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지각을 흔들다  매체와 지각 사이

사이 시리즈 03

천현순 지음 | 2012-03-30 | 184쪽 | 9,800원


두 개의 키워드를 설정하고 그 ‘사이’에서 어떠한 상호작용이 오가고 관계가 구성되는지, 나아가 어떠한 새로운 존재와 사유가 싹트는지를 자유롭게 탐사하는 「사이 시리즈」 제3권 『매체 지각을 흔들다』. 인간의 지각을 변화시켜 매체들의 작동 방식을 역사적으로 분석한 책으로 엠블럼, 사진, 컴퓨터 게임 세 가지 매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 책은 중세와 근대, 포스트모던 시대의 대표적인 매체들을 통해 인간이 꾸준히 스스로를 확장해 왔음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가시화된 세계뿐 아니라 사이버 세계까지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인간이 세계와 만나고 행동하는 방식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또 우리는 여기에서 어떤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지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저·역자 소개 ▼

저자 천현순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상호매체성 이론으로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 HK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디지털 매체 및 예술 영역에서 구현되는 서로 다른 매체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주된 관심사로 탐구하고 있으며, 지금은 사이언스픽션에 재현된 기계인간, 사이보그, 포스트휴먼 등 미래의 인간상에 대해 탐색하고 있다.
저서로 『알렉산더 클루게에 나타난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의 상호매체성: 근대와 현대의 대응을 중심으로』(Intermedialit?t von Text und Bild bei Alexander Kluge: Zur Korrespondenz von Fr?her Neuzeit und Moderne, 독문), 역서로 『물의 요정의 매혹』(공역) 등이 있으며, 「알렉산더 클루게의 텔레비전 프로그램 문화매거진: <달이 뜬 거친 밤>의 분석을 중심으로」, 「디지털 영상 문화: 마크 오티커 감독의 디지털 영화 <기묘한 동거>를 중심으로」, 「디지털 사진의 미학적 특성 연구: 안드레아스 구르스키의 사진작품을 중심으로」 등 디지털 매체 및 문화예술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차례 ▼

머리말 4

1장 _ 엠블럼, 잠재된 세계의 시각화 18
1. 엠블럼 등장의 전제 조건 18
인쇄술의 발달과 책 속 이미지의 등장 18 | 고대 에피그램 25 | 르네상스 상형문자 29 | 임프레사 예술 36
2. 엠블럼, 이미지와 텍스트가 만나다 41
엠블럼, 전 세대의 유산 41 | 엠블럼의 탄생 42 | 『엠블럼 소책자』 47 | 엠블럼의 구성 요소: 제목, 이미지, 텍스트 50
3. 엠블럼의 맥락과 의미 67
엠블럼과 지각의 변화 67 | 영혼과 육체의 결합 73 | 상징과 알레고리 75 | 엠블럼적 세계관 80

2장 _ 사진, 재현을 넘어 정치투쟁으로 88
1. 사진 기술의 발달 88
2. 사진 매체와 지각 작용 91
3. 사진, 순수예술 혹은 정치투쟁의 도구 98
4. 포토저널리즘의 등장 103
5. 쿠르트 투홀스키의 『독일, 독일 만세』 108
텍스트가 사진을 해석하는 경우 113 | 텍스트가 사진의 의미를 정박시키는 경우 114 | 사진과 텍스트가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출하는 경우 116
6. 알레고리와 몽타주 121

3장 _ 컴퓨터 게임, 환상성과 몰입 131
1. 컴퓨터 게임의 발달 131
2. 재현 대 시뮬레이션 134
3. 컴퓨터 게임과 지각 139
4. 환상성과 몰입 143
5. 니벨룽겐의 반지, 오페라에서 컴퓨터 게임으로 154
바그너의 오페라와 환상성 154 |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무대 위의 종합예술작품 157 | 게임 「니벨룽겐의 반지」, 환상성을 위한 디지털 가상공간 161
6. 컴퓨터 게임의 진화, 변화되는 세계상 167

에필로그 171
참고문헌 176 | 더 읽을 책 179 | 찾아보기 181 

편집자 추천글 ▼

인간의 감각과 인식을 뒤흔든 매체들의 향연!!
매체와 지각,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흔들림을 느껴라!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통섭’이 학계의 중요한 화두가 되었고, 기술의 ‘컨버전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혼종성’은 피로에 빠진 문화를 구원할 새로운 가치로서 각광받고 있다. 근대 문명이 구축해 놓은 강력한 경계선들이 해체되는, 바야흐로 ‘탈경계’의 시대다. 하지만 탈경계가 단순히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경계 안쪽의 대상에 대한 면밀한 탐구와 경계 바깥의 존재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포함한다. 그리고 그것은 영역들의 경계가 날카로운 선으로 그어진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라 틈새와 여지를 품고 있음을, 그리고 그 ‘사이’에 담겨 있는 풍요로움을 읽어 내야 함을 의미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이화인문과학원(http://eih.ewha.ac.kr)에서 기획한 ‘사이 시리즈’는 바로 이 ‘사이’라는 공간과 주제에 초점을 맞춘, 독특한 컨셉의 대중 인문 교양서이다. 시리즈의 각 권은 두 개의 키워드를 설정하고 그 ‘사이’에서 어떠한 상호작용이 오가고 관계가 구성되는지, 나아가 어떠한 새로운 존재와 사유가 싹트는지를 자유롭게 탐사한다. 또한 이 시리즈는 전문 지식과 교양의 ‘사이’를 지향한다. 인문학과 타 학문, 학문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듦으로써 독자들과 폭넓게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시리즈는 ‘주체와 타자 사이’,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 ‘지각과 매체 사이’, ‘인간과 기계 사이’, ‘예술과 기술 사이’ 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가지고 매년 3~5권씩 이어질 예정이다. 다양한 분야의 소재와 그것들의 ‘사이’를 분석하는 독특한 방법론들을 통해 독자들은 일상과 사회에 그어진 수많은 경계들에 대해 성찰하게 될 것이다.

이 ‘사이 시리즈’의 세번째 권 『매체, 지각을 흔들다』는 인간의 지각을 변화시켜 온 매체들의 작동 방식을 역사적으로 분석한다. 당대의 기술적 조건을 토대로 싹을 틔운 하나의 매체는 그 물리적 특성(플랫폼)과 내용(콘텐츠)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따라 나름의 작동 방식을 가지며, 이는 인간이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쳐 왔다. 스마트폰이 점령한 것이 출퇴근길 지하철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링크되어 있다’는 인간의 두뇌 속 감각이듯이, 각 시대의 매체는 세계관의 변화를 선도하는 핵심적인 수단이었고, 이렇게 변화된 시대는 언제나 새로운 매체를 욕망해 왔다. 이 책은 바로 이 ‘매체와 지각 사이’에서 일어나는 진동과 상호작용을 흥미롭게 분석해 낸다.
이 책은 세 가지 매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우선 엠블럼은 국내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알쏭달쏭한 제목과 신비로운 이미지, 교훈적인 내용의 짧은 텍스트가 결합된 인쇄 매체로서 중세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그 기본 형식은 54쪽의 <그림 5>를 참조하라). 이 엠블럼은 ‘상징’을 시각화함으로써 세계의 본질을 ‘암시’했다는 점에서 중세인들의 평면적 세계관을 뒤흔든 혁명적 계기였다. 한편 사진은 ‘정확하고 명징한 기계적 재현물’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이었다. 그것은 ‘실재에 충실한 재현’을 본령으로 삼았던 예술이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을 제기했으며, 이에 1930년대의 포토저널리즘은 사진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음으로써 세계의 적극적인 재구축에 가담했다. 마지막으로 컴퓨터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가상의 현실에 참여하고 조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가상현실이 점차 (마치 평행우주처럼) 우리 삶의 한 차원으로 도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매체란 인간 신체의 확장”이라는 맥루한의 명제는 “매체란 인간 지각의 확장”이라고 ‘확장’될 수 있다. 이 책은 중세와 근대, 포스트모던 시대의 대표적인 매체들을 통해 인간이 꾸준히 스스로를 확장해 왔음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가시화된 세계뿐 아니라 사이버 세계까지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인간이 세계와 만나고 행동하는 방식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또 우리는 여기에서 어떤 주체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지를 성찰해 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고찰에 있어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다.