짓말
통신(메이장에게 보내는 답신)
[참고] 보내온 편지(메이장)
1926년
『치화만』 제기
『가난한 사람들』 서문
통신(웨이밍에게 보내는 답신)
[참고] 보내온 편지(웨이밍)
1927년
문예와 정치의 기로???12월 21일 상하이 지난대학에서의 강연
1929년
「붉은 웃음에 관하여」에 관하여
통신(장펑한에게 보내는 답신)
[참고] 쑨융 선생의 역시 몇 수에 관하여
1932년
『수쯔의 편지』 서문
1933년
선본
시
1912년
판아이눙을 곡하다
1931년
난초를 지니고서 귀국하는 O.E.군을 전송하다
무제
일본의 가인에게 드리다
상령의 노래
1932년
자조
무제
1933년
민국 22년의 원단
『방황』에 부쳐
싼이탑에 부쳐
딩링을 애도하며
남에게 주다
위다푸의 항저우 이사를 말리며
부록
1928~29년
『분류』 편집 후기
-집외집습유(集外集拾遺)
1912년
옛날을 그리워하며
1919년
『신조』의 일부에 대한 의견
1924년
또다시 ‘예전에 이미 있었던 일’이다
통신(정샤오관에게 보내는 편지)
1925년
시가의 적
『고민의 상징』에 관하여
[참고] 루쉰 선생께 드리는 편지(왕주)
잠시 ‘……’에 답하다
[참고] 편견의 경험(커바이썬)
「기이하도다! 소위?……」에 답하여
[참고] 기이하도다! 소위 루쉰 선생의 이야기는(슝이첸)
『타오위안칭 서양회화전람회 목록』 서
이건 이런 뜻
[참고] 청년필독서(자오쉐양)
『소련의 문예논전』 서문
통신(가오거에게 보내는 답신)
통신(루윈루에게 보내는 답신)
통신(샹페이량에게 보내는 편지)
통신(쑨푸위안에게 보내는 편지)
[참고] 결코 『천바오』가 유언비어를 지어낸 것이 아니다(쑤웨이)
어느 ‘죄인’의 자술서
공고
[참고] 그 여학생들은 참으로 죽어 마땅하다(인탕)
유언비어의 마력(자오인탕)
철탑강간사건에 관한 편지(S. M.)
철탑강간사건 가운데 가장 가증스러운 것(웨이팅)
나는 비로소 알았다
여교장의 남녀에 관한 꿈
1926년
중산 선생 서거 일주년
『하전』 서문
『열둘』 후기
『자유를 쟁취한 파도』 서문
1927년
케케묵은 가락은 이제 그만???2월 19일 홍콩청년회에서의 강연
『유선굴』 서언
1929년
『근대목각선집』(1) 소인
『근대목각선집』(1) 부기
『후키야 고지 화보선』 소인
함순의 몇 마디 말
『근대목각선집』(2) 소인
『근대목각선집』(2) 부기
『비어즐리 화보선』 소인
1930년
『신러시아 화보선』 소인
문예의 대중화
『파우스트와 도시』 후기
『고요한 돈강』 후기
『메페르트의 목각 시멘트 그림』 서언
1931년
『철의 흐름』 편집교정 후기
잘난 놈 타령
공민교과 타령
난징 민요
1932년
‘언쟁’의 노래
식객문학과 어용문학???11월 22일 베이징대학 제2원에서의 강연
올 봄의 두 가지 감상???11월 22일 베이핑 푸런대학에서의 강연
1933년
영역본 『단편소설선집』 자서
『바른 길을 걷지 못한 안드룬』 서문
고리키의 『1월 9일』 번역본 서문
『해방된 돈키호테』 후기
『베이핑 전지 족보』 서문
상하이 소감
1934년
『인옥집』 후기
1936년
『도시와 세월』 삽화 소인
시
1903년
자화상
1912년
판군을 애도하는 시 세 수
1931년
우치야마에게
무제 두 수
마스다 와타루 군의 귀국을 전송하며
1932년
무제
우연히 지었다
펑쯔에게
1·28 전쟁 후 지음
교수의 잡가
소문
무제 두 수
나그네 책망에 답하여
1933년
화가에게
『외침』 제시
양취안을 애도하며
무제
무제
유년 가을에 우연히 짓다
1934년
소문을 듣고 장난삼아 짓다 … 605
무년 초여름에 우연히 짓다 … 607
가을 밤 우연히 짓다 … 609
1935년
해년 늦가을에 우연히 짓다 … 611
부록
1926년
‘웨이밍총간’과 ‘오합총서’ 광고 … 614
1928년
『분류』 범례 다섯 가지 … 616
1929년
‘예원조화’ 광고 … 618
1933년
‘문예연총’???의 시작과 현재 … 620
1935년
『역문』 종간호 전기 … 624
1936년
『해상술림』 상권 소개 … 626
『집외집』에 대하여 … 630
『집외집습유』에 대하여 … 640
루쉰전집』을 발간하며
?집외집(集外集)
서언
1903년
스파르타의 혼
라듐에 관하여
1918년
꿈
사랑의 신
복사꽃
그들의 꽃동산
사람과 때
강 건너기와 길안내
1924년
“입 밖에 내지 못하네”
‘양수다’ 군의 습격을 기록하다
양군 습격 사건에 대한 정정
봉화 이야기 다섯
‘음악’?
‘중용 지키기’의 진상을 말하다
1925년
곱씹은 나머지
[참고] ‘무료한 통신’(중첸, 푸위안)
「글자를 곱씹다」에 관하여(중첸, 푸위안)
「글자를 곱씹다」는 ‘고리타분하다’(첸위안, 푸위안)
곱씹어 ‘맛이 없는’ 것만은 아니다
[참고] 곱씹음의 맛없음(첸위안)
잡담
편집을 마치고
[덧붙이는 말]
러시아 역본 「아Q정전」 서언 및 저자의 자술 약전
‘전원사상’
[참고] 보내온 편지(바이보)
뜬소문과 거짓말
통신(메이장에게 보내는 답신)
[참고] 보내온 편지(메이장)
1926년
『치화만』 제기
『가난한 사람들』 서문
통신(웨이밍에게 보내는 답신)
[참고] 보내온 편지(웨이밍)
1927년
문예와 정치의 기로???12월 21일 상하이 지난대학에서의 강연
1929년
「붉은 웃음에 관하여」에 관하여
통신(장펑한에게 보내는 답신)
[참고] 쑨융 선생의 역시 몇 수에 관하여
1932년
『수쯔의 편지』 서문
1933년
선본
시
1912년
판아이눙을 곡하다
1931년
난초를 지니고서 귀국하는 O.E.군을 전송하다
무제
일본의 가인에게 드리다
상령의 노래
1932년
자조
무제
1933년
민국 22년의 원단
『방황』에 부쳐
싼이탑에 부쳐
딩링을 애도하며
남에게 주다
위다푸의 항저우 이사를 말리며
부록
1928~29년
『분류』 편집 후기
집외집습유(集外集拾遺)
1912년
옛날을 그리워하며
1919년
『신조』의 일부에 대한 의견
1924년
또다시 ‘예전에 이미 있었던 일’이다
통신(정샤오관에게 보내는 편지)
1925년
시가의 적
『고민의 상징』에 관하여
[참고] 루쉰 선생께 드리는 편지(왕주)
잠시 ‘……’에 답하다
[참고] 편견의 경험(커바이썬)
「기이하도다! 소위?……」에 답하여
[참고] 기이하도다! 소위 루쉰 선생의 이야기는(슝이첸)
『타오위안칭 서양회화전람회 목록』 서
이건 이런 뜻
[참고] 청년필독서(자오쉐양)
『소련의 문예논전』 서문
통신(가오거에게 보내는 답신)
통신(루윈루에게 보내는 답신)
통신(샹페이량에게 보내는 편지)
통신(쑨푸위안에게 보내는 편지)
[참고] 결코 『천바오』가 유언비어를 지어낸 것이 아니다(쑤웨이)
어느 ‘죄인’의 자술서
공고
[참고] 그 여학생들은 참으로 죽어 마땅하다(인탕)
유언비어의 마력(자오인탕)
철탑강간사건에 관한 편지(S. M.)
철탑강간사건 가운데 가장 가증스러운 것(웨이팅)
나는 비로소 알았다
여교장의 남녀에 관한 꿈
1926년
중산 선생 서거 일주년
『하전』 서문
『열둘』 후기
『자유를 쟁취한 파도』 서문
1927년
케케묵은 가락은 이제 그만???2월 19일 홍콩청년회에서의 강연
『유선굴』 서언
1929년
『근대목각선집』(1) 소인
『근대목각선집』(1) 부기
『후키야 고지 화보선』 소인
함순의 몇 마디 말
『근대목각선집』(2) 소인
『근대목각선집』(2) 부기
『비어즐리 화보선』 소인
1930년
『신러시아 화보선』 소인
문예의 대중화
『파우스트와 도시』 후기
『고요한 돈강』 후기
『메페르트의 목각 시멘트 그림』 서언
1931년
『철의 흐름』 편집교정 후기
잘난 놈 타령
공민교과 타령
난징 민요
1932년
‘언쟁’의 노래
식객문학과 어용문학???11월 22일 베이징대학 제2원에서의 강연
올 봄의 두 가지 감상???11월 22일 베이핑 푸런대학에서의 강연
1933년
영역본 『단편소설선집』 자서
『바른 길을 걷지 못한 안드룬』 서문
고리키의 『1월 9일』 번역본 서문
『해방된 돈키호테』 후기
『베이핑 전지 족보』 서문
상하이 소감
1934년
『인옥집』 후기
1936년
『도시와 세월』 삽화 소인
시
1903년
자화상
1912년
판군을 애도하는 시 세 수
1931년
우치야마에게
무제 두 수
마스다 와타루 군의 귀국을 전송하며
1932년
무제
우연히 지었다
펑쯔에게
1·28 전쟁 후 지음
교수의 잡가
소문
무제 두 수
나그네 책망에 답하여
1933년
화가에게
『외침』 제시
양취안을 애도하며
무제
무제
유년 가을에 우연히 짓다
1934년
소문을 듣고 장난삼아 짓다 … 605
무년 초여름에 우연히 짓다 … 607
가을 밤 우연히 짓다 … 609
1935년
해년 늦가을에 우연히 짓다 … 611
부록
1926년
‘웨이밍총간’과 ‘오합총서’ 광고 … 614
1928년
『분류』 범례 다섯 가지 … 616
1929년
‘예원조화’ 광고 … 618
1933년
‘문예연총’???의 시작과 현재 … 620
1935년
『역문』 종간호 전기 … 624
1936년
『해상술림』 상권 소개 … 626
『집외집』에 대하여 … 630
『집외집습유』에 대하여 …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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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9일은 루쉰 서거 80주기였다. 외세의 침략과 내부의 부패, 내전과 이념 대결의 현장에서 문학과 예술의 힘으로 민중을 깨우고자 매진했던 루쉰의 모습은 오랜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선각자의 증거이다. 이번에 출간한 세 권은 그의 이러한 노력과 다양한 활동이 일평생에 걸쳐 있음을 드러내 보인다. 9권은 잡문집으로서 루쉰이 펴낸 문집들 속에 포함되지 않았던 글들을 모아 엮은 산문과 시 등이며, 12권은 중국 고대 문학사와, 각종 고적과 번역에 붙였던 서문과 발문 등이다. 13권은 수많은 지인들과 주고받은 서신 모음인데, 특히 13권 앞부분인 <먼 곳에서 온 편지>(兩地書)는 루쉰과 훗날 아내가 된 쉬광핑 사이의 연서 모음으로 당시에도 큰 반향을 일으킨 의미 깊은 저작이다.
“글의 생명은 비평 능력에 있다!”
-루쉰전집 9권, <집외집>/<집외집습유>
루쉰은 44세이던 1925년 이후 12년 동안 자신이 발표한 모든 산문과 평론 등을 엮어 꾸준히 문집을 출간하였다. 여기에 속하지 않은 글들을 엮은 것이 9권 <집외집>과 <집외집습유>이다. 유학 초기에 수습하지 못한 글, 다른 이가 기록해 둔 강의록, 다른 사람이 선물받은 시나 문장 등등 기존 문집에 누락된 글들 중에서 양지윈(楊霽雲)이라는 사람이 엮은 것이 <집외집>, 여기에도 실리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것을 루쉰과 (루쉰 사후) 쉬광핑이 엮은 것이 <집외집습유>이다.
<집외집>은 1903년부터 1933년까지의 다양한 글이 수록되어 있으며 양지윈이 편집하여 1935년에 출판하였다. 루쉰이 1902년에 일본으로 유학을 갔으니 1903년이면 겨우 일본에 정착했을 시기이다. 즉 루쉰의 극히 초기의 글, 다듬어지지 않고 격정적인 <스파르타의 혼>과 같은 글이 수록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낭만적인 시나 산문, 문어체의 글, 그리고 논쟁적인 산문과 편지글, 번역본 서문 등 다양한 글이 수록되어 있다.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30년 동안 루쉰 글쓰기의 변모해 온 양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채로운 문집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엄혹한 중국의 현실과 마주하며 발전한 폭 넓고 예리한 비평 능력을 볼 수 있다.
<집외집습유>는 ‘습유’(拾遺) 즉 빠진 것을 주워 모은 문집으로 1903년부터 1936년까지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유학 초기부터 영면할 때까지 루쉰의 전 생애를 포괄한다 할 만하며, 글의 내용은 산문뿐만 아니라 시와 소설, 광고문, 공고 등의 단문도 포함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 문집은 다른 문집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체시(舊體詩)를 다수 담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내 마음 큐피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어라 / 바위 같은 비바람 고향 땅을 어둡게 어둡게 / 겨울 하늘 차가운 별 향한 이 내 마음 / 고운 님 몰라준다 하여도 / 뜨거운 나의 피를 내 조국에 바치리라.”(?자화상?) “피는 중원을 비옥하게 만들고 질긴 잡초를 살찌운다 / 한파가 대지를 얼려도 봄꽃은 터지게 마련 / 영웅들은 핑계도 많고 모사꾼은 병들었단다 / 중산릉서 통곡하니 저녁 까마귀들 시끄럽다.”(?무제?) 등 현실과의 길항으로 쏟아낸 루쉰의 속내 절절한 시구를 대할 수 있다. 이밖에 중국 목각운동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글과 문예론에 관한 글, 러시아 문학작품의 번역서에 대한 글도 담고 있어 문학가, 예술가, 번역가로서 활동한 루쉰의 면면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